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12)
12화 미궁 리바린토스 (6)
[부정행위로 10명의 시청자가 적발되었습니다.] [해당 시청자들은 앞으로 한 달 동안 동영상을 시청하실 수 없게 됩니다.] [패널티로 인해 신체의 일부에 심각한 데미지가 주어집니다.] [2회 적발 시, 해당 시청자는 영구히 퇴출됩니다.]사지가 마비될 수도 있고. 시각이나 미각을 잃을 수도 있다.
재수 없으면 더 중요한 부위가 영영 기능을 상실해 버릴지도 모른다.
규칙을 어긴 패널티는 그만큼 가혹했다.
“뭐,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이거.”
박하나가 말을 더듬거렸다.
얼굴에는 식은땀이 맺혔다.
지금까지, 철저하게 관찰하고 계획은 세웠던 건 자신인 줄 알았다.
아니, 오롯이 자신 하나여야만 했다.
그런데.
대체 어째서.
그동안 준비한 회심의 카드들이 모조리 읽히고 있단 말인가.
“당신, 정체가 뭐야?”
“그건 알아서 뭐 하려고?”
“그, 그거야! 모든 게 말도 안 되니까! 이건 마치…….”
이건 마치 마음을 읽고 있거나.
‘모든 걸 경험해 본 사람 같잖아.’
박하나는 차마 뒷말을 잇지 못했다.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기존에 알고 있던 모든 상식들이 무너질 것 같았기에.
그리고 물론.
진혁은 그 질문에 답해 줄 생각도 없었다.
“말해 줘 봤자 알지 못할 거다.”
[시련의 탑]에서 활동했던 닉네임을 말하든.그곳에서 했던 업적을 말하든.
기억해 주는 사람 따위는 없다.
오래 전 망해 버린 게임의 고인물.
모두가 떠나 버린 세계를 부유하던 최후의 플레이어가 바로 나였으니까.
그때였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고유 능력 ‘교감(C)’을 복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복사된 스킬은 ‘세계의 기억’에 저장됩니다.] [교감입수 난이도: C
다른 생명체에게 친근감을 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처음 만난 경우에도 해당됩니다. 단, 능력의 레벨이 낮을 경우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눈앞에 복사가 완료되었다는 상태창이 나타났다.
박하나를 제외한 모두가 사라진 덕분이었다.
‘좋아. 결국 손에 넣었군.’
진혁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성장형 고유 능력.
지금 당장은 C등급이지만,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B…… A 그리고 그 이후까지도 말이다.
게다가.
이 능력을 손에 넣으려고 한 건 단순히 교감 그 자체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가 특별했던 이유.’
‘내가 탑의 마지막 층까지 갈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단순히 스킬을 복사하는 것만이 아닌.
복사한 스킬들로 고차원의 새로운 스킬을 융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의 기억’에 있는 능력을 불러오겠다.”
진혁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불러올 능력은…….
‘불의 원소’와 ‘교감’.
이렇게 두 가지다.
화르륵!
왼손에 여러 줄기의 불꽃이 치솟았다.
우우우웅!
그리고 오른손엔 황금색 빛이 일렁였다.
‘교감’은 수속성 계열의 능력과 융합할 경우 교감의 효과를 2배 가까이 증폭시킬 수 있다.
‘나쁘진 않지.’
채찍보단 당근에 가깝다고 해야 하나?
험악한 분위를 조성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을 테니까.
반면.
‘교감’을 화염계열의 능력과 융합할 경우 ‘낙인’을 만들 수 있다.
정신적으로 무너진 대상에 한하여 완전한 굴종을 강요케 하는 낙인을.
파츠츠츠!
왼손과 오른손이 맞닿자 눈부신 스파크가 일어났다.
[융합에 성공했습니다!] [스킬 ‘염혼의 낙인(A)’을 획득하셨습니다!] [염혼의 낙인입수 난이도: A
내용: 대상에게 ‘낙인’을 새깁니다. 낙인이 새겨진 대상은 시전자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하며, 시전자에게 해를 끼치는 어떠한 행위도 해서는 안 됩니다. 이를 어길 경우 끔찍한 고통과 함께 전신이 발화합니다.]
영혼에 낙인을 새길 수 있는 저주받은 불꽃.
두근! 두근! 두근!
진혁의 심장이 빠르게 고동쳤다.
새로운 스킬들을 모을 때마다 차오르는 고양감.
‘그래. 바로 이거지!’
이 만족감과 흥분 때문에 ‘융합’이란 고유 능력을 선택했다.
모두가 하나뿐인 능력에 의존할 때.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능력들을 아우를 수 있었으니까.
