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sorry I went to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62
여왕의 정원 (3)
몇 시간 후.
[―남은 시간 / 제한 시간:19:17:03 / 24:00:00]
꾸무적꾸무적 일어난 클레이오와 여전히 또릿또릿한 아서는 정원 안쪽을 향해 나아갔다.
잤는데도 여전히 찌뿌드드한 클레이오는 얼굴을 찌푸린 채 앞장선 아서의 뒤통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어휴. 까지 오니까 정의로운 주인공도은근히 속이 검잖아.’
벌써 사병을 만들어놓은 것도, 자기 세력을 모두 결집시켜놓은 것도 예상 외였다. 어쩌면 맨 처음 식당에서의 만남부터 우연이 아닐지도 몰랐다.
물론 ‘어머니의 예언’이라는 것부터가, 아서의 파티에 마법사를 꽂아 넣으려는 저자의 안배일 가능성이 컸다.
혹은 이미 이야기의 전후를 미리 알아버린 주인공에게 내적 일관성을 해치지 않는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긴급으로 땜빵한 설정이거나.
어느 쪽이든 아서의 유년기는 상세를 들으면 들을수록 엉망진창이다.
‘어머니가 암살당하고 환시를 보는데다 형제에게 살해위협 받으면서 큰 것 치고는 인성이 말짱한 편인 것 같기도 하고. 아슬란이나 멜키오르 역시 지난 원고보다 훨씬 엇나갔으니 아서에게도 그런 면이 있겠지.’
이건 다 감당도 못 하면서 원고를 한계까지 개정해버린 저자의 탓이다.
‘어떤 종류의 원고든 손을 떼고 탈고해야 할 때가 있는데. 때를 놓쳐버렸어.’
하지만 이미 이야기는 2챕터까지 와 버렸다.
주인공이 속이 꼬였든지 복중에 좀 과격한 인격이 들었든, 클레이오로선 알 바 아니었다.
그의 역할은 아서가 왕이 되도록 조력하는 거지 인간성을 평가하는 게 아니니까.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왕관만 잘 물어오면 되지.’
이쯤해서 클레이오 아세르식 흑묘백묘론으로 아서에 대한 생각을 갈무리했다.
.
.
.
두 사람은 온실을 찾기 위해 정원의 산책로를 나아갔다.
널따란 정원은 아름다우면서도 기괴한 공간이었다.
길의 양편으론 철이 다른 계절의 꽃들이 한 번에 피었다. 간혹 놓인 나무 벤치나 철제 아치는 부서진 채였다.
“분명 사람이 가꾼 모양의 정원인데 조각이나 기물은 모두 삭았고 인적 하나 없다니 이상해.”
감이 예리한 검사라 그런지 아서는 공간 자체에서 위화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러니 ‘기억된 공간’ 아니겠어.”
클레이오 역시 기시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와본 적 있을 리 없는 공간인데 기묘한 낯익음이 느껴졌다.
밤은 여전했지만 안개가 조금 걷히며 시야가 넓어졌다. 보랏빛 안개 너머 멀리, 동양풍의 목탑이 보였다.
장식이고 정원이고 다 서양풍이면서 뜬금없이 웬… 이라고 생각하던 클레이오는 덜컥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거…!’
「지각」으로 안력을 돋워 탑을 살피던 클레이오는 이내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처마 아래가 붉고 나무로 쌓아올린 10층탑.
‘약속’의 「기억」이 팽팽 돌아가며 쓸 데 없이 잘도 작동했다. 머릿속에서 지난해 말에 봤던 원고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킹스 칼리지로 교환교수를 다녀온 김영환 교수가 뜬금없이 영국식 정원에 미쳐가지고는 정원 기행 책을 내겠답시고 난리를 친 적이 있었다.
그 바람에 울며 겨자 먹기로 검토한 원고 도판에서 저 10층탑을 봤었다.
한 번 유사점을 인식하자 거대한 정원을 휘감아 돌던 강줄기와 자연스럽게 조경된 정원의 형태까지 한 번에 머릿속에서 맞아 들어갔다.
‘여기, 암만 봐도 큐 가든이잖아…!’
영국 왕립식물원, 큐 가든. 그래서 던전 이름도 ‘여왕의 정원’인 모양이었다.
‘와 씨, 이렇게 안이하게 글 써도 돼?!’
는 구식 정통판타지였다. 문장도 준수하고, 구성도 나쁘지 않았다.
심지어는 아홉 번이나 원고를 개정하고 있었기에 꽤 심혈을 기울여 글을 쓰는 저자인가 했더니, 배경 설정을 순 날로 먹은 거였다니.
‘요즘 판타지야 아무데서나 설정 떼어 와 퓨전으로 끼워 맞추는 게 많다지만, 그놈의 저자는 세계명작이라도 쓰려는 듯 구구절절한 메일을 보내더니만은, 이 꼴이냐.’
