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짧은 쉼표 (1)
쿠쿠쿠쿠쿠쿠!
지면에 생긴 거대한 크레이터의 크기가 심상치 않았다.
일명 ‘불의 고리’라 불리는 스킬.
발동 시 자기 자신까지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게 하지만.
휘말린 상대는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필살(必殺)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이토록 가까운 거리에서 휩쓸렸으니, 제아무리 바퀴벌레 같은 놈이라고 할지라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허억. 허억……. 드, 드디어 죽었구나. 이 지긋지긋한 놈……!”
미하엘이 천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듯한 탄성을 내뱉었다.
정말이지, 이토록 질긴 적은 처음이었다.
검은 날개라는 칭호를 얻으려고 시험을 치렀을 때도 이렇게 고전하진 않았으니까.
그래도.
마침내 상대를 죽이는 데 성공했다.
서서히 온도가 낮아지는 불길.
청록색에 가깝던 색은 어느새 본연의 붉은빛을 되찾았다.
“후후…….”
자신도 모르게 입술이 씰룩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엘리스야 닭 모가지 비트는 힘만 있어도 죽일 수 있으니 논외로 치고.
이제 고렘들을 노리는 아이스 트롤들을 처리한 뒤 게이트의 병력을 수습해 대전쟁의 서막을 준비하면 되는 상황.
모든 게 순탄하게 마무리되었다.
분명, 그렇게 끝났어야 했는데…….
바로 그때.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결코 있을 수 없는, 아니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저 겁화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체 따윈 없었으니까.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지는 발자국 소리에 미하엘은 이제 그만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파츠츠.
잘게 부서진 얼음 가루들이 흩날렸다.
그 사이로 나타난 건 다름 아닌 진혁이었다.
“어, 어떻게 네가…… 아니, 이건 말도 안 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란 말이다!”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모습이다.
심지어 미하엘 역시 대부분의 체력과 마력을 소진할 만큼 큰 피해를 입었건만.
대체 어째서.
상대는 저렇게 멀쩡한 모습이란 말인가?
절규에 가까운 질문에, 진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당황스러운 건 이해는 되는데.”
시간은 단 1초뿐이지만…….
“나 역시 최강의 방패 하나쯤은 갖고 있거든.”
10층의 보스 몬스터 바위 거인을 처리한 뒤, 얻은 능력.
‘1초 무적’.
바로 이게 이번 싸움에서 준비한 마지막 한 수다.
“우아아아악!”
미하엘이 고함을 질렀다.
쿠쿠쿠쿠쿠!
검붉은 기운이 순식간에 손 전체를 덮었다.
적을 죽이겠다기보다는, 공포에 질려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정교함을 잃어버린 공격 따위에 당해 줄 진혁이 아니었으니까.
부웅!
부우웅!
허공을 가르는 손톱을 가볍게 피한 진혁이 송곳니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초록빛을 머금은 칼날이 눈부시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주변의 공기가 급변했다.
‘마혼검무(魔魂劍舞)’.
마교의 가주들에게만 전수되는 비기.
그렇기에.
이 검을 사용하는 자가 곧 마교의 주인이었고.
마교의 주인만이 이 검의 귀결을 펼칠 수 있었다.
제1식(第一式)’.
이것이 바로 그 검의 1식이다.
난해하기 짝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검의 무덤’을 통해 발현된 검마의 재능은 그 모든 과정을 일소했다.
패도적이면서도 광오하다는 말이 어울릴 법한 마력이 느껴졌다.
“이, 이런 터무니없는…….”
미하엘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수천 년의 삶을 이어오게 해 준 본능이 도주를 명령했다.
마력이 고갈된 지금, 이 검격을 맞는다면 결코 회복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몸은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극한까지 모은 강기가 더욱더 거칠게 울부짖었다.
쿠쿠쿠쿠쿠!
마치, 태산을 하나의 선으로 압축한 것만 같았다.
바로 그때.
식(式)의 완성을 고하는 듯, 마력이 일제히 해방되었다.
‘마천일섬(魔天一殲)’.
층계를 초월하여, 오직 강자임을 증명하는 마교 최강의 검이.
지금 이 순간.
한 명의 플레이어의 손을 통해 재현되었다.
―서걱!
수식어구 따윈 필요 없는 베기.
흐트러짐 없는 선이 횡으로 가로질렀다.