‘이제 겨우 시작이야.’
탑의 정상까지 오르려면 아직도 모아야 할 능력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음?”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진혁의 감각에 무언가 잡혔다.
곧바로.
쿵! 쿵! 쿵! 쿵!
지축을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크오오오!”
익숙한 짐승의 포효 소리가 들렸다.
‘맞다. 저 녀석이 있었지?’
너무 익숙해져서 그만 잊고 있었다.
이 미궁에서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는 또 다른 존재에 대해서.
***
“또, 또! 저 괴물 녀석이 오다니.”
박하나가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뼛속까지 스며든 공포심.
박하나에게 있어 미노타우르스란 재앙과도 같은 존재였다.
도망가야 한다.
지금 당장.
하지만…… 어디로?
유일하게 미궁을 빠져나갈 길을 알고 있는 진혁은 허공을 보며 실실 웃고만 있었다.
‘뭐가 그리 좋은 거야 대체!’
욕설이 목구멍까지 솟구쳤지만, 지금 당장은 이 자리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였다.
“싸우실 거면 전 빠져 있을 테니, 어디로 가야 하는지 만이라도 알려주세요.”
진혁은 지금까지 전투 중에 일행들이 말려들지 않도록 가야 하는 방향을 미리 알려주곤 했었다.
이유는 모른다.
아마 걸리적거리는 게 싫었던 거겠지.
뭐가 됐든.
중요한 건. 이 싸움에 휘말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내가 왜 그걸 알려줘야 하지?”
진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왜냐니…… 지금까지는…….”
“지금까지는 너한테서 필요한 게 있어서 지켜줬던 것뿐이고.”
이제는 아니다.
복사 조건이 충족 돼 이미 목적을 이뤘으니까.
미궁 속을 헤매다 굶어 죽든.
함정에 당하든.
도와줘야 하는 이유가 단 한 가지도 없다는 뜻이다.
“나, 날 버리겠다는 건가요? 여기서?”
“실연당한 것처럼 그런 표정 짓지 마. 우리 사이야 처음부터 죽고 죽이려던 관계 아니었어?”
누가 보면 동고동락한 동료인 줄 알겠네. 틈만 보이면 암습이나 가했던 주제에.
진혁이 냉정하게 선을 긋자 박하나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자, 잠깐만요! 후회할 거예요. 제, 오빠가 이 사실을 알면……!”
“오빠라…….”
왜 그 이야기가 안 나오나 했다.
박하진이 있는 검은 까마귀 길드에서 보복할 거라는 협박이.
스릉!
진혁이 단검을 꺼내들었다.
츠츠츠.
마력이 실리자 눈이 시릴 정도의 예기가 뿜어져 나왔다.
“진짜 우습게 보이긴 했나 보네.”
지금까지는 간극 스탯을 올리느라 피하는 것 위주로 상대했다.
지켜보는 입장에선 정면승부가 안 되니 미꾸라지처럼 이리저리 도망만 치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그러니…….
“거기서 똑똑히 지켜봐. 그 멍청한 길드와 나. 둘 중에 어느 쪽을 두려워해야 하는지.”
“그게 무슨?”
박하나가 되물었지만, 진혁은 이미 자리에서 사라진 뒤였다.
타악!
나타난 곳은 질주하는 미노타우르스의 머리 위였다.
위에서.
아래로!
단검이 거대한 황소의 후두부로 향했다.
콰아아앙!
“크아아아!”
고통스러운 비명.
성유물 이하로는 상처를 입지 않는다곤 하나, 그렇다고 통증까지 없는 건 아니다.
10강짜리 무기에, 정확한 타점을 노린다면…….
상대의 속을 뒤집어 놓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그동안 간극을 올린 보람이 있군.’
처음 만났을 때는 꽤나 아슬아슬했다.
미노타우르스가 워낙 빠른 데다 공격 범위도 넓었고.
이쪽은 체력적인 문제도 있었다.
기껏해야 20여분 상대하는 게 고작이었지.
그러나.
열흘 동안 무수히 많은 실전 경험과 스탯을 올려 둔 덕분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부우우웅!
진혁이 고개를 슬쩍 기울이는 것으로 도끼를 피했다.
동시에.
[Lv1 ‘불의 원소’가 발동됩니다!]3갈래로 나뉜 불줄기가 미노타우르스의 안면에 작렬했다.
퍼퍼펑!
고막을 찌르는 폭발음과 탄내가 어우러졌다.
직격이다.
“크오오!”
비틀 하고.
미노타우르스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정신을 차리지 못 하게 계속해서 몰아쳐야 해.’
