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데카서스 가(家)의 사냥개들 (1)
“네 녀석이 강진혁이라는 놈이겠구나.”
“제법 반반하게 생겼네. 게다가 흐응. 이게 뭐야? 저 녀석. 왜 이렇게 피 냄새가 달짝지근한 거지?”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와 들뜬 목소리가 대비됐다.
아이스 트롤들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눈부신 백발과 붉은 눈동자를 갖고 있는 한 쌍의 남녀였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들이 누군지는 뻔했다.
뱀파이어의 혈족들.
정확히는 얼마 전, 주주총회에서 멜레나가 언급했던 데카서스 가의 혈족들이 틀림없었다.
부르르……!
브라함의 반지가 격렬하게 떨렸다.
[말리지마! 저 자식들……! 데카서스의 버러지들! 당장 나가서 모조리 죽여 버리겠어!]봉인이 되어 있어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엘리스가 당장이라도 뛰쳐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엘리스를 내보냈다간, 변수가 너무 커진다.
혈족들과 전투가 가능할 정도로 봉인을 느슨하게 했다간, 마력 소모가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할 테니까.
‘저 녀석들이 어느 정도 준비를 해 뒀는지 알기 전까진, 엘리스를 내보내는 것보다 내가 직접 상대하는 게 더 나아.’
정면으로 맞붙어줄 경우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혹여 전투가 장기화되거나 저쪽에서 도주라도 할 경우엔 골치 아파질 터.
마력을 최대한 아껴야 한다.
진혁이 천천히 두 사람의 위아래를 훑었다.
‘탐식의 눈’은 비교적 마력 소모가 낮았지만, 그마저도 함부로 사용할 순 없었다.
특히, 상대와의 레벨 격차가 심하거나 강할수록, 요구되는 마력 값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의 정보를 파악해야 하니 아예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
‘둘 중에 어느 놈을 봐야 하려나…….’
상대적으로 강한 자와 덜 강한 자.
복사할 가능성이 있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
고민은 길지 않았다.
진혁이 고른 건 남자 쪽이었다.
‘탐식의 눈’이 상태창을 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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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리오르다 베르티온
성별: 남
나이: 1082세
레벨: 108
힘 32 민첩 36 체력 33 마력 45 암흑 투기 50
보유한 스탯 포인트: 0
고유 능력: 블러드 캔슬(Blood Cancel)
스킬: Lv16 ‘블러드 스피어’, Lv16 ‘혈옥(血獄)’, Lv15 ‘블러드 쉴드’, Lv15 ‘메모라이즈 텔레포트’, Lv15 ‘암흑 투기’, Lv14 ‘마력 흡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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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 조건: 뱀파이어 하면 역시 피를 쪽쪽 빨아야 제 맛! 상대의 목에 빨대를 꼽고 피를 100mg이상 섭취할 경우, 상대가 갖고 있는 고유 능력을 복사할 수 있게 됩니다.] [사망 플래그 대사를 4개 이상 말하고도 살아남을 경우, 상대가 갖고 있는 스킬 중 하나를 복사할 수 있게 됩니다. 단, 대사는 상황에 어울려야지만 인정되며 각각의 대사를 말할 때마다 보유하고 있는 고유 능력이나 스킬이 하나씩 봉인됩니다. (제한 시간: 96h:00m:00s)]“빌어먹을.”
상태창을 읽던 진혁이 얼굴을 와락 구겼다.
대략적인 정보를 얻는 것까진 좋았으나, 복사 조건이 또다시 지랄이 났다.
이건 어떻게 된 게 갈수록 상상을 초월하는 내용들이 튀어나오냐?
‘내가 흡혈귀도 아니고. 피를 100mg이나 빨라고?’
가끔 어르신들이 몸보신한다고 사슴피 같은 거 먹기도 하지만, 그건 비위가 강한 사람들의 이야기고.
‘나는 사절이다. 무엇보다 피를 매개체로 하는 블러드 캔슬 능력이 그 정도로 탐나지도 않아.’
무엇보다 남정네의 목덜미를 깨물 바에야 내 혀를 깨물고 죽는 게 낫다.
하지만…….
또 다른 복사 조건엔 구미가 당겼다.
베르티온이 갖고 있는 스킬 중에 한 가지 쓸 만한 게 있었다.
난전이나 장기전에 큰 도움이 되는 스킬이.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사망 플래그 대사 4개라…….’
확실히 궁지에 몰려 있는 와중에 저런 대사를 내뱉고 살아남기란 쉽지 않겠지.
