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전면전(全面戰) (4)
“뭘 그렇게 놀래? 블러드 웨이포트의 술식의 근간이 되는 장소가 여기가 아니라는 게 그렇게 기겁할 일인가?”
차원과 차원을 잇는 게이트, 블러드 웨이포트.
대마법진을 지탱하는 마정석이 이곳에 있다고 모두들 생각했지만, 사실 마정석이 있는 장소는 여기가 아니다.
워낙에 조심성이 많은 미하엘이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대비해 마정석을 따로 빼내 뒀고.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7층의 깊숙한 곳에 그것을 꽁꽁 숨겨 뒀다.
하지만.
심지어 베르티온과 오필리아도 모르는 극비 정보를 진혁은 이미 꿰뚫어보고 있었다.
“믿……을 수가 없다. 어떻게 네놈이 마정석의 위치까지 알고 있단 말이냐!”
“잔대가리 많이 쓰는 놈들이랑 많이 싸워 보면, 대충 수가 보이거든.”
보통 그런 놈들이 보수적이고 극도로 안전한 길을 찾아다닌다.
혹시라도 있을 변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말이다.
때문에 진혁은 처음부터 이곳에 마정석이 없다는 걸 대전제로 깔고 판을 짰었다.
“허세 부리지 마라. 네놈이 마정석의 정확한 위치까지 알 리가 없어. 절대, 절대로!”
허세라…….
하긴, 저 녀석 입장에서 뭐든 허세로 안 보일까?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앞서나가는 인간은 전부다 허파에 바람만 잔뜩 들어간 허풍쟁이로 보일 거다.
“그런 것치곤 이상하지 않아?”
“이번엔 또 뭐가 말이냐?”
“내가 기껏 서리 칼날 부족과 접촉했는데, 정작 왜 이곳에 그 녀석들이 코빼기도 안 보일까?”
주위에 느껴지는 인기척이라곤 단 하나도 없다.
트롤들이 섬으로 접근하는 기색 또한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미하엘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더 크게 어긋났다는 걸 느낀 것이다.
“이곳에…… 합류시킬 생각이 아니었단 말이냐?”
“카라칼이 꽤 강하긴 하지만, 너와 아귀들을 상대로 전세를 뒤집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
물론, 부족 전체를 끌고 왔으면 타격이야 조금 줄 수 있긴 했겠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을 거다.
무엇보다 고작 그런 데 쓰다 버리려고 서리 칼날 부족을 회유한 건 아니다.
마정석이 있는 곳으로 보내기 위해서.
정확히는 마정석을 지키고 있는 고렘들을 파괴할 정도로 강한 전사들을 모으기 위해서.
……접근했던 거지.
“그것까지 전부… 계산했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
미하엘의 평정심이 눈에 띄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처음 보였던 빈틈없는 모습은 간데없고 어느새 허점이 한두 개씩 드러났다.
바로 그 순간.
‘지금이다.’
진혁이 ‘탐식의 눈’을 사용했다.
[대상의 ‘마력 방벽’이 크게 흔들립니다!] [행운 스탯과 적응형 스탯이 발동됩니다!] [Lv8 ‘탐식의 눈’이 대상을 간파합니다!] [미하엘, ????]나이: ???세
레벨: ???
힘 ??? 민첩 ??? 체력 ??? 마력 ???
고유 능력: ‘피의 권속’
스킬: Lv?? ‘달을 가리는 손톱’, Lv?? ‘마력 방벽’, Lv?? ‘마력 흡혈’…….
……대상이 보유하고 있는 스킬이 너무 많아 접어 두기 상태로 표시됩니다.
[복사 조건: 미하엘은 데카서스가의 사냥개이자 검은 날개의 일익을 맡고 있는 최상위 혈족입니다. 본래 탑의 상층부에서나 만날 수 있는 최강의 생명체. 이 뱀파이어와의 전투에서 살아남기만 할 수 있다면 대상이 갖고 있는 스킬 중 하나를 복사할 수 있게 됩니다.]미하엘이 정신적으로 흔들렸기에, 일부나마 볼 수 있게 된 상태창.
그리고 단순히 생존만으로도 복사가 가능하다는 조건.
이제야 좀 해 볼 만해졌다.
여전히 난이도가 터무니없긴 하지만,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다.
압도적인 차이를 지닌 난적을 넘어서는 것쯤이야…….
