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149)
149화. 짧은 쉼표 (2)
[포웨트의 목걸이]입수 난이도: 오버랭크
내용: 하이 프리스트인 포웨트가 신격들의 도움을 받아 완성시킨 목걸이입니다. ‘봉인’에 특화되어 있으며, 특히 암(暗)속성 계열의 존재들에게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단, 이 아이템으로 봉인할 수 있는 대상은 하나입니다.)
봉인이 가능한 특수 아이템.
‘엘리스를 다시 가두기 위해 가져온 거였나.’
너무 엄청난 게 튀어나온 터라 잠시 당황했다.
지금까지 했던 행동과 말들을 종합해 봤을 때 당연히 엘리스를 죽이려고 하는 줄 알았는데, 설마 재봉인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줄이야.
‘죽이지 말아야 할 이유라도 있는 건가? 도망친다는 리스크가 있다는 건 확인했을 텐데?’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아무래도 뭔가 숨겨진 의도가 더 있는 듯싶다.
놈들이 엘리스를 죽이지 말고 살려 두기로 결정한 이유가.
‘일단 이건 잘 챙겨 놔야겠군.’
상위급 뱀파이어를 봉인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면 여러 가지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터.
진혁은 아공간 인벤토리에 포웨트의 목걸이를 넣어 뒀다.
때마침.
쿠쿠쿠쿠!
블러드 웨이포트의 게이트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카라칼과 그를 따르는 서리 칼날 부족이 골렘들을 처리하고 게이트의 근간이 되는 마정석을 파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역시, 쓸 만하단 말이야.’
진혁이 복잡한 심정이 담긴 얼굴로 무너지는 게이트의 파편을 바라봤다.
오늘 일을 계기로 무언가 많은 것들이 바뀔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이후에 걱정할 일이다.
그래.
적어도 오늘은 아니었다.
***
‘이제 불사조의 깃털만 챙기고 여길 빠져나가면 되겠네.’
굵직한 일들은 모두 마무리되었다.
진혁이 몸을 돌려 섬의 중앙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사박.
조용히 내리는 눈과, 그걸 밟는 소리가 어우러져 꽤나 운치 있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하얗게 얼어붙은 나무들이 무성히 자란 곳이 나타났다.
다른 곳보다 훨씬 더 혹독한 냉기가 피부를 찔렀다.
확실히, 7계층에서 가장 추운 곳이라 불릴 만하다.
유천영으로부터 받은 심법으로도 떨리는 몸을 주체하기 힘들 지경이었으니까.
“완전히 냉동고가 따로 없구만.”
이렇게 추우니 뜨끈한 라면에 두툼한 햄을 송송 썰어서 올려서 먹고 싶다.
거기에 신 김치와 찬밥까지 있으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을 것 같은데…….
그런 시답잖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휘이이잉!
강한 눈보라가 스치고 지나갔다.
[온도가 -65도를 돌파했습니다!] [냉기로 인해 체력이 매우 빠른 속도로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심각한 동상에 걸릴 위험이 있습니다!]경고를 알리는 상태창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동시에 숲의 한가운데서 붉은빛을 띤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나타나는군.’
찾고자 했던 ‘불사조의 깃털’이었다.
사실, 평범한 플레이어라면 뼛속까지 파고드는 냉기에 질겁하다 도망부터 쳤을 거다.
지금 당장 얼어 죽게 생겼는데, 불사조의 깃털이고 나발이고 간에 눈에 들어오는 게 있는가?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불사조의 깃털이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기제였다.
‘뒤로 물러나면 오히려 기온이 더욱 낮아진다.’
겁쟁이들에겐 불사조의 깃털을 가질 자격이 없을뿐더러 호승심만 넘치는 멍청이들에게 만용의 대가를 치르게 해 주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반면, 혹한을 뚫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오히려 그 길은 활로가 된다.
‘말이 쉽긴 한데, 이걸 알아내기 전까지 나도 몇 번이고 얼어 죽긴 했었지.’
당시에는 경험치를 대량으로 잃으면서 수업료를 냈었지만.
덕분에 지금에 와선 지불했던 수업료의 몇 배에 해당하는 이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진혁이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온도가 -55도로 올라갑니다.] [냉기로 인해 체력이 감소되는 속도가 현저히 줄어듭니다.] [동상의 증세가 완화됩니다.]상태창이 빠르게 바뀌었지만, 진혁은 여전히 심드렁한 표정을 지은 채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마침내.
중앙에 놓여 있던 붉은색 깃털의 앞에 도달했다.