***
“…….”
미하엘이 멍하니 자신의 몸을 내려다 봤다.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상반신.
푸슉!
푸슈슉!
거친 핏줄기가 사방으로 뿜어졌다.
가까스로 균형을 잡고 있지만, 그것도 숨이 끊어지기 직전의 몸부림에 불과하다.
“그 와중에도 즉사는 피하다니. 과연 가주의 직속이라 불릴 만하긴 하네.”
“크……으으……. 쿨럭! 지금 이겼다고 해서 너무…… 좋아하진 마라. 우리를…… 건드렸으니 네놈은 이제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으니까.”
미하엘이 피거품을 물면서도 킥킥 대며 웃었다.
하여간, 이런 놈들은 마지막까지 왜 이렇게 무게를 잡는 건지 모르겠다.
“꼭꼭 숨어라…… 그래야 하루라도 더 살 수 있을 테니. 큭큭. 물론, 가주들께서도 내 눈을 통해 모든 걸 보고 계시는 이상 어차피 무의미할 테지만 말이지.”
역시.
‘직속 친위대 중엔 시야 공유 능력을 지닌 가진 놈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 녀석도 그 중에 하나였군.’
마침 잘됐다.
저 너머에서 여럿이 함께 보고 듣는 중일 테니,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말하지 않아도 될 거다.
“숨을 생각 따윈 없다. 아니, 그렇게 안달내지 않아도 머지않아 이쪽에서 직접 찾아가 주지.”
“뭐……라고?”
미하엘이 되물었지만, 진혁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엘리스를 배신했던 모든 혈족들……. 그 허울뿐인 왕좌에 앉아 있는 가주들까지. 전부 각오하고 있어라. 다음에 만날 때는, 아타락시아의 가주 자리를 되돌려 받을 테니까.”
이건, 일종의 선전포고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경고라고 할까.
감히 너희들이 누구에게 이빨을 드러냈는지 아주 뼈저리게 후회하게 해 주마.
[밤의 귀족들이 격분합니다.] [몇몇 가주들이 당신에게 강한 적개심을 표출합니다.] [시련의 탑 상층부의 존재들이 당신을 주시하기 시작합니다.]시답잖은 협박이 이어졌다.
물론, 그딴 거에 겁을 먹을 거였으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다.
진혁이 더 이상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검을 한 번 더 휘둘렀다.
서걱!
그걸로 끝.
목이 사라진 미하엘의 몸이 그대로 고꾸라졌다.
마침내 이 싸움이 끝난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증명하듯.
띠링!
띠링!
띠링!
지금까지 경험했던 그 어떤 것보다 화려한 보상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 [……] [……레벨이 올랐습니다!]무려 10개 레벨의 상승.
레벨이 오를수록 경험치 양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걸 생각했을 때 미하엘이 주는 경험치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고생한 보람이 있네.’
진혁의 입꼬리가 만족스럽게 올라갔다.
역시, 위험을 무릅쓰고 혈투를 펼친 뒤에 따라오는 달달한 보상은 그동안 쌓인 피로를 모두 잊게 만들어 주는 매력이 있었다.
거기에 미하엘과의 복사 조건 또한 통과됐으니 느긋하게 새로 복사할 스킬을 쇼핑하기만 하면 된다.
‘흠. 뭘 고를까.’
진혁이 가볍게 목을 어루만졌다.
[복사 가능한 스킬은 다음과 같습니다.] [‘달을 가리는 손톱’, ‘암흑 투기’, ‘시야 공유’, ‘불의 고리’, ‘박쥐 변환’, ‘중급 패밀리어’…….]직계 혈족답게 미하엘이 지닌 스킬들은 하나같이 범상치 않았다.
실제로 싸워 본 당사자였기 때문에,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뭘 복사한다고 해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겠지.’
무엇보다 이후에 얻을 고유 능력과 스킬들을 조합해 상위 스킬을 융합할 수 있으니, 확장성 측면이야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잠시 고민하던 진혁이 스킬 중 하나를 선택했다.
그래.
이게 최고의 선택이다.
[스킬 ‘달을 가리는 손톱(SSS)’을 복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복사된 스킬은 ‘세계의 기억’에 저장됩니다.]무기가 없어도 강기를 발현시킬 수 있는 스킬.
‘달을 가리는 손톱’은 만에 하나를 예방할 수 있는 히든카드가 될 것이다.
