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169)
169화. 3대 절망 (3)
샤오팅의 눈앞에 나타난 건 다름 아닌 진혁이었다.
“강……진혁.”
샤오팅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어찌 모를 수 있을까?
현재 중국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가장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인물을.
그러나 샤오팅이 이토록 놀란 건 단순히 진혁이 대단한 플레이어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중화길드의 수뇌부들마저 전부 도망친 판국에…… 우리를 도와준다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타국의, 그것도 적이나 다름없는 자신들을 구해 주겠다는 걸 무슨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대체 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사실 그런 이유 따위야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중요한 건…….
이 절망적인 상황 속에 자신들을 구해 줄 사람이 나타났다는 것뿐이었으니까.
“가, 강진혁이다.”
“진짜야. 진짜라고!”
“한국의 랭커가 여긴 어떻게 온 거지?”
“우리…… 살 수 있는 거야?”
지켜보던 사람들도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중국의 정예들이 속수무책으로 찢겨 나갔을 때만 해도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나 TV에서 당당하게 승승장구하던, 중화의 간판이나 다름없던 플레이어들이 제대로 된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죽었으니까.
그렇기에, 자신들도 똑같은 운명을 맞이할 거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
“다행히 너무 늦지 않게 왔네요.”
테레사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별의 가호’를 통해 내려온 빛이 부상자들의 몸을 감쌌다. 느리지만 조금씩 상처가 치유되기 시작했다.
살이 아물고 뼈가 제자리를 찾았다.
위급한 상황을 넘기자 테레사가 힐끗 블랙 스콜피온을 쳐다봤다.
두 개의 검을 이용해 잠시 움직임을 묶어 두긴 했지만, 치명상을 입힌 건 아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얼음 기둥 속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었으니까.
‘위험해…….’
얼음 파편들이 부서지는 속도를 보아하니, 남은 시간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기껏해야 몇 분.
그 뒤엔 첫 번째 절망이 재차 날뛰기 시작할 것이다.
게다가.
테레사의 시선이 이번엔 먹구름으로 향했다.
뇌우 속에서 넘어오고 있는 건 블랙 스콜피온만이 아니었다.
쿠쿠쿠쿠쿠!
공간이 왜곡되는 현상으로 인해 하늘에 균열이 일어났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마력.
만약 세 번째 절망마저 현현한다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무덤에서……는 힘이 억제되었던 거군요.”
“완전히 힘을 해방했다간 무덤 전체가 무너질 위험이 있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제 와선 그럴 필요가 없겠지.
놈들에게 있어 이번 일은 수호가 아닌 응징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담담하게 말을 하는 진혁을 보던 테레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진혁 씨는 두렵지 않으세요?”
언제나 승리하긴 했으나 그 길은 외줄로 이어져 있었다.
단 한 번의 실수와 방심이 목숨을 잃을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대체 어떻게.
저토록 여유를 잃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진혁이 대답 대신 생긋 웃었다.
‘걱정되겠지.’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수 있었으니까. 아무리 기세등등한 유망주라고 하더라도 실수를 하지 말란 법은 없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고인물이라면…….
누구도 오르지 못한 탑의 정상을 봤던 플레이어라면.
단 한 번의 실수도 하지 않는 법이다.
“뒤에 있는 사람들을 부탁드려요. 테레사 씨라면 전투로 인한 부수적인 피해를 입지 않게끔 막아줄 수 있을 겁니다.”
말을 끝마친 진혁이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두 개의 검을 꺼냈다.
[고유 능력 ‘검의 무덤’이 발동됩니다!]왼손에 쥔 송곳니에 검은 불길이 치솟았다.
[고유 능력 ‘만다라’가 개화합니다.]오른손에 쥔 쌍룡검에선 황금색 운무가 일렁였다.
동시에.
“키에에에!”
얼음 속에 갇혀 있던 블랙 스콜피온이 해방되었다.
