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17)
17화 각성 테스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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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박하진
성별: 남
나이: 26세
레벨: 8
힘 16 민첩 15 체력 16 마력 12
보유한 스탯 포인트: 0
보유한 코인: 1,580
직업: 없음
고유 능력: 치명적 암습
스킬: Lv3 ‘가속(加速)’, Lv2 ‘은신(隱身)’, Lv2 ‘얕은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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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진실의 눈’을 통해 박하진의 상태창을 확인해 뒀다.
일대일에서 강한 평가를 받은 암살계열.
특히나 ‘얕은 호흡’은 꽤나 탐나는 능력이었다.
‘장기전을 보완할 수 있는 패시브형 스킬이니까.’
확실히 쓸 만하다.
그렇기에 도발했다.
[복사 조건: 대상과의 우호도를 최대치로 올릴 경우 ‘고유 능력’을 복사할 수 있으며, 대상과의 적대감을 최대치로 올릴 경우 ‘원하는 스킬 중 하나’를 복사할 수 있습니다.]바로 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
‘적대감 올리는 거야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지.’
진혁의 입 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반대로 그 모습을 보던 박하진의 얼굴은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이 새끼가……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와?”
스릉!
그러나 검이 뽑히려는 찰나.
진혁이 반 박자 빠르게 움직였다.
들고 있던 생수병을 앞으로 뻗었다.
촤아아악!
뿜어진 물이 박하진의 안면을 뒤덮었다.
“큭?”
박하진이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감았다.
고작 1초도 안 되는 시간.
하지만 전투에 있어 그 짧은 시간은 치명적이었다.
뒤늦게 뽑힌 검이 허공을 갈랐다.
물론, 피를 뿜고 비명을 지르고 있어야 할 대상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손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뭔가 잘못됐다.
그런 생각이 든 순간.
욱씬!
박하진의 허벅지에 시큰한 통증이 느껴졌다.
휘청하고.
“끄아아악!”
몸이 무너져 내렸다.
박하진이 허벅지를 부여잡고 맨 땅 위를 뒹굴었다.
워낙 빠르고 정확하게 타점을 노린 일격.
당분간은 싸우기는커녕 몸을 일으켜 세우는 것조차도 힘들 것이다.
“뭐,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혼자 공격하고 혼자 넘어졌는데?”
“스탭이 꼬인 건가?”
어처구니없는 실수.
뜻밖의 행운.
모르는 사람들 눈엔 그렇게 보였다.
수백 명의 인파 중 조금 전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한 건 단 세 명.
진혁을 따라왔던 이태민과 유연화.
그리고 싸울아비 길드의 김기태뿐이었다.
‘형이 우리보다 고인 줄은 알았지만, 이건 미쳤는데?’
이태민이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기습으로 허를 치르는 타이밍도.
그 틈을 이용해 사각으로 파고드는 타이밍도 완벽하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였지만 틀림없다.
박하진의 다리가 지금 정상이 아니라는 걸.
물론, 본인은 부상의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조차 모르고 있을 테지만.
“으으…….”
유연화의 입에서도 안쓰러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완전히 농락당하는 모습이 과거, 할아버지와 대련을 하던 자신의 모습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하지.’
그때는 수련이라는 목적이라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당하는 입장에서 배울 점 따위는 하나도 없다.
그저 일방적으로 찍어 누를 뿐이었으니까.
***
‘뭐, 뭐지?’
박하진은 지금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분명, 바닥에 뒹굴고 있어야 할 사람은 저 녀석이었다.
그런데 대체 왜…….
뺨에서 대리석의 차가운 감촉이 느껴진단 말인가?
“빌어먹을!”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김기태가 지켜보고 있는 와중에 이런 추태를 부리다니.
아무리 방심했다곤 하나, 돌이킬 수 없는 실수였다.
“이 새끼가 진짜 뒈질라고.”
박하진이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바로 그 때. 강한 압박감이 목을 짓눌렀다.
우득!
“컥?”
“목 부러진다. 그대로 엎어져 있어.”
진혁이 위에서 박하진을 내려다봤다.
“켁! 케엑! 발…… 발! 안 치워?”
박하진이 몸을 버둥댔다.
당장이라도 뿌리치려 했으나, 어떻게 된 영문인지 상대의 다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 오빠!”
박하나의 목소리가 들린 건 바로 그때였다.
소란을 듣고 앞쪽으로 달려 나온 것이다.
“대체 어떤 놈이!”
박하나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자신의 혈육을 공격한 이를 노려봤다.
그러나 그 대상과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덜덜덜.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어, 어?”
