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179)
179화. 권천지룡(拳天之龍) ‘암황(暗皇)’의 수제자 (1)
하늘 아래 모든 걸 피로 물들인다는 무림의 재앙을…….
사람들은 ‘천마(天魔)’라 불렀다.
그리고 천마신교의 대들보를 바치는 두 개의 기둥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권천지룡(拳天之龍)이란 별호를 가진 천마신교의 우호법(右護法) ‘암황(暗皇)’이었다.
흑풍회에서도 극히 일부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흑풍회는 본디 암황에 뿌리를 둔 무리들이다.
양호명의 턱이 떨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명맥이…… 끊어진 게 아니었단 말인가?”
이상한 투구를 쓰고 있던 상대의 정체가 진혁이었다는 사실보다도 그 상대가 쓴 무공이 생전 암황이 사용했던 무공이라는 점이 더더욱 당황스러웠다.
탑 밖에 있던 플레이어가 무림인들도 평생 만나 보기 힘든 암황의 무공을 계승하다니.
직접 보고 있었지만,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쳐라.”
양호명은 저것이 실인지 허인지를 확인해야만 했다.
“존명!”
양호명의 명령에 흑풍회의 단원들이 일제히 자리를 박찼다.
아니, 박차려 했다.
콰앙!
굉음과 함께 진혁과 양호명과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단, 일 보.
서로가 서로간의 숨통을 끊을 수 있는 거리다.
“헉!”
숨을 크게 들이마신 양호명이 내공을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양 주먹에 검은색 기운이 맺혔다.
그래도 한 회의 회주라고, 마냥 당황하기만 하진 않았다.
물론.
양호명이 아무리 발악을 한다고 한들, 강물은 위로 거슬러 올라갈 수는 없는 법.
잔물결은 결코 대해의 파도를 넘어설 수 없다.
[‘흑천마황공(黑天魔皇功)’]진혁의 주먹에서 형언할 수 없는 기운이 일렁였다.
순간, 양호명의 흑천공이 그 빛을 잃은 듯 크게 흔들렸다.
[제1식(第一式)……!]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더 약한 기운이.
그 거대한 힘 쪽으로.
그리고 그 순간.
주먹에 응축되었던 빛이 한꺼번에 방출되었다.
콰콰콰콰콰콰콰!
가로지르는 것은 거대한 폭풍이었다.
양호명의 머리를 빗겨 뻗은 주먹이 동굴의 벽을 강타했다.
쿠쿠쿠쿵!
콰아앙!
산산이 부서져 내리는 바위 덩어리들은 비현실적인 광경을 자아냈다.
일 권.
단 일 권에 수천 년을 영위하던 해운굴(海雲窟)에 구멍이 뚫렸다.
뚫린 구멍 너머로 눈부신 밤하늘이 드러났다.
“어설프게 시험해 보는 건 이쯤이면 좋겠는데…….”
진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태연하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
놈들 입장에선 결코 거부할 수 없는 한 마디를.
“암황께서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하셨지만, 그래도 장난은 적당히 해. 폐관을 끝내시고 출두를 앞두신 시점에서 같은 문파의 사람들을 상하게 하고 싶진 않으니까.”
진혁의 말에 모두의 몸이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몇몇은 하도 놀라서 복면이 반쯤 벗겨진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 암황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단 말씀입…… 아니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양호명의 목소리 톤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강압적으로 깔아보던 느낌은 어느새 사라졌고.
그 자리는 진혁에 대한 경외심과 호기심으로 가득 찬 상태였다.
물론, 몇 가지 석연찮은 점들이 있었기 때문에, 완전히 경계를 푼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정도만 돼도 일을 풀어 가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탑의 시스템에 대해 알고 있는 놈이 없다는 건 여러 가지로 상황을 유리하게 설계할 수 있는 이점이 될 테니까.
크흠―! 흠!
목소리를 가다듬고 표정을 갈무리했다.
명심하자.
내가 연기해야 하는 인물의 캐릭터성과, 그 인물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말투를.
“탑이 나타난 첫날. 나는 그분께 선택을 받았다. 그 후 플레이어가 아닌, 천마신교의 일원으로서 활동하고 있었지. 다시 말해…… 그대와 나는 적이 아니라는 소리다. 오히려 신교에 속한 동문이라고 하는 편이 맞겠지.”
탑의 등장과 함께 무림에 속한 거주자들이 탑 밖으로 나간 일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실제로 한국의 유천영을 비롯해 세계에서 싹이 보이는 인물들을 포섭하기 위해 움직였으니까.