원고를 처음 검토할 땐 내용에 집중했지 세부 사항이나 고유명사는 별로 신경 써서 보지 않았다.
한 번 그 쪽으로 생각이 미치니 이런저런 의문이 연달아 솟았다.
‘저자의 닉네임부터 그래. 애초에 무사이는 뮤즈의 본래 이름이지.’
‘약속’의 「기억」은 클레이오에게 십대 시절의 능가하는 기억력을 안겼다. 그 덕에, 어릴 적 학급문고에서 읽었던 그리스 신화(축약본) 구절이 줄줄이 떠올랐다.
‘사라진 여신의 이름은 므네모시네고, 그녀의 아홉 딸들이 뮤즈였지. 성유물에 이름 붙은 테르프시코레는 가무와 합창의 뮤즈이고 그녀의 도상에 리라가 등장해. 이 세계엔 뮤즈의 전승도 있는 거야.’
므네모시네는 신화에서도 지위가 높은 신이 아닌데 이 세계에선 주신처럼 모셔지는 게 기묘했다.
그러나 1부 끝까지도 제우스니, 포세이돈이니 하는 주요 신들은 하나도 언급이 안 되는 걸 보면 딱히 그리스 신화 기반의 판타지도 아니다.
‘그리스 어쩌고 설정으로 할 거면 도시부터가 룬데인이 아니라 아테나이 같은 이름이어야 했겠지.’
클레이오는 생각했다.
‘진짜 설정 근본 없이 막 짰네.’
원고에다 정진 자신까지 끌어들여 거창한 난리를 피워대는 주제에 바탕이 되는 설정은 대충 섞어 뭉개 놓은 게 어이없었다.
‘실마릴리온을 쓰라는 건 아니지만 사람 인생 갈아 넣게 할 정도면 좀 더 제대로 된 배경의 글이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원고 때문에 고난당한 작가들의 수야 끝도 없이 많다지만 자기가 쓰지도 않은 글에 붙들려 뺑이를 치고 있는 입장에선 좋은 소리가 안 나왔다.
물론 ‘정진’ 자신이 범작을 명작으로 바꿀만한 대단한 편집자가 아니기에 저자만 뭐라 하기 머쓱하긴 했다.
저자를 발굴하고, 북돋우고, 명저를 발행해내는 사명을 가졌던 이들과는 거리가 먼―흔하디흔한 월급쟁이에 불과했었으니까.
‘만들어진 이야기를 정련하기 위해 인생을 바치는 건 뭐랄까, 나보다는 더 의욕 있는 사람의 몫이 아닌가… 흠.’
물론 ‘정진’은 단 한 가지, 편집자가 지녀야 할 미덕을 가지고 있기는 했다.
맡은 원고를 과도하게 사랑하지 않는 것.
‘안 사랑하다 못해 아주 마음이 차갑게 식었지. 편집이 생고생의 연속이니.’
온갖 잡생각에 빠져 걷다 보니 어느덧 길 양편으론 잎도 안 난 나무들이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 때였다.
팔랑.
한 잎, 여린 벚꽃 잎이 클레이오의 코끝을 스쳤다.
꽃이 지나치고 난 자리엔 면도날에 베인 것처럼 가느다란 상처가 그어졌다.
코끝을 쓰다듬어본 클레이오는 엄지에 묻어나는 새빨간 피를 발견했다.
끄지 않았던 「지각」이 공기의 불온한 술렁거림을 읽었다. 아서 역시 멈춰 서 검을 뽑아들었다.
파스스스스.
길 양편으로 심긴 겨울나무들에서 일제히 봉오리가 돋아났다. 검은 가지들이 무서운 기세로 겹벚꽃을 피워냈다.
가벼이 흩날리던 겹벚꽃 잎들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밤 위로 떠오른 꽃 이파리의 물결은 이상할 정도로 눈길을 끌었다.
동시에 던전의 내부 메시지가 떠올랐다.
[벚꽃의 편린—분류: 마수
—레벨: 5]
마수였다.
아서 역시 메시지를 본 듯 기세를 끌어올렸다.
채캉!
차르르르르륵!
날카로운 검기로는 잘디잔 꽃잎을 모두 몰아낼 순 없었다.
“으윽.”
아서는 신체 강화를 잊었고, 클레이오는 방어막을 칠 타이밍을 놓쳤다.
두 소년의 드러난 피부가 순식간에 얕고 길쭉한 상처로 뒤덮였다.
한 발 늦게 방어막을 발동시킨 클레이오가 아서의 목깃을 잡아채 서클 안으로 끌어들였다. 서클을 3미터 지름으로 작게 펼쳐 에테르를 두텁게 감쌌다.
