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42
242화. 쿠 훌린 (2)
천상운.
팔부중 최강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SS급 계약자.
그는 수려한 외모와 고결한 인품으로 많은 사람에게 존경을 받았다.
먼 옛날, 나는 천상운 밑에서 일했다.
그때 천상운은 나름대로 나를 총애했다. 많은 지식을 갖고 있으면서 분석력이 뛰어난 나를 자기 측근으로 삼았다.
하지만 인간을 철저하게 능력만으로 대우하던 천상운은 내가 전장에 나서는 걸 금지했다. 자기 옆에서 참모 내지는 비서 역할만 하게 했다.
만약 그런 대우에 만족하고 그냥 천상운 곁에 머무르려 했다면 어땠을까.
소문광이 나를 쫓아내려고 했어도, 천상운의 측근으로 말뚝 박겠다고 마음먹은 상태였다면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천상운의 오른팔로서 이인자 역할을 하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천상운의 세력을 더욱 성장시켜 팔부중을 장악하고, 한국을 제패한 뒤 세계로 진출하려 했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내 인생은 많이 달랐을 것이다.
어쩌면 중국에 진출해서 영약을 입수해, 내공을 다루는 계약자로 성장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이곳저곳을 전전하다가 비참하게 죽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과거를 후회하지는 않는다.
비록 계약자로서 성공하는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이렇게 성좌가 되어서 더 큰 무대에서 싸울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나는 천상운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예전 꿈을 절반 정도는 이룬 것과 마찬가지다.
천상운이야말로 내가 동경했던,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계약자니까.
“천상운, 우측으로 움직여!”
“알겠어!”
왼손에 뒤랑달을 든 천상운이 우측으로 달려 나갔다.
검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고 하지만 천상운의 몸 상태는 예전 같지 못하다.
지금도 연속된 전투 탓에 온몸에서 통증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아마 이번 싸움이 끝나면 한동안은 전장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상운은 내 지시대로 움직여 주고 있었다.
‘고맙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좌측으로 움직였다.
앞서 나간 천상운에게 엄호 사격을 해 주면서.
“그깟 장난질!”
쿠 훌린이 소리를 지르면서 손에 든 게이 볼그를 휘둘렀다.
총탄은 하나도 빠짐없이 게이 볼그에 막혀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하지만 그사이 천상운이 접근할 시간을 벌었다.
“하앗……!”
천상운이 기합을 내지르며 공격을 펼쳤다.
왼손으로 펼치는 검술은 예전에 오른손을 쓸 때보다 허술했다.
하지만 검강 덕에 위력은 더 강해져 있을 것이다.
카캉!
검강을 두른 뒤랑달이 게이 볼그와 격돌했다.
사방으로 스파크가 튀었고, 쿠 훌린이 의외라는 듯이 한쪽 눈썹을 치켜들었다.
“제법 하잖아?”
“평가해 줘서 고맙군!”
천상운과 대치하는 사이, 나는 쿠 훌린의 좌측으로 파고 들어갔다.
이미 왼손에 들고 있던 주와이외즈를 휘둘러 옆구리를 노렸지만, 쿠 훌린은 그걸 허용하지 않았다.
“어설퍼!”
쿠 훌린은 창날이 있는 쪽으로 천상운을 상대하면서, 반대편 끝부분으로 내 주와이외즈를 튕겨 냈다.
그리고 오른쪽 다리를 들어 나에게 옆차기를 날렸다.
“큭……!”
베오울프와의 싸움에서 방어막이 파괴되었기 때문에 나는 다급히 뒤로 물러섰다.
쿠 훌린은 천상운을 밀쳐 내고 나를 공격하려 했지만, 곧바로 천상운의 검기가 산탄총처럼 쏟아졌다.
“흥!”
멈칫한 쿠 훌린이 게이 볼그를 풍차처럼 돌리면서 천상운의 검기를 모조리 받아 냈다.
그사이 우리는 뒤로 물러서서 숨을 골랐다.
‘동작 하나하나가 빠르고 날카로워.’
쿠 훌린은 베오울프나 지크프리트와는 다른 의미로 강했다.
베오울프와는 달리 공격 하나하나의 파워는 그렇게 뛰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목이나 심장 같은 급소를 꿰뚫어 버릴 듯한 날카로움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움직임 하나하나가 변칙적이어서 쉽게 대응할 수 없었다. 완성도가 높은 정석적인 공격을 펼치던 지크프리트하고는 전혀 다른 전투 스타일이었다.
‘정말로…… 대단한 영웅들이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천상운이 거친 숨을 내쉬면서 중얼거렸다.
“실력이 너무 대단한데. 역시 전설의 영웅이야.”
“네가 봐도 그렇지?”
“그래,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저렇게는 못 될 것 같아.”
그렇게 말하면서 천상운이 슬쩍 나를 쳐다봤다.
