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172)
172화. 밤의 피로연 (1)
잠시 계획을 정리하던 진혁이 요시오에게 다가갔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동네 친구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처럼 손을 가볍게 흔들어주는 게 포인트다.
해치지 않는다는 듯 활짝 웃어주는 건 덤이고.
“뭐. 뭐냐?”
하지만, 요시오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날이 선 듯 경계심을 가득 담은 시선이 진혁에게 쏟아졌다.
하긴, 당연한 반응인가?
“너무 그렇게 까칠하게 굴진 마. 우리가 첫인상은 별로 안 좋았지만, 앞으로도 그럴 필요는 없잖아?”
진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동시에 중지와 엄지를 가볍게 맞부딪쳤다.
따악!
그러자.
[아공간 인벤토리가 개방됩니다.]일렁이는 공간 너머에서 익숙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새하얀 검신이 인상적인…… 3종 신기 중 하나인 ‘청총운검’이었다.
“헉!”
크게 숨을 들이 마시는 소리.
사무라이 길드에서 잃어버린 성유물을 다시 보게 되자, 요시오의 동공이 급속도로 흔들렸다.
당황할 수밖에 없겠지.
지금 이걸 찾으려고 전 일본이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상태였으니까.
“이, 이걸 어떻게……?”
요시오의 물음에, 진혁이 태연하게 대꾸했다.
“랴오위가 갖고 있더라고. 너흰 동맹으로 생각했겠지만, 그 녀석이 사실 일본의 성유물을 훔친 장본인이었어.”
“그, 그럴 리가 없다. 중화와 우리와는 동맹을 맺은 상태인데. 이런 짓을 꾸민 걸 믿으라는 소리냐?”
“동맹이라면 겉으로는 웃는 가면을 쓴 채 있다가 수가 틀리면 언제든지 서로의 등에 칼을 꽂는 그걸 말하는 건가?”
이거 선수끼리 왜 이러시나?
역사적으로도 영원히 지속되는 동맹 따윈 없다는 것쯤이야 알고 있을 텐데?
중화와 사무라이 역시 표면적으로는 함께 탑을 오르기로 약속했지만,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하루아침에 적이 될 수 있는 관계였다.
“정말로 확신하고 있어? 놈들이 전장에서 등을 맡길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동료라고?”
“그건…….”
요시오가 말끝을 흐렸다. 믿을 수 있다는 단어가 놈들 앞에 붙을 수 있을지 스스로도 의문이 든 탓이다.
혼란스러운 감정을 읽은 진혁이 재빨리 한 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내가 뭐 거창한 걸 바라고 그러는 게 아니야. 그저 이 검을 받아 줬으면 해서 왔을 뿐이지.”
“……고맙다. 사무라이 길드를 대표해 그대에게 감사를 표하마.”
요시오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성유물을 아무 대가 없이 돌려주겠다는데, 더 이상 거부만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여전히 찜찜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요시오는 빠르게 잡념을 털어냈다.
좋아.
이건 됐고.
진혁이 이번엔 천유성에게 다가갔다.
아직까지 어수선한 틈을 탄 덕분에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크게 이목을 끌지 않았다.
“이번엔 또 무슨 말장난을 하려는 거냐?”
천유성이 대번에 혀를 찼다.
이 녀석은 왜 얼굴을 본 것만으로도 짜증을 내는 걸까?
이젠 미운 정이라도 들 때가 되지 않았나?
“사람이 기껏 좋은 걸 주려고 하는데, 넌 눈빛이 그게 뭐냐 눈빛이?”
“좋은 걸 준다고?”
“그래. 그 양복점에서 내가 무기 하나 구해 준다고 했잖아.”
싸구려 말고 검성에 어울리는 좋은 검으로.
그 약속을 지키러 왔다.
진혁의 말에, 천유성이 의외라는 듯 두 눈을 치켜떴다.
“……정말로 순순히 검을 주겠다는 건가?”
“암! 다른 누구도 아니고 천하의 검성하고 한 약속인데, 당연히 지켜야지.”
“네놈이 호언장담을 하는 걸 보니 영 믿음이 안 가는데…….”
“이번에 진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믿어 봐. 믿는 자에게 복이 온다는 말도 있잖아.”
“후우. 그래서. 그 검은 어디에 있지?”
……걸렸다.
까칠한 데다 성격까지 고약한 물고기가 미끼를 덥썩 물었다.
여기서 부터가 중요하다.
진혁이 최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이 뒤섞인 표정을 자아냈다.
할리우드 감독이 있다면, 당장에라도 길거리 캐스팅을 해 버릴 정도로 완벽한 감정 이입이었다.
