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187)
187화 신념을 잇는 끈 (1)
쿵! 쿵! 쿵! 쿵!
긴박한 발소리와 함께.
지금껏 보이지 않았던 두 마리의 보스 몬스터가 측면에서 나타났다.
붉은색 비늘로 전신을 뒤덮은 약 3m 크기의 중형급 몬스터는 리자드맨들을 이끄는 ‘리자드 킹’.
그리고 그 옆에는 검은색 갈기와 세 개의 눈을 가진 늑대 ‘블랙 팽’이 보였다.
둘은 모두 짐승형 마수들로, ‘리자드 킹’은 거대한 덩치를 바탕으로 한 근접형 공격에 특화된 보스인 반면, ‘블랙 팽’은 속도를 중시하며, 집단전에 능한 보스였다.
각각의 장점을 가진, 상대하기에 만만치 않은 놈들이라는 뜻이다.
‘나머지 보스들은 이때를 위해 숨어 있던 거였나.’
전황이 팽팽할수록 변수 하나하나가 크게 작용하는 법.
그런데 이렇게 큰 변수라면 아예 전황 자체를 엎어 버릴 수도 있었다.
“주군!”
월영이 다급히 진혁에게 다가왔다.
녀석도 위험하다는 걸 느낀 거겠지.
두 마리의 보스는 각각 서른 정도의 동족들을 이끌고 있었는데, 수는 적지만 한 눈에 봐도 개별 개체의 강함이 심상치 않았다.
전부 네임드급.
그것도 ‘붉은 맹세의 문양’을 통해 강화한 놈으로만 구성된 정예 중의 정예들이었다.
리자드 킹과 블랙 팽의 손에 쥔 무기들을 보던 진혁이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두 개의 성유물들 역시 알고 있는 종류다.
‘불타버린 거신의 뼈.’
‘순결한 피로 적신 나뭇가지.’
놈들이 왜 지금까지 뜸을 들였는지 알겠다.
바로 저 성유물들이 완성되기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불타버린 거신의 뼈’로 같은 곳을 10번 공격하면 그 대상의 무기를 파괴할 수 있습니다.] [‘순결한 피로 적신 나뭇가지’에 입은 상처는 회복되지 않으며, 영구히 신체에 피해를 입힙니다.(흉터와 저림, 기능 저하 등등의 2차 피해가 있습니다.)] [단, 두 개의 성유물은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1회성이긴 해도 굉장히 까다로운 능력을 지닌 두 개의 성유물이다.
가뜩이나 각 개체의 전투 능력이 뛰어난데 성가신 성유물까지 있으면, 난이도가 몇 곱절로 늘어날 수밖에.
‘시간을 끈 건 놈들 쪽이었나.’
과연…….
본능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몬스터들과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 이거군.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는 몬스터들이 보인다.
온다.
그것도 매우 빠르게.
두 개의 종족이 동시에 진혁을 향해 도약했다.
“주군을 보호해라!”
월영이 흑풍회를 이끌며, 진혁의 주위를 중심으로 넓게 방진을 펼쳤다.
약 서른 명의 흑풍회 대원들이 자로 잰 듯 움직였다.
카카캉!
카앙!
검들이 어지럽게 그어졌다.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의 신속.
보이는 거라곤 허공에 피어나는 수천 개의 불꽃뿐이다.
하지만, 사력을 다해 대열을 유지하려고 해도 전력의 열세를 극복할 순 없었다.
당연한 이야기다.
애초에 전투를 치르느라 내공이 소진된 상태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새로운 적을 상대하는 거였으니까.
거기에.
[블랙 팽이 Lv14 ‘사냥꾼의 밤’을 발동합니다!]늑대가 사냥감을 덮칠 때처럼.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걸음걸이에 경고 따윈 없었다.
탓!
지면을 스쳐 지나가는 듯한 움직임은 3m에 육박하는 덩치를 지닌 맹수의 속도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빠르다.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없을 만큼.
퍼퍼퍽!
핏물이 튀어 오르고.
목덜미에 상처를 입은 흑풍회의 대원 하나가 무릎을 꿇었다.
“크읍!”
그 와중에도 치명타를 피한 건 극한까지 단련한 수련의 성과 덕분이리라.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반응조차 하지 못하는 괴물을 상대로 이긴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적어도 흑풍회의 대원들 중에선 보스를 단신으로 상대할 수 있는 자는 없었다.
딱 하나.
