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194)
194화.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단합 대회(Feat. 놀이동산) (2)
시련의 탑이라는 망겜의 특징 중 하나를 꼽으라면…….
어떻게 유저들에게 고통을 줄지 고민한다는 점을 예로 들 수 있을 거다.
그리고 그점을 가장 잘 살린 테마가 바로 여기 있는 ‘하드 모드’의 놀이공원이었다.
“헤헤! 이게 얼마만의 놀잇감…… 아니, 손님인지. 정말로 들어오실 겁니까? 정말로요?”
입구에 있던 토끼 모습을 한 수인(獸人)이 깡충깡충 뛰었다.
모처럼의 방문객에 잔뜩 신이 난 건지 귀가 연신 쫑긋거렸다.
하긴.
이런 정신 나간 곳에 들어가려는 플레이어는 없겠지.
1층이란 접근성에도 불구하고 터무니없는 발상과 난이도로 인해 이곳은 거의 유령도시나 마찬가지였다.
“지, 진혁 씨. 정말 여기를 도전할 거예요?”
“사내 엠티니 뭐니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대체 어떤 정신 나간 회사가 목숨을 걸고 엠티를 가는 거냐?”
테레사와 천유성이 한 마디씩 내뱉었다.
두 사람 또한 과거에 이 놀이동산을 경험해 봤기에, 지금 진혁이 하려는 행동이 얼마나 미친 짓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든 말려야 한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런 쓸데없기만 한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건 막아야 한다.
하지만.
-늦었어. 이미 완전히 눈이 돌아갔군.
-하아. 역시 가야 하는 거겠죠?
-이게 솜사탕이구나. 진짜 맛있네. 마치 구름을 먹는 것 같잖아?
진혁의 장난스러운 미소를 보는 순간, 모두의 머릿속엔 포기라는 단어가 맴돌았다.
“왜들 그리 죽을상을 하고 있어? 놀이동산에 왔으면 실컷 즐겨야지. 뭣보다 여기 놀이기구 4개 이상 통과하면 보상이 은근히 짭짤해.”
15층에 위치한 대형 식재료 시장에서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는 회원권 지급.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어도 세상 살아가는 데 있어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
하물며 그것이 탑 외부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진미들로 가득 차 있는 곳이라면 더 이상 말해 봤자 입만 아프리라.
거기에 겸사겸사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까지 즐길 수 있으니…….
회사의 단합을 위한 자리로 이것만 한 게 없다는 게 진혁의 생각이었다.
“전부 다 들어갈게. 입장료는 당연히 받지 않겠지?”
“어유. 그럼 물론이죠. 안 그래도 놀이기구에 거미줄 치게 생겼는데 와 주시기만 해도 감사합니다.”
토끼가 손바닥을 비비적거렸다.
동시에.
띠링!
모두의 눈앞에 상태창이 나타났다.
[시련의 놀이동산]난이도: 매우 어려움
내용: 최소한 1개 이상의 놀이기구를 완주해야 밖으로 나갈 수 있으며, 3개 이상을 통과할 경우 특별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단, 6인 이내의 팀으로 할 경우 4개를 통과할 경우에 한하여 보상이 지급됩니다.
“이제 마음껏 즐기시면 됩니다. 헤헤.”
토끼가 비릿한 미소를 만면에 가득 띤 채 한 걸음 옆으로 물러섰다.
***
“빌어먹을! 대체 이 미친 곳엔 왜 온 거냐!”
“꺄아아악! 사, 살려 줘요!”
“야! 이거 놔. 이것 좀 놓으라고!”
비명과 절규가 가득 찬 놀이동산.
이곳은 지옥이었다. 적어도 그와 비슷하거나.
천유성과 테레사가 고른 건 바이킹이었다.
위와 아래로 고속으로 활강하는 거대한 배는 통상적인 바이킹과 거의 흡사했다.
물론,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
안전벨트 따윈 없을뿐더러 실제 해골 병사들이 갑판 위에서 날뛰어 다니면서 칼을 휘두르는 게 조금 색다른 점이랄까?
그것도 그냥 해골 병사들이 아니라 한때 탑의 하층부를 주름잡던 ‘화이트 펄 호’의 해적들이었다.
카앙! 카아앙!
“달그락!”
“달각!”
해골들이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며 두 사람을 몰아붙였다.
가만히 서 있어도 균형을 잡기 힘든데, 자로 잰 듯 정교한 협공까지 퍼부어대니 정신을 차리는 것마저 쉽지 않았다.
덕분에 천유성과 테레사는 바이킹 위에서 버티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는 중이었다.
“강진혁 이 씹어먹을 자식아! 내가 원한 놀이동산은 이게 아니란 말이다!”
