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블러드 웨이포트 (1)
몇 십 분이 흘렀을까?
홀로 달리던 진혁이 마침내 해안가 인근에 도달했다.
지금 서 있는 이곳에서부터 ‘불사조의 깃털’이 있는 섬까지는 약 10km 남짓 떨어져 있는 상황.
예상했던 대로 바다 위론 검은색 구름으로 만든 길이 이어져 있었다.
‘이미 건너간 건가.’
장황하게 판을 늘어놓았지만, 결국 혈족의 목적은 처음부터 단 하나였다.
바로 ‘불사조의 깃털’이 있는 섬으로 가기 위해서.
정확히는 저 섬 전체를 대상으로 한 대마법을 발동하기 위해서겠지.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쿠쿠쿠쿠쿠!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섬에서 붉은색 운무가 일렁이는 게 보였다.
기껏해야 한 시간 정도 뒤엔 마법진이 그 효력을 발휘할 터.
그렇다면…….
진혁이 품에서 카라칼에게 받은 ‘서리 칼날 부족의 정수’를 꺼냈다.
동시에 상태창이 활성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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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강진혁
성별: 남
나이: 27세
레벨: 42
힘 22 민첩 22 체력 31 마력 80 간극 100 행운10 적응형 78
보유한 스탯 포인트: 0
보유한 코인: 251,558
직업: 룬의 해석사
고유 능력: 고유 능력의 수가 많아 ‘접어 두기’ 상태로 전환되었습니다. 필요할 경우 펼치시면 모든 능력과 스킬의 열람이 가능합니다.
결계: 배운 결계의 수가 너무 많아 ‘접어 두기’ 상태로 전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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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완벽한 성장.
하지만, 이 앞으로 나아가려면 단순히 ‘완벽하다’라는 수식어만 갖고는 부족했다.
완벽한 건 기본이고, 모든 게 압도적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저 섬에서 살아 돌아올 수 있을 테니까.
‘현재 보유하고 있는 마력이 80이라…….’
다른 플레이어들이 봤으면, 숨부터 들이마셨을 만큼 높은 수치다.
심지어 진혁은 마법만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근접전에도 특화되어 있지 않은가?
게다가 간극과 적응형 스탯까지 감안한다면, 현재 플레이어들 중엔 견줄 자가 없을 만큼 사기적인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진혁의 표정에서 여유는 느껴지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의 3배는 올라가야 승산이 있겠지.’
그 정도로 저 섬에서 느껴지는 마력은 흉흉하기 짝이 없었다.
진혁이 손에 쥔 정수를 입에 털어 넣었다.
꿀꺽…….
딱딱한 고체가 목구멍을 따라 넘어가는 게 느껴졌다.
바로 그 순간.
우우우웅!
몸속에서부터 뜨거운 기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전신이 갈가리 찢길 것만 같은 통증에, 진혁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크으윽…….”
예상은 했는데도 신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서리 칼날 부족의 성유물 ‘혼이 담긴 정수’를 복용하셨습니다!] [마력이 일시적으로 80 → 320으로 상승합니다!] [남은 시간: 0h:59m:59s]“후우.후우.후우…….”
진혁이 호흡을 가다듬었다.
아직까지 뼈마디가 욱신거리고 내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젠장. 몸에 과부화를 주는 행위는 이래서 하기 싫었는데.
그나마 ‘진태청화랑심법’ 덕분에 마력 운용이 수월해서 망정이지, 맨몸으로 했다간 고인물이고 나발이고 간에 걸레짝이 되었을 거다.
‘그래도 이젠 됐어.’
마력이 부족할 일은 없다.
적어도 1시간 동안은 시련의 탑이 도래한 후, 그 어느 때보다 과거 전성기에 가장 가까워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
툭!
진혁은 ‘검마제왕보’를 사용해 순식간에 다리를 건넜다.
빠르다.
마력이 대폭 상승한 덕분에 다리를 건너는 데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거세게 두방망이질 쳤다.
이 느낌.
이 기운.
마치, 해바라기 한 송이 들고 18층에 있는 거인들의 부락에 쳐들어갔을 당시와 유사하다.
‘기억나네. 한창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그 책, 열심히 읽을 때였지.’
워낙 감명 깊게 읽은 데다 마력이 남아돌 때라 몇 달간은 무기 대신 꽃을 들고 싸웠다.
장미든 무궁화든 민들레든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손에 넣은 뒤, 마력으로 강화해 버렸으니…….
