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192)
192화. 엘리스의 혈족
[‘명예의 전당’에 올라온 영상은 관리자에 의해 편집된 영상입니다.]화면을 통해 전해지는 광경은 충격 그 자체였다.
-명절브레이커: 인간이 저런 위력의 기술을 쓸 수 있는 게 말이 되냐? 이쯤 되면 몬스터가 불쌍해질 지경인데?
-SESFOV: 언노운 전투씬 직관하게 될 날이 올 줄이야. 오늘 어디 밖에 안 나가길 잘했다 진짜로. 약속이 하도 많아서 놓칠 뻔했는데. 후우.
-빠삐코: 어이 김 씨. 정신 차리고 일어나. 쉬는 시간 끝났어.
-가황의 런닝셔츠: 근데 보면 볼수록 감탄밖에 안 나오는 건 팩트인 듯. ㄹㅇ 가슴이 웅장해지려고 하네.
-San: 가슴만 웅장해지냐? 팬티도 웅장해진다.
-말랑흑두루미: 아아. 저게 ‘무공’이라는 것이다.
-택배박스 안에 호랑이: 8층과 9층을 동시에 클리어한 플레이어는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 없을 듯. 진짜 역사를 새로 쓴다.
-버블버블티: 편집본 말고 진짜 원본을 보고 싶다. 하. 삭제된 게 너무 많아서 아쉬울 따름임. 그곳에 있던 플레이어들도 충격 때문인지 기억이 다 조금씩 끊겨 있다고 하더라고.
미친 듯이 올라오는 메시지에 가식 따위는 섞여 있지 않았다.
압도적인 무용에 대한 감탄.
그리고 그걸 넘어 그토록 강한 랭커가 자신들과 함께 탑을 오르고 있다는 사실에, 모두의 심장이 빠르게 고동쳤다.
그런데.
-티어감별사: 근데 진짜 강진혁이랑 언노운이랑 누가 더 상위 티어일까? 1위가 두 명일 순 없을 텐데?
언노운이 강할수록.
진혁이 더 화려한 업적을 달성할수록.
둘의 우위를 가리는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흔해 빠진 떡밥이지만, 무시하기엔 너무나 먹음직스러운 떡밥이었다.
-하버드 통계학과 7학년: 내가 대학에서 7년간 통계학 전공했는데, 근접전일 경우엔 언노운이. 원거리에선 강진혁이 이김. 반박 시 시탑알못.
-스피드웨건: 시탑알못이란 시련의 탑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뜻임.
-유패의 랭커: 당연히 강진혁이지. 이게 비교할 거리는 되냐? 솔직히?
-덮쳐보니문도: 님 눈깔이 홀수이심? 지금 언노운이 주먹 하나로 원펀맨 찍고 있는 거 안 보이냐?
-새영언환: 글쎄. 뭐가 됐든 그 둘의 매치가 그리 쉽게 일어날 것 같진 않은데.
댓글이 폭주하다 못해 서버가 폭발할 지경이 되었다.
그렇게 외부에서 한창 언노운과 진혁에 관한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정작 당사자인 진혁은 1층에 위치한 ‘타락한 자들의 회랑’ 안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정확히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이 미처 배분하지 못한 레벨과 스탯 포인트를 확인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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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강진혁
성별: 남
나이: 27세
레벨: 74
힘 50 민첩 25 체력 34 마력 181 간극 100 행운 10 적응형 78 정기 27.53
보유한 스탯 포인트: 21
보유한 코인: 500,125
직업: 룬의 해석사
고유 능력: ‘융합(融合)’, ‘검의 무덤’, ‘별의 가호’, ‘아누비스의 심판’, ‘혈마기(血魔氣)’, ‘만다라(曼茶羅)’, ‘1초 무적’, ‘천독(千毒)’, ‘하얀 맹수’, ‘만상공유(萬祥共有)’, ‘태양의 성역’, ‘흑천마황공(黑天魔皇功)
스킬: 스킬의 수가 너무 많아 ‘접어두기’ 상태로 전환되었습니다.
결계: 배운 결계의 숫자가 너무 많아 ‘접어두기’ 상태로 전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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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를 수 있는 ‘칭호’가 한 가지 저장되어 있는 상태입니다.]무려 7레벨.
두 개의 계층을 동시에 클리어한 덕분에 상상도 하기 힘든 경험치를 독식할 수 있었다.
‘진짜 미치긴 했네. 이걸 다 꿀꺽하게 될 줄이야.’
‘칭호’는 조금 나중에 필요한 터라 천천히 골라도 됐지만, 스탯 포인트는 지금 당장 분배해 둬야 한다.
11층과…… 제국.
