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115)
115화 경계를 허무는 거울 (5)
[고유 능력 ‘혈마기’가 발동합니다.]대상의 상처를 악화시키는 능력.
팽팽하게 유지되던 균형을 무너뜨리기엔 이것만한 능력이 없다.
검붉은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자, 마침내 철벽같던 바위 거인의 몸에 이변이 일어났다.
메두사의 석화가 그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쿠쿠쿠쿠쿠!
[절대 판정 ‘석화의 저주’가 발현됩니다!]액체가 닿았던 부위로부터 짙은 회색 물결이 일어났다.
“메……두사의 피가 신전을 벗어나고도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니. 네놈! 대체 무슨 수를 쓴 것이냐!”
바위 거인이 기함했다.
10층 아래에서 몇 안 되게 존재하는 ‘절대 판정’ 능력.
하지만, 그들 중 대부분은 구하기가 극도로 어려울 뿐더러 설령 구했다고 한들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계층을 수호하는 상위 존재들조차 그 모든 걸 알고 있지는 못했으니까.
당연히 하찮은 인간 따위에겐 불가능한 일이리라.
그런데.
저 건방진 인간 놈은 자신도 모르는 방법을 알고 있느냔 말이다!
“대답해라! 인간! 당장 대답하란 말이다!”
바위 거인은 서서히 몸이 굳어 가는 와중에도 자신이 당한 이유에 대해 물으려 했다.
죽음보다도 이 상황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큰 거겠지.
하지만, 진혁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어차피 말해줘 봐야 녀석은 알지 못할 것이다.
‘내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좌절을 겪었는지 결코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
반복과 지겨움조차 도전에 대한 즐거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경지.
탑에 관한 수많은 비밀들을 찾아낼 수 있었던 건 오직 이것 하나 때문이었다.
그그그그극!
바위 거인의 몸이 점점 더 빠르게 굳었다.
다리부터 시작된 석화는 어느새 가슴까지 진행된 상태였고.
몇 분 뒤엔 머리까지 완전히 잠식될 터.
이것이 모두를 좌절에 빠뜨리게 만들었던 10층의 보스 몬스터 ‘바위 거인’의 최후다.
진혁이 감정 없는 눈으로 그 마지막을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뒤.
바위 거인이 완전한 돌로 변했다.
띠링!
[10층의 보스 몬스터 ‘바위 거인’이 쓰러졌습니다!] [시련의 탑 11층이 개방됩니다!] [중간층이 공략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11층으로 가실 수 있는 플레이어는 오직 최초 공략자의 ‘허가’를 받은 플레이어들뿐입니다.] [다음 층을 정복할 때까지 남은 시간: 89D 23h:59m:59s]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바위 거인의 대검- ‘아머 브레이커’를 획득하셨습니다.] [바위 거인의 방패- ‘회색 심장’을 획득하셨습니다.] [코인 거래소 ‘쿠키백 프로모션(기간 한정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놀랄 만한 업적은 이틀 간 ‘명예의 전당’에 등재됩니다.] [고유능력 ‘1초 무적’을 획득하셨습니다.]무려 5개 레벨 상승.
거기에 보스 몬스터가 사용하던 아이템들까지 드롭되었다.
‘이 맛에 탑을 오르는 걸 포기하지 못했었지.’
힘든 과정을 통과했다는 성취감도.
새로운 곳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좋지만.
역시 가장 좋은 건 고생 끝에 뒤따라오는 보상이었다.
***
시련의 탑과 커뮤니티, 대형 길드의 정보부, 뷰튜브와 언론 및 수많은 매체까지.
그야말로 전 세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명예의 전당’에 오른 영상은 그야말로 상식을 초월한 수준이었으니까.
-수박맛코딱지: 얼마 전엔 강진혁 플레이어가 올린 영상 때문에 난리가 났는데, 이번엔 언노운이 내 마음에 돌을 던지네.
-노가다김씨: 그러니까. 난 고대종이랑 중간 관리자라는 게 있다는 거 이번에 처음 알았음.
-애플타르트: ㅇㅈ. 솔직히 그 영상이 최소 한 달은 1위 먹을 거라고 생각했지.
-zerokpl1005: 근데, 하……. 10층이라니ㅋㅋㅋㅋ. 언노운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임?
-미드 페이커: 사실 천장 부수고 10층까지 날아간 거. ㅇㅈ? ㅇㅇㅈ.
-남자에게참좋은: 진짜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고여 있다는 거겠지. 백날 골프장이나 들락날락 거리는 길드 놈들 좀 보고 배웠으면.