“그게 말이야. 나도 진짜로 주고 싶었는데, 방금 전에 뺏겼어.”
으득!
어금니 가는 소리가 유독 크게 울려 퍼졌다.
이마에 심줄이 툭 하고 튀어나온 게 단단히 화가 난 듯싶었다.
“네놈이 또 다시…….”
“아니, 아니 기다려 봐. 어허. 여기서 검 뽑는 거 아니야. 그걸로 베는 거 아니야. 찌르려고도 하지 좀 말고. 진짜로 죽어. 죽는다니까?”
진혁이 황급히 머리를 숙였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상단 베기를 시전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목이 몸과 작별해 땅바닥에서 굴러다녔을 거다.
“내가 약 올리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진짜로 좋은 검을 구해 두긴 했거든? 근데 여기 오기 전에 뺏겼어.”
“누구에게 말이냐?”
“저, 저기…….”
진혁의 손끝이 한 남자를 가리켰다.
한 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검을 든 채 환한 미소를 띠우고 있는 남자였다.
“내가 너한테 선물해 줄 거라고 했더니. 저 친구가 검을 다룰 줄 모르는 애송이에게 이 검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이 말로 충분하다.
천유성의 눈빛에 진득한 살기가 피어오르는 게 보였다.
“기다리고 있어라.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으니까.”
“그러엄, 네가 원한다면 망부석이 되어 영원히 기다리고 있을게. 꼭 힘내서 검을 되찾아 와! 아 그리고, 그 검. 내가 주는 선물이니까 나중에 또 달라고 하면 안 된다?”
진혁이 뒤에서 그 모습을 열심히 응원했다.
***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고르신 스킬은 ‘발검(拔劍)’입니다.] [복사된 스킬은 ‘세계의 기억’에 저장됩니다.]당연한 말이지만, 지칠 대로 지친 요시오는 천유성의 상대가 되질 못했다.
무엇보다 다짜고짜 검을 휘두르는데 대체 무슨 수로 막을 수 있단 말인가?
덕분에 손 안 대고 코를 푸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관리자들에 의해 별채에 마련된 응급실로 실려 가는 요시오를 보며, 진혁이 작게 두 손을 모았다.
이 정도면 미안한 감정은 충분히 전했으리라 믿는다. 정 안 되면 나중에 술이라도 한 잔 사주든가 해야지.
‘좋아. 좋아. 아주 좋아.’
진혁이 만족스러운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동료라는 건 소중한 법이다.
이렇게 필요할 때 마음껏 써먹을 수 있었으니까.
그럼 어디…….
대망의 보상들을 정리해 볼까나.
레벨업을 통해 쌓아 둔 보너스 스탯들과 어떤 능력을 복사할지까지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였다.
진혁이 개인 상태창을 활성화시켰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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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강진혁
성별: 남
나이: 27세
레벨: 67
힘 25 민첩 25 체력 34 마력 110 간극 100 행운 10 적응형 78 정기 17.53
보유한 스탯 포인트: 36
보유한 코인: 421,350
직업: 룬의 해석사
고유 능력: ‘융합(融合)’, ‘검의 무덤’, ‘별의 가호’, ‘아누비스의 심판’, ‘혈마기(血魔氣)’, ‘만다라(曼茶羅)’, ‘1초 무적’, ‘천독(千毒)’, ‘하얀 맹수’, ‘만상 공유(萬祥共有)’
스킬: Lv9 ‘불의 원소’, Lv9 ‘탐식의 눈’, Lv6 ‘교감’, Lv7 ‘염혼의 낙인’, Lv6 ‘독식’, Lv6 ‘얕은 호흡’, Lv11 ‘빙하조형(氷河造形)’, Lv8 ‘데이라이트’, Lv5 ‘거인의 손아귀’, Lv7 ‘추혼검(追魂劍)’, Lv1 ‘이중첩자’, Lv5 ‘진태청화랑심법(眞太淸花郞心法)’, Lv6 ‘검마제왕보(劍魔帝王步)’, Lv1 ‘흐릿한 체취’, Lv4 ‘정신 방벽’, Lv3 ‘천상의 선율’, Lv3 ‘이세계 식당’, Lv3 ‘적색마탄(赤色魔彈)’, Lv2 ‘천라지망(天羅地網)’, Lv1 ‘영혼 흡혈’, Lv1 ‘마혼검(魔魂劍)’, Lv1 ‘발검(拔劍)’
결계: 배운 결계의 수가 너무 많아 ‘접어두기’ 상태로 전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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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스탯이란 행복한 숫자를 두고, 진혁이 잠시 고민에 빠졌다.