검은색 외피와 그 사이에서 번뜩이는 붉은색 눈동자가 유독 돋보였다.
살기가 번들거리는 걸 보니 단단히 열이 받긴 한 모양이다.
콰앙!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블랙 스콜피온이 꼬리로 진혁을 노렸다.
지금까지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반응하지 못했던 공격.
질량을 무시한 듯 가볍게 움직인 독침이 사각으로 파고들었다.
“조심해요!”
“위험해!”
테레사와 샤오팅이 자신도 모르게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모두가 착각하고 있는 게 있다.
절망이 강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단지.
위에는 위가 있는 법.
콰득!
퍽!
한 쌍의 검이 너무도 가볍게 움직였다.
아니, 움직였다는 건 그저 결과로 미루어본 가정이었다.
진혁의 손이 미세하게 흔들리나 싶더니, 이내 블랙 스콜피온의 양측 외피에서 검은색 피가 뿜어져 나왔던 것이다.
“키에에…….”
고통에 찬 비명 소리도, 상처를 입은 것에 분노해 발악하는 몸부림도 없다.
블랙 스콜피온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그걸로 끝이다.
블랙 스콜피온이 유리창을 박살내며 건물 속으로 쓰러졌고.
콰콰콰콰콰!
무너지는 파편들이 블랙 스콜피온의 몸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첫 번째 절망이 소멸합니다.]믿을 수 없는 광경에 몇 초간 침묵이 흘렀다.
구경하던 모든 이들이 얼어붙어 버렸다.
“이, 일격에 쓰러뜨렸다고?”
샤오팅이 하도 놀라 말을 더듬다가 그만 혀까지 깨물 뻔했다.
상대가 강하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대체 얼마나 레벨이 높은 건지. 얼마나 특별한 능력일 지니고 있는 건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당황스러운 건 테레사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 그 누구보다 진혁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이건……. 너무도 현실감이 없지 않은가?
‘진짜 보면 볼수록 놀라운 분이야.’
문득 진혁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어떠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반드시 자신을 믿어 달라고 했던 그때의 기억이.
‘나는 또다시 아무 의미 없는 걱정을 했던 거구나.’
테레사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떠올랐다.
동시에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었다.
아무리 절망적인 적을 만나더라도 믿고 따를 수 있는 플레이어가.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든든하게 버텨주는 동료가.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이라는 걸.
***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칭호 ‘절망에 도전하는 자’를 획득하셨습니다.] [절망에 도전하는 자]입수 난이도: 측정 불가
내용: 3대 절망을 상대할 경우 모든 능력치가 10%만큼 상승합니다. 단, 이 칭호의 효과는 3대 절망을 모두 쓰러뜨리는 시점에서 사라집니다.
무려 4레벨.
레벨이 50대인 걸 감안한다면, 현실감이 없는 수준의 경험치 덩어리인 셈이다.
‘진짜 쏠쏠하긴 하네.’
진혁이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절망들이 현현하면서 각종 제약이 풀린 건 사실이었으나 그에 따르는 대가 또한 존재했다.
‘강해진 만큼 약점 또한 생겨나게 된 거지.’
등가교환(等價交換).
시련의 탑에서 그저 이득을 얻기만 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나를 얻으면 그에 걸맞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경우엔 치명적인 급소가 생겨난 것이 그에 해당했다.
심장에서 2.7cm 왼쪽으로 떨어진 곳, 그리고 폐가 위치한 곳에서 3.3cm 아래에 위치한 곳.
이 두 가지가 블랙 스콜피온의 약점이다.
하지만,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곳에 정확한 힘과 각도로 공격을 해야 효과가 있었기에, 안다고 해서 쉽사리 성공시킬 수는 없었다.
단 한 명.
‘나를 제외하면 말이지.’
바로 그때.
진혁의 앞에 다수의 상태창이 나타났다.
