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206)
206화. 등장하는 변수들 (3)
[대마도사의 로브]입수 난이도: SSS
방어력: 0
마력: 0
내구도: 2800/3950
효과: 액티브 시, 언데드 몬스터에 관한 모든 효과가 100%만큼 상승합니다. 보유 시, 기척이 20%만큼 감소합니다.
좋은 아이템일수록 장황한 설명이 필요 없다는 게 이해가 된다.
짧지만 헛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효과.
막말로 이걸 사용한다면, 같은 시간과 노력으로도 2배의 결과값을 얻을 수 있다는 뜻 아닌가?
‘언데드 제조는 물론, 흑마법 계열에서도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겠어.’
게다가 단지 보유한 것만으로도 기척을 일정 부분 지울 수 있다는 부분도 사기적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미행이나 은밀 기동까지는 아니어도 그 하위 호환 정도의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완전히 대박이네.’
새삼스럽지만, 괜히 베이로둠이 유럽 전역을 휩쓸었던 게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진혁이 아이템을 모두 정리해 아공간 인벤토리 깊숙이 보관했다.
모든 정리가 완료되자 자연스럽게 그동안 쌓인 피로가 몰려왔다.
‘잠깐 눈 좀 붙여 볼까.’
한국에 도착할 때까진 아직 10시간 정도가 남아 있었다.
잠들기 전.
뼈를 오물거리고 있는 고구마와 어떻게든 벗어나려는 티본의 모습이 보였다.
항공 보안 요원한테 쫓기고 있는 엘리스와 안드리아의 모습도…….
그리고 그것이.
진혁이 기억하는 마지막 광경이었다.
***
한국 각성자 협회.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
한상진이 소파에 마주 앉은 한 쌍의 남녀를 바라봤다.
이국적인 외모에 가무잡잡한 피부를 지닌 이들은 다름 아닌 7대 길드 중 하나인 ‘간다라’에 소속된 랭커들이었다.
아름다운 외모의 두 사람은 한상진과는 다르게 몸에서 여유가 묻어 나왔다.
칼자루를 쥔 쪽이 자신들이었으니 당연히 느긋할 수밖에.
“그래서…… 가지고 있는 정보가 뭔지 이제 슬슬 말씀해 주시면 안 됩니까?”
한상진이 스카치 블루를 얼음이든 잔에 더블로 부었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건네면서 넌지시 본론을 꺼냈다.
“그건 좀 곤란하군.”
“말씀드렸다시피. 저희가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은 협회장님이 아닌 강진혁 플레이어님입니다. 협회장님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정보의 격차로 인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함이니 이해 부탁드려요.”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있어도 결국엔 너한테 말해 봤자 입만 아프다는 뜻이리라.
한상진의 얼굴이 왈칵 구겨졌다.
그래도 명색이 한국 각성자 협회를 이끄는 수장인데, 이런 취급을 받으면 화가 솟구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저는 외국의 손님이라고 해서 최대한 정중하게 대해 드리고 있는 중입니다. 한데, 그쪽의 태도는 대체 뭡니까? 저희가 7대 길드 중 2곳을 보유한 국가라는 걸…… 알고는 계시는 거겠죠?”
은근한 압력이 가해졌다.
하지만.
“7대 길드도 옛말이지. 요즘에 단군이나 싸울아비가 하는 게 뭐가 있나요?”
“지금 재평가를 하면 둘 다 당장에 퇴출돼도 이상하지 않지. 미안한 이야기지만, 거기 길드의 마스터라고 해 봤자 우리는 물론, 길드의 상위 랭커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도는 압도적인 인원을 바탕으로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육성했다.
표본이 많았기에, 재능 있는 플레이어의 수도 상대적으로 많았고.
돈이 필요해 스스로를 팔아치우는 빈곤층도 많았다.
거기에 최근 급부상한 인도 최강의 랭커 ‘니라샤’는 신격들의 후원을 받고 미친 듯이 성장 중인 상황.
대형 길드인 간다라의 콧대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건 필연적인 결과였다.
그런데 바로 그때.
“흐음. 내가 볼 땐 그쪽도 그리 대단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뒤쪽에서 낯선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무슨!”
“대체 어느새?”
두 사람이 깜짝 놀라 몸을 돌렸다.
문이 열린 흔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마력이 발동되는 기척이 느껴진 것도 아니었다.