두 개의 거대한 이벤트를 고려한다면, 이번엔 마력보단 다른 곳에 투자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나 제국으로 갈 경우 ‘그 녀석’과도 마주하게 될지도 몰랐으니까.
아니, 무림이 제국을 선제공격한 걸 생각하면, 아마 그 만남은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진혁은 보유한 스탯을 모두 한 군데에 쏟아 부었다.
[힘이 50 → 71로 상승합니다.]우우우웅!
7개 레벨에 해당하는 스탯을 한꺼번에 올렸기에, 체감되는 성장폭도 확연히 달랐다.
……힘이 솟구친다.
지금이라면 리자드 킹과 맨손으로 싸우더라도 안 밀릴 자신이 있었다.
어디…….
진혁이 가볍게 벽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마력을 싣지 않고 순수하게 힘의 상승폭을 시험해 보기 위한 일격이었다.
그런데.
콰아아앙!
벽이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졌다.
‘너무…… 많이 올렸나?’
간극과 적응형 스탯을 비롯한 서브 스탯에 힘까지 올려 버리니 그 효과가 지나치게 과하게 나타났다.
이 정도면 인간이 아니라 중형급 몬스터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수준이다.
‘흠. 중량은 또 얼마나 들 수 있는지도 해 봐야겠네.’
진혁의 시선이 이번엔 큼지막한 돌덩이를 향했다.
그렇게 이것저것 시험해 보는 동안 1시간이 훌쩍 넘게 지났다.
바로 그때.
저벅.
가벼운 발걸음 소리와 함께.
은색 머리카락을 지닌 소녀가 다가왔다.
먼저 이곳으로 보낸 엘리스였다.
그사이 미운정이 들었는지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엘리스를 보고서도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기껏 외출할 기회를 줬는데, 영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네?”
“응? 아…… 그게…….”
엘리스가 툴툴대며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볼을 잔뜩 부풀린 채 구시렁대는 걸 보니, 역시나 설득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이다.
하긴, 그 녀석 자존심이 제법 세 보이긴 했지.
“왜. 벨루스가 말을 잘 안 들어? 네가 나와 계약을 맺은 게 영 못마땅한가 보네?”
블러드 웨이포트를 통해 탑을 뒤흔들려 했던 데카서스 가의 사냥개. 미하엘.
그리고 녀석을 처리함으로써 얻은 특수 아이템이 하나 있었다.
[포웨트의 목걸이]입수 난이도: 오버랭크
내용: 하이 프리스트인 포웨트가 신격들의 도움을 받아 완성시킨 목걸이입니다. ‘봉인’에 특화되어 있으며, 특히 암(暗) 속성 계열의 존재들에게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단, 이 아이템으로 봉인할 수 있는 대상은 하나입니다.)
진혁은 이걸 이용해 회랑에 남겨진 혈족 중 하나를 데리고 나오게 시켰다.
엘리스는 바로 그걸 위해 잠시 진혁의 곁을 떠나 1층으로 간 거였고.
실제로 엘리스의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의 색이 바뀐 걸 보니, 혈족 중 우두머리 격인 벨루스를 데리고 나오는 데 성공한 게 틀림없었다.
문제는…….
그 자존심 강한 놈이 자신이 모시는 아타락시아 가문의 가주이자 진조인 엘리스가 고작 인간 따위에게 머리를 숙이는 걸 용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미안.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이해해 줄 거야. 너는 내가 인정한 계약자니까.”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긴 한데, 부하 직원에게 인정받으려고 한 세월을 낭비할 수는 없어.”
여긴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
철저하게 힘으로 찍어 누르는 일당 독재주의지.
무엇보다 위아래를 모르고 있는 놈을 데리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어, 어떻게 하려고?”
엘리스가 두려움이 가득 실린 얼굴로 물었다.
그리고.
“어떻게 하긴.”
진혁은 평소와 똑같은 미소로 화답했다.
“다람쥐통을 다시 한번 개장해야지.”
누가 그러더라.
헬조선의 다람쥐통은 두 번 개장한다고.
***
[커억! 쿨럭 쿨럭! 웨에에엑!]회랑을 떠나 시그니엘로 돌아온 진혁은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 과거 엘리스에게 했던 일을 그대로 반복했다.
약 2시간에 걸친 고문이 이어졌다.
360도는 기본 코스고 540도와 270도 역회전 코스도 적절하게 섞어주었다.
덕분에 목걸이에선 연신 숨이 넘어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 말해 봐. 네 주인이 누구지?”
[나……는 아타락시아 가문을 지키는 자다. 이런 걸로 결코 굴복하지 않아. 내가 모시는 주인은 오직 엘리스 폰 아타락……시아 한 분뿐이다.]흠.
