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10)
10화 미궁 리바린토스 (4)
진혁이 떨리는 손으로 눈앞에 나타난 아이템을 확인했다.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의 휠 오브 포춘(불완전)]입수 난이도: S
내용: 10분 동안 행운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줍니다(1회용). 단, 불완전하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됩니다.]
로마 신화 속 행운의 여신.
그리고 그 여신이 소유하고 있던 행운의 바퀴가 바로 이것이다.
F등급짜리 싸구려 아이템들을 합성한 터라 1회용짜리인데다 불완전했지만.
이 정도면 충분했다.
적어도 5층 이하에선 그 어떤 무기보다 강력한 걸 만들 수 있었으니까.
‘어디…….’
진혁이 수레바퀴의 손잡이 부분을 잡았다.
화끈하고.
뜨거운 마력이 손끝을 따라 퍼져나갔다.
‘그래도 성유물은 성유물이라 이건가.’
은근히 매콤한 맛이 있었다.
‘그래, 이래야 매력적이지.’
피식 웃은 진혁이 손잡이를 360도 돌렸다.
드르륵!
[성유물 ‘휠 오브 포춘’이 발동됩니다!] [10분간 행운이 최대치로 올라갑니다!]천운(天運).
정확한 수치는 몰랐지만, 지금 보유하고 있는 행운은 터무니없는 수준일 것이다.
복권을 긁으면 모조리 당첨이고.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낮잠을 자도 될 정도로 말이다.
물론, 여기엔 조건이 붙는다.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된다는 조건이.
이 말이 참 무서운 게…….
이상한 데다 행운을 사용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그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설명은 단 한 줄도 적혀 있지 않았다.
기껏 얻은 행운이 말짱 도루묵이 될 수도 있었으니, 당연히 사용이 까다로울 수밖에.
그러나.
그건 어설픈 놈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이고.
진혁은 그 경계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었다.
‘비싼 수업료를 내며 터득한 정보들이지.’
당시에는 수천 번 욕을 했었지만.
덕분에 더 이상 실수할 일은 없다.
슬슬 시작해 볼까.
진혁이 ‘로또 강화서’ 10장을 꺼냈다.
강화 성공 확률 0.000012%.
814만 분의 1.
말 그대로 로또 맞을 확률과 동일한 강화서다.
이걸 단검에 사용한다면…….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낡은 단검(+1)을 획득하였습니다!]희미하게 붉은빛을 띤 단검.
역시나!
진혁의 입 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극악의 확률을 자랑하는 강화서지만, 행운이 만렙이 된 지금은 성공 확률 100%짜리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부터는 계속 같은 걸 반복하면 된다.
구매한 10장을 모두 사용할 때까지 계속해서. 계속해서.
진혁이 2번째 강화서를 사용했다.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낡은 단검(+2)을 획득하였습니다!] […….]강화에 성공할수록 단검의 색깔이 조금씩 변했다.
점점 더 붉게 물드는 검신.
그리고 마침내.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낡은 단검(+10)을 획득하였습니다!] [최대치에 도달했기 때문에 더 이상 강화가 불가능합니다.] [한국 서버 최초로 +10강 아이템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5,000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이 업적은 내일 하루 ‘명예의 전당’에 오릅니다!]10강.
F랭크 아이템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대 강화치에 도달했다.
더불어 보상을 통한 코인까지 손에 넣었다.
부웅!
진혁이 가볍게 단검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했다.
부드러운 곡선이 허공을 갈랐다.
가볍고 깔끔한 손맛이다.
‘마음에 드네.’
[낡은 단검(+10강)]입수 난이도: F(→A)
공격력: 280
내구도: 110/110
효과: 출혈 데미지 3%, 경량화 50%
공격력도 준수하고.
출혈 데미지에 경량화 마법까지 걸려 있다.
‘이제야 쓸 만한 걸 손에 넣었군.’
당분간 무기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싶다.
***
시련의 탑이 개방되고 하루가 흘렀다.
첫 날.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탑을 탐험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영상에 담아 업로드 했다.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독특함을 살려서 어떻게든 구독자들을 확보하려 애썼다.
그리고 탑 외에 거주하는 일반인들은…….
그런 플레이어들의 영상을 시청했다.
이유는 단 하나.
가장 뛰어나고 가능성 높은 플레이어들을 찾기 위해서다.
