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19)
19화 각성 테스트 (4)
잠시 뒤, 새로운 마정석이 준비됐다.
푸른빛을 띤 거대한 중급 마정석이다.
“여, 여기…… 하아, 하아. 다 됐어요.”
시험관이 숨을 헐떡였다.
정말로 1분도 안 돼서 준비를 끝내다니.
어지간히 무섭긴 했나 보다.
좋아.
그럼, 시작해 볼까.
진혁이 단검을 쥔 채 자세를 잡았다.
우우우웅!
마력이 주입되자 다시 한번 검이 붉게 물들었다.
‘힘 조절은 할 필요 없겠지.’
아까는 적당히 손속에 사정을 뒀다.
최하급 마정석 따위론 전력을 다하는 의미가 없었으니까.
[스탯 ‘간극’이 최대치로 활성화됩니다.]손끝을 통해 전해지는 짙은 마력.
진혁의 입 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그래, 바로 이거지.
‘강강약강(强强弱强)’.
강자에게도 강하고 약자에게도 강한 사기적인 스탯.
지금부터 한 달간 고생했던 결과가 어느 정도인지…….
두 눈으로 확인해 볼 시간이다.
파츠츠츠!
여러 줄기의 스파크가 일어나며, 칼날이 마정석의 측면을 휩쓸고 지나갔다.
***
“이……럴 수가.”
시험관의 턱이 덜덜 떨렸다.
시련의 탑이 나타나고 한 달.
그동안 수많은 각성자들이 이곳에 와서 테스트를 치렀다.
대부분은 마정석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마력조차 보유하지 못했다.
F급 아래.
다시 말해 자격 미달 판정을 받는 것이다.
물론, 그중에서 선택받은 소수는 랭크를 부여받았고.
당당히 탑을 오를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심지어 S급을 받았던 랭커들조차도.
마정석을 통째로 베어 버린 이는 없었다.
당연한 이야기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니까.
쿠쿠쿠쿠!
반으로 잘린 마정석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절단면이 붉게 달아올라 있다.
속도와 힘 그리고 마력, 모든 게 완벽했다는 방증이다.
[1위 강진혁. 측정치: 20,895. 등급 S]새로운 S급의 탄생.
아니, 마력 측정치 10,000 이상을 모두 S급으로 포함했기에, 실제 랭크는 훨씬 높았다.
무려 2배 이상.
……괴물이다.
“어……어어. S급, 추, 축하드립니다. 위, 위에 보고할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번호, 번호가 뭐……였더라.”
시험관이 더듬거리며 핸드폰을 꺼냈다.
‘한국이 문제가 아니야.’
세계 랭킹을 새로 짜야 할 초대형 신인의 등장이었다.
최소한 부장급……. 아니지. 이 정도 사건이면 협회장에게 바로 보고해야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잠깐만요.”
진혁이 시험관의 팔을 붙잡았다.
“예?”
“지금 위에 보고하려는 건가요?”
“네, 그, 그렇습니다.”
“그거 한 일주일 정도만 미뤄 주세요.”
“미뤄달라니. 그게 무슨 말씀인지.”
시험관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개인적인 이유입니다. 일주일 뒤엔 협회에 알리든 인터넷에 뿌리든 상관하지 않을게요.”
“하, 하지만,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정보를 조작하다니.
만약 걸렸다간. 무슨 처벌을 받게 될지 몰랐다.
하위 랭크를 바꿔도 중범죄로 취급되는데, 하물며 이건 S급을 숨기라는 것 아닌가?
그것도 일주일이나.
“안 됩니다! 진짜로, 죽어도 안 돼요!”
연신 도리질을 치며 완강히 거부했다.
역시 이런 반응이군.
진혁이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S급으로 여러 혜택을 받고 싶지만, 일 하나를 끝내기 전까진 등급을 숨길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이 시험관의 입부터 단속해야겠지.
“제가 살면서 배운 게 몇 개 있습니다.”
“배, 배운 거라뇨?”
저벅.
진혁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동시에 손에 쥔 단검에서 희미한 빛이 일렁였다.
“첫 째는 ‘사람 일이란 장담할 게 없다’는 겁니다.”
‘진짜로, 죽어도’ 이런 부사가 붙는 가정법에 신빙성은 없다.
없을 수밖에 없다.
세상일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었으니까.
“둘째로 ‘멀리 있는 법보단, 가까이 있는 주먹이 무섭다’는 겁니다.”
‘협회장은 빌딩의 최상층에 있고 나는 지금 네 눈앞에 있다.’
그러니 선택을 잘하는 게 좋을 거야. 험한 꼴 당하기 싫다면 말이지.
스윽.