이미 수도 없이 반복해 왔던 일이었으니까.
“마법진은 얼마 가지 않아 깨질 거다.”
그리고.
“넌 지금부터 나한테 먼지 나게 맞을 예정이고.”
말을 마친 진혁이 눈을 박차고 질주했다.
***
순식간에 좁혀진 거리.
쌍룡검과 송곳니가 동시에 움직였다.
콰콰콰콰콰콰!
지면을 휩쓸고 간 자리에 거대한 상흔이 생겼다.
예상했던 것처럼.
‘마혼검’과 ‘검의 무덤’이 혼합된 시너지는 상상 그 이상의 위력을 자랑했다.
“빌어먹을. 무식하게 힘만 세 가지곤…!”
미하엘이 질린다는 얼굴로 거리를 크게 벌렸다.
“뭘 모르네. 원래 무식한 게 제일 강한 거야.”
마혼검의 묘리는 패도(悖道).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화려하거나 교과서적이진 않지만, 기교 따위는 모두 씹어 먹어 버릴 만큼 가차 없는 공격력을 자랑했다.
파츠츠츠!
두 개의 검으로부터 검강이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다.
검은색 강기가 칼날을 완전히 감싸다 못해 1m 가까이 솟구쳤다.
격이 다른 힘.
검강을 이토록 자유자재로 다루는 건, 설령 미하엘이라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진혁이 한 단계 속도를 올렸다.
쾅!
콰아앙!
콰콰콰콰!
검과 검이 맞부딪칠 때마다 화려한 스파크가 일어났다.
얼굴, 목, 심장, 명치.
하나같이 검이 뻗은 곳은 치명적인 급소뿐이었다.
그렇기에 한순간의 방심이나 실수는 곧 죽음으로 귀결되었다.
눈을 깜빡할 틈도.
숨을 들이 마실 여유도 없다.
전신에 곤두선 감각과 과거에 숱하게 해 온 경험으로 위험을 예지할 뿐.
더 빨리.
‘조금 더 빠르게…….’
진혁이 송곳니를 역수로 쥔 채 쌍룡검을 크게 휘둘렀다.
당연하다는 듯이 미하엘이 레이피어를 비스듬히 세웠다.
카카카칵!
궤적이 틀어진 건 필연적인 결과였다.
허나, 이게 끝이 아니다.
엇박자를 이용해 파고든 이격(二擊).
송곳니가 순식간에 레이피어의 빗면을 타고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캉! 캉! 카앙!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이건……!”
미하엘이 다급하게 레이피어를 움직이려 했으나, 한 발 늦었다.
바람개비처럼 한 바퀴 회전한 송곳니가 미하엘의 목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러나.
‘젠장.’
정작 공격을 성공시킨 진혁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직격이 아니다.
‘……얕아.’
손에 전해지는 감촉은 뼈를 자르는 게 아닌 그저 피부 몇 꺼풀을 벗겨낸 게 고작이었다.
어이가 없었지만, 그 짧은 찰나에 미하엘이 고개를 젖혀 공격을 흘려보냈다.
하여간 괴물 같은 놈이라고.
반응 속도라면 어디 가서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 녀석도 만만치 않았다.
“…….”
붉은 핏방울이 눈 위로 후두둑 떨어졌다.
미하엘이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목에 난 상처를 훑었다.
손가락에 묻은 건 틀림없는 피였다.
“이것 참…… 갈수록 놀랍구나. 아직 간택도 받지 못한 인간 따위가 나에게 상처를 입힐 줄이야.”
이제는 반쯤 체념한 듯, 미하엘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어째서 엘리스가 널 선택한 건지 조금은 이해가 간다.”
그래. 이토록 강하니 당연히 자신감을 가질 수밖에.
아마 뱀파이어들 중에서도 1:1로 진혁을 이길 수 있는 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그 대상이 ‘검은 날개’를 가진 가주의 직속 친위대라 할지라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 이겼다는 듯 자만하진 말거라. 무리를 하긴 해야 하나 나 역시 아직 모든 패를 깐 건 아니니.”
미하엘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동시에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싸늘하게 변했다.
[미하엘이 Lv?? ‘달을 가리는 손톱’을 사용합니다!]미하엘이 손이 검게 물들었다.
쿠쿠쿠쿠쿠쿠!
