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158)
158화. 세력 선택 (2)
우우우우웅!
밝은 빛과 함께 새로운 인물이 나타났다.
랴오위.
중화 길드의 2인자다.
“랴오위 씨!”
마리아가 반갑게 랴오위를 맞아 주었다.
랜덤으로 배정되는 특성 탓에, 현재 플레이어들은 소규모로 묶여 뿔뿔이 흩어져 버린 상황.
때문에 한 사람이라도 더 강한 전력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랴오위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다행입니다. 실력이 출중하신 분들이 있는 곳에 오게 돼…….”
그런데.
말을 하던 랴오위가 도중에 말끝을 흐렸다.
구석에서 딴청을 피우고 있는 진혁을 발견한 것이다.
“저 사람도 여기로 온 겁니까?”
“예. 저도 탐탁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함께해야 할 것 같아요.”
“그……렇군요.”
으드득.
어금니 가는 소리가 유독 크게 울려 퍼졌다.
이런 터무니없는 난이도를 선택하게 된 원흉이 있는 곳에 왔으니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하지만 상황이 워낙 절박한지라 함부로 원망할 수도 없었다.
‘지금 당장은 참아 주마.’
중화 길드와 사무라이 길드는 이미 거대 세력인 ‘무림’과 손을 잡고 있다.
이번 세력 선택전에 관해서만큼은 다른 이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제아무리 날고 기는 고인물이라 하더라도 이번엔 두 손과 발이 다 묶이겠지.
그렇게 생각하자 속에 쌓인 응어리가 조금은 풀리는 기분이었다.
“흐응. 흥흥. 흐으응.”
그런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진혁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미궁 입구를 살폈다.
이번 미궁의 메인 테마는 ‘선조들의 무덤을 지키는 것’.
당연히 내부엔 셀 수 없이 많은 함정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죽은 왕들의 안식을 방해하는 침입자들은 가차 없이 죽여 버리겠다. 뭐, 이런 뜻이겠지.’
바로 그때.
“이제 들어가겠습니다. 강진혁 플레이어님도 어서 오세요.”
마리아가 진혁을 불렀다.
진혁이 합류하자, 본격적으로 레이드에 관한 세부 설명이 이어졌다.
“일단,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현재 있는 분들은 총 여섯. 탱커 한 명과 근접 딜러 둘, 원거리 딜러 둘에 서브 힐러 한 분이에요.”
숫자는 턱없이 부족했으나, 다행히 밸런스는 그럭저럭 갖췄다.
한 번에 우르르 진형이 무너질 일은 없을 터.
“최대한 조심해서 차근차근 안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궁 경험이 제일 많은 제가 후방에서 함정 등을 파악해 볼 테니, 다들 제 지시에 따라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젠장. 아무리 25층이라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하던 것대로만 하면 불가능하진 않을 거요.”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
최전방의 탱커가 중심을 잡고 그 뒤로 근거리 딜러와 원거리 딜러들이 각각 자리를 잡았다.
워낙 개개인의 실력이 뛰어났기에, 적은 수로도 상당히 탄탄해 보이는 진형이 갖춰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진혁은 실소를 머금었다.
‘교과서적이긴 하네.’
하지만 단지 그뿐이다.
애초에 이곳에 있는 함정들은 대비를 한다고 해서 버틸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물론, 이곳에 와 본 적이 없으니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을 테지만.
‘어디 슬슬 가 볼까.’
진혁은 어떠한 경고도 하지 않은 채 걸음을 옮겼다.
저벅.
심장 박동마저 느껴질 정도의 침묵 속.
모두가 전신의 감각을 곤두세웠다.
언제 어디서 함정이 발동될지 몰랐기에,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른 상태였다.
그렇게 최후미에 위치한 마리아가 양쪽에 있는 석상 사이를 통과한 순간.
쿠쿠쿠쿠쿠!
갑자기 지축이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함정이다.
“실드 펼치겠습니다!”
마리아가 고함을 질렀다.
탱커가 방패를 높이 세우고 딜러들은 몸을 잔뜩 낮춘 채 어디로든 몸을 날릴 자세를 갖췄다.
