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127)
127화. 고인물이 축제에서 우승하는 법 (4)
도난품이 발생했지만, 엘프들 중에서 누구도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보초와 내부에 겹겹이 펼쳐져 있는 보안용 결계를 맹신한 탓이다.
‘적어도 몇 시간 정도는 괜찮겠지.’
아무리 빨리 눈치채도 그 정도는 걸릴 거다.
진혁이 열심히 손을 움직였다.
축제의 또다른 하이라이트인 요리.
이곳에 온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선, 이것까지 완벽하게 끝내야 한다.
[Lv3 ‘이세계 식당’이 발동됩니다!]입맛이 다른 종족이라고 하더라도 만족시킬 수 있는 스킬.
요리에 대한 이해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하자, 진혁의 손놀림 또한 더욱 화려해졌다.
각종 야채와 채소들이 순식간에 다듬어졌다.
탁! 탁! 탁! 탁!
코인 거래소에서 구입한 도마와 식칼, 냄비 등 각종 요리 기구들 또한 톡톡히 제 역할을 했다.
[촉촉한 콩고기]미슐랭 별점: ★★★★
내용: 흰 콩과 올리브유로 만든 식물성 고기. 곁들여진 로즈마리 소스와의 환상적인 궁합은 장인의 솜씨를 여과 없이 발휘한 걸작입니다!
통상적으로 별 1개가 ‘먹을 만한’ 음식으로 취급된다.
흔히 길가에서 먹는 닭꼬치나 컵밥, 우동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2개는 근사한 레스토랑이나 일식집에서의 코스 요리 정도.
간만에 목에 힘 빳빳하게 주고 지갑에서 생색을 낼 때 먹는 음식을 떠올리면 된달까?
그리고 3개 이상부터는 미식가들도 엄지를 치켜세우게 만든다.
그런데 별이 4개가 넘는다?
이건 집 나간 공작가의 망나니 막내아들도 하루아침에 돌아와 성인군자로 만들어 버리는 수준이다.
아예 차원이 다른 맛과 중독성을 지니고 있다는 뜻.
오물오물거리는 입들.
“오오!”
“하아…….”
“크으.”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스킬을 발동한 데다 실비아와 엘리스가 보조로 도와주고 있음에도 만드는 속도가 먹는 속도에 십분의 일도 따라가지 못했다.
번개처럼 비워지는 나뭇잎 그릇들이 산처럼 쌓여 갔다.
요리가 나오기 무섭게 속속 엘프들의 입으로 사라졌다.
“너무 맛있어…….”
“나도야. 앞으론 다른 음식 절대 못 먹을 것 같아. 어떡하지?”
“진혁 님한테 계속 우리 마을에 남아 있어 달라고 부탁하면 안 될까?”
“안 되면 납치라도 하자. 마침, 우리 집 지하에 빈 공간이 있는데…….”
“좋아, 좋아. 인간들은 군만두를 좋아한다고 했으니 평생 그것만 먹이고 요리를 만들게 시키는 거야.”
뭔가, 대화의 내용이 뒤로 갈수록 무서워졌다.
그만큼 욕구를 절제하며 자연친화적으로 살아오던 엘프들에게 있어, 진혁이 만든 요리는 마약처럼 다가왔다.
화룡점정은 진혁이 땀을 뻘뻘 흘리며 만든 버섯 요리였다.
[산성버섯 그라탕]미슐랭 별점: ★★★★★
내용: 매우 다루기 어려운 식재료인 ‘산성 버섯’. 하지만, 만약 적절한 조리법을 통해 요리로 만들 경우, 탑에서도 손꼽히는 미식 재료로 재탄생할 수 있습니다. 지금 만든 이 요리는 그 모든 과정을 실수 없이 진행해 만든 하나의 걸작입니다.
나뭇잎을 4개 방향에서 말아 소스가 흘러내리지 않는다.
먹는 이에 대한 섬세한 배려심이 느껴지는 디테일함이었다.
옆에서 요리를 돕던 실비아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놀라움을 넘어선 경외감.
이제는 상대의 진짜 정체가 인간이 맞긴 한 건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진짜 대단하긴 하시네. 이건 조리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버섯인데…….’
처음에 ‘산성 버섯’을 요리한다고 했을 땐. 장난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 누가 독 덩어리를 먹겠다는데, 수긍하겠는가?
그러나 그 모든 걱정은 진혁이 칼을 잡는 순간, 눈 녹듯 사라졌다.
이건…… 예술의 경지다.
그리고.
이 상황이 당황스러운 건 엘리스도 마찬가지였다.
‘으음. 가주들의 전속 요리사들 중에서도 저걸 다루는 놈은 없었는데…….’
