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157)
157화. 세력 선택 (1)
무림과 제국.
두 거대 세력은 오래 전부터 탑 중층부의 패권을 두고 대립해 왔다.
워낙 비슷비슷한 힘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함부로 서로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순 없었지만.
탑의 상층부로 가기 위해선 반드시 서로의 세력을 흡수해 덩치를 부풀릴 필요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위로 가려면 누군가는 멸망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제국의 일원 중 하나인 ‘칼라디움 왕국’에서 온 중년의 남성.
펜하이머는 심장이 격하게 뛰는 걸 느꼈다.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그동안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보며, 제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를 찾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인재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연한 이야기다.
눈은 높은 데 비해 플레이어들의 평균적인 수준은 너무도 낮았으니까.
결국, 완성된 플레이어보단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이들을 골라내야 했다.
‘중화 길드도 탐이 났지만, 무림과 그 뿌리를 같이 했기 때문에 회유하는 게 불가능했지.’
덕분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특히나 남궁천은 압도적인 재능과 무림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나가고 있는 상황 아닌가?
그렇게 팽팽하던 균형이 무너지고 있을 때.
제국에도 한 줄기 희망이 나타났다.
강진혁.
탑의 저층을 최초로 공략하며, 모든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도 압도적인 두각을 드러낸 플레이어.
이자를 잡을 수 있다면……!
지긋지긋한 무림과의 전쟁을 마침내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남궁천이 대단하다곤 하나, 진혁은 그보다 훨씬 더 큰 잠재력과 성장치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눈은 틀림없다.’
그래. 남궁천보다 진혁이 적어도 몇 단계는 위다.
펜하이머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17세의 나이에 오러 블레이드를 발현시켜, 당당히 제국 100인의 기사에 오른 괴물.
그렇기에 재능 있는 천재를 알아보는 눈만큼은 자신할 수 있었다.
‘부디, 올바른 선택을 해 다오.’
이제 곧 시작 될 가면무도회의 메인 이벤트.
그곳에서 있을 수많은 선택들과 그에 따른 결과물이.
앞으로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
한바탕 폭풍우가 휩쓸고 지나갔다.
하급 관리자인 카만의 실각과 그로 인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된 중화와 사무라이.
반면, 상급 관리자로부터 직접 초대장을 받은 진혁의 주가는 하늘을 높을 줄 모르고 솟구쳤다.
모두, 진혁이 계획했던 그대로였다.
‘분위기가 무르익었으니 슬슬 시작하겠지.’
뒤늦게 남궁천과 천유성마저 무도회장에 도착한 데다 어느 정도 먹고 마시며 서로에 대한 첫인상 파악도 끝난 상태.
이제는 본격적으로 무대의 막이 오를 시간이다.
바로 그때.
“크흠. 큼!”
릭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증폭 마법을 사용한 덕에, 목소리가 연회장 구석구석까지 전파되었다.
적당히 시간을 보내고 있던 플레이어들이 하던 일을 멈췄다.
모두의 시선이 릭에게 집중됐다.
“다들 충분히 즐기셨을 테니, 저희가 여러분을 초대한 이유에 대해 한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가면무도회는 탑을 오르는 여러 플레이어분들 중 유망한 분들을 한 자리에 모은 행사 입니다.”
90일간 다음 층계를 정복하지 않으면 멸망하게 되는 미래를 막기 위해서.
탑의 정상을 보게 되는 최초의 플레이어에게 쏟아지는 보상을 기대하면서.
혹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탐하기 위해서…….
모두가 이 자리에 왔다.
동기와 집념은 조금씩 달라도 그 목적만큼은 하나겠지.
“몇몇 분들은 이미 알고 계신 듯하지만……. 사실, 이번 무도회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습니다.”
진짜 목적.
그 말에. 모두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바로 탑을 오르면서 플레이어분들이 어떤 세력들과 함께할지 그걸 선택하는 자리입니다. 이후에 이곳에 초대받지 못한 나머지 플레이어분들도 세력을 선택하게 되실 테지만, 여러분은 그보다 한 발 먼저 새로운 영역에 발을 디딜 수 있게 됐다고 할까요?”
