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154)
154화. 7대 길드의 유망주 (1)
웅성웅성!
도심의 화려한 대저택 앞은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각종 길드의 플레이어들과 그들을 촬영하기 위해 온 기자단.
그리고 콩고물이라도 떨어진 게 없나하고 기웃거리는 구경꾼들.
그야말로 도떼기시장을 연상케 하는 광경이었다.
“무도회라니. 그런 히든 이벤트가 있었을 줄 누가 알았겠어?”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플레이어들만 초대장을 받았다고 하더라고. 우리 입장에선 완전히 노다지가 굴러 들어온 셈이지.”
“크으. 그러게. 유명 인사들이 죄다 한 자리에 모일 테니까.”
“어떻게든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없나? 그럴 수만 있다면, 특종은 따 놓은 당상인데.”
기자들이 눈에 불을 켠 채 입맛을 다셨다.
한 번에 한 명을 보기도 힘든 최상위 랭커들을 전부 볼 수 있게 됐으니 흥분이 될 수밖에.
이 정도면 시련의 탑이 나타난 후 발생한 가장 큰 특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때였다.
저벅.
모여 있는 인파를 향해 누군가 다가왔다.
날렵한 인상에 탄탄한 체구를 가진 남자.
일본 사무라이 길드의 마스터, 호시카와 요시오였다.
촤촤촤촤촤촤!
카메라 플래시가 눈이 부시게 뿜어졌다.
“왔다!”
“요시오 씨다!”
“오오! 사무라이 길드의 마스터야!”
“사무라이 길드의 랭커들도 왔어!”
“다행이다. 한 사람이라도 찍을 수 있어서.”
깔끔한 남색 수트와 갈색 구두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모습.
요시오는 짜증이 잔뜩 섞인 얼굴로 인파들 사이로 다가갔다.
‘어떤 병신 같은 놈이 정보를 퍼뜨려서 이렇게 사람들을 잔뜩 모은 거냐.’
무도회는 히든 이벤트.
다시 말해 초대장을 받는 플레이어 외 다른 사람들은 무도회 열린다는 것조차 알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도 이토록 많은 기자들과 날파리들이 몰렸다는 건, 초대장을 받은 누군가가 정보를 흘렸다는 거겠지.
그 멍청함에 목구멍까지 욕설이 치솟았지만, 지금 당장은 저 안으로 들어가는 게 우선이었다.
‘차라리 가면이라도 쓰고 올 것을.’
가면무도회의 특성상 내부에선 가면을 쓰는 게 규칙이었지만, 이토록 많은 인파가 몰려올 줄 몰랐기에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
안에서 적당한 걸 구매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촤촤촤촤촤촤촤!
카메라 셔터가 더욱 빠르게 점멸했다.
“쳇.”
요시오가 안주머니에서 선글라스 꺼내 썼다.
길드의 이미지 때문에 대놓고 싫은 티를 내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런 놀음에 어울려 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꿈도 미래도 없는 버러지들 주제에 바라는 것만 많아가지곤…….’
그저 다른 강자에게 기생하며, 그들이 자신의 미래를 구원해 주길 바라는 낙오자들만 잔뜩 모여 있다.
실제로 이곳에 모인 수많은 플레이어들 중 쓸 만한 놈이 단 하나도 없지 않은가?
만약, 자신 같은 강자가 없었더라면 인류는 얼마 안 가 멸망할 게 틀림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오싹하고.
“……!?”
요시오의 등줄기를 따라 소름이 돋았다.
몰려 있는 사람들 사이에 무언가가 있다.
공기를 얼어붙게 만들 정도로 예리하게 갈무리된 기운을 가진 괴물이.
‘초대장을 갖고 있는 놈이 온 건가?’
그렇게 가정하는 게 타당했다.
평범한 플레이어가 이런 터무니없는 마력을 보유할 리는 없었으니까.
요시오가 정신을 집중해 마력의 근원지를 탐색했다.
……찾았다.
검은색 정장을 갖춰 입은.
그리고 하얀색 가면이 유독 눈에 띠는 한 쌍의 플레이어를.
‘호오.’
여자 쪽은 마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지만, 남자 쪽은 정말로 강했다.
1:1로 싸울 경우 승부를 장담하지 못할 만큼 말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랭커들과 대련을 해 보고 각종 미궁과 던전들을 돌파해 왔으나, 이렇게 흥분이 되는 건 처음이었다.
그렇기에. 기대가 됐다.
과연 상대가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지.
그리고 경쟁 상대가 될지 아군이 될지. 그 모든 게 말이다.
“보아하니 그쪽도 무도회에 참가하려고 온 것 같군. 난 호시카와 요시오라고 한다. 일본 사무라이 길드를 맡고 있지.”