[불사조의 깃털]입수 난이도: AA (재료 아이템)
내용: 환수 ‘불사조’가 남긴 깃털 중 하나입니다. 단순히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추위에 대한 저항력이 500%만큼 상승하며, 상성에 맞는 재료들과 조합 시 매우 특별한 능력을 지닌 아이템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곳에 와서 얻은 게 정말 많았다.
13 레벨을 올린 건 물론 새로운 아이템과 스킬들을 모았고. 각종 아이템들까지 추가로 입수했다.
‘카라칼과 서리 칼날 부족도 얻은 데다, 오필리아 역시 패로 쓸 수 있으니, 이쪽도 꽤 쏠쏠하지.’
뭐,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완벽함.
그렇기에 진혁은 확신했다.
현재 탑 내부에 있는 모든 존재들 중 가장 달달하게 꿀을 빤 자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라는 사실을.
***
시련의 탑 39층.
서늘한 달빛이 비추는 고성(古城)엔 여러 명의 남녀가 모여 있었다.
눈처럼 하얀 머리카락과 붉은빛이 맴도는 눈동자를 가진 존재들.
바로 밤의 귀족으로 명명된 뱀파이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여기 있는 이들은 위대한 6가문을 이끄는 가문의 가주들이었다.
은은한 촛불이 밝혀진 대형 테이블 위엔 시련의 탑에서만 볼 수 있는 각종 진미들이 늘어져 있었다.
크리스탈로 만든 컵엔 다소 끈적해 보이는 붉은빛 액체가 가득 차 있었고.
하지만.
온갖 종류의 향락에도 불구하고 의자에 앉아 있는 이들의 얼굴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이곳에 모인 건 단순히 저녁 만찬을 즐기기 위함이 아니었으니까.
“일이 골치 아프게 됐군. 설마, 미하엘이 실패할 줄이야…….”
멋들어진 수염이 인상적인 중년 남성이 입을 열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나머지 가주들도 한 마디씩 덧붙였다.
“저도 놀랐습니다. 칭호를 받은 친위대 중 하나가 인간 따위에게 당하리라곤….”
“그래도 강하긴 하더라. 실력 자체도 놀랍긴 한데, 센스가 미쳤어. 스킬들 활용하는 타이밍은 솔직히 말해 나보다 위인 것 같던데? 마력이 높지 않아서 그렇지. 나중에 가면 꽤 골치 아파지겠어.”
단발머리 여자와 허리까지 오는 긴 생머리를 지닌 여자가 감상을 늘어놓았다.
그때였다.
“다들 눈깔이 삐었군. 내가 몇 번이고 말하지 않았나? 저 녀석이 대단한 게 아니라 데카서스가의 머저리들에게 맡긴 게 실수였다고. 차라리 우리 가문에서 나섰다면, 건방진 엘리스를 봉인하는 건 물론, 블러드 웨이포트까지 원활하게 가동시켰을 거다.”
날렵한 인상을 가진 남자가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감히 데카서스 가문을 모욕한 것이냐!”
곧바로 노성이 터져 나왔다.
쿠쿠쿠쿠쿠!
식탁이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카캉!
쨍그랑!
식기들이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 났다.
성의 내부를 가득 채우는 살기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흐음. 노망이 나서 까먹었나 본데 네가 나한테 이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거냐? 데카서스가의 이빨 빠진 호랑이가?”
“네놈이야말로 오랜만이라서 잊어먹은 모양이구나. 이 층계를 지배하는 데 가장 큰 일조를 한 자가 누구인지.”
콰콰콰콰콰콰!
기세가 점점 험악해졌다.
이제는 유형화된 마력이 서로의 피부를 갉아먹을 정도로 거대해졌다.
진조 중에서도 정점에 이른 가주들이 전투하려 하고 있다.
성 하나가 통째로 사라질 거라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결국.
“싸우는 거야 자네들의 자유다만, 그에 따른 책임 역시 져야 할 거야.”
처음에 입을 열었던 중년 남성이 끼어들었다.
흠칫하고.
두 가주의 움직임이 멈췄다.
6가주는 형식상 동등한 위치에 있었으나, 딱 하나.
이 남자만큼은 예외였다.
엑센시온 오브 아타락시아.
엘리스의 뒤를 이어 아타락시아가의 가주 자리를 차지한 존재.
‘현존하는 최강의 진조’라는 별칭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건 앞으로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지. 서로 힘 싸움이나 하고 있을 때는 아니지 않는가?”
“뭐, 그건 그렇지. 일이 꼬이니까 짜증이 좀 났던 거였어. 그러니 그렇게 목소리를 낮게 깔지 좀 말라고.”