평생 동안 검술 수련과 공부만을 해 오던 삶이었다.
작은 여유조차 누리지 못할 만큼 그저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이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새로운 행복을 맛보나 싶었는데!
이번에도 저 벼락 맞아 죽을 고인물 자식이 그 작은 행복을 빼앗아 버렸다.
불난 데 부채질하는 격으로, 진혁은 그런 천유성을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힘 내, 우리 검성. 형은 언제나 우리 검성을 믿고 있어!”
슬러시를 홀짝이면서 입만 나불대는 걸 보면 당연히 속이 터질 수밖에.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도 3옥타브는 가볍게 넘는 고음이 울려 퍼졌다.
“히이이익! 인간! 당장! 당장 이곳으로 오거라. 감히 고귀한 이 몸에게 이런 천박한…… 제발 살려 달라고, 이 말미잘아!”
엘리스가 들어간 곳은 ‘유령의 집’이었다.
음…… 참고로 저 안에는 정말로 유령이 나온다.
전투력이라곤 슬라임 수준이긴 하지만, 외형만큼은 50층 전체를 통틀어 가장 무섭게 생긴 유령들이.
“가, 같이 가 주십시오. 엘리스 님! 절 버리시면 안 됩니다!”
심지어 그 깐깐하던 엘리스의 혈족 벨루스마저도 엘리스와 서로 끌어안은 채 눈물을 쏟고 있었다.
진혁이 혀를 끌끌 찼다.
“쯧쯧. 저런 놈들이 탑의 귀족들이라니.”
아타락시아 가문은 의외로 순수한 놈들만 모여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저렇게 무게감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걸 보면 말이다.
그때였다.
“헤헤. 그쪽 분께서는 구경만 하시고 직접 참여하시지는 않는 겁니까? 이대로라면 전부 다 실패할 것 같습니다만……?”
토끼가 도발 어린 목소리로 진혁을 자극했다.
그러나 진혁은 느긋하게 의자에 걸터앉아 슬러시를 홀짝일 뿐이었다.
“그새 까먹으신 건지 모르겠는데. 전부다 실패만 할 경우 이곳에서 나가실 수 없습니다. 뭐, 그 편이 더 재밌겠지만요. 히히.”
“알고 있어.”
“예?”
“알고 있다고.”
사실, 나머지 사람들이 성공할 거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굳이 성공해야 할 필요도 없었고.
어차피 모두가 실패해도 이 퀘스트의 결말은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어디…… 슬슬 가 볼까.
진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툭!
사라진 신형이 나타난 곳은 바이킹 위였다.
“드디어 온 거냐. 기다리다가 눈이 다 빠지는 줄 알았다.”
천유성이 해골 병사들의 검을 정신없이 피하다가 진혁을 발견했다.
“도, 도와주세요. 진혁 씨.”
테레사도 하얗게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놀이동산의 특성상 고유 능력과 스킬을 사용할 경우 퀘스트에서 실패한 것으로 간주되었기에 순수한 기본 체력과 반사 신경만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레벨이 높은 것마저도 보정치 적용을 받는 터라 천유성과 테레사마저도 고전하고 있는 게 현실이었다.
물론.
진혁 입장에서 그 정도 페널티쯤은 족쇄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수준이었지만.
5번 경추.
늑골.
고관절에서 우측 상단으로 3cm 떨어진 곳.
어떤 해골들이 어느 지점을 가격해야 움직임이 둔화되는지.
어떤 패턴을 주로 쓰고 어떤 식으로 흔들리는 배 위에서 균형을 잡는지.
모조리 암기하고 있었다.
해골병사들의 공격을 피한 진혁이 정확하게 그 약점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타점을 정확하게 노린 공격.
달그락.
달그락.
머리만 남은 해골병사들이 배 위에서 굴러다니다 밖으로 튕겨 나갔다.
너무나 부드럽고 유려한 몸놀림에, 지켜보던 천유성이 입술을 깨물었다.
“…….”
열등감과 자괴감이 느껴지는 표정에선 진혁에 대한 강한 애증의 감정이 뚝뚝 흘러나왔다.
그러든가 말든가. 진혁은 휘파람을 불어대며 배의 가장자리로 걸어갔다.
선장인 듯 화려한 모자를 쓴 해골 하나가 이빨로 난간을 깨문 채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퍼억!
진혁이 가차 없이 해골의 머리통을 하늘 위로 날려버렸다.
빙그르르 회전하던 머리가 그대로 밖으로 사라졌다.
‘이 정도 해 줬으면 둘이서 충분히 나머지 시간을 버틸 수 있겠지.’
좋아, 다음은…….
재빨리 바이킹에서 뛰어내린 진혁이 이번엔 유령의 집으로 향했다.