“놈은 내가 상대하겠다.”
그들을 이끄는 월영을 제외하고는.
파츠츠츠!
검 끝에서 눈이 시린 빛이 일어났다.
모든 근접 공격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 평가받는 극의.
최강의 절삭력이라 칭송받는 ‘검강’이다.
“깨갱!”
“깨애앵!”
월영이 단숨에 검은 갈기 늑대 두 마리를 베어 버렸다.
두터운 가죽과 털도 이때만큼은 도움이 되질 못했다.
피 운무로 인해,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와라.”
칼끝이 블랙 팽에게 향했다. 상대는 오직 자신이라고 경고하는 것처럼.
“감히 내 아이들을!”
분노에 찬 블랙 팽이 거칠게 포효했다.
순보를 사용해 자취를 감춘 블랙 팽이 순식간에 월영의 등 뒤를 잡았다.
9계층을 지배하면서 지금껏 수많은 경쟁 상대들의 숨통을 끊어 놓았던 바로 그 기술이었다.
그런데.
따악!
살을 꿰뚫고 뼈를 부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대신, 이빨이 맞물리는 소리가 유독이나 크게 울려 퍼졌다.
실패한 것이다.
일격에 상대의 목덜미를 물어뜯는 데.
“……네놈!”
블랙 팽이 두 눈을 부릅떴다.
완벽한 타이밍을 노렸다고 생각했건만, 설마 상처 하나 없이 빠져나갈 줄이야.
바로 그때.
블랙 팽의 턱 밑에서 스산한 목소리가 들렸다.
“속도에 자신 있는 게 너뿐만은 아니다.”
[월영이 고유 능력 ‘음영극살(陰影亟殺)’을 발현합니다.]그림자를 통한 이동술.
블랙 팽의 순보가 선과 선의 연결이라면.
월영의 고유 능력 ‘음영극살’은 점과 점을 건너뛴다.
퍼퍽!
핏줄기와 함께 블랙 팽의 얼굴에 자상이 생겼다.
꿀렁하고.
월영의 모습이 또다시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었다.
동시에, 블랙 팽도 자리를 박찼다.
카카캉!
콰아앙!
검은색 잔상이 어지럽게 이리저리 움직이며, 서로가 서로의 심장을 꿰뚫기 위해 어금니를 드러냈다.
***
‘블랙 팽 쪽은…… 월영이랑 호각 정도겠군.’
문제는…….
정령수와 고구마만으로는 아타샤와 리자드 킹을 상대하기엔 버겁다는 점이다.
진혁의 손이 움찔했다. 여기서 나서면, 두 개의 성유물을 사용할 타이밍을 제공하게 된다.
놈들이 노리는 것도 바로 그때겠지.
‘내가 참지 못해 뛰쳐나간다면 바로 부하들을 방패로 삼아 기습을 할 테니.’
어떤 계획인지 알고 있는 이상, 그 의도대로 놀아나 줄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무너질 생각은 더더욱 없었고.
[아공간 인벤토리가 활성화됩니다.]진혁이 코인 거래소에서 구매한 아이템들을 꺼냈다.
‘신념의 증표’.
‘12월의 월계수(月桂樹) 잎’.
‘아크란드마의 붉은 보석 3개’.
보유하고 있는 코인들을 전부 털어 구입했지만, 후회는 없다.
지금부터 이것들은 그 이상의 가치를 발휘하게 될 테니까.
[3개의 아이템을 조합합니다.] [완성까지 남은 시간: 00h:02m:59s]필요한 시간은 3분.
그렇다면…….
“멜레나!”
진혁이 옆에서 정신없이 채찍을 휘두르던 멜레나를 불렀다.
“하아. 하아. 하아…….”
살기 위해 발악을 하느라 지친 걸까?
멜레나는 대답 대신 거친 숨을 토해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걸 보니 혈액에 있는 산소들까지 모조리 다 사용해 버린 듯싶었다.
“고생하는 건 알겠는데, 3분만 더 고생해라. 내가 저 치킨 녀석하고 좀 놀아주고 있어야 하니까 그동안 리자드 킹을 상대해 줘. 아이템이 완성될 때까지 딱 그 정도 시간이 필요하거든.”
영월이 맡아 줄 수 있는 건 블랙 팽이 한계다.
그렇다고 정령수만으로 리자드 킹을 맡기엔 상성이 너무 좋지 않았다.