요시오의 말에, 기자단이 화들짝 놀랐다.
“……어?”
“뭐야? 요시오 씨가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있는데?”
“헉! 저건…….”
스포트라이트가 다른 쪽으로 쏠렸다.
모두의 관심이 한 곳으로 집중됐다.
정확히 진혁과 엘리스가 있는 곳으로.
***
‘요시오라…….’
진혁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모를 수 있을까?
일본 최대 길드인 사무라이 길드의 마스터를.
듣던 것답게, 한 자루의 칼처럼 벼려진 기운이 인상적이었다.
레벨도 높고. 당연히 갖고 있는 고유 능력과 스킬들도 화려하겠지.
‘역시 랭커들이 죄다 모이는 게 좋긴 좋구나.’
가면무도회는 민트초코를 메인 테마로 한 아이스크림과 빙수, 샌드, 마카롱 등등의 뷔페나 다름없었다.
진혁이 재빨리 ‘탐식의 눈’을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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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호시카와 요시오
성별: 남
나이: 34세
레벨: 52
힘 31 민첩 35 체력 36 마력 17 정신력 44
보유한 스탯 포인트: 0
보유한 코인: 337,536
직업: 사무라이
고유 능력: ‘고류 무술’
스킬: Lv9 ‘일도양단(一刀兩斷)’, Lv8 ‘발검(拔劍)’, Lv8 ‘텐신쇼덴 가토리신토류’, Lv7 ‘검막(劒膜)’, Lv7 ‘호운 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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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7대 길드의 마스터들조차도 레벨로 상대가 안 된다.
‘던전의 사냥감을 모두 독식하는 몰이사냥으로도 내 성장을 따라잡을 수 없군.’
하긴, 다음 층계의 길목을 담당하는 보스들을 모조리 잡고 있으니 레벨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질 수밖에.
‘간극’을 얻느라 보낸 시간을 고려하면, 지금의 레벨 격차는 단순히 3레벨이 아닐 거다.
‘거기에 적응형과 새로 얻은 정수 스탯까지 있으니 아예 차원이 다른 수준이라고 봐야겠지.’
세계 정상급 랭커도 감히 범접할 수 없다.
그 정도로 성장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딱 하나.
상대의 능력을 복사하는 조건만은 여전히 까다롭기 그지없었다.
[복사 조건: 일본제일검 요시오는 일본을 대표하는 랭커입니다. 그가 갖고 있는 고유 능력과 스킬 중 하나를 복사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본인이 아닌 타인을 이용하여 요시오를 제압하십시오. 단 여기서 말하는 타인이란 플레이어를 뜻합니다.
실패할 경우 당신이 직접 나서도 되지만, 그 경우엔 소유하고 있는 무기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대신, 포크, 젓가락, 숟가락, 연필 중 하나를 사용하여 상대를 제압해야 합니다.
‘젠장.’
누군가를 대신 이용해서 제압하라니.
어떤 정신 나간 놈이 7대 길드의 마스터와 싸우려 한단 말인가?
게다가 온갖 모략질과 정치질로 누군가를 구워삶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저 사무라이 녀석을 제압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자신이 직접 나설 수도 있었지만, 저런 말도 안 되는 무기를 골라서 싸워야 한다는 점은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다.
‘죽인다.’
반드시 죽인다.
다른 건 몰라도 시스템을 구성한 놈은 언젠간 반드시 찾아낼 거다.
그리고 지금까지 해 온 모든 복사 조건을 그 놈에게도 똑같이 달성하게 만들 거다.
역지사지로 직접 당해 본다면, 지금 하고 있는 개고생이 얼마나 미친 짓이니 느낄 수 있을 테니까.
후우…….
잠시 한숨을 내쉬던 진혁이 이내 마음을 정리했다.
이런 게 한두 번도 아니고 이젠 그러려니 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이봐. 지금 큰형님이 묻고 계신 거 안 들려? 사람이 물었으면 대답을 해야지. 이게 무슨 무례한 짓이야?”
요시오의 뒤에서 수행원처럼 붙어 있던 남자가 나섰다.
요시오도 180cm의 신장을 지녔지만, 이 남자는 아예 사이즈가 달랐다.
210cm쯤에 150kg은 족히 나가는 덩치.
스모……선수라고 하면 모두가 납득할 만큼 거대했다.
“츠토무. 그만하게.”
요시오가 가볍게 손을 뻗었다.
그러나 츠토무라 불린 사내는 불만에 가득 찬 얼굴로 툴툴댔다.
