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181)
181화. 붉은 맹세의 문양 (1)
내부로의 진입이 결정되자, 모두의 얼굴빛이 달라졌다.
지금부터 저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공포심이 스멀스멀 기어오른 것이다.
“정말로 괜찮겠습니까?”
전신을 갑주로 무장한 흑인이 입을 열었다.
프리드먼이 호명했던 인물 중 하나인 요리스는 공격대의 메인 탱커를 맡고 있는 인물이었다.
공격대의 중심을 잡아 주는 역할인 만큼 당연히 그가 가진 발언권도 컸다.
“피해가 커도 어쩔 수 없다. 앞으로 1시간밖에 남질 않았어. 그 안에 두 번째 구역까지 가지 못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공략은 쓸모가 없어질 거다.”
8층의 미로는 하루, 즉 24시간을 기점으로 전체적인 모양이 바뀐다.
과거 이곳을 공략했던 플레이어들도 그 기점에 맞춰 미로의 위치를 숙지해 뒀기 때문에, 반드시 제한시간 내에 특정 장소에 도착해야만 했다.
조금이라도 늦을 경우 완전히 바뀌어 버린 미로 속에서 미아가 되어 버린다는 말이다.
“하지만, 저 앞에 어떤 함정이 있는지 모르는 이상. 함부로 움직이는 건 위험합니다.”
“함정은 아니야. 아마 다른 게 있을 확률이 높겠지.”
함정을 설치하고 파훼하는 건 레인저들의 전문 분야.
각종 고유 능력과 스킬들로 단련된 A급 레인저들이 전멸했다는 건 함정 때문만은 아니라는 말이 된다.
“다른 거……라면,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내 예상이 맞다면…… 피, 피해!”
프리드먼이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지르며, 장검을 휘둘렀다.
콰앙!
가까스로 공격대를 향해 날아온 것을 쳐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십여 개 중에 고작 하나를 막아냈을 뿐이었다.
콱!
퍼어억!
“끄아아악!”
“아아악!”
강철로 만든 방어구와 살점이 꿰뚫리는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끔찍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2m에 이르는 흉기가 눈으로 식별하기 힘든 속도로 투척되었다.
화살이라기 보단 작살에 가까운 크기다.
거기에 위력 또한 터무니없었다.
스치는 즉시 팔과 다리가 통째로 뜯겨 나갔으니까.
……적이다.
그것도 무식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의 괴력을 지닌.
욱씬! 욱씬!
아직까지 공격을 막아낸 손목과 팔에 저릿한 통증이 전해졌다.
“막지 말고 피해야 된다!”
프리드먼이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렀다.
오러 블레이드를 운용할 수 있는 자신이 맞부딪치는 것만으로도 이런 충격을 받을 정도라면.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도저히 버텨낼 수 없을 것이다.
“산개해라!”
“젠장. 탐지 마법부터 써! 적의 종류와 위치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마법사들이 캐스팅을 시전했다.
투명한 파장이 어두운 통로를 따라 퍼져 나갔다.
저 멀리.
아주 먼 거리에서 3m 정도 크기로 추정되는 마력 반응이 잡혔다.
알고 있는 종류의 마력 반응이다.
중형급 몬스터 중에서도 흉폭하기로 유명한 포식자, ‘오우거’의 마력이었다.
단독 행동을 하는 몬스터가 떼를 지어 다니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됐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여유 따위는 없었다.
탐지 마법이 놈들의 존재를 간파한 순간.
상대측에서도 자신들이 탐지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반응은 즉각 이루어졌다.
“뭔가 와요! 숫자는 열여덟, 열아홉…… 스물하나. 빠릅니다!”
여자 마법사가 다급히 보고했다.
이번에는 오우거가 아니다.
마력 반응도 작을뿐더러 거리를 좁히는 속도가 말도 안 되게 빨랐다.
마치…… 무언가로 전신을 강화라도 한 것처럼.
탓!
타앗!
지면을 스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곧이어 통로에서 작은 체구를 지닌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 고블린?”
이라고 하기엔, 그 움직임이 너무도 괴랄했다.
“키엑!”
“케에엑!”
초록빛 피부 위로 붉은색 갈기 문양의 반점들이 피어오른 게 눈에 띄었다.
고블린들이 단검을 든 채 플레이어들 속으로 파고들었다.