-세영언환: 층을 넘어설 수 있는 히든피스가 있다는 루머가 있긴 하던데…… 진짜로 실존했다는 건가?
-백수위에트수: 헐. 하긴. 듣고 보니 그런 히든피스가 존재해야만 이번 일을 설명할 수 있긴 한 듯.
-절규하는 다람이: 결계사라는 직업이 알고 보니 초특급 히든 직업 아니냐? 이쯤이면.
-설연의 20학번: 외국어 능력 뛰어난 사람은 앞으로 영어나 중국어가 아니라 고대 룬어를 배워야 됨.
-5252: 가슴이 웅장해진다.
-코카는 제로콜라: 그나저나 진짜 자강두천이다. 최상위 랭커라는 칭호는 저 둘이서 나눠 가진 것 같은데. 근데, 둘 중에 누가 더 셀까?
이어지는 칭찬 속.
한 시청자가 민감한 화두를 던졌다.
마치, 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혹은 메시와 호날두 중 누가 더 뛰어날까? 등등.
속에서는 수없이 고민하지만, 결코 꺼내서는 안 되는 말이다.
하지만, 제로콜라는 그 금기를 어겼고.
결국 커뮤니티는 미친 듯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주님 또 한 놈 보냅니다: 10층 클리어한 거랑 고대종 따위랑 비교하고 있네. 당연히 언노운이지. 나만 다른 영상 본 거냐?
-세상에 나쁜 개는 있다: 우리집 치와와한테도 물릴 놈이 고대종 길들이는 걸 우습게보고 있누. 가면 뒤에 얼굴이나 숨기는 음침한 놈을 어디서 강진혁한테 비비려고 함? 딱 봐도 천상계 VS 인간계 대결이구만.
-수박맛코딱지: ㅇㅈㅇㅈ. 아무리 그래도 강진혁이 해 온 업적이 더 많지. 10층까지 가는 자세한 과정을 보여 준 것도 아니고. 운일 확률이 더 높음.
-애플타르트: 다들 10층 보스가 무적 능력 갖고 건 알고 말하는 거지? 예전에도 선구자격인 랭커 몇이 공략에 성공해서 11층으로 갈 수 있었던 거라고 함. 공략법은 지금까지도 밝혀지지 않았고.
-AT&T대주주: 응 아니야. 그래도 강진혁.
-CCL5004: 응 맞아. 언노운이 더 위임.
-아우디오너: 적당히 해 찐따 새끼들아!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눈으로 댓글이 달리는 속도를 따라 잡기 힘들 정도였으니까.
‘이 정도면 거의 팬클럽끼리 싸우는 수준인데?’
커뮤니티를 훑어보던 진혁이 입맛을 다셨다.
제로콜라라는 아이디는 사실 진혁이 만든 부계였다. 적당히 불이나 지펴 볼까 하고 성냥개비를 들이밀었는데.
반응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강진혁과 언노운.
두 인물이 적절하게 경쟁하면서 각각 팬층을 모집하려고 계획한 게 정확히 들어맞은 셈이다.
‘둘 사이에 겹치는 부분 같은 건 편집 기술로 적절하게 주물러 주면 될 테고…….’
편집자도 없이 수많은 동영상을 직접 편집해 온 자신이었기에, 편집 기술만큼은 꽤나 자신 있는 축에 속했다.
어느 정도 반응을 확인한 진혁이 길게 기지개를 켰다.
어우야.
‘팔과 다리가 다 뻐근하네.’
간만에 10층의 보스를 상대로 날뛰었더니, 운동 한번 제대로 했다.
물론, [진태청화랑심법]을 운용한 덕에 피로 따위는 남아 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앓는 소리 한 번 정도는 해야겠지.
다른 사람들은 목숨까지 걸고 싸워도 결코 이길 수 없는 보스 몬스터를 쓰러뜨린 거니까.
잔뜩 엄살을 피우던 진혁이 이번엔 호텔 대리석 바닥 위에 늘어놓은 아이템들을 바라봤다.
‘아머 브레이커’와 ‘회색 심장’.
독식 효과로 인해 놈에게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들이 나왔다.
역시 이래서 기여도를 100% 먹을 수 있는 솔플이 최고인가 보다.
가장 맛있는 부위를 모조리 독식할 수 있었으니.
‘이게 아마…… 탱커 전용 아이템으로 기억하는데.’
진혁이 ‘탐식의 눈’을 통해 아이템을 살폈다.