어떤 종류인지까지는 몰랐으나,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건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선왕의 계곡’에 침입한 버러지들은 들어라!]쇠를 긁는 듯한 음성이 계곡 전체에 메아리쳤다.
소리가 나온 건 위쪽.
정확히는 두 개의 석상이 있는 곳으로부터다.
“몬스……터인가?”
“아니에요. 움직이려는 기색은 없어요.”
마리아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석상은 제자리에 못 박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 적어도 저 거대한 거인들을 상대로는 싸우진 않아도 됐다.
그런데도 왜일까?
전신을 옭죄어 오는 흉흉한 기운에 마리아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얼어붙었다.
무언가 이상하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
그렇게 느낀 순간.
[도굴꾼들에겐 그에 합당한 벌이 필요한 법. 어디 그 미천한 몸으로 왕들의 분노를 받아 보거라!]석상이 들고 있는 검으로부터 반투명한 파장이 뿜어져 나왔다.
파츠츠츠……!
피할 수는 없다.
파장의 범위가 워낙 넓었기에 플레이어들은 그 빛을 고스란히 뒤집어써야 했다.
“크윽!”
“아아악!”
[물리 방어력과 마법 방어력이 0으로 변합니다!] [치명타를 입을 확률이 100%만큼 상승합니다!] [관통 공격에 대한 내성이 전부 사라집니다.] [5대 속성 원소에 대한 저항력이 전부 사라집니다!] [방어와 관련된 고유 능력과 스킬이 전부 그 효력을…….]무수히 나타나는 상태창은 죽음을 고하는 판결문이었다.
“실드에서 마력이……, 마력이 느껴지질 않아요.”
마리아가 허탈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차라리 저 빛이 공격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석상이 내린 디버프는 절망적인 수준이었다.
“이, 이럴 수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제약이 있다니.”
“함정에 한 번이라도 당하면 그대로 죽으라는 소린가.”
게다가 비슷한 종류의 파장이 저 멀리서도 느껴지는 걸 보면, 다른 곳으로 텔레포트된 플레이어들도 같은 상황에 처한 게 틀림없었다.
이걸로, 미궁에서 생존할 확률은 한없이 0에 수렴하게 됐다.
당연한 이야기다.
든든하게 선두를 맡아 줘야 할 탱커도.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실드나 버프를 걸어 줘야 할 서브 딜러들도.
생존기 하나 믿고 적진에 파고들어야 할 메인 딜러들도.
모두 그 날개를 잃어버린 셈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일행 중 한 명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
“콜록. 어후. 눅눅한 공기 하고는…….”
미궁 내부로 들어간 진혁이 주위를 살폈다.
전후좌우.
어디가 어디로 이어졌는지 모르는 통로.
어둠속에서 의지할 거라곤 벽에 있는 희미한 야광석들이 전부였다.
그러나 진혁의 얼굴에선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스치기라도 하면 죽는다면 한 대도 안 맞으면 되는 것 아닌가?’
그 간단한 사실을 왜 아무도 깨닫지 못한 건지 모르겠다.
그랬다면 저토록 좌절하고 있진 않을 텐데 말이지.
아……!
‘다른 사람들은 여기서 노히트로 공략하는 게 불가능하긴 하겠네.’
생각이 깊지 못했던 건 아무래도 자신이었던 것 같다.
하여간 항상 내 기준으로 생각해서 문제라니깐.
진혁이 반성의 뜻으로 미궁의 입구를 향해 짧게 고개를 숙였다.
아직까지도 저 밖에선 패닉에 빠진 플레이어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것이다.
세력들이 가장 중요하게 지켜보고 있는 초반 구간에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말이다.
‘아무래도 공적치 1등은 이미 정해진 것 같군.’
가볍게 몸을 푼 진혁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돌멩이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통로의 안쪽을 향해 돌멩이를 던졌다.
부우우웅!
포물선을 그린 돌멩이는 그리 멀리 나아가지 못했다.
콰콰콰콰콰!
퍼어엉!
콰앙!