양호명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암황께서 외인을 수제자로 들이셨다는 건 믿기 힘드나, 저 미친 듯한 재능을 보면 마냥 터무니없는 말은 아니다.’
다른 곳은 실력보다 혈통을 중요시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천마신교만큼은 오롯이 약육강식의 철저한 논리를 따랐다.
길 위에서 구걸을 하는 아이라 할지라도 그 재능이 천골이라 판단된다면, 그 즉시 신교에 입교할 자격이 주어진다는 뜻이다.
‘방금 전 무공의 성취도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3성을 넘어서는 경지다.’
암황의 독문무공을 단시간 만에 이 정도로 익혔다는 건…….
진혁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재능을 지니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9파 1방과 오대세가와 후기지수들을 모조리 데리고 온다고 하더라도 지금 진혁이 이룬 성과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할 테니까.
이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척!
양호명이 그 자리에서 부복했다.
“암황의 수제자를 뵙습니다!”
진중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를 갖췄다.
그러자. 나머지 흑풍회의 대원들도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포권을 취했다.
“암황의 수제자를 뵙습니다!”
“천마도래 혈세천하(天魔到來, 血世天下)!”
“만마앙복 암흑천세(萬魔仰伏, 暗黑天世)!”
합심한 듯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
‘일이 생각보다 잘 풀렸네.’
진혁이 터져 나오려 하는 함성을 속으로 삼켰다.
양호명을 처음 본 순간부터 이런 그림을 그리고 싶긴 했었다.
교외인은 알 수 없는 절대 고수의 이름을 팔아, 그를 따르는 세력을 모조리 낚아 버리는 그런 희대의 명작을 말이다.
여러 가지로 갖춰야 할 조건이 많긴 했지만, 진혁은 이번에도 그 아슬아슬한 퍼즐들을 완벽하게 맞췄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수백 명의 무림인들이 부복한 채 명령을 기다리는.
젠장. 이 맛에 사단장이 심심하면 각 부대에 순찰을 하러 다니는 모양이다.
권력이 주는 말초적인 쾌락은 그 어떤 것과도 비견할 수가 없었다.
“이제 내 말을 믿나 보군.”
“그렇습니다. 하오나, 어찌 어려운 길을 선택하신 건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저에게 내막을 터놓으셨다면 이토록 귀찮은 일을 하지 않으셔도 됐을 텐데요.”
“말만 했다면, 과연 믿어 줬을까?”
“그건…….”
양호명이 말끝을 흐렸다.
무리였겠지.
난데없이 그런 말을 꺼낸다면 들은 척도 하지 않았을 거다.
의문이 해소되자, 양호명이 또 다른 질문을 꺼냈다.
“혹시 언노운을 통해 추혼검에 관한 미끼를 뿌리는 것도 진혁 님의 계획이셨는지요?”
역시. 이것도 물어보는군.
하지만 이미 언노운에 관한 설정도 전부 다 짜 둔 상태였다.
진혁이 또다시 모두가 기겁할 만한 이야기를, 일상 이야기를 하듯 내뱉었다.
“그 녀석은 추혼사영(追魂斜影)의 제자거든. 정확히는, 추혼사영의 혼이 담긴 기물을 손에 넣었지. 추혼검을 창시한 검성에게 직접 배웠으니, 당연히 추혼검의 마지막 귀결을 알고 있지 않겠어?”
“…….”
이제는 완전히 말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것처럼 양호명의 얼굴은 하얗게 변해 버린 상태였다.
거. 입 좀 다물어라.
그러다가 파리라도 들어가겠다.
“과, 과연…… 모든 게 전부 다 계획된 일이었군요. 허면, 암황께서 바라는 일이 무엇이옵니까?”
그걸 내가 알겠냐?
천마든 암황이든 지금 십만대산 어디에 처박혀 있을 텐데.
솔직히 말해 그 녀석들이 무슨 꿍꿍이를 갖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뭐, 덕분에 이렇게 말을 마음껏 지어낼 수 있는 거지만.
“조만간 천마께서 직접 폐관을 끝내시고 나올 거다. 그날이 되면 중층부의 균형은 완전히 와해되겠지.”
“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제아무리 제국이나 정령계가 막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들. 천마신공을 극성한 천마의 상대는 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래. 그러니 우리는 그날이 올 때까지 열심히 세력을 불리기만 하면 돼. 정확히는 암황께 지시를 받은 내 지시를 따르면 된다, 이 말이다.”
