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불멸의 대마도사 (2)
[이…… 마법은……?]광오하기 짝이 없던 리치의 목소리에 이변이 일어났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현재 인간들의 수준으론 가고일 하나를 파괴할 수 있는 마법을 사용하는 것도 쉽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실제로 유럽 전역을 휩쓰는 동안, 언데드 몬스터들의 피해는 전무하다시피 했으니까.
당연히 이 정도 수준의 방공망을 구축한다면, 적어도 침입자들 중 80% 이상은 바다 속에 처박아버릴 수 있는 게 정상이었다.
그런데.
저런 수준의 광역 마법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사용하다니.
서클을 구현하는 센스나 속도가 ‘훌륭하다’는 레벨이 아니다.
[술식 자체를 재해석하여 상위 등급으로 조형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건가.]몇 백 년을 마법에 몰두해 온 리치들조차도 쉽지 않은 경지.
……보면서도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놀란 건 옆에서 진혁을 보호하듯 서 있던 나머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얼마나 안 만났다고 그사이 오빠가 이렇게나 성장했다고?’
‘만능형인 줄은 알았지만, 형의 능력은 대체 어디까지인 거야? 설마 했는데, 마법에 특화된 리치하고도 밀리지 않을 줄이야.’
유연화와 이태민이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자신들은 한 가지 능력만 갈고 닦기에도 벅찼는데.
저렇게 모든 거리에서 압도적인 위용을 보일 수 있는 진혁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월영도 토끼처럼 놀란 눈으로 진혁을 바라봤다.
무림에서 빙속성 무공을 가장 잘 이해하고 다루는 문파가 북해궁(北海宮)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폭설과 칼바람을 이부자리 삼아 지낼 정도로 개개인이 냉기에 대한 친화력이 높았고.
그중에서도 북해궁의 가주는 재능과 노력을 모두 겸비한 천재 중의 천재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다르다.
‘북해궁주와 직접 마주한 건 한 번뿐이나…… 확실하다.’
지금 주군께서 보여 주신 무공은…….
틀림없이 북해궁주의 것보다 몇 수는 위에 있었다.
“주군께서는…… 언제 이처럼 엄청난 수준의 빙백신공을 대성하신 겁니까? 속하의 짧은 식견으로 봐도 거의 북해궁의 가주보다 더 높은 경지에 이르신 것 같습니다만…….”
으음.
의외로 민감한 부분을 대뜸 물어본다.
진실을 말해 줄 수 없으니 여기선 적당히 말을 지어내야겠지.
어디, 어떤 게 좋으려나?
잠시 고민하던 진혁이 입에 침 한 번 바르지 않고 술술 말을 내뱉었다.
“암황님의 비고에 있는 만년설삼 하나 주워 먹으니까 대충 되던데?”
“아…… 암황님의, 아니 그보다 만년설삼을요? 그걸 통째로 복용하셨다는 말씀입니까?”
“응.”
조금만 생각한다면 말도 안 되는 말이었지만, 월영은 믿을 수밖에 없을 거다.
흑풍회에서 어디 만년설삼을 구경이나 해 봤겠는가?
그저 9파의 유망한 후기지수가 먹었다더라, 마교의 천마가 간식으로 꿀꺽 했다더라 라는 식으로 전해 듣는 게 고작일 거다.
마지막으로…….
뭔가 굉장히 불만이 가득해 보이는 천유성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조금만 있었으면 내가 다 처리하려고 했었다.”
잔뜩 의기소침해진 건 덤이었다.
“예, 예. 아무렴 그렇셨겠죠.”
“저, 정말이란 말이다! 내가 최근에 익힌 추혼검의 식(式)이…….”
천유성이 반박하려 했지만, 이미 진혁의 관심은 리치에게 향한 뒤였다.
“그래서. 환영 인사는 이게 전부야? 만약 그렇다면 영 실망인데…….”
[실망이다? 겨우 가고일 한 무리를 처리한 걸 가지고 지금 실망이라는 말을 했느냐?]“첫인상이 제일 중요하다고. 한 번만 보면 전체적인 수준이 딱 보이거든. 아니면 설마, ‘이 녀석들은 내가 가진 부하들 중 최약체다’라는 고구려 시대 멘트를 칠 생각은 아니지?”
의심은 가는데, 가능하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건 뻔해도 너무 뻔했으니까.
그러나 예상은 빗나가는 법이 없는 모양이다.
리치의 목소리가 거짓말처럼 멈춰 버렸다.
[…….]이야. 방금 흠칫했네.
