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188)
188화. 신념을 잇는 끈 (2)
[‘데이라이트’ & ‘적색마탄(赤色魔彈)’이 발동됩니다!]먼저 점멸한 건 붉은색 선이었다.
가느다란, 하지만 직선으로 뻗은 새빨간 선.
익수들을 가로지른 마력이 곧 아타샤에게 닿았다.
“……?”
이변을 느낀 아타사갸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거대한 섬광이 둘 사이를 연결했다.
콰콰콰콰콰콰콰!
익수들의 몸이 그대로 증발해 버렸고.
그걸로 모자랐는지 아타샤가 있는 곳까지 송두리째 날려 버렸다.
마치, 폭탄이 떨어진 것 같이 변해 버린 지면.
전장 한복판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겼다.
치이이익!
피어오르는 열기와 매캐한 연기가 뒤섞였다.
진혁이 하늘에서 그 장면을 묵묵히 바라봤다.
“해치웠…… 으음. 이 말은 쓰면 안 됐지.”
“모기! 모기……!”
“나도 보고 있어. 하여간 보스란 놈들은 더럽게 튼튼하네.”
수백 마리 오크와 고블린을 즉사시킨 일격이었으나, 아타샤는 그 공격을 정통으로 맞고도 죽지 않았다.
물론, 그슬린 깃털과 붉게 충혈된 눈을 보니 단단히 열을 받은 것 같긴 하다.
프라이드가 되기 바로 직전의 상태였으니 당연히 이성의 끈이 끊기기 직전이겠지.
“이…… 이! 나뭇가지에 꽂아 둔 다음 산 채로 뜯어먹어 주겠다!”
분노한 아타샤의 날개 주위로 수십 개의 전격이 맺혔다.
눈이 시릴 정도로 빛나는 스파크엔 무시 못 할 만큼 엄청난 마력이 실려 있었다.
[아타샤가 Lv15 ‘라이트닝 스트라이크’를 발동합니다!]당연한 말이지만, 단 하나라도 맞아선 안 된다.
“정말로 군고구마가 되기 싫으면 잘 피해야 한다. 알았지?”
진혁이 고구마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동시에, 천장에서부터 뇌우(雷雨)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콰앙!
콰아앙!
“모, 모기이이!”
고구마가 낙하하는 번개 사이를 종횡무진 가로질렀다.
***
화르르륵!
엇박자의 동선을 고수하였기에, 아타샤의 뇌우는 번번이 애꿎은 지면만 태워먹었다.
하지만, 계속된 헛방질에도 아타샤는 조금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나는 이대로 시간만 끌어도 돼.’
아타샤의 입꼬리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처음 진혁과 그를 따르는 나머지 놈들의 무력을 봤을 땐, 꽤나 당황했었다.
플레이어라고 해 봤자 고작 미량의 마력이 깃든 인간.
아무리 날고 기어 봐야 한 계층의 정점에 위치한 자신들과는 비견할 수 없는 미물들이다.
그러나 그 상식은 완전히 무너졌다.
단 한 명의 인간에 의해서.
‘적절한 대비책을 세우느라 진짜 고생하긴 했지.’
성유물을 준비하는 건 물론, 상대의 허를 찌르기 위해서 나머지 보스들을 따로 숨겨 두었다.
자존심 강한 리자드맨의 우두머리와 블랙 팽을 설득하느라고 진땀을 뺐던 걸 생각하니, 확실히 쉽지 않은 난관을 뚫고 오긴 했었다.
그래도.
그 모든 고생은 끝났다.
여전히 저 미꾸라지 같은 인간 놈을 처리하진 못했으나, 이렇게 발을 묶어 두고 있는 것만으로도 전황은 압도적으로 이쪽이 유리했다.
9계층에서 데리고 온 병력은 여전히 넘쳐났고.
8계층의 함정들은 플레이어들의 추가적인 지원을 완전히 봉쇄해 둔 상황 아닌가?
거기에 지금 이곳에 있는 인간들과 정령수들도 눈에 띄게 마력이 떨어지고 있는 게 보이고 있으니…….
이 싸움의 승패는 결정 난 것이나 다름없다.
‘저 인간을 처리하면 그분께서도 만족하시겠지.’
잔뜩 칭찬을 받을 생각에 아타샤의 입꼬리가 연신 꿈틀댔다.
곧이어, 흑풍회가 펼친 방진이 얇아지는가 싶더니 곧이어 무너지는 게 보였다.