서걱!
스윽!
단검이 방어구로 보호받지 못하는 부분을 노렸다.
워낙 본연의 근력이 약했기에, 겉으로 드러난 곳을 노린 것이다.
“쳇!”
“미꾸라지 같은 놈들 같으니라고!”
얕은 자상에 혀를 찬 플레이어들이 거칠게 병장기를 휘둘렀다.
이 정도의 상처쯤은 레이드에 있어 그리 대수롭지 않은 상처였다.
그러나.
그 방심은 너무도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
“우……웨에에엑!”
“꺼어어어으…….”
상처를 입은 플레이어들이 갑자기 두 눈을 뒤집은 채 속에 있는 것들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도, 독이다!”
“젠장. 이렇게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독이 있다니.”
이것 역시 통상적인 수준의 독이 아니다. 힐러들이 해독 스킬을 사용했으나, 몇 십 초 정도 죽음을 늦추는 게 고작이었다.
“사, 살려 줘!”
“으아아아!”
속수무책으로 쓸려 나가는 플레이어들과.
고도의 훈련을 받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몬스터들이 대비되었다.
투창을 통한 원거리에서의 원호에서부터 근접에서 진형을 헤집어 놓는 것까지.
뭐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기습이었다.
“이, 이럴 수가…….”
프리드먼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8층이 개방된 후, 꽤나 많은 공격대가 미로를 공략하기 위해 출발했지만 어째서 단 하나도 그 끝에 도달하지 못했는지.
‘미로가 복잡했기 때문이 아니었어.’
그저 미로 안에서 배회하고 있는 몬스터들이 상식을 아득히 초월할 정도로 강했기 때문이었다.
당장, 이 이변을 밖으로 나가서 록히드 길드와 전 세계에 있는 나머지 길드들에게 알려야 한다.
허나, 무슨 수로 말인가?
제대로 된 반항도 하지 못한 채 죽어 가는 동료들과.
고작 한 마리의 고블린을 쓰러뜨리지 못해 고전하는 랭커들이 있는데.
자신 역시 지금까지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실종됐던 것처럼 이곳에서 죽게 될 것이다.
“적어도…… 한 마리는 데리고 가 주마!”
프리드먼이 발악에 가까운 도박수를 던졌다.
방어를 도외시하며, 동귀어진을 노린 공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은 고블린의 털끝도 스치지 못했다.
고블린은 또다시 기형적인 움직임으로 공격을 피해내더니 프리드먼의 어깻죽지를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아니, 휘두르려고 했다.
푸슉!
갑자기 고블린이 우뚝 멈췄다.
“켁?”
목에서 솟구치는 핏줄기는…….
이제껏 놈들이 보여 줬던 움직임을 생각하면, 너무나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실이 끊어진 인형마냥 고블린의 몸이 옆으로 무너졌다.
‘이, 이렇게 쉽게 잡았다고……?’
프리드먼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이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수십, 수백 번 검을 휘둘렀건만 그럼에도 놈에게 티끌만 한 상처도 내지 못했다.
그런데 그걸 일격에……?
바로 그때.
“걸리적거리는 놈들은 모두 치워라.”
프리드먼의 옆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다가왔는지 모른다.
단지, 그 목소리의 주인은 명령했다.
방해물을 전부 정리하라고.
“존명.”
그걸로 충분하다.
수십 개의 그림자가 조금 전 고블린이 다가온 속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파츳!
츳!
“케에에엑!”
“케에엑!”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번에는 잘린 고블린들의 팔과 다리가 허공을 가로질렀다.
태풍이 몰아치는 곳에서 살아남은 몬스터 따윈 없었다.
일방적인 학살.
피로 물든 이 길을 설명하는 데 그보다 더 적절한 말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프리드먼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기하학 무늬가 그려진 가면을 쓴 남자와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 그리고 그들을 호위하듯 둘러싸고 있는 서른 명의 복면인들이 보였다.
하나하나가 록히드 길드의 정예들과는 아예 차원이 다른 실력을 보유하고 있는 강자들이다.
레벨이…… 얼마인지. 얼마나 지독한 훈련을 받아 왔는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그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건 가면을 쓴 남자였다.
모를 리가 없다.
어찌 모를 수가 있을까?
“언……노운.”
