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178)
178화. 검성의 비급
“…….”
취두부와 민트초코의 콜라보를 맛본 엘리스는 아주 얌전해졌다.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영혼을 잃어버린 것만 같은 표정을 한 채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입가를 따라 초록색 민트초코 한 줄기가 주르륵 흘러내렸지만, 닦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걸 보니…….
조금 너무했나 싶기……는 개뿔.
이제야 좀 위계질서가 좀 잡히는 기분이다.
‘아무리 맛있는 민초로도 취두부는 이길 수 없다는 게 증명되었군’
진혁이 만족스러운 듯 안면 가득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자.
“널 보면…… 탑에 있는 몬스터들도 사실 그리 나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맥주잔을 만지작거리던 천유성이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 정도면 착하지. 그리고 취두부랑 민트초코 전부 좋아하는 사람들은 꽤 좋아한다고?”
섞어 먹으면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
문제는 정말 하나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거긴 하지만.
“……됐다. 말을 말자.”
“그보다 너는 어느 세력을 고른 거냐? 너도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많이 받던데?”
진혁만큼은 아니었지만, 천유성도 다수의 세력들이 관심을 보였다.
지금까지 해 온 수많은 업적들이 워낙에 화려했던 탓이다.
“그래, 제안은 많이 받았지. 하지만…….”
그렇게 말한 천유성이 힐끗 진혁을 바라봤다.
“나 역시 세력을 선택하지 않았다.”
호오.
만약 다른 곳을 골랐으면, 강제로라도 빼 오려고 했는데.
기특하게도 위대하신 검성께서는 자신의 운명을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말해 봐. 내 세력에 들어오려고 일부러 안 고른 거지? 응?”
“헛소리하지 마라. 다른 놈들이 성에 차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그래. 어련하시겠어. 그래서 가입할 거냐? 지금 들어오면 초기 멤버 특전으로 이것저것 더 해 줄 수 있는데.”
“내가 고인물 코퍼레이션인지 뭔지 하는 세력에 가입하면 언제든지 네 등에 칼을 꽂을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은 건가?”
“글쎄.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어떻게 확신하는 거지?”
“비겁하게 이기는 건 네 스타일이 아니거든.”
진혁이 피식 웃었다.
저놈은 항상 저렇게 말을 하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정석을 추구하는 미련곰탱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한 번도 이기지 못한 거겠지.
“말로는 못 당하겠군. 좋다. 네놈을 이기는 것이 내가 탑을 오르는 이유니까. 같이 있으면 그 기회 또한 늘어나겠지.”
천유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플레이어 ‘천유성’이 당신의 제안을 승낙합니다.] [첫 번째 세력원이 가입했습니다.]이걸로…….
세력의 첫 번째 멤버가 들어왔다.
‘기왕 한 김에 나머지도 후딱 처리해 볼까.’
엘리스와 테레사는 물론, 유연화와 이태민 같이 떡잎이 다른 인재들을 미리 다 챙겨 놔야 한다.
나중에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낼 때에는 이미 몸값이 한창 치솟아 있을 테니.
진혁이 ‘세력 상태창’을 활성화시켰다.
[세력 정보]이름: 고인물 코퍼레이션
세력의 주인: 강진혁
규모: 소형(2/3)
등급: D
내용: 이제 막 생성된 신규 세력으로, 탑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나 세력을 이끄는 강진혁이란 플레이어의 활약상은 앞으로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현재 탑 중층부에 있는 다수의 세력들이 ‘고인물 코페레이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탑 상층부의 ‘신격’들이 새로운 세력의 탄생을 인지했습니다.
개인 상태창과는 다른 종류의 상태창이 나타났다.
이것이 세력을 소유하고 있는 자만이 볼 수 있는 ‘세력 상태창’이다.
‘아직까진 3명이 한계인가.’
세력의 규모에 따라 받을 수 있는 플레이어의 수도 제한된 상태다.
당연히, 인원을 늘리고 싶으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만 했다.
그리고 물론.
시련의 탑에선 그 대가가 되는 기본 화폐는 ‘코인’이었다.
진혁이 지금까지 모은 코인을 확인했다.
총 1,637,218코인.
절망으로부터 중국을 구한 영상이 하루도 안 돼 5,000만 조회수를 넘기면서 제 값을 톡톡히 했다.
게다가 알고리즘으로 인해 영상과 영상 간에 시너지가 나면서 다른 영상들의 조회수도 덩달아 떡상을 해 버렸다.
‘구독자가 착실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지.’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양질의 영상을 올린다면, 나중에는 자고 일어나면 코인이 두둑해져 있는 미래가 도래할 것이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던 진혁이 ‘세력원’을 증가시키는 데 코인을 투자했다.