그래야만 90일 안에 탑의 다음 층을 공략하고 인류의 멸망을 막을 수 있을 테니까.
바로 그 때, [시련의 탑] 커뮤니티를 훑어보던 진혁이 멈칫했다.
재밌는 걸 발견했다.
[#플레이어 해모수 #한국 서버 #씹고인물 #시련의 탑 1층, 고블린 던전 최단 기간 클리어 영상!]‘꼭 이런 걸로 나대는 놈들이 있더라.’
고블린 던전을 15시간 만에 클리어했다는 말에 조회수가 100만이 넘었다.
10,000 대 100 비율로 환산하면 약 1만 코인.
거기에 수수료 명목으로 90%를 제외하면 1천 코인을 번 셈이다.
‘해모수라면 한 때, 저층 구간에서 꽤 이름을 날렸던 놈 같은데…….’
기억에 있는 이름이다.
잠깐 반짝했다가 사라진 루키.
분명, 해모수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던 플레이어였다.
‘15시간 클리어라…….’
진혁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영상을 클릭했다.
근접계 딜러가 고블린들을 몰이 사냥하는 방식.
뭐, 나쁘지 않는 속도다.
평범한 수준에선.
물론, 3시간 40분 만에 클리어한 진혁의 입장에선 귀여울 뿐이지만.
그러나 동영상에 달린 댓글들의 반응은 완전히 딴판이었다.
-호모나색상에: 진짜 지린다. 솔플로 15시간 컷 실화냐?
-태정태세비욘세: ㄹㅇ. 팬티 갈아입고 왔음.
-칼퇴요정: 와아. 구독하고 앞으로 이분이 올리는 영상만 봐야겠네.
-몰티즈 협회회장: 22222222
-3대500침: 3333333
댓글창이 감탄과 탄성으로 가득 메워졌다.
이 플레이어만이 탑을 오르고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면서.
그런데 그때였다.
-인간대머리남: 15시간이면 아주 빠른 건 아닙니다. 제가 아는 분 중에 5시간 안쪽으로 클리어한 분도 계셨어요.
누군가 댓글 하나를 남겼다.
축제에 재를 뿌리는 그런 댓글을.
당연히 역풍이 거세게 불었다.
-태정태세비욘세: 노인증은 뭐다? 뇌피셜로 싸지르는 거 레알 역겹네.
-갓끈 푼 선비: 말투부터 극혐이네. 인터넷에서 존댓말 쓰게 되어 있냐?
-곱창소주: 뉘예뉘예. 나는 50층까지 1분 컷 했음. 물론 인증은 없음. 무조건 믿으셈.
욕설과 비꼬는 댓글들이 순식간에 수백 개가 달렸다.
키보드 워리어가 방구석에서 입만 나불대는 게 어디 하루 이틀이냐면서.
하지만 모두가 비웃는 와중에도.
진혁은 웃지 않았다.
인간대머리남…….
‘이 사람도 탑에 와 있었구나.’
어찌 잊을 수 있을까?
탑의 20층까지 종종 함께 플레이했던 녀석을.
20층 이후부터는 볼 수 없었지만, 겉만 번드르르한 해모수 따위와는 다르다.
아예 근본부터 다르지.
‘뱁새들 노는 곳에 황새가 끼어 있군.’
인간대머리남은 진혁이 몇 안 되게 인정했던 ‘진짜 고인물’ 중 하나였다.
***
“푸하하하! 됐어! 됐다고!”
커뮤니티를 보던 남자가 쾌재를 불렀다.
이 남자가 해모수.
아니, 해모수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이명환이었다.
“봐 봐. 이거 먹힌다니까.”
“크으. 댓글 달리는 거 봐라.”
“게시판에도 온통 니 이야기다. 고블린이랑 피터지게 싸운 보람이 있네. 캬!”
이명환 주위에 있던 남녀도 하이파이브를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 같이 고생한 덕분이지. 고맙다, 얘들아.”
이명환이 콧잔등을 긁적였다.
“크크. 사람들은 너 혼자 다 한 줄 알고 있을 거 아냐?”
“편집도 잘했고. 우리가 워낙 교묘하게 지원했으니 절대 눈치 못 챌걸?”
“맞아. 이것 봐. 낚인 호구들이 후원하겠다고 한 트럭 모여 있어.”
솔플이라고 올린 영상은 사실…….
조작된 거다.
이명환 외에도 네 명이 더 도왔으니까.