이 정도면 뱀파이어가 아니라 조선시대 선비 수준인데…….
몸에서 대나무 수액이 흐르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이 될 정도다.
포용력 있는 왕이라면 이쯤에서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그 기개를 칭찬해 줄 테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속이 밴댕이 소갈딱지만큼 작은 폭군이라서 말이지.’
세종이 아닌 연산군.
그게 고인물 코퍼레이션을 이끄는 군주의 롤 모델이었다.
진혁이 잠시 목걸이를 테이블 위에 올려 뒀다.
[왜? 이제 돌리는 손목이 아프니 그만 포기하려는 건가? 나는 얼마든지 더 어울려줄 용의가 있다.]“오오. 그래? 그 말 꼬옥 책임지기 바랄게.”
적어도 손목이 아프다는 말은 공감한다.
그러니.
지금부터는 테레사에게 분양받은 애완동물에게 뒷일을 맡길 생각이다.
진혁이 햄스터 통 안에 있는 쳇바퀴에 목걸이를 단단히 묶어 뒀다.
“찍!”
새하얀 펄 햄스터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알랙산드로 3세.
테레사가 속한 암스테르담의 명문가 ‘로젠베르크’의 당당한 일원이자, 족보까지 있는 위대한 햄스터였다.
[이, 이게 무엇이냐?]벨루스가 다급히 외쳤지만, 진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쳇바퀴 위에 먹음직스러운 치즈 한 덩어리를 매달아 뒀다.
탈탈탈탈!
“찍! 찍! 찍!”
알랙산드로 3세가 치즈를 먹기 위해 미친 듯이 쳇바퀴를 타기 시작했다.
[이…… 빌어먹을 쥐새끼 따위가 감히! 멈춰라. 멈추란 말이다아아!]시그니엘 내부에서 비명 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지만, 거주자의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존중하는 이곳에서 경비원이 난입할 일은 없었다.
“엘리스.”
“으, 으응?”
“나는 잠깐 밖에 나갔다 올 건데. 이 녀석 절대 꺼내 주면 안 돼. 알았지?”
“저…… 절대로?”
“응. 절대로. 아! 그리고 혹시나 만약에…… 아주 만약에 그런 천인공노할 짓을 한다면 말이야. 그럼 세탁기 안에 들어가 있는 액세서리는 하나가 아닐 거야.”
반지와 목걸이는 세트가 어울리는 법.
원한다면 쳇바퀴 안에 또 다른 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다.
우리 알랙산드로 3세는 성녀의 사랑을 듬뿍 받은 터라, 힘이 아주 왕성했으니까.
반지와 목걸이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거다.
“걱정하지 마! 나는 진짜 말 잘 들어. 알잖아. 헤헤.”
엘리스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조기 교육이 중요하다고. 척하면 척 알아듣는다.
그리고 착한 아이에겐 사탕을 줘야 하는 법.
“올 때 네가 좋아하는 치킨이랑 연어 그리고 곱창 등등 잔뜩 사 가지고 올게. 기대하고 있어. 그리고 특별히 네가 가 본 적 없는 곳도 데리고 가 줄게.”
진혁은 채찍과 당근을 완벽하게 사용했다.
열 번을 잘해 주다가 한 번을 못 해 주면 아쉬운 소리를 듣지만.
열 번을 못 해 주다가 한 번만 잘해 주면 너무나 고마워한다는 걸…….
그간의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응! 나는 그…… 맥주라는 것도!”
역시나 엘리스는 빨간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잘 다녀오라며 손까지 흔들어줬다.
***
모처럼 만의 외출을 한 진혁은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며 시그니엘 근처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가, 강진혁 플레이어 아니야?”
“맞아. 세상에나. 어디 사는가 했더니. 시그니엘 살던 거였어?”
“역시…… 사진 한 번만 같이 찍어 달라고 하면 안 될까? 아니면 말이라도 한 번…….”
“아서라. S급 플레이어랑 눈 마주쳤다가 오줌지린 사람도 있어. 근데 강진혁 플레이어 정도면…… 아예 기절해 버릴 수도 있을걸?”
이제는 꽤 유명인사가 됐기에, 길거리에서 알아보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마음 놓고 돌아다니기도 힘들겠네.’
선글라스 정도로는 턱도 없을 것 같고. 뭔가 다른 대책이 필요할 듯싶었다.
그렇게 사람들 사이를 지나쳐 도착한 곳은 제법 분위기 있게 꾸며 놓은 카페였다.
덜컹!
문이 열리자 텅 빈 내부가 들어왔다.
번화가임에도 불구하고 그 흔한 손님 한 명이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점원조차도 없었다.
마치, 누군가 전세를 내기라도 한 것처럼.
“이쪽입니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 건 바로 그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