상대를 확인한 프리드먼이 천천히 그 이름을 곱씹었다.
***
‘역시…… 이렇게 된 건가.’
진혁이 토막 난 고블린의 사체를 살폈다.
전신에 피어난 문양.
틀림없다.
8층과 9층이 연합한 것은 물론, 놈들의 배후엔 ‘그 녀석’까지 껴 있었다.
주술로 몬스터들을 강화하고 군단급 병력을 다루는 데 특화된 네임드 몬스터가.
“작은 놈들은 전부 처리했습니다. 통로 끝에 덩치 큰 놈들이 몇 마리 더 있는데, 그놈들은 어떻게 할까요?”
월영이 칼끝으로 통로의 끝을 가리켰다.
때마침, 어둠 속에서 3개의 창이 날아왔다.
바람을 가르는 무시무시한 파공성이 고막을 찔렀다.
부우우웅!
록히드 길드의 진형을 걸레짝으로 만들어 버린 바로 그 투창이었다.
“…….”
월영이 나서려고 했으나, 이내 반쯤 발현시켰던 검강을 거두었다.
진혁의 손 전체에 검은색 기운이 뒤덮이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고유 능력 ‘달을 가리는 손톱’이 발현됩니다!]데카서스 가문의 혈족, 미하엘이 사용하던 고유 능력이 완전히 개화했다.
파츠츠츠……!
검은색으로 완전히 물든 손.
마치, 맹수의 발톱이 자라난 것만 같다.
진혁이 날아오는 창을 향해 손을 뻗었다.
퍼걱!
콰콰콰콱!
그리고 허공에서 그대로 움켜쥐어 박살내 버렸다.
세 개의 창이 순식간에 조각조각 나 바닥에 떨어졌다.
이것이 암황의 수제자.
맨손으로도 능히 최강이라 평가받는 괴물이다.
적어도.
‘……이미 승부가 났다.’
월영의 눈엔 그렇게 비쳤다.
***
탓!
검마제왕보를 통해 강화된 몸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희미한 먼지가 일어나는가 싶더니 이내 진혁이 오우거의 코앞에 도달했다.
도합 셋.
창을 든 채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크오오오!”
오우거가 괴성을 질렀다.
이 녀석 역시 전신에 붉은색 갈기 모양의 문양이 떠올라 있었다.
‘이 정도면 거의 무리 전체에 퍼져 있다고 봐야겠어.’
시간이 별로 없다.
이 상황을 이용하기 위해선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한다.
진혁이 머리와 허리를 노리고 날아온 창을 가볍게 피했다.
두 개의 창이 지면에 꽂혔다.
‘힘과 속도는 통상적인 오우거의 3배 이상이군.’
솔직히 말해 조금은 놀랐다.
멍청한 오우거들이 이런 체계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단지 그뿐이다.
퍼억!
검은색 손톱이 오우거의 심장을 꿰뚫었다.
“끄으어으어…….”
오우거의 가슴을 뚫고 나온 손이 그로테스크한 풍경을 자아냈다.
“크오오!”
“오오오!”
나머지 두 마리의 오우거도 재빨리 두 번째 공격을 시도하려 했다.
원거리가 아닌 공성용 전투 망치가 허공을 가로질렀다.
피하는 게 상식이다. 지금껏 힘과 힘의 대결보다는 기교와 기술의 영역에서 상대를 압도해 왔다.
그러나 왜일까?
‘굳이 그러지 않아도…….’
진혁은 오히려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아앙!
무시무시한 바람 소리와 함께 양방향에서 쇳덩이가 진혁의 주먹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주먹과 100kg이 넘는 망치가 부닥친다면 결과가 어떠할지는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것이 평범한 주먹과 망치라는 가정 하에는 말이다.
콰드드득!
우두둑!
쇠의 표면을 따라 거북이 등껍질 같은 균열이 일어났다.
동시에.
쿠쿠쿠쿠!
오우거들의 몸에도 같은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붉은 피가 칠공에서 뿜어졌고.
쿠웅!
거대한 몸뚱이가 그대로 쓰러졌다.
그러나 승리를 만끽할 틈도 없이.
띠링!
진혁의 눈앞에 상태창 하나가 나타났다.
[…….]붉게 물든 상태창은 그 색깔만큼이나 불길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