다음은 스탯을 분배할 차례다.
진혁이 곧바로 상태창을 활성화시켰다.
[이름: 강진혁]성별: 남
나이: 27세
레벨: 55
힘 22 민첩 22 체력 31 마력 80 간극 100 행운 10 적응형 78 정기 7.79
보유한 스탯 포인트: 39
보유한 코인: 373,675
직업: 룬의 해석사
고유 능력: ‘융합(融合)’, ‘검의 무덤’, ‘별의 가호’, ‘아누비스의 심판’, ‘혈마기(血魔氣)’, ‘만다라(曼茶羅)’, ‘1초 무적’, ‘천독(千毒)’
스킬: Lv8 ‘불의 원소’, Lv8 ‘탐식의 눈’, Lv6 ‘교감’, Lv6 ‘염혼의 낙인’, Lv5 ‘독식’, Lv5 ‘얕은 호흡’, Lv10 ‘빙하조형(氷河造形)’, Lv7 ‘데이라이트’, Lv4 ‘거인의 손아귀’, Lv6 ‘추혼검(追魂劍)’, Lv1 ‘이중첩자’, Lv5 ‘진태청화랑심법(眞太淸花郞心法)’, Lv6 ‘검마제왕보(劍魔帝王步)’, Lv1 ‘흐릿한 체취’, Lv4 ‘정신방벽’, Lv3 ‘천상의 선율’, Lv3 ‘이세계 식당’, Lv3 ‘적색마탄(赤色魔彈)’, Lv2 ‘천라지망(天羅地網)’, Lv1 ‘영혼 흡혈’, Lv1 ‘마혼검(魔魂劍)’, Lv1 ‘달을 가리는 손톱’
결계: 배운 결계의 수가 너무 많아 ‘접어 두기’ 상태로 전환되었습니다.
무려 39스탯이 쌓여 있다.
게다가 든든하게 저장된 능력들을 훑어보고 있자니, 괜히 코끝이 찡해지는 기분이었다.
‘하하. 진짜 미쳤네.’
세상에 그 어떤 플레이어가 이토록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그것도 하나하나가 랭커들과 보스급 몬스터들이 주력으로 사용할 만한 스킬들로 말이다.
‘시련의 탑이 현실로 도래해서 더 많은 변수들이 추가됐다고 한들 상관없어.’
그딴 건 아무래도 좋았다.
과거와 달리, 더 좋은 기연들로 무장한 건 이쪽도 똑같았으니까.
거기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최적의 루트와 최초로 탑의 정상에 오름으로써 받은 특전들까지 있지 않은가?
상황과 조건이 이 정도 갖춰졌는데 자신이 없다면 그건 고인물이라 말할 자격이 없다.
아직 탑의 중반부에도 도달하지 못했지만, 진혁의 머릿속엔 벌써부터 미래가 그려지는 듯 했다.
‘스탯 쪽은…… 마력 위주로 투자하고 나머지는 3포인트씩 분배해야겠군.’
[힘이 22 → 25로 상승합니다.] [민첩이 22 → 25로 상승합니다.] [체력이 31 → 34로 상승합니다.] [마력이 80 → 110으로 상승합니다.]스탯을 올리자, 모든 게 눈에 띄게 달리진 게 실감되었다.
특히 마력 부분.
‘한 번에 30을 올려서 그런가. 체감이 확 달라졌는데?’
‘진태청화랑심법’을 이용해 상처를 치유하는 중인 터라 더욱더 확신이 들었다.
혈관의 구석구석을 부드럽게 순환하는 마력이 말이다.
이제는 거의 호흡을 하듯 자연스럽게 심법을 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미하엘의 유품이라 할 수 있는 아이템이 남았다.
진혁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중앙에 있는 큼지막한 루비에 독특한 문양이 새겨진 검은색 목걸이.
‘이런 문양은 나도 처음 보는 건데.’
특정 확률로 드랍되는 아이템인지 예전 탑을 오를 땐 보지 못했던 아이템이었다.
진혁이 검은색 목걸이를 집어 들었다.
그런데 ‘탐식의 눈’을 통해 목걸이의 세부사항을 확인한 순간.
“헉?”
진혁의 동공이 급속도로 팽창했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목걸이에 적혀 있는 내용 중 하나가 너무도 충격적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