[세력원이 총 23명까지 증가합니다.]1명 당, 5만 코인.
20명을 늘리는 데 무려 100만 코인이 소모됐다.
아깝긴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투자다.
든든하게 뒷받침이 되어 줄 세력까지 등에 업는다면, 만에 하나 있을 변수마저도 예방할 수 있을 테니까.
곧이어, 유연화와 이태민에 이어 김희웅이 가입했다.
“죄송해요. 저는…….”
테레사만이 곤란한 듯 말끝을 흐렸다.
“괜찮습니다. 권유를 해 본 거지. 강요는 아니었으니까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녀가 어느 세력을 선택했는지는 알고 있었다.
성기사인 그녀라면 미래를 위해 그곳과 손을 잡았겠지.
‘제국’, 그중에서도 정확히는 ‘신성 왕국’과 말이다.
‘차라리 잘됐어.’
진혁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오히려 이편이 이후의 일을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생각을 정리한 진혁이 다시 술자리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웃고 떠들며 먹고 마시다 보니 어느새 새벽이 다가왔다.
센 척을 하던 천유성도, 원래부터 술이 약했던 테레사도 모두 자리에 얼굴을 묻은 채 잠에 들었다.
술이라면 어딜 가서 지지 않는다고 큰소리치던 유연화가 뻗을 정도였으니 나머지야 뻔했다.
그 와중에도 멀쩡하게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건 두 명.
진혁과 엘리스였다.
“넌. 어떻게 정신이 말똥말똥하네? 정말로 뱀파이어 아니야?”
“나야, 예전에 미션 방송하면서 소주를 병나발로 불고 했거든.”
별풍선 1,000개 받겠다고 참이슬을 한 병씩 쉬지 않고 마셔대니 자연스럽게 술이 늘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것도 다 추억이긴 하네. 물론, 그 당시에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 가까웠지만.
“내일은 다시 탑으로 갈 거지?”
“그래. 양호명도 만나야 되고 미뤘던 층계들도 공략해야 돼. 무엇보다 일주일 뒤에 제국이랑도 접선하기로 했으니 휴식은 이걸로 끝이야.”
천유성으로부터 들은 정보와.
엘리스가 양호명으로부터 받은 통행증.
이걸로 카드는 모두 모였다.
***
거대한 천연 동굴.
이곳엔 수백 명의 복면인들이 모여 있었다.
또옥! 또옥!
꽤 많은 인원이 운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까지도 들릴 정도로…….
동굴 내부는 적막에 싸여 있었다.
모두들 한 남자가 입을 열길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짜증나는군.”
마침내 남자가 입을 열었다.
흑풍회(黑風會) 회주 양호명.
[시련의 탑] 중층부를 지배한, 거대 세력 ‘무림’의 일원이다.양호명이 허공에 있는 홀로그램 시계를 힐끗 바라봤다.
[12:00]시계는 더도 덜도 말고 정확히 정각을 표시하고 있었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니라면 약속했던 시간이 된 것 같다만…….”
노기 어린 음성에 공기가 더더욱 무겁게 가라앉았다.
약속 시간.
그렇다.
이 많은 인원이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는 이유가 모두 저것 때문이다.
“즈, 즉시 확인해 보겠습니다.”
복면인 하나가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바로 그때.
“그럴 필요 없어. 마침 도착했거든.”
저벅.
동굴 입구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얼굴에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있는 남자가 힘겹게 안으로 들어왔다.
“이 층은 전체가 밀림이라 그런지 약속 장소 찾기도 더럽게 힘드네. 좋은 커피숍 냅두고 이게 뭔 고생이야? 아무리 통행증을 받았다곤 해도 진짜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를 뻔했어.”
“언노운이 보낸 심부름꾼이 너냐?”
“그래. 배달 대행 정도로 생각하면 될 거야.”
“약속했던 물건은?”
“물론 가지고 왔지.”
남자가 품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굉장히 오래돼 보이는 고서를.
“이거 구하느라고 무진장 힘들었어. 솔직히 말해서 ‘선천진기보양단’ 하나론 손해 본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니까?”
“흥정을 할 거면 상대를 봐 가면서 하거라. 개소리를 들어줄 정도로 내 인내심이 넉넉하지 못하니.”
양호명의 몸에서 엷은 살기가 피어올랐다.
남자가 움찔하며, 손사래를 쳤다.
“……농담이야 농담. 동굴에서 무공이나 수련하던 사람들 아니랄까 봐 유머 감각 한번 꽉 막히셨네. 자, 여기 있어.”