“말씀만 하십시오. 무엇이든 따르겠습니다.”
그렇게 말해 주니 새삼 든든하다.
“그럼, 우선 ‘선천진기보양단’을 흡수할 때까지 호법을 부탁한다. 운기조식 중엔 아무도 건드려선 안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겠지?”
“아무 걱정 마시고 천천히 영약을 흡수하십시오.”
양호명이 재차 고개를 조아렸다.
그렇게 마련된 자리.
진혁은 철통같은 호위 속에서 단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꿀꺽!
목구멍을 타고 손톱만 한 약이 넘어갔다.
우우우우웅!
엄청난 양기가 솟구친 건 바로 그때였다.
‘지금이다!’
진혁이 반대 손에 쥐고 있던 ‘얼어붙은 눈물’을 흡수했다.
극한의 냉기를 지닌 마력의 결정체는 특수한 방법을 통해서만 그 냉기를 완화시킬 수 있었는데.
지금 ‘선천진기보양단’이 바로 그 여러 개의 방법 중 하나였다.
“크윽!”
이마에 굵은 심줄이 툭하고 튀어 나왔다.
과연, 단계가 거듭될수록 얼어붙은 눈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보통이 아니다.
거기에 영약의 양기까지 흡수해야 하니 몸에 가해지는 부담은 더욱더 커질 수밖에.
파츠츠츠……!
혈관이 모조리 타들어갈 것 같았지만, 여기서 의식을 잃었다간 주화입마에 빠진다.
차분하게.
동시에 침착하게 구석구석 퍼지는 음과 양의 기운을 조절해야만 이 고비를 넘길 수 있다.
“후우.”
호흡을 가다듬은 진혁이 온 정신을 집중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극한의 컨트롤을 요구하는 일이었으나, 그 엄청난 난이도를 진혁은 놀라운 기세로 주파하기 시작했다.
기해혈을 중심으로 내공을 쌓아 백회혈에서 용천혈까지 마력을 회전시킨 후에 다시 단전인 기해혈로 돌아가 일주천을 완성시키는 방식으로.
***
‘과연…… 괴물이로군.’
지켜보던 양호명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다루기 까다롭기로 유명한 ‘선천진기보양단’을 무리 없이 흡수하는 것도 놀라울 지경인데.
거기에 지독한 냉기를 지닌 영단까지 함께 다루다니.
‘만년설삼이라도 되는 건가.’
아니, 설령 만년설삼이라 하더라도 저렇게 무거운 기운을 갖고 있진 않는다.
적어도 그보다 두 단계는 위.
그래. 그 정도의 신물이 틀림없었다.
‘암황께서 눈독을 들이신 게 당연하다. 저런 천하의 기재라면 신교의 새 역사를 세우는 데 혁혁한 역할을 도맡을 테니.’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까?
츠츠츠츠…….
거칠게 날뛰었던 기세가 잦아들었다.
동시에 진혁이 마력을 운용하는 것을 멈췄다.
마침내 두 개의 기운을 모두 흡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마력이 60만큼 상승했습니다.]‘……해냈다!’
무리를 하면서까지 이런 일을 벌인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상충하는 기운을 동시에 흡수할 경우에만 얻을 수 있는 히든 혜택.
약 20레벨을 올려야만 얻을 수 있는 마력을 단숨에 증진시킬 수 있게 됐다.
두근! 두근! 두근!
진혁의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고동쳤다.
지금까지 죽을힘을 다해 모아 온 마력이 121이었는데, 이번 한 번으로 그 절반에 해당하는 마력을 얻게 된 것이다.
“내공 증진을 이루신 걸 축하드립니다.”
“그래. 고맙다.”
“허면, 앞으로는 어쩌실 계획입니까?”
양호명의 질문에, 진혁이 곧바로 대답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부탁이 아닌 명령을 하는 거다.
암황의 수제자로서 가져야 할 덕목이 있다면, 그건 바로 오만함이었으니까.
“흑풍회를 빌리겠다.”
“흐, 흑풍회는 어찌….”
“지금부터 아래층에 있는 자잘한 세력들을 전부 정리한다.”
20층대의 흑풍회라면 8층과 9층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을 터.
물론.
여기엔 명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천마의 이름을 다시 세울 것이다.”
천마신교의 완전한 부활이라는 명분이.
다시 말해. 적당한 이유 하나만 같다 붙여주면, 여기 있는 놈들을 모조리 말 잘 듣는 뽀삐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