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161)
161화. 쾌락 전투광
케이시와 주드로.
플레이어들이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물을 손꼽으라면…….
단연 이 둘이 최상위 리스트에 오를 것이다.
“초면에 미안한데, 사람 보고 그만 웃으면 안 될까?”
진혁은 부담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아니, 진심으로.
그렇게 헤실헤실 웃고 있으면 꿈에라도 나올까 봐 두려운데.
“왜 우리가 웃으면 모두들 싫어할까?”
“맞아. 우리는 친절하게 도와주려고 온 건데.”
“도와준다고?”
“응. 여기 못된 놈들이 오빠를 노리고 있었어. 기습이라도 당했다간 꽤나 골치 아파졌을 거야. 암기랑 독을 잔뜩 갖고 있었거든.”
“그래서 우리가 잘게 잘라 줬어. 다시는 형을 건들지 못하도록.”
그 말과 함께.
진혁의 코가 움찔였다.
……정말이다.
조금 전까진 풍기지 않던 짙은 피비린내가 코끝을 찌르기 시작했다.
‘스킬 같은 걸로 냄새와 기척을 차단해 둔 건가.’
흑의로 얼굴을 가린 복면인들의 시체가 눈에 들어왔다.
도합 열둘.
전면전보단 암살에 특화된 듯 보였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무림에서 온 거주자들을 고작 둘이서 제압하다니.
괜히 악명이 높은 게 아니다.
그만큼 실력이 뒷받침됐기에 그런 짓을 하고도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거겠지.
진혁이 재빨리 ‘탐식의 눈’을 발동했다.
[케이시 & 주드로(쌍둥이)]나이: 21세
키: 케이시(157cm) & 주드로(165cm)
레벨: 44
힘 35 민첩 38 체력 20 마력 28
보유한 스탯 포인트: 0
보유한 코인: 121,675(두 사람의 합산 보유량입니다.)
직업: 어쌔신
고유 능력: ‘만상공유(萬祥共有)’
스킬: Lv7 ‘통각 증가’, Lv7 ‘일편단심(一片丹心)’, Lv7 ‘자학(自虐)’, Lv7 ‘은밀기동(隱密機動)’, Lv7 ‘거짓 미소’, Lv7 ‘살기(殺氣)’, Lv7 ‘시체 은닉’
[복사 조건: 두 남매는 어려서 연쇄 살인마에게 부모를 모두 잃었습니다. 이후 복수에 성공하지만, 이미 둘의 감정은 메마를 대로 메말라 버린 뒤였습니다. 이제는 악인에 대한 정의 구현보다 살인 그 자체에 몰두하게 되었으나 어째서인지 당신에게 매우 강한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의 애정을 받아 주고 그들을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면 고유 능력 ‘만상공유’를 복사할 수 있게 됩니다. (단, 여기서 말하는 일원으로 ‘받아들인다’의 의미란, ‘염혼의 낙인’을 통한 구속의 과정을 모두 끝마친 경우를 뜻합니다.)]연쇄 살인마에게 부모를 잃어버린 뒤, 그저 복수와 살육만을 반복하는 기계가 된 인형들.
이런 뒷사정이 있었던 거였나.
쓰디쓴 차를 마신 것처럼. 진혁의 입가가 뒤틀렸다.
그런데.
……응?
조건을 읽던 진혁이 손으로 눈을 비볐다.
지금 제대로 본 게 맞긴 한 건가?
너무나 어이가 없는 내용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눈을 깜빡여도 봤으나, 적혀 있는 글자는 바뀌지 않았다.
이건 빌어먹을 현실이다.
‘저런 녀석들이 내 회사에 들어온다고?’
제정신이 아닌 놈들만 모아 둔 곳이니 어찌 보면 잘 어울리긴 할 텐데.
어째 잠자리가 편하지 않을 것 같다.
밤중에 누군가 침대 머리맡에 찾아올 것만 같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꿈자리가 뒤숭숭해질 거라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쳐내자니 ‘만상공유’ 능력이 너무 아깝다.
유대감을 느끼는 자와 능력을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이라면…….
조건만 갖춰진다면, 엘리스와 고구마의 능력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니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몇 가지 안전 장치만 걸어 둔다면, 이 관계를 주도할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 있었으니.
“성가신 놈들을 처리해 줘서 고마워. 덕분에 한시름 놓았어.”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
놈들과 한 배에 타기로.
***
무도회장 2층.
이곳엔 각각의 세력들이 모여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는 중이었다.
주제는 단연, 어느 세력이 더 뛰어난 유망주를 끌어들이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무도회에서 가장 크게 웃고 있는 사람은 제국에서 온 펜하이머였다.
비록 관리자에게 큰 대가를 지불하긴 했으나, 진혁에게 빚을 하나 지운 상황.