바늘 하나 들어갈 곳 없던 틈이 점점 더 넓게 벌어졌다.
정말로 머지않았다.
앞으로 한 걸음만 남았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아탸사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불규칙하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동시에 전신을 따라 차가운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시선이 적발의 여자에게 향했다. 정확히는 적발의 여자가 지키고 있는 푸른색 보석을 향해서.
‘이…… 이 마력 반응은?’
이질적인 위화감이 느껴진다.
틀림없다.
바로 그때.
입수 난이도: A
실행 조건: 두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조건이 충족될 때만 연결되는 특수 게이트로, 신념을 잇는 끈을 사용한 대상자의 ‘부름’과 그 너머에 있는 자의 ‘응답’이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단, 이 아이템은 동족이 아닌 대상을 상대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경계를 허무는 거울’이 발동됩니다.]코인 거래소에서 준비한 아이템들이 ‘경계를 허무는 거울’과 반응했다.
형언할 수 없는 빛이 뿜어져 나오자, 일순간 치열했던 전투에 공백이 생겼다.
낙뢰를 뿌리던 아타샤도. 미친 듯한 괴력을 뽐내던 리자드 킹도. 빠른 속도로 사냥을 즐기던 블랙 팽도 모두 그 자리에서 굳어버린 듯 멈췄다.
[층계가 연결됩니다.]약 10m 크기의 녹색 게이트가 열렸다.
이쪽이 부른 이상 이제 상대가 응답하길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지원군을 부른……다고?”
“너희도 잔뜩 데리고 왔으니 나도 좀 데리고 오는 게 형평성에 맞지 않겠어?”
“웃기지 마라! 어떤 멍청한 놈이 너희들을 도우러 온단 말이냐!”
아타샤가 목에 핏대를 세웠다.
그녀 역시 이 아이템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신념을 잇는 끈’은 다른 층계의 병력을 불러올 수 있는 특수 아이템.
허나, 이 아이템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들뿐이었다.
동족이 아닌 다른 종족의 지원만 불러올 수 있는 커다란 제약이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 누가 인간을 위해 피를 흘려 주겠다는 말인가?
그것도 이런 사지로 오면서까지 말이다.
분명, 저 게이트 너머에서 응답하는 놈들 따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지독히 개인주의적인 정령수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저 어린 고대종은 더더욱 언급할 가치조차 없어.’
따라서 이 아이템은 그 어떤 의미 있는 변수를 창출하지 못하리라.
하지만, 진혁은 확신했다.
녀석이라면 반드시 이 부름에 응답해 줄 거라고.
저벅.
발소리가 울려 퍼진 건 바로 그때였다.
지독한 침묵이 깨지며.
일렁이는 표면으로부터 나타난 건…….
‘서리칼날 부족’의 전사들과.
그들의 대영웅이자 트롤 종족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 평가받는 ‘카라칼’이었다.
역시…… 와 줬구나.
진혁이 카라칼을 향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
카라칼 역시 진혁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담수호에서 진혁에게 도움을 받아 구원받은 일족의 운명.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카라칼이 진혁의 부름에 응답했다.
[‘신념을 잇는 끈’이 발동됩니다.] [7계층의 전사들이 현현합니다.]‘서리칼날’을 상징하는 붉은 기가 휘날렸다.
“오오오오!”
“크아아아!”
엄청난 수의 병력이 게이트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원이 중갑주로 무장한 정예들이었다.
“칼람. 고투울, 돌격 준비를 해라. 지금부터 적을 완벽하게 섬멸한다.”
“알겠다. 족장.”
“바로 시행하지.”
뿌우우우우!
울려 퍼진 뿔나팔은 소리는 마치 천둥과 같았다.
하얀 이리를 타고 있는 경기병들이 선두에 섰다. 그리고 그 뒤를 중갑으로 무장한 창병들이 따랐다.
그렇게.
푸른 물결이 전장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
예상치 못한 상황에 아타샤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막아! 대열이 무너지면 안 돼!”
아타샤가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렀다.
절규에 가까운 비명.
그러나 아무리 소리를 질러 봤자 이미 늦었다.
전력이 진혁과 흑풍회 그리고 정령수들을 상대하기 위해 앞쪽에 편중된 상태였기에, 측면은 무방비에 가까웠고.
그 실책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퍼퍼퍼퍽!
콰아앙!
쐐기 모양으로 파고든 트롤들의 선발대가 오크와 고블린으로 이루어진 곳을 유린했다.
“키에에엑!”
“꾸웨엑!”
팔과 다리가 날아가고.
