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143)
143화. 전면전(全面戰) (1)
[엘리스가 Lv?? ‘피의 권역’을 발동합니다!]콰드득!
까드득!
붉은 피로 이루어진 창들이 꽈배기처럼 꼬였다.
회전력을 가미해 관통력을 극대화하겠다는 뜻.
“한낱 미물 따위는 백만 마리가 몰려와도 소용없다.”
엘리스가 가볍게 손목을 휘저었다.
그러자 그 순간.
쿠쿠쿠쿠쿠쿠!
창들이 일제히 아귀들을 향해 날아갔다.
엄청난 수의 핏줄기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쓸어 버렸다.
퍼퍼퍼퍼퍽!
콰아앙!
“키에에!”
“케에에엑!”
이어진 것은 뼈와 살이 뒤섞이며 나는 파육음과 고통에 가득 찬 비명 소리였다.
손속에 사정은 두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옥도에 버금가는 광경이 연출되었다.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던 붉은 비는 그로부터 몇 분이 지나고 나서야 끝났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귀들 중 살아 숨 쉬고 있는 녀석은 아무도 없다.
단 한 번의 공격에 게이트를 통해 나온 아귀들이 모조리 한 줌의 핏물로 화했다.
잠시 뒤엔 또 다른 아귀들이 게이트에서 나올 테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은 그 사이에 공백이 생겼다.
“크으윽…….”
“빌어먹을. 무슨 놈의 공격이 이렇게 무식하게…….”
베르티온과 오필리아의 입에서 짙은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각자가 보유한 최대한의 실드를 펼쳐, 방어했건만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게 고작이었다.
“…….”
그나마 미하엘 혼자만은 방금 전 공격으로부터 큰 피해를 받지 않았다.
저걸 버티다니. 과연, 검은 날개라는 칭호를 받을 만하다.
방금 그 공격은 헤츨링의 브레스에 버금가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엘리스.”
“뭐야?”
“아니, 아니다. 나중에 말할게. 이 싸움이 모두 끝난 다음에.”
무언가 말을 하려던 진혁이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기서 포인트는 말을 할 듯, 하지 않는 거다.
애절하게. 그러면서 여운을 남기는 게 가장 중요하지.
“싱겁기는.”
엘리스는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돌렸다.
젠장. 싱거운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아직 복사 조건을 전부 다 클리어하지 못했으니까.
‘그래도 이걸로 3번째다.’
말을 하려다 마는 플래그는 언제나 모든 사람들이 혀를 차게 만드는 대표 사망 플래그 중 하나였다.
그 예상을 증명하듯.
띠링!
조건이 클리어된 걸 알리는 상태창이 나타났다.
[복사 조건 ‘사망 플래그 대사’ 중 세 번째 대사가 카운팅되었습니다.] [고유 능력과 스킬 중 하나가 랜덤으로 봉인됩니다.] [고유 능력 ‘1초 무적’이 봉인되었습니다.]아…….
‘이건 좀 아픈데.’
진혁이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1초 무적은 무리하거나 과감한 수를 두게 만들 수 있는 든든한 보험이다.
특히나 이 스킬은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더욱 빛을 발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게 봉인될 줄이야.
‘살짝 아깝긴 하지만, 하는 수 없지.’
랜덤으로 봉인되는 이상, 툴툴대 봐야 소용없다.
중요한 건 현재 남아 있는 것들을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느냐는 거니까.
게다가 상대의 스킬을 복사하는 데까지 앞으로 한 걸음만 남겨 둔 상황.
‘그 능력’을 복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으리라.
진혁이 입을 열었다.
“미하엘은 네가 맡아. 나는 나머지 잔챙이들을 전부 정리한 다음에 합류할 테니.”
“뭐? 합류한다고? 설마, 내가 저 녀석 하나 어떻게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진혁의 말에, 엘리스의 하얀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왠지 여기서 말을 잘못 했다간 혈관에 있는 피가 모조리 뽑혀나갈 것만 같은 분위기다.
이래서 까칠할 때 건드리면 안 되는 거구나.
이건 뭐, 거의 밀웜을 눈앞에서 뺏긴 고슴도치를 보는 줄 알았네.
진혁이 다급하게 한 마디 덧붙였다.
“네 실력을 의심하는 게 아니야. 단지 너 혼자서 모든 위험 부담을 짊어지게 하고 싶진 않아서 그래.”
“나 혼자…… 위험 부담을 짊어지게 하고 싶지 않다고?”
