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168)
168화. 3대 절망 (2)
‘탐식의 눈’을 통해 테레사의 정보가 여과 없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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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테레사 드 로렌시아
성별 : 여
나이 : 22세
레벨 : 37
힘 50 민첩 45 체력 30 마력 40 신성력 55
보유한 스탯 포인트 : 0
보유한 코인 : 165,850
직업: 성기사
고유능력: 별의 가호
스킬 : Lv8 ‘신성강화(神性强化)’ Lv8 ‘전투의 노래’ Lv7 ‘축복받은 손길’ Lv5 ‘성호(聖號)’ Lv5 ‘허상결계’ ‘타락(墮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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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상태창에 추가된 패시브형 스킬.
‘타락(墮落)’
테레사처럼 신성력이 높은 성기사들이 강한 재액(在厄)과 싸울 경우 성향에 큰 영향을 받곤 하는데.
3대 절망과의 전투로 인해 그 스킬이 새롭게 개화한 듯 보였다.
‘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거 진짜 보기 힘든 건데….’
진혁이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과거에도 수많은 신성계열 성기사나 프리스트들을 만나봤지만 저 스킬을 가진 거주자는 딱 하나 밖에 없었다.
이타적인 성격과 탑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절망급 몬스터들.
이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게 워낙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진짜 내가 사람 하나는 기가 막히게 고른단 말이야.’
이걸로 쓸 만한 카드가 한 개 더 추가되었다.
“테레사 씨.”
“네?”
“축하드립니다.”
“뭐, 뭐가 축하받아야 하는 건데요?”
태레사가 불안한 듯 토끼눈을 떴다.
보통의 경우, 진혁이 축하한다는 건 상대방이 아닌 자기 자신이 즐거운 일이 있을 때만 하는 말이라는 걸 눈치 챈 것이다.
쳇. 이래서 눈치 빠른 꼬맹이는 싫은데.
나름대로 오랫동안 함께 하다 보니 이제는 본능적으로 패턴을 읽어낼 수 있게 된 건가.
하지만 어쩌겠나.
눈치 챘다고 해서 결과가 바뀌는 게 아니거늘.
생긋 웃은 진혁이 두 팔을 활짝 벌렸다.
“특별히 저랑 동승자의 자격으로 무박 1일짜리 해외여행에 당첨되셨습니다!”
“…거절할 수는 없는 건가요?”
“이미 비행기 표 다 끊어놨어요. 환불할 경우 위약금이 어우야. 감당이 안 되실 것 같네요.”
“…….”
테레사가 슬픈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숙였다.
반면.
“야! 나는? 내가 더 센데 왜 나를 안 데려가?”
엘리스는 두 눈을 치켜뜬 채 목소리를 높였다.
조금 전까지는 선택받지 않으려고 딴청을 부리더니, 다른 사람을 선택하자 완전히 토라진 모습이었다.
하여간 배배꼬인 성격하고는.
“고귀하신 분이 누추하신 곳에 가시면 안 되니. 제 선에서 해결하겠다. 뭐 이런 의도였습니다.”
“으음. 그건 맞는 말이긴 하지만…. 네가 그렇게 기특한 생각을 했다는 게 영 믿기지가 않는데?”
“원래 성질머리가 고약할수록 의심이 많….”
“뭐야?”
순간, 차가운 기운이 솟구쳤다.
예리하게 갈무리된 살기다.
진혁이 황급히 손을 휘저었다.
“아, 아니. 그냥 이번엔 테레사 씨와 함께 가보려고. 신성계열 능력자가 있어야 놈들을 상대하기 쉽거든.”
“그런 이유라면야… 할 수 없지.”
엘리스가 여전히 못마땅한 얼굴로 중얼거렸지만,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진 않았다.
“너랑 천유성은 여기서 잠시 대기하고 있어. 무림 쪽에서 시스템에 개입한 걸 관리자들 측에서도 알게 될 테니, 조만간 무도회장으로 가는 길을 열어줄 거야.”
“알겠어.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게.”
엘리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대충 상황을 정리했으니 슬슬 가볼까.
진혁이 테레사와 함께 게이트로 가려고 할 때였다.
“강진혁.”
천유성이 입을 열었다.
이어진 말은 꽤나 뜻밖의 말이었다.
“무사히 돌아와라.”
“이야. 내가 오래 산 보람이 있긴 하나봐? 천하의 검성께서 나를 다 걱정해주고?”
“나 말고 다른 놈에게 죽지 말라는 뜻이다.”