곤죽이 된 몸뚱이가 튕겨 나갔다.
중무장한 트롤들이 옆구리를 강타했으니 당연히 그 피해가 클 수밖에.
하지만, 충격에서 채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제2차 공격이 이어졌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서리칼날 부족의 전사들이 창을 집어 던졌다.
퍼퍼퍽!
퍼어억!
노린 곳은 오우거를 향해서였다.
갑옷의 이음매가 있는 부분을 정확히 노린 기습.
“케엑…….”
“컥! 커억!”
그나마 버팀목이 돼 주는 오우거들이 쓰러지자, 나머지는 순식간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리자드 킹이 어떻게든 전열을 수습하려 했으나, 한 번 무너진 곳을 다시 복구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특히나 카라칼이 직접 부대를 이끈다면 더욱더 말이다.
콰아아앙!
그 거대한 리자드 킹조차 카라칼의 창을 받아내지 못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네놈……. 트롤들이 어째서 인간들과 손을 잡은 것이냐!”
“인간이 우리를 불렀다. 우리가 싸우는 데 그 이상의 이유 따윈 필요 없다.”
카라칼이 대화는 필요 없다며 선을 그었다.
게다가 블랙 팽은 여전히 월영과 호각을 이룬 채 술래잡기를 하는 터라, 아예 전투에 가담할 생각마저 못 하고 있었다.
완전히 뒤집혀 버린 상황 속.
“이, 이럴 수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절망에 빠진 아타샤와.
“나도 제법 좋아해. 일 대 일 말고 친구들 잔뜩 불러와서 싸우는 것도 말이지.”
이죽거리는 진혁의 모습이 대비되었다.
이제 슬슬 마무리를 할 때가 다가왔다.
이 정도 판이 갖춰졌으면, 몰이사냥을 통해 전과를 극대화할 시간이다.
그리고.
모두가 편안한 사냥을 하기 위해선, 거추장스러운 몇몇 보스들을 직접 정리해 줄 필요가 있었다.
“이제 그만 쉬어도 돼.”
진혁이 어금니를 아공간 인벤토리에 넣은 뒤, 고구마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였다.
그리고 곧장 지상을 향해 도약했다.
툭!
가볍게 착지한 진혁이 다시 한번 ‘달을 가리는 손톱’을 발현시켰다.
양손이 검붉은 손톱으로 뒤덮이며, 흉흉한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 모습이 도발적으로 느껴진 탓일까?
아타샤가 두 주먹을 으스러져라 꽉 쥐었다.
“네놈이…… 나와 일 대 일로 겨루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감히 번개를 다스리는 나와!”
“정전기가 제법 매섭긴 한데, 질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데?”
“되도 않는 개소리를 지껄이지 마라. 감히, 내 능력에 대해 네까짓 게 뭘 얼마나 알고 있다고!”
수많은 몬스터들이 즐비하게 널린 9계층.
그들을 평정한 보스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이었다.
고작 탑 밖에서 기어온 인간 나부랭이가 함부로 지껄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그런 아타샤조차 모르는 게 있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는 고작 9계층을 지배하는 것 정도와는 아예 차원이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너야말로 원거리에 특화된 능력을 갖고 있는 주제에 이 거리에서 큰 소리를 치면 안 되지.”
대포가 아무리 강력해도 코앞에 다가온 보병에겐 아무 쓸모가 없는 법이다.
단순히 위력을 떠나서 상성이라는 게 있는 법이거든.
팟!
‘검마제왕보’를 발현한 진혁이 순식간에 아타샤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큭!”
아타사갸 곧바로 전격을 뿜어냈다.
그러나 단순하기 짝이 없는 직선 궤도의 공격에 당해 줄 진혁이 아니었다.
“속도는 제법 빠르긴 해.”
번개라는 특성상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에 대해 말하는 건 의미가 없는 짓이다.
“문제는 네 전격이 모아지는 부분이 공격 방향과 일치한다는 거야.”
어디서 공격이 올지. 그 방향만 미리 읽어낼 수 있다면…….
그걸 피하는 것쯤이야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나라면 말이지.’
툭…….
어느새 품속으로 파고든 진혁의 주먹이 아타샤의 복부에 닿았다.
‘흑천마황공(黑天魔皇功)’
“아, 안 돼!”
심상치 않은 기운에 아타샤가 날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배에서 느껴지는 무겁고도 짙은 살기가 곧이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견해 주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묵빛의 기운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했다.
‘묵륜창파(墨輪槍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