상대하는 입장에선 멘탈에 금이 갈 수밖에.
“다행으로 여겨. 7층이 워낙 추워서 식물이 자라지 않는다는 게 너한테 행운일 테니까.”
진혁이 생긋 웃었다.
그러자 그 앞으로 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가 보였다.
“호오.”
미하엘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설마, 이곳까지 올 줄은 몰랐다는 얼굴이다.
하긴, 베르티온과 오필리아에 이어 그 많은 수의 마인들이 모조리 돌파 당했으니 믿기 힘들긴 하겠지.
하지만, 예상 밖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하엘은 여전히 여유를 잃지 않았다.
이 정도 변수쯤이야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다는 것처럼.
“네가 그 소문이 자자한 강진혁이란 인간이겠구나.”
“맞아. 그러는 너는 뭐라고 불러 줘야 하려나?”
“미하엘이라고 한다. 이름 앞에 거추장스러운 수식어구가 좀 더 붙긴 한다만, 우리 사이에 그런 격식 따위는 필요 없겠지.”
“간결해서 좋네.”
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필리아가 그토록 각별한 피를 지닌 인간은 처음 본다고 하더니. 과연, 허언이 아니로구나. 식욕은 오래전에 초탈했다고 생각했거늘. 이런 기분은 오래간만이야.”
뭔가…… 일주일 정도 굶주린 사람이 맛있는 스테이크를 처음 봤을 때 표정이랄까?
어쩌다가 뱀파이어의 고급 도시락 신세가 됐는지 모르겠다.
이게 다 엘리스 때문이다.
“이야. 내가 유명하지긴 했나 봐? 모기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날 정도면 말이야.”
“하하. 그래. 그렇게 자부심을 부릴 만하긴 하지. 솔직히 말해 놀랐다고 말하는 편이 맞겠어. 나 역시 설마, 인간 중에서 이 정도로 강한 자가 있으리라곤 예상하지 못했거든.”
미하엘이 진혁을 위아래로 훑었다.
끈적끈적한 시선이 피부에 달라붙는 것만 같았다.
이건 기분이 좀 더러운데?
“남자 놈이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엔 내성이 없는데…… 도발을 하는 거라면 꽤 잘 하고 있는 거야, 지금.”
설령 그 대상이 잘생긴 놈이라도 그런 종류의 관심은 결단코 사양이다.
“아쉽군. 나는 그대에게 제법 흥미가 있다만, 아무래도 방향이 하나뿐인 관심인 것 같구나.”
“그런 식으로 말하면서 시간 질질 끌 생각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솔직히 말해 너무 뻔해서 재미가 없달까?”
“시간을 끈다고? 내가 말이냐?”
“아니야?”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군. 나는 그저 이 대화에 흥미가 있을 뿐이다.”
미하엘이 태연스럽게 맞받아쳤다.
음. 그래도 이 녀석은 표정관리를 제법 잘 한다.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라갈 수 있는 인재가 이런 얼음구석에 처박혀 있다니. 전세계 영화감독들이 땅을 치고 후회할 거다.
“정 그러면 내가 한 번 상기시켜줄게. 현재 블러드 웨이포트가 완전히 가동되려면 앞으로 15분은 더 필요한 상태야, 당연히 너는 가능한 한 그 사실을 숨기고 싶을 테지. 괜히 어설프게 방해받았다가 마법진이 어긋나기라도 하면 곤란해질 테니 말이야.”
천 명의 피로 만든 ‘블러드 웨이포트’.
적이든 아군이든 가리지 않고 단지 흐른 피가 많기만 하면 발동되는 대마법진이다.
이걸 완성하기 위해서 미하엘은 그토록 많은 수의 생명을 희생시켰다.
물론, 그 성공을 목전에 두고 발목을 잡히게 되었지만.
“블러드 웨이포트에 대해…… 알고 있다고?”
미하엘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스스로 말하면서도 믿기 힘들었는지 목소리까지 가늘게 떨렸다.
이해는 한다.
이런 정보를 한낱 인간 따위가 알고 있다는 게 현실감이 없는 거겠지.
그러거나 말았거나 진혁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이제 슬슬 폭탄을 떨어뜨릴 타이밍이다.
“블러드 웨이포트는 희생된 제물을 통해 자아가 없는 괴물들을 불러 올 수 있는 능력.”
다시 말해.
“영토 확장을 위한 전쟁을 준비하는 거 아닌가?”