좋게 말하면 선구자고.
나쁘게 말하면 실험격인 베타테스터다.
정보가 없었기에, 할 수 있는 거라곤 자신의 직감을 믿는 것뿐이었으니까.
말을 마친 릭이 손가락을 마주 튕겼다.
그러자.
띠링!
[가면무도회의 메인 이벤트가 시작됩니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십시오.]이름: 세력 선택전
난이도: 측정 불가
내용: 시련의 탑에 있는 층계 10~30층에 있는 던전과 미궁 그리고 유적 중 하나를 선택해 도전하십시오. 여기서 높은 공적치를 받은 플레이어들은 세력 선택에 있어 유리한 협상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층계 선택은 무도회장 중앙에 있는 붉은 버튼을 누른 뒤, 도전하시고 싶은 층계를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단, 도전은 번복될 수 없기 때문에 충분한 상의를 하신 후 결정해 주시길 바랍니다.
[공적치 100포인트가 지급되었습니다.] [공적치에 따라 랭킹이 표시되며, 공략 간 공적치를 투자해 다양한 아이템을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세력의 비호는 플레이어당 1번만 받을 수 있습니다.]연거푸 나타나는 상태창들.
……드디어 시작됐다.
이번 무도회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세력 선택전’이.
***
진혁과 남궁천을 비롯한 몇몇 이들은 침착함을 유지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세력…… 선택전이라고?”
“대체 뭐야 이게? 탑에 무슨 세력이 있다는 건데? 우리끼리 오르는 거 아니었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당황스러운 반응이 이어졌다.
단순히 서로 간에 친목이나 도모할 줄 알고 이곳에 모인 거였다.
자신들은 남들과는 다르게 특별하다는 걸 마음껏 만끽하기 위해 이곳에 온 거였단 말이다.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완전히 다른 게 기다리고 있었다.
훨씬 더 크고 중요한, 그런 이벤트가.
상황이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기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그런 감정이 오래 지속되진 않았다.
당황하거나 불평해 봤자 바뀌는 건 없다.
중요한 건, 현재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미래에 있을 최선의 결과를 창출하는 것.
대부분은 빠르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히든 퀘스트라고 보면 되겠군.”
“그래. 어차피 탑의 중층부가 탑에 있는 세력들과 함께해야 한다면, 미리 그 자리를 선점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오히려 큰 기회라고 받아들이는 게 좋겠어.”
냉정하게 이득을 저울질하는 모습.
다들 괜히 유망주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스무 명의 플레이어들이 계단 쪽에 모였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유럽의 초대형 길드 ‘올림포스’에서 온 마리아였다.
“갑자기 상황이 이렇게 됐지만, 아무래도 다 같이 협력을 해서 퀘스트를 클리어해야 할 것 같아요.”
현재 선택 가능한 층계는 10층에서 30층까지.
최소한 수백 명이 넘는 대규모 공격대를 동원해야만 간신히 도전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플레이어들의 수는 27에 불과하다.
아무리 내로라하는 랭커들이라도 이 규모로 그곳에 있는 던전 등을 공략하는 건 불가능할 터.
결국, 모두가 힘을 합해야만 이번 퀘스트에 성공할 수 있으리라.
“흠. 공적치가 중요하긴 하지만, 따로 놀다가 실패할 경우 아무 의미도 없겠지.”
단군 길드의 마스터. 문규호도 긍정의 의미를 비쳤다.
“협력이라…….”
“하는 수 없지.”
“그래, 이번만큼은 힘을 합쳐야겠군.”
그러자 너도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의견이 모인 것 같으니 그럼, 어떻게 할까요? 아무래도 10층에 있는 던전 중 가까운 곳을 골라야겠죠?”
층계가 올라갈수록 리스크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보상도 중요했지만, 목숨만큼 중요한 건 아니었다.
“10층 정도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 층에 내가 아는 던전이 하나 있는데, 네임드 몬스터의 약점을 알고 있어 비교적 공략이 쉬울 거야.”