꽃잎이 흩날린 지 몇 초 지나지도 않았는데 두 사람의 옷은 너덜너덜하고 핏물이 배였다.
쏴아아아아아―
방어막 바깥에선 기세를 불린 꽃잎이 흰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얼핏 보면 아름다운 광경이지만 저 가운데 그대로 있었다간 온 몸이 난도질 됐을 것이다.
벚꽃의 편린 역시 군집체였다. 유일하게 잎이 돋아난 개체를 소멸시켜야 했다.
“아서, 잎이 돋아난 나무는 찾았어?”
“길 맨 끝 오른쪽의 나무 같다.”
「지각」을 켠 클레이오의 눈에도 옅은 연둣빛이 어른거리는 나무가 한 그루 보이긴 했다.
숨 막히도록 불어난 꽃의 면도날 폭풍이 들어찬 거리는, 몇 백 미터는 될 것 같았다.
‘근데 이거… 너무 크잖아. 게다가 레벨이 왜 이렇게 높지? 원랜 3레벨짜리였는데?’
아서에게 불신을 줄까봐 차마 내색은 못 하는 클레이오는 등줄기로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원래 원고에선 성기게 흩날리는 정도였는데… 레벨5쯤 되니 완전 살인낼 놈이잖아.’
고작 몇 초 상관인데도 희고 분홍빛인 뭉치는 시야를 전부 가렸다.
서클이라도 컸다면 어떻게 해 봤겠지만, 4레벨인 클레이오의 서클 지름은 고작 20m.
‘보스몹까지 너무 멀어. 7레벨 마법사는 돼야 저기까지 서클에 들어오겠다.’
마법 방어벽을 발동시킨 채로는 이동할 수 없으니, 이동시킬 수 있는 방어막을 만들려면 마석을 써야 했다.
클레이오는 주머니 속에 든 바르그의 운모 조각을 쥐어보았다.
‘이전 원고에선 제베디가 이 운모에다 [방어][강화]의 마법식을 새겨 주고, 이시엘이 에테르를 불어넣어 임시로 방패를 만들지.’
서클 바깥에서의 마석 사용법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 마석에 단일 마법식을 새겨 해당 마법을 일으키도록 한다. 위력이 약하나 마석 재사용이 가능하다.
두 번째. 마석 자체를 매개로 삼아 마법진을 구성하면, 강력한 복합 마법식도 발동시킬 수 있으나, 마석이 소멸되어 버린다.
‘지난번엔 두 번째 방식을 썼지. 하지만 마법진을 구성해 넣었다가, 나중에 에테르를 불어넣어 쓰는 건 효율이 반 밖에 안 나와. 직접 쓰는 나는 운모 하나만 있으면 지난 원고 같은 효력을 낼 수 있는 거지.’
힘들게 싸워 얻은 바르그의 운모를 다 낭비하기는 싫지만, 주인공을 죽일 수도 없으니 머리를 굴렸던 클레이오였다.
후두두두두둑―!
투두두둑!
궁리를 하는 동안에도 방어막 밖으로 잘게 금빛이 반짝였다. 꽃잎들은 벽에 부딪쳐 장맛비 쏟아지는 소리를 냈다.
자신과 클레이오의 꼴을 번갈아 쳐다보던 아서가 턱을 문지르며 감탄했다.
“이거 장난이 아닌데?”
“던전은 던전이지. 장난인 게 어디 있겠어!”
“이제야 본격적으로 뭐가 나왔단 느낌이구만.”
“괜히 크뤼엘 기사단원들이 개죽음한 게 아닐 테니까.”
“방비를 하고 와서 다행이다. 이시엘과 첼은 괜찮으려나.”
“건틀렛 받았으니까 괜찮을 거야.”
그야말로 제베디의 지혜였다.
‘방어 마도구 없었다면 갈은 고기 됐겠어.’
설정은 어디서 얼마만큼 변경될지 모른다. 앞으로는 정신줄을 꽉 붙잡고 있어야겠다, 다짐하는 클레이오였다.
점점 거세지는 꽃의 폭풍은 방어막을 부술 듯 압박을 가해왔다.
진해에서 실컷 봤던, 벚꽃 날리는 풍경의 기억마저 이제는 공포로 덧칠될 것 같았다.
태연한 표정으로 방어막 바깥을 살피던 아서가 말했다.
“이거는 내 [강화]로는 역부족이고, 검만으론 상대가 안 되겠다.”
“응, 안 돼.”
“그럼 들어오기 전에 정했던 대로?”
“그래. 내가 방패를 만들어 줄 테니 네가 가서 대가리를 처리해.”
“방어막을 풀면 우린 피떡이 될 텐데? 뒤로 돌아가기도 힘들어. 어떻게 만들게?”