“응. 우린 동료잖아. 어려울 때 서로 의지하며, 함께 싸울 수 있는 동료.”
“동료…….”
엘리스가 천천히 그 말을 곱씹었다.
파르르 떨리는 눈동자.
사탕발림으로 구슬린 게 어느 정도 효과를 보는 듯싶었다.
‘혼자서 전부 다 처리하겠다고 할까 봐 조마조마했네.’
아무리 엘리스라 해도 힘의 일부만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미하엘과 전면전을 벌일 순 없었다.
지원해 줄 수 있는 마력도 한정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엘리스의 보구는 가주 자리에서 쫓겨 날 당시 다른 가문 놈들에게 전부 빼앗겼다.
미하엘도 그 점을 알고 있기에, 아직까지 싸움을 포기하지 않은 거겠지.
완전한 조건 하에 싸웠다간 1분도 버티지 못했을 테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다 떠나서 저 엄청난 경험치 덩어리를 혼자서 날름 하게 할 순 없어.’
그래, 이게 가장 크다.
최근 들어 영양가 없는 놈들만 상대하느라 레벨 업이 답보 상태인데.
모처럼 들어온 굵직한 먹잇감을 뺏겼다간 오늘 밤 잠은 다 잔 셈이다.
물론.
“고마워. 그렇게 말해 줘서.”
엘리스는 그 의도를 완전히 잘못 이해했다.
자신과 혈족들의 복수, 그리고 가주의 자리를 되찾기 위한 싸움에 기꺼이 동참하는 계약자.
목숨이 위태로울지도 모르지만, 언제나 함께해 주는 동반자.
뭐, 이런 걸 기대하는 모양이다.
음.
‘착각을 해도 단단히 하는 것 같은데…….’
양심에 살짝 가책이 느껴지긴 하지만, 여기서 진실을 밝히지 않는 편이 좋겠지.
“다 끝나면 너 좋아하는 치킨이랑 맥주나 먹자고. 이번엔 내가 쏠게.”
“그건 마음에 드네.”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툭,
스윽.
서로가 서로의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
***
엘리스와 미하엘이 정면에서 충돌했다.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붉은색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어올랐다.
그리고 두 괴물이 서로 맞붙으며 지형과 지물이 완전히 뒤바뀌는 동안 진혁은 나머지 두 혈족들과 마주했다.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네놈의 목에 바람구멍을 내 줄 바로 이 순간을!”
베르티온이 환희에 가득 찬 얼굴로 광소를 터뜨렸다.
“이번에는 도망가지 못할 거야. 뭐, 도망가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겠지만.”
오필리아도 한 마디 거들었다.
“이상하네. 분명히 저번에 꼬리를 말고 도망간 쪽은 너희들인 걸로 아는데, 어째서 좋아하는 거지?”
기억 조작을 하는 것도 아니고.
승자와 패자를 막 바꾸고 앉아 있네.
이쯤 되면 ‘탐식의 눈’이 자기합리화 스킬을 놓친 게 아닐지 의심이 될 정도다.
“너야말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구나. 우리는 원래 개별로 싸우는 데 특화되어 있지 않다.”
“2인 1조로 다니는 이유가 있는 거야. 이전에는 적당히 실력만 보려고 베리티온 혼자서 상대해 준 거고.”
음…….
그러니까.
“그거 그냥 혼자서는 안 되니까 둘이서 덤벼야 된다는 거 아냐?”
뭔 그리 쓰잘데기 없는 말을 잔뜩 갖다 붙이냐?
그냥 혼자서는 무섭다고 말하면 되는 걸.
그렇게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굳이 일 대 일을 해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을 생각이다.
혼자서 덤비든 둘이서 덤비든 어차피 결과는 바뀌지 않을 테니까.
진혁이 어깨를 으쓱하자, 두 혈족의 얼굴에서 짙은 살기가 피어올랐다.
“이, 이 건방진 인간 따위가!”
“좋아. 어디 얼마나 그 따위로 말해 댈 수 있는지 지켜봐 주지. 지금부터는 제대로 가겠어.”
스릉! 철컹!
두 자루의 레이피어가 동시에 뽑혔다.
‘암흑 투기’가 검의 표면을 완전히 휘감았다.
놈들이 말한 대로 재거나 하는 것 없이 시작부터 전력을 발휘했다.
‘……드디어 이 타이밍이 왔다.’
진혁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복사 조건을 위한 마지막 플래그.
마침내 이 상황과 조건에 맞는 최적의 대사를 말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했다.
“나 역시, 장난은 그만 쳐 주마.”