더욱이 한 가지 대사를 말할 때마다 고유 능력이나 스킬이 랜덤으로 봉인되는 조건은 굉장히 성가셨다.
그러나 그 모든 걸 감수하고서라도 ‘저 스킬’만큼은 반드시 손에 넣고 싶었다.
진혁이 고민하고 있을 그때였다.
“왜 대답을 하지 않는 거지? 설마, 너무 무서워서 굳어 버리기라도 한 것이냐?”
베르티온이 재차 입을 열었다.
복사 조건을 확인하느라 잠시 한눈을 팔던 진혁이, 공포로 인해 굳어 버렸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 미안, 잠시 뭐 좀 확인하느라고.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였더라?”
“네 녀석이 강진혁이냐고 물었다.”
음.
여기서 천유성이라고 둘러대면 통하려나? 솔직히 말해 그 녀석을 파는 게 제일 편하긴 한데.
잠시 고민하던 진혁이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 녀석도 적당히 팔아먹어야지. 이러다가 어느 날 으슥한 밤에 찾아올지도 모른다.
“맞아.”
진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자 베르티온의 입 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내 이름은 ‘리오르다 베르티온’. 데카서스가에 소속된 혈족이다. 너희 인간들은 흔히 우리를 뱀파이어라고 부르는 걸로 알고 있으니, 이편이 더 친숙할 지도 모르겠구나.”
“오필리아라고 해. 이 무뚝뚝한 녀석이랑은 같은 소속이지.”
두 사람이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베르티온과 오필리아.
두 녀석 다 회랑에서 만났던 아타락시아 가문의 혈족들보다 훨씬 강하다.
개개인이 보유한 레벨과 스탯부터 몸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마력까지 전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애초에 엘리스와 그녀를 따르는 혈족들은 오랫동안 유배되어 있느라 힘이 약해진 데다, 두 가문이 갖고 있는 전력 차이도 한 몫 거든 탓이겠지.
“데카서스 가의 뱀파이어들이라…….”
“별로 놀란 눈치는 아니로군.”
“뱀파이어를 만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거든.”
반지 속에서. 아주 지독한 뱀파이어 하나를 키우고 있지.
일반적인 뱀파이어들이 모기라면 엘리스는 3색 줄무늬가 있는 아디다스 모기라고 해야 할까?
청바지마저 꿰뚫는 침을 갖고 있으니, 그야 말로 뱀파이어계의 TOP다.
“역시……! 네 녀석이 회랑에 유배되어 있는 배신자를 숨겨 주고 있던 게 맞았구나!”
“떠본 게 맞아떨어진 척 으스대지 마. 이 정도로 대비를 해 뒀다는 건 의심이 아닌 확신 수준이라는 뜻일 텐데, 어디서 ‘역시 내 예상이 맞았군.’ 이런 말투로 이죽이냐?”
“……뭐, 뭐라고? 네…… 네놈! 지금 감히 지금 누구에게……!”
베르티온이 말을 심하게 더듬었다.
정곡을 찔린 탓일까? 아니면 고작 인간 따위에게 이토록 대놓고 한 방 먹은 적이 없어서 그런 탓일까?
확실한 건 백옥처럼 흰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는 사실뿐이다.
“후후. 당돌한 인간이네. 확실히 먹어치우는 맛이 있겠어.”
이번엔 오필리아가 끼어들었다.
아까보다 더욱 흥미가 동했는지, 붉은 눈동자가 연신 반짝였다.
저 표정…….
어디서 봤던 건데.
마치, 처음 엘리스를 만났을 때 피가 맛있다며 협박을 하던 그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젠장, 이놈의 뱀파이어라는 것들은 어떻게 된 게 하나같이 사람을 도시락 취급이나 하는 건지 모르겠다.
“어때? 나와 함께 가면, 목숨만은 살려 줄게.”
오필리아가 살며시 손을 뻗었다.
가늘고 긴 손가락이 만개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저걸 잡았다간 지옥행 특급열차다.
“전용 혈액팩으로 살라. 뭐 이런 뜻인가?”
“그래도 죽는 것보단 그 편이 낫지 않겠어?”
“정중히 사양할게. 개인적으로 뭐든 주는 쪽보다 뺏는 쪽이 취향이라서 말이야.”
“후회할 텐데…….”
“글쎄. 저번에도 비슷한 제안을 받은 적이 있는데, 후회하는 쪽은 내가 아니라 상대더라고.”