때문에 펜하이머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푹신한 소파에 몸을 기댄 채.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럽군. 이번 영입으로 제국은 더욱더 강해지겠어.”
“탑의 세력 판도가 달라질지도 몰라. 저 플레이어. 우리도 유심히 봤는데 중층부의 거주자들 중에서도 저렇게 잘 싸우는 놈은 본 적이 없거든.”
“100인의 소드 마스터와 11개의 기사단 그리고 7개의 마법 병단에 이어 또 다른 카드가 추가되는 건가.”
“그 정도면 충분히 중층부의 패권을 노려볼 만하겠네. 이거야 원, 무림은 완전히 찬밥신세가 됐구만.”
모두의 부러운 시선을 받는 건 덤이었다.
‘빌어먹을…….’
모용수가 어금니를 깨물었다.
감히 자신의 대화를 끊은 걸로도 모자라 아예 대화를 차단해 버린 데다.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제국과 손을 잡기 바로 직전이었으니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무엇보다 하오문에서 데리고 온 놈들마저 연락이 두절되었기에, 지금 모용수가 느끼는 불안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 일을 여기서 마무리짓지 못하고 무림맹에 돌아가기라도 했다간…….
단순히 자신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것뿐 아니라 모용세가 전체의 위신이 땅에 떨어지게 될지도 몰랐다.
아니, 거기서 끝이 아닐지도.
‘제국에게 틈을 줘서 놈들이 무림으로 쳐들어오기라도 한다면 그땐 내 목숨이라도 내놓아야 할 거다.’
최악의 경우의 수까지 떠올리자, 모용수가 눈빛에 차가운 살기가 맴돌았다.
더 이상 수단과 방법을 가리고 있을 순 없었다.
당장이라도 가서 진혁을 죽이고 변수를 차단해야만 한다.
그래야 중층부의 균형이 계속해서 유지될 테니까.
그런데 그때였다.
“모용수 님.”
모용수의 뒤로 검은 그림자가 일렁였다.
동시에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의 한기가 엄습했다.
“왔는가. 혈귀대주(血鬼大主)…….”
입에서 나온 말은 정파에 소속된 이에게선 결코 나와서는 안 되는 호칭이었다.
혈귀대주는 하나의 하늘 아래서 살 수 없다는 마교의 혈귀대를 이끄는 장본인이었으니까.
“후후후. 다시 생각해 봐도 이번 일은 참 재밌게 됐습니다. 설마, 지엄하신 정파 나리들이 또 다시 저희에게 도움을 구할 줄은 몰랐거든요. 이러다간 미운 정이라도 드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목소리를 낮춰라. 우리가 함께한다는 건 결코 알려져서는 안 되는 일이다.”
“아무렴요. 저 역시 본교에 알려지기라도 했다간 꽤나 난처한 상황에 처해지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혈귀대주가 어깨를 으쓱했다.
무림맹과 마교가 원수 지간이긴 했으나, 둘이 죽기 살기로 싸우다간 공멸을 면치 못할 것이다.
다른 세력들만 웃게 만드는 꼴이 된다는 뜻이다.
그랬기에, 모용수나 혈귀대주 등 깨어 있는 몇몇은 무림맹과 마교의 눈을 피해 이런 식으로 은밀히 공동 전선을 펼치곤 했다.
혈맹이 아닌, 어디까지나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잠시 손을 잡은 것뿐이었지만.
“그나저나. 하오문의 머저리들은 결국 실패한 겁니까?”
“그래. 전멸했다.”
1류에도 못 미치는 실력이었지만, 그래도 암기와 독공에 능해 데리고 왔건만.
설마, 진혁의 발목을 잡기는커녕 엉뚱한 플레이어들의 손에 전멸할 줄이야.
이래서 어중간한 놈들을 사용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을 상황이 오게 됐으니.
“그럼, 저희가 누굴 제거해 주면 되는 겁니까?”
“강진혁 외에도 녀석을 따르는 놈들이 있다.”
모용수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천유성과 테레사 엘리스의 모습이 나타났다.
“아! 이 남자. 검을 제법 잘 쓰던 놈이군요. 무림에서도 보기 힘든 인재였는데, 죽여야 한다니 살짝 아쉽긴 합니다.”
혈귀대주가 입맛을 다셨다.
만약, 상황이 이렇게 되지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혈귀대에 입단시키고 싶을 정도로 천유성이 보여 준 재능과 실력은 대단했다.
특히 추혼검을 저 정도로 다루는 인물은 무림 전체를 통틀어 봐도 찾아보기 힘들었으니까.
혈귀대주의 시선이 옆으로 옮겨갔다.
그곳엔 금발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여성이 있었다.
“테레사라면 무도회에 지각한 그 여자 같은데요?”
“그래. 탑 외부에선 암스테르담의 성녀라는 이명으로 불리고 있지.”