“공적치야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면 될 테니, 그 편이 가장 좋겠네요.”
모두가 의견을 보강하며, 최적의 결과를 찾고 있을 때였다.
삐이이이익!
갑자기 날카로운 경보음이 고막을 찔렀다.
[층계를 선택하셨습니다.] [고르신 곳은 25층에 있는 미궁 ‘선왕의 계곡’입니다.] [30초 뒤 이곳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는 해당 지역으로 이동합니다.]점멸하는 붉은색 상태창과.
나라를 잃어버린 듯한 표정을 한 플레이어들이 모습이 대비되었다.
“이런 미친! 어떤 놈이 상의도 없이 미궁을 골라 버린 거야!?”
“그, 그것도…… 탑 25층에 있는 미궁이야. 아직까지 누구도 가 보지 못한 곳이라고!”
“평균 레벨이 50도 안 되는데 저길 가야 되다니…….”
절규에 가까운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냉정을 되찾았던 랭커들조차 이번만큼은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다.
그것도 하필이면, 던전도 아닌 미궁을 고르지 않았는가?
얼마나 위험할지 감히 상상도 안 가는 상황.
당연히 원망 어린 화살이 향한 곳은 연회장 정중앙에서 버튼을 누르고 있는 플레이어에게 쏠렸다.
그러자 그곳엔…….
“응? 왜? 아무도 안 고르길래 먼저 골라본 건데?”
천진난만한 얼굴을 한 채 어깨를 으쓱이고 있는 진혁이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파츠츠츠……!
푸른색 빛 마력이 플레이어들의 주위로 일렁였다.
공간 이동이 발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진짜 저 망할 놈을 안 말리고 뭐 하는…….”
“다들 준비해! 시작된다!”
“젠장할! 강진……ㅎ!”
모두의 욕설을 뒤로한 채.
주위가 까맣게 물들었다.
***
잠시 뒤 시야가 되돌아왔을 땐, 모든 게 바뀌어 있었다.
[시련의 탑 25층 ‘선왕의 계곡’에 입장하셨습니다.]고대 사원을 연상케 하는 장소가 펼쳐졌다.
태양에 닿을 듯 뾰족하게 솟구쳐 있는 여러 개의 첨탑.
돌로 깎아 만든 한 쌍의 석상은 서로의 머리 위로 검을 교차한 채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사람 하나가 겨우 들어갈 수 있을 만한 크기의 통로가 보였다.
저기가 미궁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크으. 여긴 오래간만에 봐도 스케일이 참 웅장하단 말이야.”
진혁이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진심으로.
여행객들이 왜 편안한 호텔을 놔두고 오지를 탐험하며 생고생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이런 장관은 휴양지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광경이었으니까.
바로 그때.
“강진혁 플레이어님!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하신 거예요!”
함께 텔레포트된 마리아가 소리를 질렀다.
하얗게 질린 얼굴이…… 뭐랄까?
겁에 질린 햄스터 같달까?
그토록 모두에게 칭송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대마도사가 이토록 겁을 먹을 거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
“음. 여기가 별로 마음에 안 드시나 봐요?”
“다, 당연하죠! 누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층을 골라요! 절반도…… 아니, 한 사람이라도 살아남을 수 있으면 기적일 거라고요…….”
마리아가 말 꼬리를 흐렸다.
눈이 죽었다는 게 이런 거구나.
“…….”
“……후우.”
마리아와 함께 텔레포트된 몇몇 플레이어들도 절망에 가득 찬 표정을 짓긴 마찬가지였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헤헤.”
“강진혁이다. 오빠야.”
쾌락 전투광 남매.
주드로와 케이시.
이쪽을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
‘하스팅이 위험한 냄새가 풍기는 놈들이 있다고 했는데, 이 녀석들이었나.’
제정신이 아니라는 말은 여러 번 들었지만, 이건…… 꽤나 위험해 보인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우우우웅!
푸른색 빛 무리와 함께 또 다른 인물이 나타났다.
‘호오. 이 녀석도 여기로 온 건가.’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