결코 만나고 싶지 않았던 인물.
감히 쳐다보기조차 힘들었던 악마가 눈앞에 있다.
“이야. 설마 이렇게 빠르게 보게 될 줄 몰랐네. 인턴.”
진혁이 생긋 웃었다.
“여, 여기는 왜 오신 거……예요?”
“왜긴, 테스트 보러 왔지. 새치기하고 오히려 큰소리 내는 놈 때문에 기분은 잡쳤지만.”
진혁이 발에 체중을 조금 더 실었다.
“끄으으!”
꿈틀대던 박하진이 얌전해졌다.
이제야 조금 조용해졌네.
‘그나저나 복사 조건은 아직 완료되지 않은 건가?’
이 정도면 충분히 적대감을 최고치까지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시스템이 원하는 조건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까다로운 모양이었다.
‘하는 수 없지. 더 강하게 밀어붙이는 수밖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그쯤 해라.”
진혁의 어깨에 묵직한 압박이 느껴졌다.
김기태였다.
[‘진실의 눈’이 발동됩니다!] [레벨 차이가 일정 수준을 넘었기 때문에 스킬의 발동이 취소됩니다!]눈으로 상태창을 볼 수 없다.
그렇다는 말은.
‘최소한 레벨이 20은 넘었다는 뜻이군.’
사냥터의 독식과 몰아주는 사냥이 가능하다는 장점.
이것이 바로 너도 나도 대형 길드에 가려는 이유였다.
진혁이 어깨를 붙잡은 손을 잠시 바라봤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몰랐는데.”
“뭐를 몰랐단 거냐?”
“이 녀석에게 보모가 딸려 있을 줄은 몰랐다고.”
도발성 짙은 발언이었지만, 김기태의 표정에 변화는 없었다.
“손이 많이 가는 놈이지만, 하는 수 없지. 이 녀석이 나름대로 쓸모 있는 구석도 있거든.”
“쓸 만한 구석이라…….”
진혁이 피식 웃었다.
“그건, 중국에 ‘고려인삼’을 공급할 루트를 갖고 있기 때문인가?”
“뭐?”
아까와는 다르게 이번엔 김기태의 기색이 눈에 띠게 바뀌었다.
지진이 일어나는 동공.
게다가 어깨를 붙잡고 있는 손까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냐?”
“질문이 좀 잘못됐네. 그걸 어떻게 아는지 물어볼 게 아니라.”
그 정도 정보를 알고 있으면.
그 정도 정보를 알고 있는 놈이라면.
혹시.
“고려인삼이 갖고 있는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물어봐야지.”
진혁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우우우웅!
[김기태가 Lv3 ‘암막결계(暗幕結界)’를 발동합니다!]투명한 막이 펼쳐졌다.
박하진과 박하나, 그리고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사라졌다.
외부와는 단절된 세상 속, 김기태는 진혁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너…… 대체 뭐야? 뭔데 그런 걸 다 알고 있어?”
처음엔 흥미로웠다.
이제 막 테스트를 받는 뉴비가 박하진을 가지고 놀았으니까.
심지어 낭비 없는 움직임엔 살짝 감탄하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진혁의 발언이 이어짐에 따라 흥미는 곧 불편한 호기심으로 바뀌었고.
결국엔 강한 적개심으로 변질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자는……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다.
지나칠 정도로 많은 걸.
“이번에도 질문이 잘못된 것 같은데.”
진혁이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뭘 어떻게 아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뭐와 교환할 수 있는지를 물었어야지.”
여긴 청문회가 아니다.
오직 결과가 중요할 뿐.
동기나 과정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교환을 하고 싶다고?
“그래. 어차피 너희 쪽에서도 그 부작용 줄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거 아니야?”
정곡을 찔렸는지 김기태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마치 이 거래를 미리 준비했었다는 듯한 말투로군.”
즉흥적……이라고 보기엔 걸리는 점이 너무 많다.
사전에 대상을 알고 준비해 둔 무대.
그렇게 생각해야만 앞뒤가 맞다.
진혁이 긍정의 뜻 대신 어깨를 으쓱했다.
“맞아. 사실 당신이 이곳에 올 줄 알고 있었거든.”
어제 이태민에게 테스트란 말을 듣자마자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가장 좋은 자리.
명예의 전당에 올라 주가를 높인 박하나가 이걸 놓칠 일은 없다.
당연히 날이 밝자마자 오겠지.
물론, 길드의 성장에 안달이 나 있는 박하진과 함께.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연줄을 원하는 박하진이 과연 혼자서 올까?