명심하자.
쪽팔림은 잠시 뿐이라는 걸.
그리고.
“이게…….”
복사된 스킬은 영원히 남는다는 걸.
“내 100% 전력이다.”
10%도 50%도 75%도 아닌 100%.
수많은 악역들을 저승길로 보내 버린 마지막 플래그가 지금 진혁의 입을 통해 세상에 튀어나왔다.
바로 그 순간.
[복사 조건 ‘사망 플래그 대사’ 중 네 번째 대사가 카운팅되었습니다.] [고유 능력과 스킬 중 하나가 랜덤으로 봉인됩니다.] [스킬 ‘이세계 식당’이 봉인되었습니다.]상태창이 주르륵 나열되었다.
봉인된 건 ‘이세계 식당’.
전투 계열 능력이 아니니 상관없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이어질 문구였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성공을 알리는 황금색 상태창이 나타났다.
성공이다!
진혁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복사할 스킬을…….]이건 더 읽을 필요도 없다.
어떤 걸 복사할지 처음부터 정해 뒀기 때문이다.
“‘마력 흡혈’을 복사할게.”
진혁이 망설임 없이 스킬 하나를 언급했다.
[스킬 ‘마력 흡혈(A)’를 복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마력 흡혈]입수 난이도: A
내용: 공격 성공시 상대의 마력 일부를 빼앗아 올 수 있습니다. (1 히트당 0.3 마력 / 1 클린히트당 1 마력)
마력 흡혈.
바로 이걸 얻기 위해 그토록 고군분투했다.
두근! 두근! 두근!
진혁의 심장이 빠르게 고동쳤다.
그동안 고생했던 모든 것들이 눈 녹듯 씻겨 나가는 기분이랄까?
새로운 스킬을 얻는 것에 대한 흥분과 성취감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야.’
단순히 복사가 아닌, 그걸 토대로 한 상위 버전의 스킬을 융합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다른 플레이어들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오롯이 고인물만이 할 수 있는 특전이었다.
“‘마력 흡혈’과 ‘별의 가호’를 융합하겠다.”
***
“뭐……야 저건?”
오필리아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다시 싸우게 됐을 때만 해도 일이 이렇게 될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지난번과는 다르다.
이번엔 자신도 함께 싸울 테니까.
자존심 강한 베르티온이 승낙한 이상 제아무리 날고기는 인간이라고 해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다.
그래.
그렇게 될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단검으로부터 솟구친 빛을 본 순간.
오필리아는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상식이 무너져 내리는 걸 느꼈다.
마력 흡혈!
아니, 저 기운은 단순히 혈족들이 익히고 있는 마력 흡혈과는 다르다.
마력 흡혈은 암속성 능력이었지만 저건 암속성과 함께 가증스러운 성속성의 기운이 공존하고 있었다.
“넌…… 넌 대체 뭐냐? 인간이 맞기는 한 거야! 대체 어떻게!”
오필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리는 걸 깨달았다.
“당황하지 마라, 오필리아! 고작 스킬 하나일 뿐이다!”
베르티온이 서둘러 외쳤다.
어떻게든 동료의 멘탈을 잡아 주려는 기색이 느껴졌다.
하지만.
“글쎄. 그렇게 말하는 것치곤 너도 많이 놀란 모양인데?”
진혁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평정심을 가장한 가식.
베르티온이 쓰고 있는 거짓된 가면이 금방이라도 벗겨질 것만 같았다.
당황스러운 거겠지.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능력이 변질되는 건 듣도 보도 못했을 테니까.
하물며, 융합된 스킬의 근간이 되는 마력 흡혈조차 자신들이 가진 것보다 훨씬 더 수준이 높았으니…….
두 혈족이 느끼는 자괴감과 허무함은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나?
치킨을 먹으면 다리와 날개는 모두 내 거고 갈비뼈와 목은 모두 네 거이듯.
이러한 결과가 나올 거라는 건 너무 뻔한 일이었다.
“미안하지만 빨리 끝내야겠어. 저기 보이는 진조 아가씨. 저래 보여도 아직 약한 상태거든.”
그러니 너무 빨리 죽더라도 억울해하진 마라.
이 스킬까지 얻은 이상, 이제 시간을 질질 끌어야 할 이유는 전부 사라졌으니까.
[Lv1 ‘영혼 흡혈’을 사용했습니다.]초록빛이 은은하게 맴도는 단검.
그 끝에서.
파츠츠츠…….
융합을 통해 새로 얻은 스킬이 발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