[아머 브레이커]입수 난이도: SS
공격력: 2850
내구도: 550/580
무게: 105kg
효과: 상대가 지닌 전체 방어력의 30%를 무시합니다. 10번 연속 유효 공격을 적중시킬 경우 1초간 스턴 효과가 발동됩니다.
특징: ‘탱커’ 계열 전직을 완료한 플레이어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미궁에서 강화한 10강짜리 단검의 공격력이 280이었으니 무려 10배나 강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아이템이다.
어지간한 방어구는 일격에 분쇄할 수 있다는 뜻.
게다가 방어력 무시 효과와 스턴 효과는 가히 사기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이건 함부로 시장에 내놔선 안 되겠어.’
다른 플레이어들이 사용하기엔 지나치게 좋은 아이템이다.
‘나보다 좋은 걸 쓰는 건 죽어도 못 보지.’
암 그렇고말고.
코인을 얼마나 주든, 혹은 이에 걸맞은 다른 아이템을 주든.
위험 요소가 1%라도 존재한다면 피하는 게 정석이었다.
[회색 심장]입수 난이도: SS
방어력: 120,558
내구도: 1800/2000
무게: 200kg
효과: 물리 공격과 마법 공격에 각각 10%만큼 추가 방어력을 얻습니다. 적과 1:1을 할 경우 무게가 1시간 동안 30%만큼 감소합니다.
특징: ‘탱커’ 계열 전직을 완료한 플레이어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방패 역시 마찬가지.
무지막지한 방어력과 희귀한 효과는 탱커라면 영혼까지 팔아서 구하고 싶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만약 판다면 소장 욕구가 높은 신격들에게 넘겨는 쪽으로 해야겠어.’
그들이라면 소장품을 결코 플레이어들에게 넘기지 않을 테니까.
쓸데없는 경쟁자를 키울 위험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징검다리 역할을 맡아 줄 릭도 있겠다. 크게 문제될 건 없다.
‘그나저나 아이템도 그렇고 이번 레이드에서는 정말 얻은 게 많긴 하네.’
진혁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스킬들과 결계를 연계해 사용하며 다양한 조합을 연습해 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자주 오는 게 아니다.
무적이라는 특수한 환경 덕에 가능했던 유일한 기회였지.
그렇기에, 힘을 아끼지 않고 마음껏 스킬들을 난사할 수 있었다.
몇몇 조합은 꽤나 만족스러웠고 앞으로도 더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할 수 있으리라.
다음은 새로 고유능력. ‘1초 무적’이었다.
[1초 무적]내용: 10층의 보스 몬스터 바위 거인이 사용하는 무적 능력입니다. 단, 복사된 능력은 1초까지만 유지되며, 재사용까지 240시간이 필요합니다.
보스가 사용하던 상시 무적이 아닌 건 다소 아쉽긴 했다.
시간 초의 극단적인 제약이 걸려 있긴 했으나, 급박한 전투 시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
‘마지막으로…….’
진혁의 시선이 바닥의 한쪽으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보상인 ‘쿠키백 프로모션’은 2차 전직과 관련된 능력들을 배울 수 있는 곳에 쓸 수 있는 아이템이다.
이게 꽤 재밌는 게.
코인으로 관련 능력을 하나 구매해서 배우는 데 성공할 경우 그 코인을 고스란히 환불해 주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난이도가 극도로 높았기 때문에, 내로라하는 플레이어들도 두세 번 성공하는 게 한계였지만…….
‘그건 어중간한 놈들 이야기고.’
고인물에게.
아니, 썩은 물에게 이런 보상을 주면 안 된다.
한 번의 기회로도 모든 걸 싹 쓸어 버릴 테니까.
‘애초에 원 코인 클리어라는 말 자체가 이상한 거야.’
정말로 난공불락이라는 이름을 지키고 싶었으면.
단 한 번의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는 게 올바른 방법이다.
진혁이 30cm 길이의 종이를 반으로 찢었다.
[쿠키백 프로모션을 사용하셨습니다.] [2차 전직 관련 스킬들이 해금됩니다.(3성급 이하, 총 117개의 결계 관련 스킬들이 검색되었습니다.)] [1번 스킬을 배울 때 필요한 코인은 750,000코인이며, 습득에 실패할 경우 같은 액수의 코인을 지불하고 재도전 하실 수 있습니다. 단, 성공할 경우 750,000코인을 그대로 환급해 드립니다.] [기간은 24시간입니다.]연이어 나타는 상태창들.
그 옆에는 총 117개의 결계 관련 스킬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24시간이나 걸릴 필요도 없다.
“3시간 안에 끝내 주지.”
여유롭게 웃은 진혁이 첫 번째 능력을 열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