당연히 전면적으로 나서서 도왔다는 말은 아니다.
한 걸음 뒤 화면에 잡히지 않는 곳에서, 버프와 디버프를 중첩하는 방식으로 이명환을 도왔다.
더욱 강하고 화려하게 꾸며 사람들의 시선을 한 눈에 붙잡을 수 있도록.
‘후후.’
이명환의 입 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올린 지 6시간 만에 달성한 조회수다.
이런 식으로 시청자들을 모은다면 나중에는 많은 수의 코인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90% 수수료를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너무 억울해 하지 말라고.’
세상 사는 건 원래 뛰어난 선구자들이 독식하는 거니까.
이명환이 꿈에 젖어 킬킬대고 있을 때였다.
띠링!
[명예의 전당에 새로운 동영상이 업데이트되었습니다.]갑자기 새로운 영상이 올라왔다.
그것도 최상단에.
“뭐, 뭐야 이게?”
이명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워낙 놀란 탓에 혀까지 깨물 뻔했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여유조차 없었다.
“나……보다 높은 명예 점수를 받은 놈이 있다고?”
그럴 리가 없다.
첫날에 이것보다 더 높은 업적을 할 게 없을 텐데…….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직접 눈으로 보고 있는 이상 부정할 수만도 없었다.
“며, 명환아…….”
“당장 띄워 봐. 보게.”
“아마, 누군가 사기를 친 걸 거야. 이럴 수는 없어…… 절대로.”
“입 닥치고 당장 띄우라고!”
이명환이 고함을 쳤다.
“아, 알겠어.”
결국, 영상이 재생됐다.
이명환이 올린 것과 다르게 5분 남짓한 짧은 영상이었다.
그것도 편집조차 되지 않은.
하지만 담겨 있는 내용은 상상 그 이상의 것이었다.
“미…… 미친.”
이명환의 턱이 빠질 듯이 벌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잖아.’
[세계 최초로 +10강 아이템 강화에 성공했습니다!]10강짜리 아이템의 등장.
더 이상의 설명은 무의미했다.
확률을 계산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고.
“조, 조회수는……. 아니, 그보다 댓글은 어때? 지금 상황이 시발 어떤지 당장 말 좀 하라고!”
이명환이 아까보다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목소리가 떨렸다.
간절함이 담긴 가냘픈 질문은…….
“올린 지 15분 만에 100만 넘겼어. 입소문이 빠르게 타고 있나 봐.”
이어지는 대답으로 인해 산산이 부서졌다.
-태정태세비욘세: 세상에 10강이라고? ㄹㅇ로 10강?
-호모나색상에: 미쳤다. 저게 가능하긴 한 거였음? 예전에 5강까지는 봤는데.
-칼퇴요정: 확률이 대체 얼마지, 10강이면? 보니까 최하급 강화서로 올린 거더만.
-스피드왜건: 등판함. 814만 분의 1을 10번 곱하면 됩니다.
-칼퇴요정: 그러니까 그게 얼마냐고?
-스피드왜건: 니가 찾으세요. 손이 없음 발이 없음?
-칼퇴요정: 야 이 개시키야!
-갓끈 푼 선비: 근데, 고정 구독자 확보하려면 정보 공개해야지 왜 죄다 비공개임?
-곱창소주: 그러게.
-고인물감별소: 누구겠냐, 상식적으로? 맹그로브나무랑 싸우던 그 플레이어밖에 더 있어?
-갓끈 푼 선비: 설마, 허. 진짜네. 그 사람밖엔 없을 듯.
-곱창소주: 와 ㅇㅈ. 그 씹고인물이라면 가능할지도.
-칼퇴요정: 나 방금 전신에 소름 돋음. 앞으로 그 사람 방송만 본다.
-하버드5학년3반: 전 빤스까지 벗어서 기부할 생각임.
댓글의 열기가 달아오르다 못해 뜨거울 정도였다.
고블린 던전을 클리어했던 일은 순식간에 묻혔고.
인터넷은 새롭게 떠오른 고인물에 관한 이야기로 도배됐다.
“어…… 어어?”
이명환이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기껏해야 탑의 6층까지밖에 가 보지 못했기에. 사실상 이 초반에 시청자를 긁어모으는 거로 승부를 보려 했는데.
‘망했다.’
완전히.
“어떤 개자식이야! 우와아아아악!”
이명환의 고함소리가 처절하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