젠장. 살짝 감동할 뻔 했는데, 그 말은 취소다.
골수까지 싸우는 것 밖에 모르는 전투광에게 바랄 걸 바라야지.
그래도….
‘나쁘지 않은 기분이네.’
홀로 고독하게 탑을 배회하던 삶과 달리, 이번에는 걱정해주며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니까.
‘그것도 복사의 제물이 돼주고 상황에 따라서 요긴하게 써 먹을 동료들이지 말이지.’
앞으로도 계속해서 함께 했으면 좋겠다. 고인물 코퍼레이션이 코스피를 넘어 다우지수에 편입될 그날까지.
-보나마나 또 사악한 생각을 하는 중이겠군. 그냥 지금 해치우는 게 인류를 위한 길일지도 모르겠어.
-표정부터 더러운 게 쟤는 진짜 뱀파이어가 딱이긴 한데. 언제 잠자고 있을 때 확 변화시키든지 해야지.
-진혁 씨랑 단 둘이 가게 되다니….
각자가 서로 다른 생각을 품은 채.
게이트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졌다.
***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중화 길드의 본부.
이곳은 현재 다가오는 엄청난 마력의 폭풍으로 인해 반파된 상태였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세상에나.”
모두가 멍한 얼굴로 다가오는 먹구름을 바라봤다.
아직 한참이나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전신을 짓누르는 압박감은 태산을 마주하는 것만 같았다.
……끝이다.
지금 와서 어디로 도망가든.
남은 사람들끼리 힘을 모아 반격에 나선들.
결과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후우….”
포니테일로 묶은 생머리에 검은색 정장을 입은 여성.
본부의 경호실장을 맡고 있는 샤오팅이 떨리던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사실상 이곳에 있는 유일한 랭커 급 플레이어였다.
“상황이 최악인 건 알겠지만, 아웃브레이크를 방치했다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다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유럽 암스테르담과 미국 뉴욕 그리고 브라질의 리오에서 일어난 대표적인 대형 아웃브레이크.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모두의 머릿속에 똑똑히 새겨져 있었다.
지옥.
그렇다. 그곳은 생지옥이었다.
어떠한 희망도 없는.
“하, 하지만, 다른 랭커들 없이 저희만으로 이곳을 방어해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맞습니다. 지금이라도 연락을 해서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저희로는 무리예요. 최소한 남궁천 님이라도 오셔야….”
하얗게 질린 플레이어들이 뒷걸음질 쳤다.
날고기는 랭커들이 죄다 몰려와준다고 해도 고민할 판국에. 고작 이 멤버로 싸우겠다고?
일반 시민들이 도망갈 동안 고기 방패로 사용되다 죽으라는 것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대부분 사명감보다는 돈과 명예를 위해 길드에 가입했기에, 다른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던지겠다는 생각은 손톱만큼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그 때였다.
쿠쿠쿠쿠쿠쿠!
[‘3대 절망’이 현현합니다!]짙은 먹구름 너머로 번개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잠시 뒤, 뇌우(雷雨)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건….
절망.
그 자체였다.
“키에에에!”
블랙 스콜피온이 거칠게 포효했다.
단지, 음성을 내뱉었을 뿐.
그런데도. 건물의 유리창이 모조리 산산조각 났다.
단순히 마력의 파장만으로도 물리력이 강제되어버린 것이다.
덜덜덜!
도망치려던 중화 길드의 플레이어들이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전신이 굳어버린 건 샤오팅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이 정도였을 줄이야.’
처음에 느꼈던 마력은 그저 편린에 불과했다.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몬스터는 감히 그 바닥을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
쿠웅! 쿠웅! 쿠웅!
블랙 스콜피온이 중화 길드의 플레이어들에게 새겨진 표식을 쫓아 움직였다.
빠른 속도로 좁혀지는 거리.
1km, 700m… 300m! 이제 바로 앞의 건물까지 박살났다.
콰아아앙!
“으아아아악!”
“사람 살려!”
“제발 누구든…!”
시민들이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꽉 막힌 도심 속에서 도망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도로가 갈라지고 전봇대가 이쑤시개처럼 박살났다.
인명피해 역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싸워야 돼요!”
샤오팅이 공포를 억누른 채 선두를 자청했다.
“빌어먹을!”
“제기랄! 다 같이 덮쳐!”
중화 길드의 플레이어들이 반사적으로 몸을 날렸다. 도망쳐봤자 저 속도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쯤은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가가각!
카각!
각종 병장기가 블랙 스콜피온의 외피를 두드렸다.