정말로 그런 멘트 치려다가 만 게 티가 난다.
“대체 왜 그런 걸로 서로 간에 시간 낭비를 하는 거냐? 약한 녀석을 외각에 배치해 간을 보지 말고. 그냥 본 드래곤 같은 거에 데스나이트 몇 기 태워서 드래곤 나이트 같은 거 하면 안 돼?”
약한 놈들을 차근차근 해치우면서 성장할 시간을 주기라도 할 생각인면 몰라도, 보스 치곤 참 멍청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 같으면 처음부터 제일 믿을 만한 부하들을 내보내 찍어 눌러 버렸을 텐데 말이지.
쯧쯧.
진혁이 대놓고 혀를 찼다.
그런데.
[그거 좋은 생각이로구나. 아무래도 이곳을 지키는 것보단 네놈을 처리하는 게 더 우선순위겠어.]리치는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진혁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우우우웅!
허공에 균열이 일어났다.
1m…… 2m…… 5m…….
화염으로 이글거리는 검은색 게이트가 급속도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대형급 게이트.
그 안에서 넘어오는 건 20m에 이르는 본 드래곤이었다.
“크오오오오!”
대기가 격동했다.
레벨을 추정하는 것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위용.
압도적인 크기와 넘쳐흐르는 마력은…… 비록 죽은 사체라 하더라도 드래곤은 드래곤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드래곤의 위엔 검은색 갑주에 룬어로 된 검을 든 기사들까지 보였다.
데스나이트.
오러를 다루는 언데드계 최강의 근접 몬스터다.
“…….”
세 명의 데스 나이트가 투구 너머에서 짙은 안광을 흩뿌렸다.
생전에 기사였던 걸 증명하듯, 갈무리된 기세는 마치 한 자루의 신병 이기를 보는 듯했다.
“빌어먹을! 너는 그 입이 재앙덩어리라도 되는 거냐!”
참다못한 천유성이 욕설을 내뱉었다.
이 녀석은 조금 전에 자기가 다 처리하겠다고 하더니 정작 판을 깔아 주니까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지금 이건 단순히 허세를 부리다가 한 방 얻어맞은 게 아니다.
놈을 도발하여 강력한 수문장을 이곳으로 불러내는 것.
그것은 진혁 또한 노리고 있던 바였다.
‘……걸렸구나.’
정상적이라면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도달해야 할 목적지다.
대체 얼마나 많은 적을 처리하고 얼마나 많은 시일이 지나야 저곳에 도착할 수 있을까?
하지만, 게이트가 열린 덕분에 시간낭비를 할 이유가 사라졌다.
양방향 통행이 가능한 게이트를 이용한다면, 리치가 있는 곳으로 언제든지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게이트의 유지 시간은 약 10분.’
그 안에 승부를 봐야 한다.
진혁이 재빨리 아공간 인벤토리를 활성화했다.
이런 거대하고 굼뜬 군용 수송기로는 드래곤의 공격을 피할 수 없을 터.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대응책을 꺼내야겠지.
진혁의 부름에 고구마와 정령수들이 응답했다.
“모기!”
아공간 인벤토리 내부에서 서열 정리는 끝난 모양이다.
다른 녀석들이 고구마 뒤에서 슬금슬금 눈치만 보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진혁이 고구마의 등에 올라탔다.
“한 명씩 올라. 빨리.”
이젠 싸우는 것밖에 선택지가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는지 모두들 서둘러 각자 하나의 정령수들을 맡았다.
“그리고 너희는 얘들 바다로 떨어뜨리면 그날로 세상 하직하는 거다. 알고 있겠지?”
“거, 걱정 마. 잘할게!”
“우리만 믿어, 주인!”
“응. 날개 만드는 연습만 X빠지게 열심히 했어.”
“다들 조용히 해. 시끄러워.”
정령수들이 각각의 고유 속성을 사용해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를 만들었다.
“그럼, 몸 조심히들 하십쇼.”
조종사가 행운을 빌어 줬다.
그렇게 모두가 수송기 밖으로 나오는 순간.
본격적인 공중전이 시작되었다.
***
시작을 알린 건 살라맨더의 불줄기였다.
가늘고 긴 불꽃이 본 드래곤의 측면을 강타했다.
콰아아앙!
폭발과 함께 자욱한 연기가 일어났다.
그 틈을 노려 진혁이 만든 얼음 화살이 번개처럼 날아갔다.
그러나.
카가가각!
드래곤 본을 꿰뚫기엔 역부족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말도 안 되는 방어력이다.