그럴 리가.
어떻게 해서든 위쪽에 있는 놈들을 끌어들이고 싶었을 거다.
물론, 상대측에서도 매스컴에 대대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 버리고 싶진 않을 테고.
이해관계의 합치.
그렇기에 확신했다.
단군이나 싸울아비.
최소한 둘 중에 한 곳에서 간부급이 올 거라고.
‘확률이야 2위 자리에서 1위를 노리는 싸울아비 쪽이 높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 예상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고 치고. 증거는 있나? 입만 터는 건 그 누구라도 할 수 있어.”
증거?
물론 있지.
“고려인삼을 생으로 복용하면 마력 중독 증상이 일어날 거야. 물론, 복용량을 조절하거나 2층에 있는 ‘정화수’를 이용하면 증상을 누그러뜨릴 순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
“그래서?”
“필요한 아이템은 총 셋.”
진혁이 손가락 세 개를 폈다.
“카라시안의 즙. 월광석. 만드라고라의 뿌리다. 앞에 두 개야 탑의 2층과 3층에서 구할 수 있을 테니 상관없지만 문제는, 마지막 만드라고라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거 아냐?”
……일치한다.
현재 싸울아비 길드에 소속된 연구팀과 탐험가들이 얻은 조합서와 이 남자가 하는 말이.
세 가지 재료 중 두 가지는 손쉽게 얻었으나.
딱 하나.
만드라고라의 뿌리만큼은 도무지 구할 방법이 없었다.
심지어 탑의 몇 층에 있는지조차 파악이 되질 않았으니까.
‘조합서와 재료의 종류까지 알고 있는 걸 보면…… 저 말은 진짜다.’
거래를 하는 데 최소한의 요건은 갖췄다는 뜻.
고민은 길지 않았다.
“좋다. 네 말에 넘어가 주지. 다만.”
그 순간, 김기태의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이 폭사되었다.
스릉!
박하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다.
진혁의 코앞까지 뻗은 검 끝이 예기를 발했다.
“어설픈 수작을 부리는 거면 각오해라.”
“수작을 부린 거면 각오하라고?”
“그래. 그때는 이런 말빨로는 넘어갈 수 없을 거다.”
이것…… 참.
아무래도 살짝 오해가 있었나 보다.
진혁이 머리를 긁적였다.
동시에 느릿하게 움직인 손이 칼날을 움켜쥐었다.
“벨 생각은 없으니 손으로 잡지 않아도 된다.”
김기태가 피식 웃었다.
바로 그때.
화르륵!
[Lv2 ‘불의 원소’가 발동됩니다!] [대상과의 레벨 차이로 인해, 스탯 ‘간극’이 활성화됩니다!]불꽃이 일렁이며.
칼날이 붉게 달아올랐다.
피부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운 열기.
공기 중에 수분마저 급속도로 증발하기 시작했다.
“……무슨?”
김기태가 다급히 검을 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카칵!
어느새 진혁의 반대편 손엔 붉은빛을 머금은 단검이 쥐여 있었다.
횡으로 그어진 궤적.
김기태의 칼날에 가느다란 금이 그려졌다.
균열이라고 하기엔 너무 미약한.
허나,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는 선이다.
그 순간.
툭!
반으로 쪼개진 칼날이 바닥에 떨어졌다.
‘가, 강화까지 한 무기를 베어 버렸다고?’
일격에?
‘그런 말도 안 되는……!’
김기태가 멍한 표정으로 칼날과 검의 손잡이를 번갈아봤다.
분명, 상대는 한 자리 레벨밖에 되지 않을 플레이어다.
한데 뭐란 말인가?
전신을 옥죄어 오는 이 흉흉한 가세는.
마치, 레벨 따위는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처럼.
본능이 최고조의 경고를 보내 왔다.
진혁이 입을 열었다.
“착각하지 마. 제안을 하는 것도 나고. 기회를 주는 것도 나야.”
그 어느 때보다 차가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이런 귀찮은 짓거리를 하는 건 네놈들이랑 줄다리기할 시간조차 아깝기 때문이고.”
당장, 1층에 있는 ‘유적’으로 가야 한다.
그걸 위해 미궁에서 1달이란 시간을 보냈으니까.
하지만, 주제 파악을 못 하는 놈이 짖어 댈 경우, 잠깐 시간을 내줄 생각은 있다.
“당신이야 말로 명심해.”
바로 여기서.
“만약 어설픈 수작을 부렸다간…….”
선을 긋는다.
“싸울아비 길드 전체가 박살날 수도 있다는 걸.”
경고는 한 번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