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8
18화. 정파와 사파 (1)
“밤이었을 때는 몰랐는데…….”
석태준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강유진 씨, 우리 좀 망한 거 아닙니까?”
“…….”
석태준의 말을 듣고, 강유진은 다시금 고개를 치켜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유령 열차가 멈춘 곳은 어딘지 알 수 없는 들판이었다. 본래 목적지였던 수도권하고는 다른 방향인 것 같았다.
“여기가 대체 어디인 걸까요. 옛날에는 스마트폰 같은 걸로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는데, 요즘 세상에서는 불가능하고…….”
석태준이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 사람 사는 마을을 찾았나 했는데, 사람은커녕 쥐새끼 한 마리조차 안 보이고 말이죠.”
방금 작은 마을을 지나쳤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무슨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곳이 어디쯤인지 확인할 수 있는 단서도 찾기 어려웠다.
“심지어 사도의 모습도 안 보이고……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너무 그러지 마.”
옆에서 한숨을 푹푹 쉬는 석태준에게, 강유진은 담담히 말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받아들여.”
“강유진 씨, 그래도…….”
“생각해 보면 제대로 된 기차를 타지 못했던 것부터가 그분의 뜻이었던 거야.”
“네?”
“이대로 걸어서 가라는 거지. 이름 없는 분은 그걸 원하고 있어.”
“…….”
석태준은 멍하니 강유진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리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 강유진 씨가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입니다.”
“일단 수도권은 여기보다 북쪽일 테니까, 북쪽으로 가자고.”
“에휴, 그러죠.”
석태준이 가지고 있던 나침반을 사용해 두 사람은 계속 북쪽으로 걸었다.
중간에 또다시 마을을 발견하긴 했지만, 역시 완전히 초토화된 상태였다.
“이거 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요.”
“그래?”
“몬스터의 습격으로 이렇게 되는 일은 흔치 않죠. 이건…… 마치 전쟁이라도 한 것 같은 느낌인데요.”
“전쟁? 다른 나라에서 쳐들어왔다고?”
“아뇨, 딱히 다른 나라가 아니더라도…….”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을 때, 심상치 않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저건…….”
“시체인 것 같은데.”
들판에 인간들의 시체가 잔뜩 쓰러져 있었다.
“장비를 갖추고 있는 것 같으니 민간인은 아니네요. 계약자인 것 같아요.”
“꽤 많이 죽은 것 같네.”
“그리고…… 아.”
“뭔데?”
“강유진 씨, 저 시체 좀 보세요.”
석태준이 가리킨 시체는 다른 시체들하고 달랐다.
어두운 색깔의 피부를 지니고 있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흑인인 건 아니었다.
귀가 조금 뾰족하고, 복장도 다른 계약자들하고는 달랐다.
“이 사람은 뭐지?”
“강유진 씨…… 이건 사람이 아니에요.”
석태준의 목소리가 조금 긴장되어 있었다.
“큰일이네요. 왜 사람도 없고 몬스터도 없나 했더니…….”
“왜 그래?”
“여기, 아무래도 판데모니움의 세력권 같은데요.”
“판데모니움?”
“10년 전의 대혼란에서 나타난 악마들 말입니다.”
“아, 그 악마들인가.”
10년 전, 환상대계가 이쪽 세계와 합쳐지면서 큰 혼란이 발생했다.
그런데 그 혼란의 절반 정도는 예전부터 환상대계를 노리고 있었던 악마들 탓이었다.
악마들은 일반 몬스터들과는 달리 군단을 이루어 통제된 움직임으로 인간 세상을 침략했고,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걔네들, 아직도 기세등등한가 보지?”
“그렇죠. 중국 동북부와 북한 지역은 완전히 판데모니움의 지배하에 있고요, 남한 쪽에서도 서해안은 판데모니움의 세력이 강해요.”
“그렇다면 여기는 서해안에 가깝다는 건가?”
“그럴 가능성이 높죠. 유령 열차가 서쪽으로 달렸나 봐요.”
석태준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도 계약자들과 싸움이 벌어진 걸 보면 그놈들 영토에서도 변두리인 것 같아요. 다른 악마들 모습도 보이지 않고…… 그냥 빨리 동쪽으로 가면 되겠네요.”
“동쪽?”
“네, 그러면 판데모니움의 세력권에서 벗어날 수 있겠죠.”
“그건…….”
그렇게 말하고 있었을 때.
심상치 않은 기척을 느끼고, 강유진은 고개를 치켜들었다.
“왜 그러시죠?”
“뭔가 오고 있어.”
“설마 판데모니움의 악마들이……!”
석태준이 다급히 강유진의 팔을 잡아끌었다.
“강유진 씨! 저쪽 폐허에서 몸을 숨깁시다!”
“굳이 그럴 필요 있을까?”
“뭔 소리 하는 거예요?! 악마들일 수 있으니까 조심해야죠!”