진혁이 가벼운 손놀림으로 단검을 가지고 놀았다.
그 협박이 통한 걸까?
시험관의 안색이 눈에 띠게 창백해졌다.
상대는 S급.
감히, 인간이라는 카테고리에 넣을 수 없는 초인이다.
마음만 먹으면 사람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닐 터.
“일주일! 일주일이면 되는 건가요?”
시험관이 다급하게 대답했다.
진혁이 걸음을 멈췄다.
“예. 충분합니다. 그 이후엔, 마음대로 하세요.”
오히려 그때가 되면 적극적으로 홍보해 줬으면 좋겠다.
어그로가 확실히 끌리도록.
그래야 생각하고 있는, 이후의 계획들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으니까.
“알겠습니다. 강진혁 님의 랭크는 정확히 일주일 뒤에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시험관이 결정을 내렸다.
“설마, 말을 바꾸거나 그러는 건 아니겠죠?”
“그, 그럴 리가요. 제 이름을 걸고 약속드리겠습니다.”
“미안하지만, 제가 말뿐인 약속을 안 믿어서요.”
세상에서 가장 믿어서는 안 되는 게 구두 약속이다.
말로는 무덤까지 간다면서도 술 한 잔에 흘려버리는 게 약속 아닌가?
그런 것보단 글쎄…….
조금 더 확실한 증표가 필요했다.
어겼다간 죽을 수 있는 그런 증표가.
진혁의 손가락에 불꽃이 맺혔다.
[Lv1 ‘염혼의 낙인’이 발동됩니다.]박하나에게도 새겨 놓은 바로 그 표식이었다.
“아픈 거 아니니까. 조금만 참아요.”
치이이익!
영혼에 낙인을 새겼다.
시험관이 얼굴을 찌푸렸지만, 잠시뿐이었다.
이걸로 일주일이란 시간을 벌었다.
“그동안은 처음 나왔던 측정치로 부탁드립니다.”
“F등급 말씀이시죠?”
“예.”
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시험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그럼, 2차 테스트는 어떻게 진행하면 될까요?”
마력을 측정해 랭크를 분류하는 1차 테스트.
그리고 그곳에서 통과한 선별 인원들은 2차 테스트를 치른다.
내용은 간단하다.
시련의 탑에 있는 던전 중 하나를 클리어하기만 하면 되는 것.
난이도의 제약이 없기에, 대부분 고블린이나 오크들이 있는 던전을 선택했다.
그게 보편적이고 또 현명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1층, 유적을 공략할 겁니다.”
진혁은 이미 갈 곳을 정해 뒀다.
처음 시련의 탑이 나타난 그 순간부터.
“1층에 있는 유적이라면 설마……!”
시험관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1층에 존재하는 유적은 단 한 개.
유적 ‘타락한 자들의 회랑’.
[시련의 탑]이 처음 출시됐던 11년 전에도.그리고 시련의 탑이 현실로 나타난 지금까지도.
아직까지 그 누구도 공략하지 못 했다고 알려진 금역(禁域)이었다.
***
테스트가 끝났다.
받은 등급은 F.
진혁은 손목에 새겨진 희미한 문신을 두 사람에게 보여 줬다.
“형이 F등급이라고요?”
“아니 어떻게…… 당연히 우리보다 높을 줄 알았는데, 뭔가 문제가 있는 거 아니야?”
이태민과 유연화가 동시에 외쳤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다.
특히나 시련의 탑에서 진혁의 실력을 봐 왔던 두 사람으로선 F라는 등급이 믿기지가 않았다.
“임시 등급이야. 일주일 뒤에 재측정을 하기로 했으니 기다려 봐야지.”
진실에 양념을 쳤다.
여기서 S등급이란 걸 밝힐 필요는 없었으니까.
“아…….”
“그런 거라면야 뭐.”
임시 등급이란 말에 두 사람이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맞다. 오빠. 2차 테스트는 어떻게 하실 거야?”
“바로 수배해 봐야지.”
“1층에 있는 하급 던전이라면, 우리 쪽에서도 보유한 게 좀 있는데. 어떻게. 알아봐줄까?”
“아니. 지금부터는 혼자서도 충분해.”
이 앞으로는 너무 위험하다.
아무리 이태민과 유연화가 실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아니, 냉정하게 말하면, 현 시점에서 1층 유적에 들어가서 끝까지 갈 수 있는 플레이어는 나를 포함해 전 세계에 단 한 명도 없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말이다.
‘그러니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을 사용해야지.’
정석보단 편법.
시련의 탑은 원래 그렇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었다.
“난 신경 쓰지 말고. 두 사람은 계속 탑을 올라.”
이미 그렇게 하기로 약속했었다.