다시 말해 누군가의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
그리고 그 역할을 맡아 줄 수 있는 사람은 이곳에 오직 한 명뿐이었다.
“3분이라…… 그건 너무 긴데.”
멜레나가 앓는 소리를 했다.
당장이라도 쓰러지기 직전의 상태인데 3분이나 더 버티라니. 목숨을 걸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었다.
물론, 그러한 반응은 진혁 또한 예상하고 있던 바였다.
진혁이 능청스럽게 턱을 긁적였다.
“우리 사원 중에 검성이라고 있는데, 걔도 그쯤 버텼어. 설마, 산전수전 다 겪은 뒷세계의 거물들이 모인 마인 협회가 그 이하라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아무리 그래도 암거래와 CIA, 인터폴의 추격을 받던 ‘진짜’들이. 기껏해야 독종 소리 좀 듣는 의대생한테 밀리려고?
세상에서 가장 상큼하게 웃어 준 건 덤이다.
멜레나의 얼굴은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가장 민감한 부분을 정통으로 찔린 탓이겠지. 일반인보다 약한 마피아라는 게 웃기긴 하니까.
“내가 왜 블라디보스토크의 ‘검은 코브라’라고 불리는지 알려 줄게.”
결국, 멜레나가 채찍을 움켜쥔 채 마지막 남은 마력을 전부 끌어 모았다.
화르르륵!
채찍에 불꽃이 피어나며, 멜레나의 주위의 수분이 급속도로 말라붙기 시작했다.
더럽게 추운 극지방에 검은 코브라라…….
대체 어느 정신 나간 놈의 머리에서 저런 코드 네임이 튀어나온 건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지만, 진혁은 굳이 그 부분을 지적하지 않았다.
열의에 가득 찬 사원을 응원하는 것 또한 사장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실적만 확실히 내면 무지개 코브라가 있다고 해도 격하게 인정해 줄 생각이 있다.
암 그렇고말고.
“그럼, 믿고 맡길게. 우리도 가자.”
“모기!”
고구마가 힘차게 날개를 펼쳤다.
[고구마가 Lv2 ‘비행’을 발동합니다!]아장아장 걷던 고구마도 완전히 날개를 펼치니 충분히 사람 하나가 올라갈 수 있을 만한 공간이 확보되었다.
용기사……까지는 아니어도 이 정도면 그럭저럭 공대지 공격이 가능하리라.
가면을 고쳐 쓴 진혁이 고구마의 등에 올라탔다. 그리고 날갯죽지를 붙잡은 채 단단히 자세를 잡았다.
순간, 몸이 위아래로 들썩이는가 싶더니.
부우우웅!
고구마가 허공 위로 솟구쳤다.
‘이럴 수가…….’
진혁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껏 수많은 탈것들을 타 봤다고 자부했건만, 이렇게 부드럽고 유려한 비행은 단연 처음이었다.
‘그것도 아직 성체가 아닌데도 말이지.’
상공에서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기분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그래. 이맛에 비행형 고대종을 골랐지.
“최대한 뇌조의 머리 위로 접근해 줘.”
“모기!”
고구마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 호박색 눈을 껌뻑였다.
본격적으로 적진으로 파고들자, 기다렸다는 듯이 상대가 나타났다.
“키에에에!”
“쉐에에엑!”
고구마보다 2배는 큰 덩치를 지닌 중형종의 익수들이다.
날카로운 이빨과 긴 부리는 백악기 시대의 공룡을 연상케 했다.
‘다섯 마리라…….’
겨우 다섯 마리란 말이지.
피식.
진혁의 입에서 허탈한 실소가 흘러나왔다.
“아직도 주제 파악을 못 하는 건 여전하네.”
진혁이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꺼낸 ‘어금니’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화살 대신 붉은 빛줄기가 시위를 채웠다.
우우우웅!
극한까지 압축되는 마력.
꽈배기처럼 꼬인 붉은색 화살 위로 눈부신 광휘가 덧씌워졌다.
이거라면, 고구마의 브레스와 비슷하게 보일 수 있을 터.
아래쪽에서 시야를 공유하고 있는 프리드먼이나 월영의 시선도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마음껏.
가지고 있는 최고의 원거리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어디 한번 받아 봐.”
뇌조라는 말 그대로.
통닭을 만들어 줄 테니까.
그리고 거의 동시라고 해도 좋을 찰나.
콰콰콰콰콰콰!
압축되었던 마력이 한꺼번에 해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