“죽었다 깨어난 사람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하지?”
“……뭐라고 반응해야 할지 알 수 없는 농담은 하지 마.”
“하하. 미안.”
천상운이 피식 웃었다.
“여유롭군, 너희들.”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노려보며, 쿠 훌린이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당신이야말로.”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렇게 여유 부리고 있어도 되는 건가? 이렇게 시간을 끌면 쫓아가는 건 더 어려워질 텐데.”
“…….”
쿠 훌린이 잠시 멈칫했다.
“……별 상관없어.”
“저 성좌, 잠시 잊고 있었던 거 아냐?”
“그러게.”
“아니야!”
“예전에 책에서 본 적이 있어. 핀 막 쿨은 머리가 좋은데 쿠 훌린은 힘만 좋고 머리는 나쁘다고 말이야. 그래서 쿠 훌린이 핀 막 쿨을 손봐주러 갔다가 핀 막 쿨의 꾀에 속아서 오히려 당했다는 전승이…….”
“역시 너는 아는 게 많네.”
“그딴 건 후대에 만들어진 헛소리야! 애초에 핀 막 쿨은 나보다 후대의 인물이라고!”
나와 천상운의 대화를 듣고 쿠 훌린이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순간적으로 헷갈렸는데, 무명의 왕이 여기 있으니 별 상관없어! 무명의 왕을 죽이면 내가 할 일은 다 한 거니까!”
“그건 그렇지.”
“그걸 헷갈리는 게 머리 나쁘다는 증거 같은데.”
“이 자식들이 정말……!”
그 순간, 쿠 훌린의 몸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비교적 날렵한 편이었던 육체가 부풀어 올라, 아까 베오울프처럼 우락부락한 체형이 되었다. 얼굴도 좌우비대칭의 괴물 같은 형태가 되었다.
“너희들…… 죽여 버린다!”
그렇게 소리치면서 쿠 훌린이 돌진해 왔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는 즉각 좌우로 흩어졌다.
“무명의 왕! 먼저 네놈부터 죽여 주지……!”
좌측으로 움직인 나를 노려보며, 쿠 훌린이 팔을 치켜들었다.
파열음과 함께 게이 볼그가 투척되었다.
콰아앙!
공기를 가르면서 날아온 게이 볼그를 간발의 차이로 피했다.
“이 자식……!”
자기 공격을 피했다는 것에 더 분노했는지 쿠 훌린이 눈을 크게 뜨고 포효했다.
나를 찢어발기려는 듯이 두 손을 치켜들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나는 몸을 낮춰 옆으로 몸을 피했고, 쿠 훌린의 두 손은 근처에 있던 건물 벽만 파괴했다.
“거기 서라!”
쿠 훌린을 향해 천상운이 검기를 난사했지만, 쿠 훌린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에게 다시 돌진했다.
저절로 돌아온 게이 볼그를 나한테 다시 투척했지만, 이번에도 나는 가까스로 피해 냈다.
“감히 두 번씩이나 내 투창을 피하다니……!”
분노가 극에 달했는지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런 그를 향해, 나는 조롱하듯이 내뱉었다.
“시간을 너무 끌고 있는데, 쿠 훌린.”
“뭐라고?”
“이렇게 늦어지면, 그사이 강유진이 멀린을 죽여 버릴지도 몰라. 그러면 네 패배인 거지.”
“……!”
“차라리 날 내버려 두고 강유진을 쫓아가는 게 낫지 않겠어?”
“이, 이 자식……!”
극에 달했던 분노가, 마침내 한계를 초월한 모양이다.
쿠 훌린은 인간 같지 않은 괴성을 지르면서 나에게 달려들었다.
방금까지는 냉철하게 사냥감의 숨통을 끊으려 하는 늑대 같았지만, 지금은 잔뜩 흥분한 맹견 같았다.
그 모습을 냉정히 바라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역시 내 예상대로였어.’
켈트 신화에 등장하는 쿠 훌린은 키가 작은 미청년이다.
하지만 화가 나면 ‘뒤틀림의 발작’이 일어나 온몸이 괴물처럼 변했다고 한다. 이럴 때는 성격 또한 흉포해져서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모든 이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 전승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나는 일부러 쿠 훌린을 분노하게 만든 것이다.
‘확실히 분노하니까 파워는 강해졌어. 하지만……!’
쿠 훌린의 공격을 피하면서, 나는 그 움직임을 계속 분석했다.
공격 하나하나의 위력은 강해졌다. 하지만 아까와는 달리 단순하고 직선적인 움직임이 많다.
분노에 이성을 잃었기 때문에, 아까처럼 날카롭고 다채로운 공격을 펼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움직임을 읽을 수 있지!’