탑의 절대자 중 하나.
엘리스 역시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것들을 보고 겪었다.
허나, 그 중에서 그 누구도 산성 버섯의 독을 깔끔하게 제거한 이는 없었다.
‘전투 능력만 터무니없는 줄 알았는데, 악기도 잘 다루고 요리까지 잘한다라.’
엘리스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뒤틀렸다.
역시.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때 진혁과 계약하기로 한 건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뭐, 내 계약자라면 당연히 저 정도는 돼야지.’
암. 그렇고말고.
자신과 어울리려면 당연히 진혁 역시 인간 중에서 최강자여야 했다.
엘리스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한바탕 크게 마력을 쏟아 부은 터라 진혁의 피를 실컷 뽑아낼 생각이었는데.
모두에게 인정받는 걸 보니, 조금은 살살해 줘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동시에.
진혁은 알 수 없는 한기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
시끌벅적했던 축제도 밤이 깊어지자 조용해졌다.
모두들 잠에 취해 그 자리에 쓰러졌다. 남은 건 꾸벅꾸벅 졸면서 경계를 지키고 있는 레인저 몇이 전부였다.
물론, 그마저도 얼마 버티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새벽과 아침의 경계가 흐려질 무렵.
진혁은 자고 있는 엘리스를 깨웠다.
“으……응?”
엘리스가 반쯤 감은 눈을 살포시 떴다.
그러다 깨운 상대가 진혁이란 걸 깨닫고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뭐야? 설마 이 시간부터 요리 재료를 손질하라는 건 아니겠지? 지금 몇 시기에…….”
“새벽 4시야.”
진혁이 싱긋 웃으며, 한 마디 덧붙였다.
“사람이든 엘프든 방심하기 가장 좋은 시간이지.”
“방심이라고?”
“그래. 사실 우리 고구마가 작은 사고 하나를 쳤거든. 그래서 슬슬 빠져나가야 해. 날이 밝으면, 발각될 확률이 높으니까.”
“모기……! 모기 모기!”
진혁 옆에 있던 고구마가 열심히 자신을 변호하려 했다.
노란 눈을 연신 깜빡였다.
하지만, 진혁은 그 애처로운 변명을 단칼에 무시했다.
동굴 안에서 고구마가 어금니와 송곳니를 훔칠 수 있게끔 결계를 해체한 건 사실이었으나.
그건 아디까지나 발판을 마련해 준 것뿐.
최종적으로 성유물을 가지고 나온 건 고구마다.
“쉿!”
“모, 모기…….”
어차피 고대종의 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없을 테니, 이 일은 영원히 무덤 속에 간직할 수 있을 거다.
“몰래 빠져나가다 엘프들한테 걸리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이 녀석들 추격이 끈질기다고 하지 않았어?”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래서 어젯밤 음식에 숙면에 좋은 야채와 채소들을 잔뜩 넣어 뒀으니까.”
엘프의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맥 상추’와 ‘5색 이파리’.
모두 불면증을 해소하는 데 사용되는 식재료다.
거기에, ‘이세계 식당’으로 인해 각각의 효력을 더욱 증폭시켰으니.
엘프들은 해가 훤히 뜰 때까지 꿈나라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다.
“……진짜 기가 막히네. 완전 범죄를 위해서 엘프들한테 후한 식사를 대접했다는 거야?”
음…….
본래 목적은 그게 아니라 정말로 으쌰으쌰 잘 지내 보자는 의미였지만.
상황이 묘하게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게 됐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 잘못이 아니라 우리 귀염둥이가 한 실수를 커버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된 거야.”
“하아. 아무리 봐도 고대종보다는 네가 벌인 짓 같지만, 이제 와선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겠지.”
“뭐, 그런 셈이지. 아무튼 축제는 여기서 끝이야. 그러니 이만 반지로 들어와. 바깥 구경이야 나중에 또 시켜줄 테니까.”
“알겠어. 아쉽지만 어쩔 수 없겠네.”
엘리스가 천천히 주위 풍경을 살폈다.
바깥에서 현현해 있으려면, 마력 소모가 심하다는 걸 알기에 더 이상 떼를 쓸 순 없지만.
잠시 나와 있는 지금이라도 이 풍경을 두 눈에 담아두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조차 아주 잠시뿐이었다.
[브라함의 반지가 종속된 혼을 흡수합니다.]엘리스의 모습은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이제 가야 할 시간이다.
진혁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에 다시 보자고.’
곤히 잠들어 있는 하급 레인저인 실비아와 장로 펜하임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여전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코스프레를 한 테슬론에게도 경의를 표했다.
미운 정이라도 들었는지 이 얼음 같은 엘프도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그걸 끝으로.