음산한 분위기와 으스스한 배경 음악 속.
오들오들 떨고 있는 엘리스와 벨루스가 보였다.
[정신력이 급속도로 소모됩니다.] [한기와 오한이 위험 수치까지 근접합니다.]확실히 여기 귀신들이 무섭긴 하다.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말이다.
‘처음엔 나도 기절할 뻔하긴 했는데…….’
이것도 하도 많이 오다 보니 이젠 귀신과 유령들이 친근하게 보였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이래서 경험 앞에선 아무리 자극적인 것도 그 의미가 퇴색되는 모양이다.
“너는 밤의 지배자라는 놈이 뭘 그리 겁이 많냐? 빨리 안 일어나?”
“그, 그치만…….”
완전히 겁에 질린 엘리스는 아예 일어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래서야 하루 종일이 걸려도 여기서 탈출할 수 없을 거다.
“하는 수 없지. 뒤처지지 말고 잘 따라와.”
작게 한숨을 쉰 진혁이 엘리스의 손목을 대뜸 붙잡았다.
그리고 입구를 향해 달렸다.
“아……?”
엘리스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잠시 움찔했으나, 이내 진혁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저, 저도 데려가……!”
혼자 남은 벨루스가 절규했지만, 인턴 따위야 어떻게 되든 알 바 아니다.
원래 신입 때는 혹독하게 구르는 게 이 바닥의 규칙이었으니까.
***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토끼의 목소리가 격렬하게 떨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난공불락의 요새가 너무나 허무하게 무너지고 있었으니까.
‘대체 어디서 저런 괴물 같은 또라이가 온 거야?’
바이킹이나 유령의 집을 통과한 것도 기가 막힌 일이었지만, 더욱 놀라운 건 그 이후의 일이었다.
한 번이라도 공격받을 경우 100만 볼트의 전기가 흐르는 지옥의 범퍼카를 하품이나 쩍쩍 하면서 1:30의 무쌍을 찍질 않나.
관리자들도 다루기 어려워하는 대형종 몬스터들로 가득 차 있는 사파리에선 공룡들을 길들여서 그걸 타고 단숨에 주파해 버리기까지 했다.
이쯤 되면 어이가 없어 할 말이 없어질 지경이다.
마지막으로 변종 피라냐와 자이언트 샤크가 헤엄치고 있는 후룸라이드에서 정령수를 미끼로 던져버리는 장면에선…….
솔직히 말해 두려움까지 느꼈다.
꿀꺽.
토끼의 목을 타고 마른침이 넘어갔다.
탑의 관리자들에게 이곳을 관리하라는 임무를 받은 뒤 수백 년간 수많은 종족들을 상대해 왔었지만.
저 많은 놀이기구들을 통과해 버린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도 저렇게 엽기적인 방법으로 통과하는 자는 단언컨대 한 명도 없었다.
“주, 주인아?”
물속에 던져진 정령수 운디네가 진혁을 올려다봤다.
목에는 피라냐와 자이언트 샤크가 가장 좋아하는 생고기로 만든 목걸이가 채워져 있었다.
움찔하고.
피 냄새를 맡은 어류들이 반응했다.
“이것도 다 수련의 일부야. 네가 특별히 강해지면 나머지 정령들을 이끄는 리더로 삼아 줄 수도 있어.”
특전대에 있어 리더가 얼마나 중요하고 멋진 포지션인지는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리, 리더라고? 내가? 정말로 그렇게 해 줄 거야?”
“그러엄. 그러니까 잡히지 않게끔 열심히 도망쳐. 다른 정령수면 몰라도 내가 가장 아끼는 우리 운디네가 겨우 저 정도 몬스터도 못 따돌리진 않겠지?”
“후훗. 주인이 뭘 좀 아네. 내가 다른 멍청한 정령수들보단 확실히 뛰어나긴 하지.”
운디네가 자랑스럽게 가슴을 폈다.
“그래. 너만 믿을게.”
“응! 맡겨만 줘.”
운디네가 최선을 다해 수족관 내부를 헤집었다.
그렇게 목숨을 건 술래잡기가 이어지는 동안.
진혁은 못다 먹은 슬러시를 입속에 털어 넣으며 후룸라이드를 완주해 버렸다.
동시에.
[하드 모드 난이도를 전부 클리어했습니다.]퍼퍼퍼펑!
퍼어엉!
화려한 폭죽들이 밤하늘을 가득 수놓았다.
‘휴가치곤 나쁘지 않았네.’
진혁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 곧 시작될 중층부의 대 전쟁.
제국과 무림이란 거대한 폭풍 속으로 뛰어들기 전, 모두와 함께 웃고 떠들 수 있는 이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