적진에 들어왔다고 가정을 해 둔 터라, 방심 따위는 조금도 하지 않았다.
예리하게 갈무리한 기운이 방 전체를 완벽하게 제어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도…… 뒤를 잡히다니.
“이럴 수가…….”
“…….”
상대의 얼굴을 본 순간, 두 사람은 자신들이 기척을 놓친 이유에 대해서 깨달았다.
차갑게 가라앉은 눈동자.
귀찮음과 짜증이 뒤섞인 얼굴.
강진혁이다.
오싹……!
남자와 여자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들이 받은 임무는 총 2개.
첫 번째는 만약, 진혁의 수준이 기대 이하일 경우 그를 강제적으로 굴복시켜 간다라에 합류시키는 거였다.
최근 들어 자주 부딪치는 단군이나 싸울아비의 전력이 워낙 우스웠기에. 수뇌부에서는 진혁 또한 알려져 있는 것보다 과대 포장되어 있을 수도 있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실제로 두 사람 역시 한상진이나 그 외 경호팀장 등을 만나 보면서 은연중에 한국을 우습게보고 있던 게 사실이었다.
이 정도라면 자신들만으로도 충분히 쓸어버릴 수 있다고 확신하면서.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큰 오만이었는지…….
진혁을 마주하고 나서야 절실하게 깨달았다.
‘이런 괴물을 굴복시키라고?’
‘불가능한 일이다. 둘이서 동시에 덤비더라도 아예 승산이 보이지 않아.’
협공을 하든, 기습을 하든. 그것도 아니면 발악을 하든.
만약 상대가 마음만 먹는다면 30초도 버티지 못하고 죽게 될 거다.
‘코앞에…… 보스 몬스터가 있는 위압감이 들 줄이야.’
‘이긴다는 상상이 가질 않는군. 완전히 규격 외의 상대다.’
등줄기를 따라 흐르는 식은땀과 차갑게 고동치는 심장.
수많은 사선을 넘어온 본능이 최고조의 경고를 보내고 있다.
절대. 상대에게 이빨을 보여선 안 된다고.
아니, 아예 적대심을 가졌다는 생각조차 품고 있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이제 두 번째 방법인 ‘회유’를 사용할 차례다.
***
‘이것 참…….’
진혁이 입맛을 다셨다.
모처럼 신선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기대치에 비하면 상대의 수준이 너무 낮았다.
결코 이 둘이 약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만났던 플레이어들 중에선 최상위에 위치한 실력자들이었다.
그럼에도 이토록 실망하고 있는 건…….
그동안 워낙 강한 녀석들하고만 부딪쳐 온 탓이리라.
‘천유성이나 월영은커녕 정령수 둘만 붙여도 충분히 정리 가능하겠어.’
세계의 정상급 플레이어. 혹은 거주자나 보스 몬스터들이랑 계속해서 맞부딪쳐댄 터라 어중간한 상위 플레이어들은 아예 적수로도 보이지 않았다.
“저는 먼저 일어나 보도록 하겠습니다. 모쪼록 진혁 님께서 헛걸음을 하신 게 아니었으면 합니다.”
“제가 없는 동안 저들을 상대하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별 말씀을……. 그럼, 조금 있다 다시 뵙도록 하죠. 쌓인 이야기는 그때 다시 하도록 하겠습니다.”
주최자로서의 역할을 다한 한상진이 방에서 나갔다.
덜컹.
문이 닫히자 기다렸다는 듯이 두 사람이 각자 자신을 소개했다.
“간다라 길드의 아룬이라고 한다.”
“같은 길드의 찬드라예요.”
아룬과 찬드라라…….
얼핏 몇 번 정도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다.
현재 간다라 길드에서 공략 중인 대형 유적 ‘하이 오크의 대평원’에서 활약을 했었지 아마?
뷰튜브에서도 인기 영상에 랭크가 되었고, ‘명예의 전당’에도 한 번인가 올랐던 게 기억이 난다.
“멀리서 사람을 부른 이유가 뭡니까? 잔뜩 으스대는 걸 보니 대단한 정보라도 쥐고 있는 모양이네요.”
“바로 본론부터 말하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인가 보군.”
“먼 곳에서 오느라 피곤하거든요. 게다가 이것저것으로 재는 건 취향에 안 맞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좋다. 당신과 직접 만나려고 한 건 제안할 게 한 가지 있기 때문이다.”