“흐음. 색목인이라니 꽤나 흥미롭군요. 그리고 마지막은?”
“나도 잘 모른다.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어.”
무림맹의 정보부를 통해서 직접 알아보려 했건만, 엘리스라는 인물에 관한 정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뭐, 이 여자도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하나둘 정도 추가되는 것쯤이야 문제도 아니죠.”
“관리자의 눈을 피할 장치는?”
“꽤 골치 아프긴 했지만, 그것도 준비 됐습니다. 이거 톡톡히 갚아 주셔야 합니다. 본교의 비고에서 가지고 온 신물이거든요.”
“그 부분은 걱정 마라. 은원관계를 확실히 청산하는 거야말로 우리 정파의 미덕 아니겠는가?”
“푸하하하! 그것도 맞는 말씀입니다.”
‘좋아…….’
두 사람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가면 무도회에 정식으로 초청받은 자신은 ‘세력의 비호’를 사용하지 않는 한, 미궁 내부로 갈 순 없었지만.
이곳에 잠입한 혈귀대주와 혈귀대는 거기서 예외였다.
그들이 나머지 자잘한 놈들을 정리해 주고.
무림의 랴오위가 진혁과 맞닥뜨리는 상황이 연출된다면…….
바로 그때.
자신이 직접 나서 위험의 불씨가 될 놈의 숨통을 끊어버릴 것이다.
***
케이시와 주드로와 동행한 지 15분이 흘렀다.
진혁은 그 시간이 마치 15년처럼 느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옆에서 하는 대화는 정상과는 멀어도 너무 멀었으니까.
“그래서, 그 녀석이 오빠한테 함부로 말하길래. 내가 이걸로 계속 찔러줬어. 허벅지랑 종아리랑 또 어디더라?”
“쇄골! 쇄골!”
“아 맞다. 쇄골이었지.”
케이시가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손에 쥔 철침을 보여 줬다.
갈색 피가 잔뜩 눌어붙어 있는 침이 진혁의 눈앞에서 왔다갔다 거렸다.
젠장,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혼미해지는 기분이다.
대체 왜 이런 녀석들이 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건지 전혀 감이 잡히질 않는다.
“근데, 왜 나를 위해서 저 녀석들을 죽인 건지 물어봐도 될까?”
“오빠한테선 좋은 피 냄새가 나거든!”
“맞아. 진짜 달콤해. 형한테서 나는 피 냄새는 다른 사람하고는 전혀 달라.”
피 냄새라고?
그러고 보니 엘리스와 혈족들도 그런 이야기를 했었는데…….
설마, 뱀파이어들만 맡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단 말인가?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어쩌면…… 탑의 정상을 본 뒤로 무언가 바뀐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그러나 이걸 생각하는 건 우선 순위가 아니다.
“……내가 마음에 들었다면.”
“응?”
“너희가 나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야?”
진혁의 질문에, 두 사람이 누구보다 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하도 빠르게 끄덕여서 어지럽진 않을까 걱정이 될 지경이다.
“당연하지.”
“오빠는 특별한 걸. 오히려 우리는 오빠에게 함부로 하는 놈들을 모조리 죽일 생각이야. 그치?”
“맞아. 전부 반으로 갈라서 죽여야지. 그리고 경고의 의미로 꽁꽁 얼린 다음에 마을 한가운데 전시할 거야.”
겉으로 보기에는 완전히 티끌 하나 없는 어린애들인데 하는 말과 행동은 엘리스도 열 수는 접어 줘야 할 수준이다.
셋이서 붙여 놓으면 누가 제일 사악한지 경연대회라도 열리겠네 이건.
[‘탐식의 눈’이 대상이 하는 말의 진위를 판별합니다.] [두 사람이 하는 말은 ‘진실’입니다.]적어도 저 말은 사실이다.
‘어려서 부모를 모두 잃고 비뚤어진 정의감과 잔혹한 애정이 공존하고 있다라…….’
순수함과 강함을 모두 겸비한 칼.
이거 어쩌면 이용해 먹을 구석이 있을 지도 모르겠는데?
“미궁 안에서라면 너희랑 함께 다녀도 괜찮을 것 같아. 하지만, 사람을 함부로 죽이는 거나 고문하는 건 안 돼. 특히 그 대상이 죄가 없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진혁이 대뜸 선을 그었다.
“뭐?”
“하, 하지만!”
두 사람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토끼눈을 떴다.
“마음에 안 들면 난 따로 가고.”
“그, 그건! 아…… 알겠어. 함부로 죽이지 않을게. ……손발톱만 살짝 뽑는 것도 안 돼?”
“안 돼.”
“그럼, 나쁜 사람들은?”
“그건 돼. 하지만, 너무 심하게는 말고.”
“오빠가 그렇게 말한다면… 참아야…겠지. 응. 참아 볼게.”
둘이 풀이 죽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