남자가 고서를 양호명에게 넘겼다.
“영약은 어디 있는 거야?”
“기다려라. 비급의 진위 확인이 먼저다.”
“거, 속고만 살았나? 이래 봬도 신용 하나로 먹고 사는 직업이라고.”
남자가 소리쳤지만, 양호명은 그 말을 가볍게 무시했다.
두근! 두근!
심장이 뛴다.
드디어 [검성]의 절기를 손에 넣게 된 것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 날만을 기다려 왔던가?
양호명이 떨리는 손으로 고서의 첫 번째 페이지를 넘겼다.
[7.15 날씨 맑음] [오늘은 아빠랑 뽀삐랑 산책을 갓다. 날이 더워 뽀삐가 힘드러 햇다. 내일부턴 저녁에 나가야지. 방학도 이재 일주일 남앗다. 참 즐거운 하루엿다.]…….
무거운 정적이 흐른다.
양호명은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두 눈을 감았다.
마치 자신의 본 것이 꿈이길 바라는 것처럼.
하지만, 다시 눈을 떠도 변한 건 없었다.
삐뚤빼뚤한 글자도.
눈앞에서 쩔쩔매는 남자도.
여전히 그대로 있었다.
이건 빌어먹을 현실이다.
“이런……. 미친.”
양호명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분노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엔 한참이나 부족하다.
갈기갈기 찢어 죽이겠다는 생각만이 뇌리를 가득 채웠다.
“네놈이 감히 나를 능멸해? 이딴 짓거리를 하고도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냐!”
콰콰콰콰콰콰콰!
뿜어져 나온 기세에 동굴 전체가 떨렸다.
[‘흑천공(黑天功)’이 발동됩니다!]불길하면서도 검은 내력.
이것이 흑풍회의 회주이자 무림의 상위 랭커인 양호명의 고유 능력이다.
무시무시한 기운에, 남자가 뒷걸음질 쳤다.
“지, 진정하라고. 검성이 쓴 책을 구해 달라며? 그거 검성 녀석이 초등학교 다닐 때 쓴 진품 맞다니까? 내가 그 학교 선생님한테 찾아가서 직접 확인했어.”
“이놈이 끝까지……. 오냐. 내 친히 내장을 모두 터뜨려주지.”
순간, 양호명의 신형이 사라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좁혀진 거리.
콰아앙!
내력이 가득 실린 주먹이 남자의 복부에 꽂혔다.
상반신과 하반신이 쪼개져도 이상하지 않을 위력이다.
그런데.
“……!?”
양호명이 다급히 거리를 벌렸다.
“이, 이건…….”
믿을 수 없다.
단순히 상대방이 방금 공격에 죽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저 남자에게서 피어오르는 기운.
자신의 것과 너무나 유사한.
아니, 오히려 훨씬 더 짙고 불길한 흑염(黑炎)이 일렁였다.
“그래서 말했잖아. 진정하라고.”
남자가 복부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헉!”
“이럴 수가…….”
주위에서 싸움을 지켜보던 복면인들이 두 눈을 부릅떴다.
만약을 위해 내공을 극한까지 끌어올렸건만.
피부를 찌르는 살기에 전신이 덜덜 떨렸다.
“마, 말도 안 된다! 어떻게 네놈이 수백 년 전에 사장된 본문의 절기를 알고 있단 말이냐!”
흑풍회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오직 ‘그분’만이 사용하던 절기.
너무 난해하고 말이 되지 않는 구결들로 가득 차 있기에 이해할 수조차 없었다.
그저 비급으로 남아 있을 뿐.
사실상 사라진 무공이라 봐도 무방하리라.
그런데.
대체 어째서…….
“네 이놈!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이냐!”
그 무공이 이곳에서 재현되고 있단 말인가.
불가능한 일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무공을 보고서도 현실을 부정할 수만은 없었다.
바로 그때.
남자가 천천히 헬멧을 벗었다.
그러자 너무도 익숙한 얼굴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강진혁.
한국 최강이라 불리는 랭커의 모습이.
‘나는 타인이 사용하는 능력을 복사할 수 있다.’
그리고 복사와 융합을 통해 만들어진 능력은…….
해당 계열의 ‘상위 버전’이다.
[‘검의 무덤’과 ‘흑천공’이 융합합니다.] [융합에 성공하셨습니다.] [복사된 능력은 ‘세계의 기억’에 저장됩니다.] [‘흑천마황공(黑天魔皇功)’이 발동됩니다!]격이 다른 힘.
화르륵!
검붉게 타오르는 기운이 동굴 전체를 아우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