어디에 얼마큼 투자해야 가장 효율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신중하게 생각을 정리했다.
‘네임리스 녀석이랑 싸울 때…… 확실히 힘이 부족하긴 했어.’
반응 속도는 따라 줬는데, 정작 공격을 상쇄시킬 때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다.
다른 스탯들에 비해 힘이 부족하다는 방증이었다.
[힘이 25→50으로 상승합니다.]과감하게 25의 스탯을 투자했다.
동시에, 전신의 근육이 달라진 게 느껴졌다.
스테로이드를 꽂은 것처럼 힘을 주체할 수 없어졌다고 해야 하나?
근육의 크기가 커진 건 아닌데…… 확실히 밀도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단단해졌다.
진혁이 대리석으로 만든 테이블을 가볍게 쥐었다.
우두둑!
마치, 찰흙을 갖고 놀기라도 하는 것처럼.
손가락이 대리석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런 미친…….’
거인의 손아귀를 사용하지도 않았건만, 평상시의 악력이 거의 괴물이 된 수준이다.
힘 스탯을 2배나 올린 보람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이 정도면 당분간 힘이 부족할 리는 없겠어.’
다음은 역시 마력이다.
다양한 고유 능력과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선, 마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은 스탯이었다.
진혁이 망설이 없이 나머지 스탯을 전부 마력에 투자했다.
[마력이 110→121으로 상승합니다.]“후우…….”
진혁이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전신에 감도는 마력을 느꼈다.
우우우웅!
부드럽게 순환하는 마력이 기분 좋게 몸 구석구석 퍼져나갔다.
이제 마지막 하나가 남았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말이지.
진혁이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수많은 스킬과 고유 능력들을 봐 왔지만, 어느 걸 선택해야 할지 솔직히 지금도 확신이 들지 않았다.
‘우선 플레이어는 논외로 치자.’
그건 다음 기회라도 얼마든지 복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다 떠나서 거주자들이나 관리자 그리고 보스 몬스터라는 먹임직스러운 먹잇감들이 널려 있는데, 플레이어에게 이 기회를 쓰기엔 너무도 아까웠다.
‘네임리스의 능력도 나쁘진 않긴 해.’
직접 싸워 본 당사자였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놈이 사용했던 능력은 공수가 자유자재로 바뀌는 데다 밸런스 또한 완벽하다는 걸.
‘좀비 플랜트에서 싸웠던 펜다리엘의 흑사(黑死)도 가능하면 모아 뒀으면 하는 능력이었지.’
고구마의 고유 성창이나 엘리스의 고유능력도 최우선 후보에 올랐긴 했으나, 만상공유(萬祥共有)가 있었기에 이것 역시 논외로 했다.
고민이 깊어졌다.
워낙 강한 놈들과의 접점이 많았기에, 결정은 더욱더 쉽지 않았다.
그렇게 몇 분이나 흘렀을까?
마침내 진혁이 입을 열었다.
“오시리스의 고유능력을 복사하겠다.”
고대종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최강의 생명체.
탑의 규칙을 관장하는 절대자가 지닌 능력이라면….
모처럼 얻은 기연에 걸맞은 선택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고유 능력 ‘태양의 성역’을 복사했습니다.] [복사된 능력은 ‘세계의 기억’에 저장됩니다.]42층. [하얀 오아시스]의 전체를 아울렀던 고유능력.
태양의 힘을 재현할 수 있는 최강의 광역기를 손에 넣었다.
“하하하하!”
진혁이 실성한 듯 광소를 터뜨렸다.
주위 사람들이 미친놈처럼 쳐다봤지만 상관없었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인데, 다른 사람들의 시선쯤이야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었다.
***
약 5시간 뒤.
하스팅과 릭을 비롯해 탑의 관리자들이 이번 일의 뒷정리를 끝마쳤다.
시스템에 함부로 개입했던 무림과 중화 길드에게는 그에 합당한 대가가 뒤따랐다.
물론, 중화 길드야 사실상 반파된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패널티라는 게 의미가 없어지긴 했지만.
무림은 지금까지 모아 뒀던 코인을 전부다 압수당하게 되었으니, 그 피해는 아무리 많은 시간이 지난다고 한들 복구되기 힘들 것이다.
그렇게 다사다난한 일들이 마무리되고 나서야 무도회장에 성대한 피로연을 열었다.
세력 선택전의 마무리이자 세력들과 플레이어들이 계약을 맺는 자리.
마침내.
가면무도회의 종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