“……동감이다. 나도 자중하도록 하지.”
두 가주가 은연중에 꼬리를 내렸다.
상황이 진정되자 엑센시온이 크리스털 잔에 있는 피를 한 모금 머금었다.
식탁에 있는 것들 중 유일하게 박살나지 않는 잔이었다.
“모두 알다시피 이번 일로 사용된 자원만 해도 장난이 아니야. 애초에 상층에 위치한 우리가 탑의 하층에 개입하는 게 아니었을지도 모르지.”
본래 상층의 존재는 함부로 아래층에 개입해서는 안 되는 법.
그걸 예외적으로 뒤틀려면, 그에 합당한 대가가 필요했다.
대량의 코인이나 마정석 혹은 그게 걸맞은 성유물 따위가 말이다.
6가문은 이번 일을 위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자원을 쏟아 부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세력을 키워 더 높은 층으로 가기 위해서.
그리고.
다시 한번 탑의 마지막 층에 도전하기 위해서…….
“하지만, 이번 일은 실패다. 블러드 웨이포트가 무너진 이상 제국을 칠 만한 병력을 모으는 건 불가능할 테니까.”
“그렇겠죠. 허면, 계획을 아예 포기하자는 뜻인가요?”
단발머리 여자가 물었다.
“아니,”
엑센시온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비틀렸다.
“다른 방법을 쓴다.”
지금처럼 전면적으로 나서진 못할 테지만.
세상엔 정공이 아닌 편법이 존재하는 법이다.
***
치열했던 싸움이 끝난 후에 찾아온 휴식.
각자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끝낸 모든 이들은 담수호에 모여 축배를 들었다.
천유성과 테레사 그리고 유연화와 이태민도 치열했던 싸움의 여독을 풀었고.
서리 칼날 부족의 아이스 트롤들도 마침내 되찾은 자유를 마음껏 만끽했다.
그리고 진혁은.
모처럼의 회포를 제대로 풀어 주기 위해 간만에 갈고 닦은 솜씨를 발휘했다.
[Lv3 ‘이세계 식당’을 사용하셨습니다.]다양한 종족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는 스킬.
그 효과는 식탐에 초연한 엘프들을 상대로도 이미 증명된 상태였다.
환경이 워낙 척박한 탓에 많은 걸 준비할 순 없었지만, 진혁은 담수호에 있는 물고기와 식용 식물들을 이용해 제법 그럴듯한 요리를 준비했다.
거기에 서리 칼날 부족이 갖고 있던 술을 곁들이자, 훌륭한 식사가 완성되었다.
“위대한 족장 카라칼에게 영광을!”
“우리에게 자유를 선사해 준 인간을 위하여!”
“오오오!”
여기저기서 우렁찬 고함 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부분 진혁을 카라칼을 칭송하는 내용이었다.
“고맙다…… 인간.”
카라칼 역시 진심을 담아 감사를 표했다.
말을 하는 와중에도 눈동자가 미미하게 떨렸다.
오랜 세월.
노예로 살아 온 자신들을 구해 준 은인에게 어찌 고마움을 느끼지 않겠는가?
그러나.
‘음…….’
하필 이럴 때 이런 말을 해야 하는 게 살짝 미안하긴 한데 어쩔 수 없다
“아니, 뭐. 고마워할 건 없어.”
생긋 웃은 진혁이 종이 한 장을 건넸다.
“뭐냐 이건?”
“뭐긴.”
청구서지.
담수호에서 뼈골 빠지게 잡아 올린 물고기와 여기저기서 모은 각종 식재료비. 거기에 요리를 하느라 들인 인건비도 무시할 순 없다.
아. 물론.
그 중에서도 자유를 찾아 준 대가는 감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으리라.
“이, 이런 터무니없는 요구가…… 마정석 2…… 2만 개라고? 게다가 지불하지 못하면 한 달마다 2천 개씩 불어난다니. 아니! 이 정도면 다시 노예가 되는 수준 아닌가!”
“어허 노예라니.”
고용 노동부에서 들으면 큰일 날 소리를 하고 있네.
이건 엄연히 정당한 노동의 대가다.
“원래 5만 개는 받아야 하는데, 그래도 내가 지인 DC해서 낭낭하게 빼 줬어. 하도 빼서 이건 뭐, 남는 것도 없다니까? 흙 파서 장사하는 수준이야 어휴.”
진혁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진심으로.
가끔 너무 아낌없이 퍼주는 게 아닌지 고민이 될 정도다.
‘세상에 나 같은 사람만 가득하면 법도 경찰도 필요 없을 거야. 암 그렇고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