팔을 크게 휘두르기 위해 쿠 훌린의 어깨 근육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그걸 사전에 감지하고 몸을 낮춰, 쿠 훌린의 팔 아래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텅텅 비어 있는 쿠 훌린의 우측 옆구리에 주와이외즈를 휘둘렀다.
“윽……!”
쿠 훌린의 입에서 처음으로 신음 소리가 튀어나왔다.
나는 그 상태에서 쿠 훌린의 배후로 움직였고, 왼손을 치켜들어 신호를 보냈다.
“쿠 훌린……!”
그 순간, 천상운이 쿠 훌린의 정면으로 접근했다.
입을 열어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천상운은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
지금 내가 보낸 신호는 예전에 천상운이 부하들에게 지시할 때 쓰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걸 기억하고 있었기에, 나는 대화를 나누지 않고도 천상운과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하압!”
천상운의 검기가 사방에서 쿠 훌린을 덮쳤다.
이성을 잃은 쿠 훌린은 그 검기를 제대로 막아 낼 수 없었다.
“이 정도는……!”
검기가 온몸에 꽂혔음에도 불구하고 쿠 훌린은 건재했다.
하지만 정면에서 덤벼든 이현제의 검강을 막아 낼 수는 없었다.
파악!
검강을 두른 뒤랑달이 쿠 훌린의 오른쪽 손목을 베었다.
“크윽……!”
그렇다고 해서 쿠 훌린이 움츠러들지는 않았다.
왼쪽 주먹을 치켜들어, 무방비한 천상운의 우측을 후려갈겼다.
콰아앙!
굉음과 함께 천상운이 멀리 날아갔다.
벽에 부딪혀 축 늘어지는 그 모습을 보고, 쿠 훌린이 포효하면서 도약했다.
이미 천상운은 움직임을 멈춘 상태였지만 확실히 숨통을 끊으려 하는 것 같았다.
나한테 무방비한 뒷모습을 보이고 말이다.
‘잡았다.’
이미 아까 전부터 왼쪽 손에 들고 있던, 내 최강의 무기.
여의금고봉을 쿠 훌린의 등을 향해 정확히 조준하고, 거대화시킨다.
콰콰콰콰콰쾅!
여의금고봉에 의한 찌르기 공격.
그것은 쿠 훌린의 몸을 근처 빌딩에 격돌시켰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여의금고봉은 끝없이 신장(伸長)하며 경로상에 있는 모든 건물들을 꿰뚫었다.
쿠 훌린은 여의금고봉에 짓눌린 채 그 충격을 모조리 견뎌야 했다.
쿠웅……!
근처 야산에 격돌한 시점에서, 나는 여의금고봉을 늘리는 걸 멈췄다.
여의금고봉을 조금 축소시키자, 온몸이 짓이겨진 채 축 늘어져 있는 쿠 훌린의 모습이 보였다.
거리가 멀다. 하지만 여의금고봉을 이용하면 숨통을 끊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
“…….”
하지만 나는 ‘일부러’ 숨통을 끊지 않고 여의금고봉을 축소시켰다.
그리고 곧장 천상운에게 향했다.
흉포해진 쿠 훌린의 공격을 정통으로 맞은 천상운은 벽에 등을 기댄 채 축 늘어져 있었다.
‘오른쪽 어깨가 완전히 아작 났어. 폐는 괜찮은 건가?’
나는 무릎을 굽히고 신속하게 천상운의 상태를 살폈다.
숨이 끊어지지는 않았지만, 빨리 치료하지 않는다면 위험한 상태였다.
“……됐으니까 가 봐.”
그때 천상운의 입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현제한테 치료약 받았으니까. 내가 알아서 할게.”
“……천상운.”
빨리 가라고 천상운이 손짓을 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일어서자, 천상운은 만족한 듯한 미소를 지었다.
“이봐…… 무명의 왕.”
그는 이번에도 잠시 멈칫했다.
내 본명을 부르려다가, 다시 무명의 왕이라 부른 것이다.
“…….”
우리는 잠시 말없이 서로를 쳐다봤다.
천상운은 나에게 질문을 하고 싶은 것 같았다. 그것 말고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그 모든 것을 가슴속에 삼키고, 건조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당신하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울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다른 성좌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의식한…… 철저히 절제된 발언.
하지만 그 안에 어떤 감정이, 어떤 생각이 담겨 있는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나야말로.”
나도 짤막하게 대답했다.
“좋은 경험이었어.”
수많은 감정을 숨긴 채, 그렇게 말했다.
“…….”
천상운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만족한 표정이었다. 아마 나도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을 것이다.
오랜 아쉬움이 충족된 건, 천상운도 나도 마찬가지일 테니까.
“…….”
나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뒤 천상운에게서 등을 돌렸다.
천상운을 내버려 둔 채, 혼자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조심해!”
천상운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나는 고개를 돌렸다.
소멸 직전이었던 쿠 훌린이 마지막 발악으로 던진 게이 볼그가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