진혁은 길었던 엘프들과의 작별을 고했다.
축제가 열리는 장소에서 벗어나자 걸음이 한층 빨라졌다.
혹시라도 뒤늦게 따라붙을 추격대를 고려한다면, 최대한 멀리 가야 한다.
‘검마제왕보’까지 사용한 터라 주위의 풍경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투욱……. 탓!
나뭇가지에 발이 닿는 찰나 몸은 그다음 나무를 향해 질주했으니…… 당연히 빠를 수밖에.
그렇게 전력을 다해 달린 지 얼마나 됐을까?
마침내 숲의 외각 경계에 도달할 수 있었다.
여기서부턴 엘프들이 추격을 포기하는 한계점이다. 다시 말해 이제 완전히 안전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때였다.
잠자코 있던 엘리스가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이대로 가도 괜찮아? 혹시라도 중화 길드 쪽 녀석들이 이곳에 다시 오면, 엘프들로선 막을 방법이 없을 텐데?]호오.
의외로 날카로운 부분을 찌른다.
이곳에서 크게 한 방 먹은 이상, 중화 길드에서도 쉽게 생각하진 못할 테지만.
혹시라도 복수하겠다고 이를 갈며 무림까지 끌어들였다간 일이 골치 아파진다.
현재 엘프들의 전력으론 도저히 그들을 막아낼 수 없을 테니까.
결국, 이전의 비극이 또 다시 반복될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경우의 수는 진혁 또한 예상하고 있던 바였다.
진혁은 전투가 끝난 이후 숲을 돌아다니며, 이곳을 지킬 방법에 대해 강구해 둔 상태였다.
어느 정도 밑 준비도 해 뒀고.
“있어 봐.”
싱긋 웃은 진혁이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그러자 바로 그 순간.
[8성급 결계 ‘대군요새(對軍要塞)’ 가동됩니다!] [3성급 결계 ‘차원 단절’이 발동합니다!] [3성급 결계 ‘기문둔갑(奇門遁甲)’이 펼쳐집니다!]푸른 상태창과 함께 지면을 따라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졌다.
숲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결계.
무려 3주에 걸친 대공사가 그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화든 무림이든 절대 이곳을 넘볼 순 없어.”
설령 남궁천이 직접 이곳에 온다고 하더라도 어림도 없다.
“내 거는 내가 확실하게 지킬 테니까.”
***
시련의 탑 3층에 있는 ‘증오의 성당’.
현재 이곳엔 30명이 넘는 마인들이 모여 심각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빌어먹을.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갑자기 11층이 개방되다니.”
“언노운…… 그 망할 놈 때문이겠지. 정말이지 움직이는 족족 우리 일에 고춧가루만 뿌려 대는군.”
“예상외의 일이지만, 어떻게든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불평한다고 해결될 일은 없어요.”
“닥쳐! 그걸 누가 몰라서 그러는 줄 알아? 답이 없으니까 이러고 있는 거 아냐? 답이 없으니까!”
“이대로 성물을 잃을 순 없어. 계속해서 그분을 실망시켰다간 우리 전부 다 끔찍하게 죽을 거라고!”
그렇다.
모두가 열을 내고 있는 이유는 11층이 개방됨에 따라 11층에 숨겨져 있는 성물을 얻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곳엔 10층의 보스 몬스터를 제거한 언노운과 그의 허락을 얻은 플레이어들만이 입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골치 아프게 됐군.’
마인 협회의 최고 간부 중 하나이자 원탁의 한켠을 책임지고 있는 랭커.
랜슬롯이란 이명(異名)을 지닌 호센벨트는 미간을 구긴 채 상념에 잠겼다.
‘이제 와서 언노운을 회유한다는 건 불가능하겠지.’
그렇다고 7층부터 9층까지 차근차근 밟아 가자니 그건 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가장 골치 아픈 10층의 보스가 쓰러졌다고 하더라도 무리야.’
11층에 있는 성물은 층의 개방 후 정확히 일주일 동안만 모습을 드러내며, 그 이후엔 더 높은 층으로 위치를 옮기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 상황.
시간이 없다.
뾰족한 방법 또한 없다.
‘일이 이토록 꼬일 수도 있단 말인가.’
그런데 호센벨트가 한숨을 내쉬던 바로 그때였다.
파츠츠…….
성당 입구 쪽에서 이질적인 마력이 느껴졌다.
짙은 위화감이 배어 있는 마력이다.
이곳에 있는 마인들 중 그 누구도 느끼지 못했지만, 랜슬롯만은 희미한 마력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이건…… 설마?’
호센벨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무언가 온다.
그것도 매우 빠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