나름대로 혹독하게 훈련을 받은 터라, 건물을 뛰어나가는 타이밍도. 블랙 스콜피온의 사각을 찌르는 타이밍도 완벽했다.
물론.
날붙이에 검기를 덧씌운 걸로는 치명상은커녕 블랙 스콜피온의 성질만 잔뜩 돋운 꼴이 되었다.
“키에에엑!”
검붉은 빛을 띤 꼬리가 남자의 몸통을 꿰뚫었다.
[블랙 스콜피온이 고유능력 ‘신경독(神經毒)’을 사용합니다!]꿀렁!
“크어…어억?”
독액이 주입되자 남자의 눈과 코에서 굵은 핏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갑옷과 방어스킬을 가볍게 짓밟아버리는 공격이다.
일격에 하나씩.
꼬리가 움직일 때마다 플레이어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큭!”
샤오팅이 재빨리 몸을 날렸다.
자신이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몸놀림이 한층 더 빨라졌다.
양손에 쥐고 있는 한 쌍의 단검에 눈부신 빛이 일렁였다.
앞선 플레이어들이 발현했던 검기보다 적어도 2단계는 높은 수준의 검기였다.
‘비교적 외피가 연약한 곳을 노려야 돼.’
[샤오팅이 Lv8 ‘경신보(輕身步)’를 발동합니다!]샤오팅이 블랙 스콜피온의 전후좌우에서 움직였다.
탓! 탓!
빠르다.
점멸하듯 잔상을 남기는 움직임은 그 누가 보더라도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키에에엑!”
워낙에 빠른 속도 탓에, 블랙 스콜피온의 집게발이 연신 허공을 가로질렀다.
날파리 주제에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것이 신경을 거스른 걸까?
블랙 스콜피온이 갑자기 크게 발을 굴렀다.
쿠웅!
지면을 따라 먼지가 자욱히 피어 올랐다.
시야가 가려졌다.
동시에 집게발과 꼬리에 있는 독침이 3방향에서 샤오팅을 노렸다.
물론, 그마저도 샤오팅의 계산 범주 하에 있던 움직임이었다.
‘지금!’
샤오팅이 혼신의 힘을 다해 공중에서 방향을 꺾었다.
그러면서 양손에 쥔 단검으로 훤히 드러난 배를 노렸다.
이곳이라면 틀림없이 검기가 통할 거라 확신하면서.
그러나.
“약…점이 없다고?”
샤오팅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카칵!
뚫리지 않는다.
아니, 그 흔한 상처 하나조차 입지 않았다.
마치, 그 어떠한 공격도 소용없다는 것처럼.
그렇게 샤오팅이 현실에 좌절하고 있는 사이. 블랙 스콜피온의 집게발이 단숨에 샤오팅의 몸통을 낚아챘다.
“아아악!”
집게발에 힘을 들어가자, 샤오팅이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
안간힘을 쓰며 벗어나려 했으나, 소용없다.
조금만 더 힘이 가해진다면 몸이 양분되는 건 정해진 수순이었으니까.
“막아!”
“젠장!”
동료들이 샤오팅을 구하려 했지만, 블랙 스콜피온의 사정거리에 들어선 순간 짙은 피보라가 뿜어졌다.
열 명이 넘는 수의 플레이어가 일격에 쓸려버린 것이다.
이제 곁에 남아 있는 동료들은 없다. 중국에서 제일이라 평가 받는 플레이어들은 저 괴물 앞에서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았다.
흐려져 가는 의식 속.
샤오팅은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다 끝났…어.’
남궁천과 랭커들은 중화 길드를 버렸다.
남은 길드의 플레이어들은 처참하게 찢겨 나갈 테고.
수많은 사람들의 시체가 산을 이루게 될 거다.
울고 있는 어린 아이와. 자식을 끌어안은 채 쓰러진 부모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저들을 구해줄 방법 따윈 없다. 인간의 힘으로 천재지변 앞에 선다는 건 불가능했기에.
‘…….’
샤오팅이 모든 걸 단념한 채 눈을 감았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빙하조형(氷河造形) ‘하늘의 검’이 발동합니다!]하늘에서 내려오는 얼음 줄기와.
[빙하조형(氷河造形) ‘땅의 검’이 발동합니다!]땅에서 솟구치는 얼음 줄기가 하나로 맞닿았다.
공기가… 바뀌었다.
차가운 바람이 샤오팅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겼다.
대체 뭐일까? 이 기분은….
의식은 끊어질 듯 위태로웠으나.
두근! 두근! 두근!
어째서인지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고동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