“악마를 조심해야 될 이유가 뭐가 있어?”
“아니, 진짜……!”
“그리고.”
석태준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강유진은 그냥 꼿꼿이 서 있었다.
“악마들 아닌데.”
“네?”
“인간들이야.”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건 약 열 명 정도의 인간들이었다.
다들 하얀 제복을 입고 있었으며, 무장을 한 상태였다.
“거기 너희들!”
선두에 선 남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못 보던 얼굴들인데, 어디서 왔냐! 뭐 하는 놈들이냐!”
강압적인 목소리였다.
“너희는?”
“뭐라고?”
“너희는 뭔데?”
강유진은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너희가 뭐 하는 놈들인지부터 밝혀야지.”
“이놈이……!”
남자가 눈을 치켜떴다.
“설마 사파 놈들이냐?!”
“사파가 뭔지는 모르겠고.”
강유진은 고개를 빳빳이 들고 말했다.
“칼부터 치워.”
“……!”
그들은 강유진 일행을 발견했을 때부터 칼을 뽑아 들고 있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이 남자도 강유진을 향해 칼을 치켜들고 있는 상태였다.
“자, 잠깐만요! 저희들은 수상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 사파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고, 그냥 길을 잃어서 헤매고 있었을 뿐입니다!”
“웃기지 마! 이 근처는 판데모니움의 세력권이야! 여기서 길을 잃었다는 것 자체가 판데모니움과 손을 잡고 있는 사파 놈들…… 흑룡회(黑龍會) 소속이라는 거잖아!”
“아니, 그러니까……!”
석태준이 다급히 끼어들었지만, 강유진은 팔을 치켜들어 제지했다.
“석태준, 됐어.”
“강유진 씨……!”
“척 보면 알잖아. 이런 놈들한테 굽히고 들어가 봤자 우리한테 이득될 건 없어.”
같은 인간에게 칼을 뽑아 들고 살기를 내보이고 있다.
“이래서 내가 아까 그렇게 말한 거야.”
방금, 강유진은 말했다.
악마를 조심해야 될 이유가 뭐가 있냐고.
“악마보다 인간을 더 조심해야 하는 법이야.”
“……!”
“이놈!”
선두에 서 있던 남자가 강유진을 향해 칼을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강유진은 그 팔을 낚아채서 반대 방향으로 꺾은 뒤, 발로 차서 멀리 날려 버렸다.
“이 자식!”
“역시 흑룡회 놈이었군!”
“사파가 아니라고 해도 너희들은 이제 죽었다!”
남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호기롭게 싸움을 걸긴 했지만, 상황은 강유진에게 그리 유리하지 않았다.
“하앗!”
한 남자의 칼날이 강유진의 어깨에 상처를 입혔다.
지난번에 49호에게 구입한 라이더 슈트 스타일의 방호복이 있었지만, 그들의 공격을 완벽히 방어해 주지는 못하고 있었다.
‘저놈들처럼 갑옷 같은 옷을 입어야 하나.’
한편 상대편들이 입고 있는 제복은 갑옷처럼 군데군데 금속판이 달려 있었다. 그들은 그 금속판을 사용해 자기 몸을 보호하면서 강유진을 몰아세우고 있었다.
“방심하지 마! 보통 놈이 아니야!”
“포위해서 철저히 몰아세워!”
그들은 다들 장검을 들고 있었는데, 개개인의 솜씨도 뛰어나지만 집단으로 싸우는 것에 능숙한 것 같았다.
‘머릿수가 많고 칼도 들고 있으니 상대하기 어렵네.’
에키드나나 천무혁 등하고 싸울 때보다 더 상대하기 어려웠다.
물론 단순한 전투력은 에키드나나 천무혁이 더 뛰어날 테고, 강적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히 번거로웠다.
‘잘 훈련되어 있어서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고, 장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인가.’
석태준하고 협동해서 싸운다면 그나마 나았겠지만, 지금 석태준은 뒤로 물러선 상태였다.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물러서게 했기 때문이다.
키메라는 한밤중에 너무 무리를 해서인지 석태준의 가방 속에서 잠들어 있다. 아직 새끼여서 그런지 수면 시간이 긴 모양이다.
‘칼을 든 인간을 상대하는 거, 생각보다 골치 아픈데.’
강유진의 몸이 아무리 튼튼하다고 해도, 칼로 베이면 상처를 입는다.
주먹도 어느새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칼을 든 상대하고 계속 접근전을 하다 보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
‘주먹다짐으로는 안 되겠어.’
그렇게 생각하는 강유진을 향해, 그들은 계속해서 공격을 가해 왔다.
“계속 밀어붙여!”
“달려드는 거 조심하고, 옆 사람하고 협동해서 움직여!”
“죽여 버리라고!”
“악마랑 놀아나는 쓰레기 자식!”
집중 공격에 상처가 계속 늘어났다.