타격을 입히려면 9클래스 이상의 마법이나…… 혹은 물리력으로는 최강이라 평가받는 ‘검강’이 필요하겠지.
천유성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진혁의 곁으로 다가왔다.
“검에 닿을 수 있을 만한 거리로 접근해야 한다. 너와 내가 힘을 합치면 데스나이트들을 처리하고 본 드래곤의 숨통을 끊을 수 있을 거다.”
본 드래곤 역시 ‘드래곤 하트’를 통해 움직인다.
리치가 흑마법으로 가공을 하긴 했지만, 약점은 여느 드래곤과 같았다.
그런데 천유성이 앞으로 무게중심을 실으려고 할 때였다.
움찔하고.
전신의 감각이 곤두섰다.
파츠츠……!
본 드래곤의 입에 맺힌 마력을 본 진혁이 고함을 질렀다.
“피해!”
콰콰콰콰콰콰콰!
농축된 산성액이 허공을 일직선으로 가로질렀다.
구름이 갈라지고 파도가 타들어갔다.
치이이익!
수증기로 인해 시야가 뿌옇게 가려졌다.
‘스치기라도 하면 뼈도 못 추리겠네.’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한 진혁이 동료들을 살폈다.
다행히 공격에 당한 사람은 없었다. 다들 산전수전을 다 겪어 본 것답게, 어떻게든 몸을 비트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모든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아무리 정령수들이 재빠르게 난다고 한들. 드래곤을 따돌릴 순 없었기 때문이다.
[쥐새끼처럼 피해 다녀 봤자 소용없는 걸 알려 주마! 이걸로 끝이다!]리치가 고함을 질렀다.
동시에.
[본 드래곤이 Lv?? ‘피어(Fear)’를 발동합니다!]거부할 수 없는 위압감이 전신을 옭아맸다.
오직 드래곤만이 사용할 수 있는 권능.
모든 생명체를 멸시하는 최강의 힘.
‘피어’다.
“이건…….”
“크읍!”
“몸……이 움직이질…… 않아요.”
압도적인 공포에 정령수들의 몸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쿠쿠쿠쿠쿠쿠쿠!
또다시 브레스가 응축되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격당한다면 꼼짝없이 강산을 뒤집어 쓸 수밖에 없으리라.
하지만, 리치가 예상하지 못하는 게 한 가지 있었다.
드래곤이 사용하는 피어에도 급이 있다는 것.
그리고 최강의 피어를 사용하는 종이 바로 고대종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고구마가 Lv4 ‘피어’를 발동합니다!]“모오오오기!”
압박감이 사라졌다.
아니, 오히려 본 드래곤의 아가리에 맺히던 마력이 크게 흔들렸다.
고구마의 피어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살아 있는 에이션트급 드래곤이면 몰라도 고작 시체 따위로 으스대면 안 되지.”
스킬의 레벨보다 위에 있는 것이 스킬의 상하관계다.
용(龍)족은 결코 고대종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뜻이다.
고구마가 자랑스럽게 날개를 활짝 폈다.
‘그래. 이래야 내 펫이지.’
진혁이 부드럽게 고구마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그…… 작은 파충류가 설마…… 고대종이란 말이냐! 그런 말도 안 되는……. 어떻게 인간이 고대종을 길들일 수 있는 거지. 믿을 수 없다.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란 말이다!]리치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물론, 녀석이 믿고 안 믿고는 하등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이야!”
“네! 형!”
진혁의 신호에 맞춰 이태민의 드론이 마력탄을 특수탄으로 전환했다.
파앙!
푸른색 연기에는 각종 마력이 복잡하게 혼재되어 있었다.
당연히 마력의 잔향으로 대상의 위치를 파악하는 언데드들에겐 혼란이 올 수밖에.
그게 신호탄이 되었다.
진혁을 필두로 천유성과 이태민 그리고 유연화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월영은 아래쪽으로 매섭게 움직였다.
“크오오오오!”
본 드래곤이 고개를 좌우로 마구 휘저었다.
파츠츠!
우우웅!
위에 타고 있던 데스나이트들도 오러 블레이드를 잔뜩 끌어 올린 채 다가올 기습에 대비했다.
본능적으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전후좌우,
어디에서든 적이 올 수 있다.
거기에 상대는 충분히 자신들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무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방심해선 안 된다.
최후의 결전을 앞두고 비장한 기운이 맴돌았다.
그런데.
이어지는 광경은 또다시 예상을 아득하게 뛰어넘어버리고 말았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짓이냐!]분노에 찬 리치가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러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