가늘고 흰 손가락은 어느새 짐승의 발톱으로 변해 있었다.
이글거리고 타오르는 흑염(黑炎)은 레이피어를 들고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위협적으로 보였다.
드디어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건가.
진혁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저릿!저릿!저릿!
피부를 타고 전해지는 압박감.
‘진심으로 나오니까 확실히 다르긴 다르네.’
아무리 엘리스가 마력을 제한당하고 즐겨 쓰는 보구가 없다고 한들, 진조는 진조다.
어지간한 적들은 모조리 쓸어버릴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아귀들이 일격을 버티지 못하고 전멸하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미하엘이 단신으로 엘리스와 싸워 이겼다는 건 그만큼 규격이 다른 괴물이라는 말이 된다.
지금까지 싸워 왔던 그 어떤 적보다 강하겠지.
그러나,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다.
게다가.
‘시간을 끌수록 불리해지는 건 나야.’
미하엘 쪽이야 내가 정수를 흡수해 마력을 강화시킨 걸 모르고 있지만, 어차피 제한시간이 끝나면 격차는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게 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승부를 보려면 상대가 회복에 사용하는 마력까지 모조리 쏟아 붓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치명상을 입혔을 때 그대로 마무리까지 지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런 진혁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하엘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손톱을 앞으로 뻗었다.
“네놈을 적으로 인정하는 뜻에서 나 역시 그에 걸맞은 걸 꺼냈다.”
“완전히 맹수가 따로 없네. 나보고 무식하니 어쩌니 하더니 정작 제일 무식한 건 너 같은데?”
“품위가 떨어진다는 건 인정하마. 하지만 어쩌겠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서는 네 녀석과 어울리는 게 너무도 버거운 것을.”
“고오오오귀하신 분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아주 몸 둘 바를 모르겠어.”
진혁이 계속해서 이죽이는 걸 보며, 미하엘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견적을 내기라도 하듯 진혁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정확히는 입술을 바라보는 것 같은데…….
“흐음. 역시 그 입은 뜯어내는 게 좋겠구나. 짜증이 나다 못해 견디기 어려울 지경이야.”
오싹하고.
소름이 일어났다.
탓!
진혁이 재빨리 머리를 숙였다.
거의 동시라고 해도 좋을 찰나.
맹수의 발톱이 허공을 할퀴었다.
“반응 속도 또한 일품이로군.”
“싸울 때 입 다물어라. 그러다 혀 깨문다.”
자세를 낮춘 진혁이 송곳니를 단단히 움켜잡았다.
아래에서.
위로.
단검이 번개처럼 폭사되었다.
그런데.
미하엘이 오른손으로 송곳니를 통째로 붙잡았다.
“우선, 하나는 처리했고.”
부르르 떨리는 팔.
악력에서 상대가 되질 않는다. ‘거인의 손아귀’를 사용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미하엘의 힘이 훨씬 더 위였다.
콰앙!
반대 손에 쥐고 있는 쌍룡검으로 반격을 가했으나, 그것 역시 붙잡히고 말았다.
파츠츠츠!
검강과 암흑 투기로 서로의 마력을 갉아먹었다.
미하엘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이걸로 장난감 두 개를 모두 빼앗겼구나. 이제 어쩔 테냐? 유일한 공격 수단이 모두 막혔는데?”
위험하다.
이대로 간다면…….
고민은 길지 않았다.
쌍룡검과 송곳니를 포기한 진혁이 아공간 인벤토리를 소환했다.
일렁이는 공간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건.
영수 펜타그리스로부터 만들어진 또 하나의 성유물.
바로 ‘어금니’다.
미하엘의 양손이 송곳니와 쌍룡검을 잡고 있느라 비어 있는 틈.
시간으로 치면 채 1초도 되지 않는 찰나였지만.
그거면 충분하다.
고인물에게 있어 1초란 틈은 영원이라고 해도 무방한 시간이었으니까.
“왜 그런 착각을 하고 있는진 모르겠는데…….”
팽팽하게 당긴 시위에 눈부신 섬광이 맺혔다.
“난 검을 쓰지 않는 중장거리 전도 자신 있어.”
[Lv7 ‘데이라이트’가 발동됩니다!] [Lv3 ‘적색마탄(赤色魔彈)’이 발동됩니다!]스킬이 발동됨과 함께.
시야가 하얗게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