“큰형님이 너그러우신 거야 알지만, 이런 예의 없는 놈들에게까지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중화 길드의 남궁천도 큰형님께 함부로 하지 못하는데, 어디 얼굴도 못 보이는 놈들이 감히 큰형님이 먼저 건네신 인사를 무시하다뇨.”
“츠토무!”
요시오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미 늦었다.
그런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진혁이 아니었으니까.
“하…….”
진혁이 한 마디 하려고 입을 열었을 때였다.
“비겁하게 가면 뒤에 숨는 게 아니라. 명색이 가면무도회인데, 거기 가는데 가면을 안 쓴 게 멍청한 거 아닌가? 그것보다 초대장도 못 받은 머저리가 왜 끼어드는 건지 모르겠네.”
잠자코 있던 엘리스가 끼어들었다.
“뭐, 뭐라고?”
“귀에도 지방이 쪄서 못 들었어? 저 수염쟁이 아저씨도 하지 말라고 하는데 괜히 나서다가 살 손실 나지 말고 얌전히 있으라는 뜻이야. 아! 대답은 하지 마. 입에서 기름 냄새 나서 짜증나려 하니까.”
으음.
그래도 나름 처음엔 기품이 넘치고 고고한 뱀파이어였는데.
같이 다니다 보니 어느 샌가 입으로도 딜을 넣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근묵자흑이라…….’
진혁이 어느 정도 책임감을 느낀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듣는 사람이 혀를 찰 정도였으니, 당사자 입장에선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솟았으리라.
그 예상을 증명하듯.
“이 빌어먹을 땅꼬마가 감히 누구에게 그딴 말을 지껄인 거냐!”
얼굴이 시뻘게진 츠토무가 손을 뻗었다.
“그 사과만 한 머리통을 통째로 박살내 주마!”
[츠토무가 Lv7 ‘일점분쇄(一點粉碎)’를 발동합니다!]바위조차 가루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괴력.
스모선수 특유의 무게를 실린 공격이 전개되었다.
그런데, 손바닥이 엘리스의 머리를 붙잡기 바로 직전.
“어이가 없네.”
엘리스의 입에서 차가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콰아아아앙!
중력을 거스르는 무언가가 츠토무의 뒤통수를 강타했다.
“커억!”
비명을 지르는 것도 잠시. 상상을 초월하는 압력이 전해졌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짓누르는 것만 같달까?
“끄으으…….”
츠토무의 이마에 굵은 심줄이 툭 하고 튀어나왔다.
그래도 상위 랭커답게, 방어 스킬을 겹겹이 사용했으나. 단지 그뿐이었다.
진혁이 마력 공급을 아끼지 않았기에, 엘리스는 꽤나 밀도 높은 스킬을 구현할 수 있었고.
진조의 짜증 섞인 공격을 일개 플레이어 따위가 견뎌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쿠쿠쿠쿠쿠쿠!
덜덜덜!
츠토무가 숨 한 번 내뱉지 못한 채 전신을 떨었다.
“빌어먹을 땅꼬마라고? 감히, 짐에게 그런 말을 지껄인 거냐?”
“끄으으읍…….”
“왜 말을 못 하는 거지? 조금 전까진 그토록 혀를 잘 놀리더니. 그새 지방이 응고되기라도 한 건가?”
음성에 실린 노기가 한층 짙어졌다.
쩌어억…… 쩌억!
지면이 거북이 등껍질마냥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저 덩치 큰 사내는 통째로 짓이겨져 죽게 될 것이다.
결국 보다 못한 요시오가 나섰다.
“저 친구가 범한 무례는 내가 단단히 타이르겠네. 그러니 이쯤에서 그만하는 게 어떻겠나? 선을 넘는다면 서로에게 좋을 게 없을 텐데.”
“내가 왜 그 말을 들어야 하지?”
엘리스가 코웃음을 쳤다.
그때, 진혁이 한 마디 덧붙였다.
“됐어. 그만해. 이제 자정이 거의 다 됐는데, 여기서 투덕거리고나 있을 시간 없어.”
“하, 하지만!”
“엘리스. 내가 그만하라고 하잖아.”
“아, 알겠어. 하는 수 없지.”
엘리스가 마력을 거둬들었다.
“컥! 커억! 쿨럭…….”
간신히 목숨을 건진 츠토무가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렇게 팽팽하던 긴장감이 사라졌지만.
요시오의 얼굴에선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 배어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여자는 그저 들러리에 불과한 줄 알았는데…….’
그 생각은 완전히 잘못됐다.
아예 차원이 다른 수준의 강함.
심지어 저기에 있는 게 자신이었다고 한들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거다.
그렇다면…….
저 여자가 꼼짝도 하지 못하는 남자는 대체 얼마나 강하다는 말인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요시오의 목을 타고 마른침이 꿀꺽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