“제안이라고요?”
“그래. 우선 정보를 한 가지 주지. 그게 마음에 든다면 우리와 함께한다고 약속해라. 그럴 경우 두 번째 정보까지 마저 넘겨주겠다.”
“흐음. 그쪽에서 주는 정보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무엇보다 정보만 날름 빼먹고 그쪽을 버리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진혁의 말에, 이번엔 찬드라가 대신 말을 받았다.
“당신은 반드시 저희와 함께하기로 할 테니까요.”
확신에 가득 찬 말투다.
어떠한 변수 따위는 없을 거라는 듯 단정 짓는 그 말이…….
……진혁으로선 꽤나 흥미롭게 다가왔다.
“재밌네요. 말해 보시죠.”
“당신이 제국과 무림의 전쟁에 관심이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분명, 어느 쪽을 골라야 동아줄을 잡고 위로 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겠죠.”
현재 탑의 중층부는 제국과 무림으로 크게 양분된 상태.
상위 랭크의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각자의 세력을 선택해 뒀기에, 이 패권 싸움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둘 중에 어느 세력이 우위에 있냐는 것이다.
서로의 정확한 전력은 제국과 무림의 정보부조차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당연히 그보다 훨씬 정보가 적은 플레이어들로선 어느 쪽의 승리를 하리라곤 예상하기 힘든 게 현실이었고.
적어도 대부분은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찬드라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
“설마, 당신들은 알고 있다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찬드라가 ‘군영대지도(軍營大地圖)’를 발동합니다.]허공 위로 거대한 지도가 나타났다.
3D로 된 지형과 지물 위로 수많은 종류의 병사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치, 게임 속 모의전을 보는 듯한 기분이다.
“이것이 저희가 드릴 첫 번째 정보입니다. 각 세력의 주요 거점과 병력. 그리고 병참의 운송 루트까지. 꽤나 많은 양의 정보들이 기록되어 있죠.”
“고유 능력이나 스킬로 이 모든 걸 알아내는 건 불가능할 테니…….”
“역시 눈치가 빠르시네요. 맞아요. 저희는 내부 정보를 입수할 루트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건 그걸 토대로 재구성한 지도라고 보면 되겠죠.”
무림에서도 제국 내부에 끄나풀을 심어 뒀다는 건 예상하고 있던 바였다.
간다라 역시 무림과 함께하기로 한 이후로 양측에 있는 1급 정보들을 공유받을 수 있던 거겠지.
‘펜하이머가 말했던 내부의 첩자가 이 녀석들하고도 연관이 되어 있던 거였군.’
워낙에 많은 가문들이 있어 그들 중 누가 가면을 쓰고 있는지는 미루어 짐작할 뿐이지만.
어쨌든 이걸로 심증은 확신으로 변했다.
“두 번째 정보는 내부자가 정확히 누구인지 말해 주겠다는 거겠군요.”
“예. 바로 말씀드릴 수 있어요.”
첫 번째 미끼로 흥미를 끌고.
두 번째로 물고기를 물 밖으로 끄집어낸다.
안 낚이려야 안 낚일 수가 없는 매력적인 방법이다.
여기까지 들은 이상 어느 정도 거물이 내부자로 있는지 궁금해 하는 게 당연한 심리였으니까.
“제국 내부의 첩자와 무림이라는 뒷배경. 이 두 개가 있는 이상 이 싸움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저희는 오히려 진혁 님에게 호의를 베풀고 있는 겁니다.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게끔 말이죠.”
“함께한다면 대우는 섭섭지 않게 하겠다. 강한 자에겐 그럴 만한 자격이 있으니까.”
찬드라와 아룬에게서 계속해서 느껴졌던 자신감이.
어느 이유에서부터 나오는 것인지 깨달았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당신들이나 무림하고 함께할 일은 없습니다.”
두 사람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한 가지 있었다.
[‘탐식의 눈’이 대상의 속마음을 간파합니다.] [대상이 숨기고 있는 두 번째 정보: 제국을 배신한 가문은 ‘베인슈텔른’ 공작가입니다.]진혁이 가진 ‘눈’은 아예 판 자체를 모조리 엎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수 싸움도 좋고 어설프게 머리를 굴리는 것도 좋은데…….’
그것도 통할 만한 상대에게 해야 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