그런 제안을 했던 녀석이 1,000짜리 황궁에서 살다가 지금은 0.01평짜리 방구석 셋방살이 신세로 전락했지 아마?
“아쉽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오래오래 두고 먹고 싶었지만, 1회용 식사로 끝내는 수밖에.”
오필리아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분위기가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폭풍 전야 같은 고요함이 맴돌았다.
이제 누군가가 움직인다면, 대대적인 학살이 자행될 것이다.
꿀꺽!
“으으으…….”
“젠장.”
숨을 죽인 채 기다리던 플레이어들의 얼굴이 시커멓게 썩어 들어갔다.
워낙 공포에 질린 탓에, 무슨 이야기가 오고가는지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으나.
둘 사이의 대화가 끝나는 순간. 이곳에 있는 모두는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자신들의 생명이 이제 잠시 뒤에 끝난다는 것을.
‘살 수 없어.’
‘끝이야.’
‘비, 빌어먹을. 무슨 저런 괴물들이 이런 곳에…….’
무려 3자리 수의 레벨을 보유한 혈족들이 풍기는 살기는, 이제 막 7층에 들어온 B급짜리 플레이어들이 견딜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죽는다.
틀림없이 죽는다.
설령, 바로 앞에 있는 진혁이 S급이라 한들. 저 괴물들을 상대론 어림도 없었다.
전신에 가해지는 압박감은 지금까지 만났던 그 어떤 존재보다 무거웠으니까.
***
진혁은 아이스 트롤들이 서서히 포위망을 좁히는 걸 바라봤다.
그러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시작하기 전에 나도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
“곧 죽더라도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인가 보군. 좋다. 마지막으로 물어 보거라.”
“숲에서 단군 길드의 플레이어들을 순차적으로 사냥한 것도 너희가 꾸민 짓이냐? 바위에 문양을 새겨 둔 것도?”
“네놈이 탑에 관해 많은 걸 알고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함정을 팠지.”
뛰어난 놈일수록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맹신하는 법.
게다가 그 정보를 다른 이들이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 효과는 몇 배나 증가한다.
“너라면 ‘불사조의 깃털’을 얻기 위해 이 숲으로 들어올 거라 생각했다. 이 층계를 공략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가 저 깃털을 손에 넣는 거니까.”
베르티온이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헌데, 이 땅에 온 직후 묘한 위화감을 느꼈을 거다. 수준 높은 플레이어들이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전멸했으니 당연히 이변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그리고 그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 서둘러 숲으로 향했을 테고.”
“트롤들의 문양을 발견한다면 그 가설에 무게가 실릴 테니, 더욱 나를 방심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뜻이겠군.”
진혁이 뒷말을 받았다.
“그런 이야기다. 곧이어 아웃브레이크가 일어날 거라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 너는 다른 플레이어들을 이곳으로 부를 테고. 당연히 숲에 체류하는 시간 또한 길어질 터. 결국 우리가 완벽하게 포위할 수 있는 시간을 번 셈이다.”
“아! 그리고 다른 인간들이 합류할 거라는 희망은 버리는 게 좋을 거야. 그쪽은 마인들이 맡아 주기로 했거든.”
빈틈 따위는 없다는 건가.
“제법이네. 머리를 좀 쓰긴 썼어.”
함정이 깔끔하다는 건 인정해 줘야 한다.
거기에 마인들은 물론, 아이스 트롤들까지 합류한 3개 연합팀을 꾸렸으니, 멤버 또한 더할 나위 없이 강력했고.
아무리 강한 랭커라도 이 정도 상황에 처한다면, 당황하거나 절망할 수밖에 없으리라.
그런데 그거 알고 있나?
사실…….
“나도 너희가 접촉해 올 거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어.”
이미 멜레나를 통해 내부의 정보를 모조리 들은 상태다.
데카서스 가의 사냥개들이 탑의 아래층에 내려왔고 랜슬롯을 만나 어떤 식으로 뒷거래가 오고갔는지 전부 말이다.
정확히 언제 어디서인지까진 알 수 없었지만.
그 시기가 머지않았다는 건 예상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함정이라는 건, 반드시 상대를 죽일 수 있을 거라는 대전제가 갖춰져야 비로소 의미가 있는 거야.”
“호오. 그게 무슨 말이지?”
“강아지들끼리 모인 걸로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부터…… 실수라는 뜻이다.”
그 말을 끝으로.
쿠쿠쿠쿠쿠쿠!
한계까지 억눌렀던 마력이 해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