“마법식 이중 발진을 사용해야지”
마법식 이중 발진.
한 마법식이 효력을 나타내는 동안 완전히 별개의 마법식을 새로이 장전하는 일.
“그거 4레벨로는 안 되는 게….”
“되니까 걱정 마.”
클레이오의 무뚝뚝한 답을 들은 아서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도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새로운 마법을 보게 될 게 기대되는 모양이었다. 하여간 긴장이라곤 모르는 녀석이었다.
“와오! 말로만 듣던 걸!”
마법식 이중발진은 마법전서 2권 마지막에 실린 기술이었다. 원리는 어렵지 않았다. 이론상 4레벨부터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실제론 6레벨 이상 마법사들이나 쓰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이유는 한 번에 소모해야 하는 에테르의 양이 너무나 막대했기 때문이었다.
이중발진은 통상의 마법식 사용보다 에테르를 세 배 소모했다.
물론 클레이오에겐 방해가 되지 않는 장애였다.
꽃잎들을 막아내는 바깥의 [방어] 마법식을 단단히 재발동안 클레이오는 이중 발진을 준비했다.
클레이오는 손 위에 바르그의 운모를 하나 올려놓고, 그 위로 뚜껑을 덮듯 손바닥만 한 크기의 [방어]와 [강화] 마법식을 새로이 떠올렸다.
마석은 손쉽게 새 마법식과 조응하여 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이건 평소의 아무렇게나 만든 진언으론 안 될 거야.’
얕은 한숨을 내쉰 클레이오는, 이전부터 생각해뒀지만 안 내켜서 쓰지 않던 진언을 결국 꺼내들었다.
“[이는 나의 암벽이요, 나의 방패요, 내 구원의 뿔, 내 높은 탑, 나의 피난처이니!]1)”
훈련소에 반입되던 책이 ‘좋은 생각’과 ‘성경’밖에 없었기 때문에 쓸 수 있게 된 진언이었다.
그리고 훈련소는 사람이 갈 수 있는 장소 중 가장 연옥에 가까운 곳이다.
부탁이라곤 모르던 어머니의 청으로 해군에 자원한 게 문제였다. 물을 꺼리는 ‘정진’에게 해군 훈련소는 특히나 고통스러웠다.
‘이거는 뭐 진언 한 번 쓸 때마다 인생의 암흑기를 돌아봐야 하니.’
클레이오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강력한 진언으로 발동된 두 번째 마법식은 빠르게 회전하며 장렬한 빛을 발했다.
마법식은 곧이어 범위를 넓히며 한 사람의 몸을 숨길 크기로 커졌다. 자개의 광택이 도는 투명한 방패가 모습을 드러냈다.
좀처럼 주의를 흩트리지 않는 아서조차도 바깥의 방어벽을 때리는 꽃잎의 파편들 대신 운모 방패에 눈을 빼앗겼다.
“이중발진… 할 수 있으니 한다고 한 거겠지만 정말 해내버렸구나.”
“잡소리 그만해. 이거 가지고 얼른 우두머리를 쳐내고 와. 지속 시간은 오 분이니까 헷갈리면 ‘기억된 공간’의 시계를 띄워 보고.”
“명 받들도록 하지.”
방패를 든 아서는 망설임 없이 클레이오의 서클을 벗어났다. 자잘한 꽃의 파편이 지독하게 몰아치는 폭풍 속으로 쏜살같이 몸을 날렸다.
서클을 벗어남과 동시에 방패에서 찬연한 금빛이 휘돌더니 운모는 완전히 바스라졌다.
투타타타타타타탘!
투타타타탓!
파편과 방패가 부딪치며 엄청난 소리를 냈다. 아서는 전혀 밀리지 않고 목표로 한 보스몹을 향해 일직선으로 나아갔다.
대단한 에테르고, 대단한 무위였다.
‘잘 한다, 잘 해. 주인공 이름값이 안 아깝다.’
팔짱을 낀 클레이오는, 이젠 숫제 콩 볶는 것 같은 소음이 나는 방어막 아래에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이론으로만 보았던 마법식 이중발진에 성공했지만 아주 기쁘진 않았다.
마법에 대한 클레이오의 입장은 늘 일관되었다.
안 쓸 수 있으면 안 쓴다.
저자가 아서의 파티에 마법사를 끼워 넣고 싶어 하든 말든, 마법사 없이도 지난 원고의 아서는 잘만 왕좌를 차지했다.
이야기를 바로잡느라 이리저리 내돌려지는데다가 주인공이 안 죽도록 에어백 역할 하기에도 벅찬데 그 이상의 초과노동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후, 프린스 메이커 실사판 플레이가 쉽지 않네. 내 맘대로 육성도 안 되는데 뒤지면 게임 오버고.’
1)『King James Bible』, 「2 Samuel」, 편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