바닥인 줄 알았던 곳은 모래처럼 아래로 꺼져 버렸고.
벽의 양 측면에선 수십 개의 불화살들과 얼음 꼬챙이가 교차했다.
모두 1초도 안 되는 찰나에 벌어진 일이었다.
‘방어 능력을 잃은 플레이어가 이 사이를 통과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겠지.’
아니, 파장을 맞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곳에서 버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것도 이 함정들은 고작 입구에 설치된 함정들 아닌가?
안으로 들어갈수록 위력은 물론 패턴까지 훨씬 복잡해졌기에, 사실상 퀘스트는 실패한 것으로 간주해도 무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플레이어들 이야기고.
‘나랑은 상관없는 이야기지.’
진혁이 바로 옆에 있는 벽으로 다가갔다.
복잡한 룬문자와 고대 언어가 적힌 석벽이 보였다.
‘분명, 이쯤이었는데…….’
손바닥으로 거미줄과 먼지를 치우자, 음각으로 새겨진 글자들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찾았다.’
오랜만에 왔어도 인이 박이도록 했던 경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아무리 층계가 높다고 한들 고인물이 갖고 있는 이점은 퇴색되지 않았다.
바로 지금처럼,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곳조차도 해쳐나갈 수 있는 뒷길이 있었으니까.
미궁을 구축하는 결계의 술식을 재해석하기 위해, 진혁은 ‘달의 각인’까지 발동시켰다.
[‘달의 각인’이 고대 언어에 반응합니다!]어깨에 있던 문신으로부터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단단하던 벽의 일부분에 균열이 일어났다.
벽을 따라 푸른빛 선이 그어지기 시작했다.
선은 곧이어 직사각형 모양의 형태로 이어졌다.
[선왕의 무덤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나타났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문은 1인당 하나입니다.] [남은 시간: 0h:0m:60s]완성된 것은 5개의 문.
문의 위쪽엔 5대 원소를 상징하는 심벌이 박혀 있었는데, 각각의 원소들은 살아 숨 쉬듯 격렬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진혁이 심벌들을 하나씩 훑었다.
불과 물, 흙, 바람, 빛.
어디를 선택하든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이다.
저 통로는 5대 원소를 상징하는 네임드 몬스터들과 이어져 있었으니까.
당연히 방어력이 너프된 상황에서 저 놈들 중 하나를 쓰러뜨리려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여야겠지.
그래, 만약 싸운다면 죽을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을 거다.
‘만약…… 싸운다면 말이지.’
……이제 40초.
모래시계에 담긴 모래알이 빠르게 떨어져 내렸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진혁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
10초.
결정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하지만 진혁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송곳니와 쌍룡검을 소환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시간이 모두 다 지났습니다.]모래알이 모두 떨어졌다.
“키에에에!”
거친 포효 소리와 함께.
5개의 문으로부터 무언가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선택을 하지 않은 덕에, 내부에 있는 몬스터들이 모조리 해방되어 버린 것이다.
화르륵!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 입에서 불꽃을 내뿜는 불의 정령.
‘살라맨더’였다.
크기는 1m에 불과하지만, 정령수 중 하나인 살라맨더는 그 자체만으로도 위협적인 존재였다.
“감히 인간 따위가 이곳에 발을 딛다니. 뼛속까지 익힌 뒤 통째로 삼켜 주마.”
살라맨더가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지금 날 협박한 거야? 죽이겠다고?”
“침입자를 제거하는 것이야말로 나의 사명. 하물며 그 대상이 버러지만도 못한 인간이라면 가차 없이 태워 버릴 수 있다.”
“……라고 하네?”
진혁이 슬쩍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러자.
“모기!”
고구마가 꼬리를 높게 치켜세웠다. 마치, 주인이 협박을 당한 것에 대해 분노했다는 것처럼.
쿠쿠쿠쿠쿠쿠!
대기가 격렬하게 진동했다.
몬스터들의 위에 군림하는 환수와 정령수.
그리고…….
그 모든 먹이사슬의 정점에 위치한 최강의 생명체.
고대종이 있다.
[고구마가 Lv4 ‘피어’를 발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