하지만 강유진은 동요하지 않았다.
통증 정도는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 그것보다는 냉정한 사고 능력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게 그분이 내린 시련이라면, 이겨 내야지.’
그렇게 마음을 다잡은 뒤, 강유진은 입을 열었다.
“광대, 지금 보고 있지?”
“부르셨습니까, 강유진 님.”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49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기가 필요해. 좋은 거 하나 골라 줘.”
“어느 정도 되는 무기가 필요하신지요?”
“이번에 1억 코인 정도 벌었으니까, 1억짜리.”
“알겠습니다. 원하는 무기가 있으신지?”
“네가 골라 줘.”
“그 믿음에 보답하겠습니다.”
49호의 일 처리는 신속했다.
코인이 줄어드는 메시지가 표시되는 것과 동시에, 쿵 하는 소리가 나면서 땅바닥에 뭔가가 떨어졌다.
그것은 만화에나 나올 듯한, 커다란 쇠구슬이 달린 철퇴였다.
“창작물 같은 데 보면 그냥 힘만 좋은 평범한 인간이 사람 머리통만한 쇠구슬을 마구 휘두르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건 상당히 비현실적인 묘사란 말이죠? 사람 머리통만 한 쇠구슬이면 40~50킬로그램은 되니까요.”
49호의 쾌활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강유진 님이라면, 그것도 근력 강화 S급까지 받은 상태라면…… 충분히 다루실 수 있겠죠?”
자신의 목을 노리는 칼날을 피하며, 강유진은 철퇴의 손잡이를 집어 들었다.
무거웠다. 정말로 40킬로그램 이상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강유진은 그걸 한 손으로 들었다.
부웅!
육중한 쇳덩이가 공기를 가르고, 근처에 있던 남자 한 명의 어깨를 쳤다.
“으악!”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그가 몸을 비틀면서 뒤로 날아갔다.
몸이 꺾인 채 쓰러져 부들부들 떠는 그 모습을 보고, 다른 남자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마음에 들었어.”
49호가 무기랍시고 저들과 똑같은 칼을 건네줬다면 강유진은 조금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지금까지 칼을 써 본 적이 한 번도 없으니, 1억짜리 칼을 줘봤자 막무가내로 휘두르는 것밖에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타격계의 무기를 골라 준 건 강유진에게는 반가운 일이었다.
‘은근히 센스가 좋단 말이지.’
강유진은 손잡이를 치켜들고, 머리 위에서 쇠구슬을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수십 킬로그램의 쇳덩이가 고속으로 회전하는 걸 보면서, 남자들이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다들 얼굴 표정이 경직되어 있었다.
“뭐, 뭐야 저게…….”
방금 쓰러진 동료의 모습을 보고, 다들 상상해 버린 것이다.
어깨에 조금 부딪힌 것만으로도 저 꼴이 났는데, 머리나 몸통에 정통으로 얻어맞으면 대체 어떻게 될까.
자칫하면, 말 그대로 뼈도 못 추린다.
“이봐, 광대.”
“네, 강유진 님.”
“1억 짜리인데, 그냥 평범한 쇳덩이일 리는 없지?”
“물론입니다. 손잡이 부분에 작은 톱니바퀴 같은 게 튀어나와 있을 겁니다. 일단 그것부터 오른쪽으로 돌려 보시죠.”
“이건가?”
강유진은 손가락으로 더듬어서 49호가 말한 톱니바퀴 같은 걸 찾아냈다.
그걸 오른쪽으로 돌린 순간, 손잡이와 쇳덩이를 연결하고 있던 쇠사슬이 길게 늘어났다.
“이런 기능이 있군.”
“리치가 늘어나는 거죠. 적절히 조절해 보세요.”
뒷걸음치면서 거리를 벌리고 있던 남자들이 채 반응하기도 전에, 강유진은 사정거리가 길어진 철퇴를 크게 휘둘렀다.
가속도가 붙은 쇠구슬의 파괴력 앞에서는 어떤 방어도 무의미했다.
남자들이 아무리 칼솜씨가 좋아도, 아무리 유기적으로 연대해서 움직여도, 철퇴 공격 한 방이면 다들 사이좋게 공중으로 날아갔다.
“말씀드리지만, 그거 그냥 쇳덩이가 아닙니다. 1억 짜리인 만큼 특수한 처리가 되어 있기 때문에 예를 들어…….”
“나중에 얘기해라.”
강유진은 49호의 말을 중간에 끊으며 계속해서 철퇴를 회전시켰다.
그리고 눈앞에서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들을 노려보며 훈계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 다음부터는 사람한테 함부로 칼 들이대지 마라. 사람 목숨이 우습게 보이냐?”
“미친놈아…… 그런 쇳덩이로 사람 치면서 할 소리냐?”
남자들 중 한 명이 부들부들 떨면서 반박했지만, 철퇴 한 방 먹여 주니 조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