어차피 죽일 순 없다.
그렇다면…….
그와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주면 될 뿐.
카카각!
카카카카칵!
단검이 관절 부위를 좌우로 그었다.
발목부터 무릎까지.
철저하게 몸을 지지하는 버팀목을 노렸다.
“크아아아아!”
폭풍처럼 몰아치는 공격에 미노타우르스가 양 팔을 마구 휘저었다.
물론, 그런 눈먼 공격에 맞아 줄 진혁이 아니었다.
단검을 회수한 뒤, 곧장 거리를 벌렸다.
부웅!
다시 한 번, 도끼가 허공을 갈랐다.
“너무 격하게 날뛰지 마. 근육 붙으면 육질 질겨진다.”
소고기 투플은 마블링이 생명인 거 몰라?
진혁이 이죽거렸다.
“크오오! 크오오오오!”
미노타우르스가 발을 구르며 화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적중해도 숨통을 끊을 수 있는데.
어찌 된 일이지 그 한 번이 미친 듯이 어려웠다.
콧김을 뿜는 미노타우르스를 보며, 진혁의 입 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조금만 더 도발하면 되겠는데?’
거의 다 왔다.
저 녀석이 마지막 카드를 사용할 그 순간이.
그리고 예상했던 것처럼.
계속되는 도발에 한계점을 넘은 미노타우르스가 고유 능력을 발동했다.
[미궁의 가디언이 Lv10 ‘광폭화(狂暴化)’를 발동합니다!] [지금부터 5분 동안 미노타우르스의 공격력과 공격 속도, 이동 속도가 30%만큼 상승합니다!] [일시적으로 지능이 상승합니다.] [언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됩니다.]우드득!
우득!
근육이 터질 듯이 팽창하고 두 눈이 붉게 물들었다.
족히 3배 가까이 커진 덩치.
거대한 도끼가 손도끼처럼 작게 보일 정도였으니…….
그 위압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이, 이걸 어떻게 이겨.”
박하나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완전히 다리에 힘이 풀려 버린 탓이다.
‘저 남자도 이번만큼은 안 돼. 아예, 승산이 없어.’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발악해 봐야 소용없다는 걸.
***
저릿! 저릿!
진혁 또한 피부에 찌릿한 느낌을 받았다.
압도적인 마력이다.
하긴.
본래라면 탑의 5층 이상에서나 만나야 할 몬스터였으니까.
그런 놈이 전력을 다하는 이상 1레벨짜리 플레이어에게 승산 따위는 없다.
만약 이곳에 있는 플레이어의 수가 수백 명이라 할지라도.
혹은 수십 명의 고인물들이 모였다고 할지라도.
“인간! 아주 갈기갈기 찢어서 미궁의 입구에 흩뿌려 놓도록 하겠다. 다시는 네놈처럼 겁대가리를 상실한 놈들이 이곳에 침범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미노타우르스가 으르렁거렸다.
철컹!
도끼가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유형화된 마력이 미궁 안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흙이 타들어가고 공기 중의 수분이 메말랐다.
하지만.
“흐음. 나쁘지 않네. 마력 운용이 오히려 예전보다 더 나아진 느낌이야. 그래도 전격 쪽 보다는 토속성을 쓰는 게 더 좋지 않아? 효율적인 측면에서 그 편이 더 나을 텐데?”
진혁은 그 압박감조차 즐겼다.
아무리 강력하고 빠른 공격이라도, 맞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리고 진혁에겐 그걸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경험이 있었다.
“그건 자신감이 아니다. 인간. 만용이자 오만이지.”
만용……에 오만이라고?
송아지 주제에 어려운 단어를 다 쓴다.
호주산인가.
“글쎄. 내가 볼 때 오만한 건 내가 아니라 네 녀석 같은데?”
“호오? 왜 그렇게 생각하지?”
“광폭화. 그거 사용하면 안 되는 거잖아?”
지금까지 녀석이 이 능력을 아껴 뒀던 건 다 이유가 있다.
5분간은 엄청난 힘을 사용할 수 있지만, 그 이후에 24시간 동안 움직일 수 없게 되는 패널티.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걸 알고 있구나.”
미노타우르스가 조금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아주 잠시뿐이었다.
“허나 그 시간동안 네놈이 도망 다닐 수 있을 것 같으냐?”
5분은 긴 시간이다.
특히나 이런 좁은 통로에서라면 더욱더.
“누가 그래? 내가 도망만 다닐 거라고?”
검신을 따라 불꽃이 흐드러졌다.
일렁이는 화염.
그 끝에서.
화르르륵!
진혁이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