나중에 다시 만나자고.
그러니 그때까지는.
각자의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
***
두 사람과 헤어진 진혁은 곧바로 [시련의 탑]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구인…… 게시판에서 찾으면 되려나?’
보통 랭크가 높은 건 주로 길드 차원에서 공격대를 모집했고.
D랭크 이하는 개인 플레이어들끼리 숫자를 맞춰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유적 정도면 최소 수백 명에 이르는 인원이 필요했다.
[1층 ‘타락한 자들의 회랑’ 유적 가실 플레이어분들 모집합니다. (000명)]찾았다.
워낙 난이도가 높아 도전하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행이다.’
진혁이 곧바로 적혀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뚜우우우…….
통화음이 울리기 무섭게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커뮤니티 보고 연락드렸습니다. 유적 레이드. 저도 참여하고 싶어서요. 아직 인원이 다 찬 건 아니죠?
-아 물론입니다. 자리 있고말고요!
남자가 황급히 대답했다.
어지간히 인원이 급했던 모양이었다.
하긴,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이상 저곳에 가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니까.
-저…… 근데, 등급은 어떻게 되시죠?
-F등급입니다.
-아…… F. 으음. 그러셨군요.
-혹시 등급이 문제가 되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등급이 낮아도 운반팀이나 채굴팀으로 가실 수 있으니까요. 단지, 이쪽으로 오시게 되면 유적 안에서 얻는 아이템에 대한 배분을 받으실 수 없습니다. 짐꾼과 채굴꾼은 일당제거든요.
위험도가 낮은 대신 보상도 많이 줄 수 없다는 뜻.
상관없다.
어차피 유적에 가는 목적은 보상의 분배 따위가 아니었으니.
-일당으로 주셔도 괜찮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시련의 탑 입구로 와 주실 수 있을까요? 짐꾼으로 가실 분들 다 모여 계시는데, 자세한 조건은 그때 말씀드리죠.
-20분 안에 가겠습니다.
통화가 종료됐다.
진혁은 콜택시를 부른 뒤, 곧장 약속 장소로 갔다.
약 20분쯤 달렸을까?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입구 쪽……이면 이쯤인데.’
진혁이 인파를 헤치며 두리번거렸다.
그때.
한 무리의 남자들이 모여 있는 게 보였다.
하나같이 덩치가 좋은 걸 보니…….
‘아까 말했던 짐꾼들이 이 사람들인가?’
진혁이 다가가자 양복 차림의, 안경을 쓴 남자가 환하게 웃었다.
“혹시, 아까 전에 통화하셨던?”
“예. 강진혁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매칭 매니지먼트의 오승환 대리입니다.”
오승환이 진혁을 반갑게 맞아 줬다.
“그 친구가 마지막으로 온다던 그 사람이요?”
“거, 다 모였으면 빨리 시작하지.”
“그래. 우린 벌써 1시간째 기다렸다고.”
“하하, 알겠습니다. 우선 공격대 가입 승인부터 해 주세요. 예. 맞아요. 거기 그 승인 버튼 눌러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오승환이 짐꾼으로 지원한 사람들에게 30cm크기의 상태창을 하나씩 보여 줬다.
“자. 진혁 씨도요.”
마지막으로 진혁한테도 오승환이 상태창을 보여줬다.
내용은 별거 없었다.
그저 ‘공격대에 일원으로 참여하시겠습니까?’라는 문장 하나뿐.
여기에 동의하면 그때부턴 정식으로 공격대에 소속된다.
진혁이 승인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공격대에 정식으로 참여하셨습니다.] [조건을 달성하셨습니다.] [2차 업데이트가 적용됩니다.] [전세계 103개국의 언어 패치가 적용됩니다.] [공격대 전용 퀘스트가 시작됩니다.]“오. 떴어. 떴다고.”
“나도요. 와 이거 신기하네. 공격대 전용 퀘스트라니.”
“후후. 드디어!”
여기저기서 들뜬 목소리가 들렸다.
[#1 유적 최초 공략]난이도: S
내용: 보스 몬스터를 처리하고 유적 최심부에 있는 왕좌를 탈환하십시오.
보상: 성유물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이 부여됩니다.(단, 보스 몬스터를 죽이지 못할 경우, 성유물의 선택이 제한됩니다.)
진혁 앞에도 여러 개의 상태창들이 주르륵 나타났다.
보스 몬스터.
왕좌의 탈환.
그리고 성유물의 선택까지.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그런데.
‘이건…… 뭐지?’
진혁의 눈앞엔 남들과는 다른.
[‘최초로 탑을 정복한 자’를 위한 특전이 도착했습니다.]또 하나의 상태창이 자리 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