정확히 몇 층을 노리고 있는 지까지는 모른다.
탑의 권력 구도와 이해관계는 과거 게임상의 그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게 얽혀 있을 테니까.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아주 잠시뿐이었다.
“……그래. 이쯤 되면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겠구나. 네 녀석을 마인이나 길드의 랭커들 따위와 동급으로 취급한 게 내 실수라는 걸.”
순간, 미하엘의 안색이 급변했다.
지독하게 피어오르는 살기.
단순히 경계심이 묻어나오는 걸 넘어 찰나이긴 하나 짙은 공포심마저 느낀 게 틀림없었다.
“엘리스를 포함해 너에겐 물어볼 게 정말 많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숨통만큼은 붙여 놓을 터이니.”
미하엘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쿠쿠쿠쿠쿠!
궤를 달리하는 힘.
섬 전체가 진동하는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났다.
‘과연…… 혈족들 사이에서도 급이 있다는 건가.’
저릿!저릿!저릿!
피부에 와 닿는 기운이 따갑다.
이 정도면 오필리와와 베르티온과는 아예 다른 종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태산 같은 마력의 폭풍이 몰려오는 와중에도 진혁은 웃고 있었다.
강한 적과 싸울 수 있게 되었음에.
그리고 그 적과의 전투에서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상대할 수 있음에.
전신의 모든 세포가 살아나는 걸 느꼈다.
그래.
‘이 맛이지.’
현재 수준에서 감당하기 힘든 적을 쓰러뜨릴 때의 고양감.
이 스릴과 재미를 즐기기 위해서 이 세계에 남았다.
또한 다시 한번 이 세계에서 살아가길 선택했고.
“넌 걱정 좀 해야 될 것 같다. 살려 줘야 할 이유가 단 한 개도 없거든.”
왼손엔 단검을.
그리고 오른손엔 쌍룡검 중 하나를 쥐었다.
서로 길이가 다른 한 쌍의 무기가 묘한 예기를 발했다.
그 순간.
[고유 능력 ‘별의 가호’가 발동됩니다.]테레사와는 비교할 수 없는…….
밤하늘을 부유하는 별들의 기운이.
바로 지금, 지상에 낙하했다.
“내가 갈까? 아니면 네가 올래?”
진혁이 광휘를 머금은 검을 들어올렸다.
***
급변한 공기.
상상을 초월하는 마력이 정면에서 충돌했다.
콰콰콰콰콰콰콰!
눈과 흙이 모조리 갈아엎어지며, 지면에 새로운 길이 만들어졌다.
파인 눈더미 위로 검붉은 스파크가 점멸했다.
과연 이것이 단순히 두 개체가 맞붙는 것이라는 게 의심이 될 정도다.
“크윽!”
미하엘의 미간에 굵은 힘줄이 툭 하고 튀어나왔다.
힘에서 밀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연속으로 7개의 마법을 사용했지만, 그 수가 전부 다 읽힌 게 컸다.
‘내가…… 수 싸움에서 밀렸단 건가?’
최적의 조합을 구사했다고 생각했다.
이번 한 번으로 상대를 걸레짝으로 만든 뒤, 무릎을 꿇을 수 있을 거라 확신하면서.
그런데 이런 결과라니.
전신에 입은 화상은 순식간에 재생되었지만, 자존심에 난 상처까지 회복된 건 아니었다.
그런 미하엘을 마주보면서 진혁 또한 혀로 입술을 핥았다.
단순히 힘만으로 따져도 10층의 바위 거인보다도 윗줄.
게다가 마력은 지금까지 싸워 왔던 그 어떤 대상과도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상성이 좋은 마법으로만 받아쳤는데도 이 정도 충격이라…….’
쉽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이건 상상 그 이상이었다.
‘정수’까지 흡수해 마력을 대폭 상승시켰음에도 치명상을 입히는 데 실패했으니까.
이제 남은 시간은 단 7분.
‘제 시간 안에 처리하려면 간만에 긴장 좀 해야겠어.’
진혁이 다시 자세를 잡았다.
뱀파이어 특유의 초고속 재생과 자체 실드를 파훼하려면 더 많은 틈을 만들어야 할 터.
결국에 이 싸움에서 중요한 건 속도다.
‘검마제왕보’를 사용하자, 두 다리에 밝은 빛이 일렁였다.
최대한의 속도와 최고의 일격을 합작하기 위해.
전신의 감각이 예리하게 가다듬어졌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이럴 수가…….”
진혁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