[다수의 세력들이 몹시 흥분합니다.] [거대 세력 ‘제국’이 당신의 영웅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공적치가 10,000 포인트만큼 상승합니다.] [정령계에서 공적치 3,000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호감도가 매우 높은 수치로 상승합니다.]그래.
바로 이거다.
일부러 중국까지 넘어와 위험한 다리를 건너려 한 건, 레벨업 외에도 세력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 또한 존재했다.
누가 뭐래도 ‘세력 선택전’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공적치를 많이 모으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명분을 중요시하는 세력들에게 있어 ‘영웅’이라는 존재는 포기하기 힘든 유혹이었다.
‘칭호는 줄 때도 있고 안 줄 때도 있는데, 이번엔 운까지 따라주네.’
두 번째 절망까진 몰라도 세 번째 ‘흑색 구체’는 꽤나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그 속도와 파괴력.
우습게보다간 전신에 바람구멍이 뚫리게 될 것이다.
허나, 칭호의 존재로 인해 전투를 더욱 유리하게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딱 하나만 더 해결하면 된다.
진혁의 시선이 힐끗 테레사에게 향했다.
이곳에 엘리스나 천유성 대신 테레사를 데리고 온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있었다.
‘판을 적절하게 잘 짜야 될 텐데…….’
그런데 진혁이 고민하던 바로 그 순간.
콰아아앙!
콰아앙!
굉음과 함께 지면에서 녹색 넝쿨들이 튀어나왔다.
넝쿨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자동차들이 하늘 높게 솟구쳤다.
두 번째 절망이 등장한 것이다.
‘……성질 한번 급하긴.’
진혁이 재빨리 몸을 날려 거리를 벌렸다.
발을 디딘 곳에 연신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콰콰콰콰콰!
폭풍처럼 몰아지는 초록색 파도와 그 사이에서 유유히 빠져나가는 인간.
그렇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아슬아슬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안달이 나는 건 거대 식인식물 쪽이었다.
“키에에에엑!”
무너진 지면 사이로 수백 개의 이빨을 지닌 입이 나타났다.
[두 번째 절망 ‘얀타만’이 ‘진동감지(振動感知)’를 발동합니다!]이 녀석이 까다로운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지면의 미미한 떨림을 감지해 위치를 파악하는 건 물론, 대상이 있는 곳으로 충격파를 보낼 수 있는 능력은 공수가 모두 완벽하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이제부터가 본 게임인가.’
진혁의 움직임이 한층 더 빨라졌다.
넝쿨들의 속도와 정확도가 매서워짐에 따라, 몸을 놀리는 패턴도 그에 맞춰 변칙적으로 변해야 한다.
쾅! 쾅! 쾅! 쾅!
뾰족하게 날을 세운 넝쿨의 끝부분이 탄환처럼 지면을 관통했다.
진혁은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를 넘나들며, 서서히 바깥쪽으로 상대를 유인했다.
화르륵!
가로등 위에 ‘불의 원소’를 통해 만들어 준 손톱만 한 불꽃들이 희미하게 타올랐다.
조금만.
조금만 더 하면…….
빌딩과 빌딩이 맞닿은 지점, 진혁이 ‘검마제왕보’를 사용해 최대한 크게 도약했다.
15m가 넘는 거리를 일순간에 뛰어넘었다.
바로 그때.
진혁의 코앞에 검은색 구체가 나타났다.
마침내 세 번째 절망의 영역에 도달한 것이다.
파츠츠!
구체의 표면이 일렁였다.
준비 동작 따윈 없는 신속의 창이 당장이라도 뻗어나가려 했다.
“키에에에!”
뒤에서는 추격을 거듭한 식물의 본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흙덩이와 시멘트 파편이 지상을 향해 떨어졌다.
100m에 육박하는 거대한 몸체는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위압감을 자랑했다.
앞과 뒤.
이제 도망갈 곳 따윈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