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208)
208화. 철혈의 수호자 ‘제국(帝國)’ (2)
진혁의 눈앞에 푸른색 상태창이 연신 점멸했다.
[당신은 중층부의 거대 세력 제국과 무림 가운데 제국을 선택했습니다.] [제국의 황제 ‘라인하르트 3세’의 신뢰를 얻고 제국을 완전한 번영의 길로 이끄십시오.] [성공할 경우 ‘최초로 탑을 정복한 자’를 위한 세 번째 특전이 해금됩니다.]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미친 듯이 빠르게 고동쳤다.
세 번째 특전!
‘그동안 왜 이렇게 잠잠하나 했더니 굵직한 이벤트와 연관되어야지만 발생이 되는 방식이었나.’
진혁의 눈에 탐욕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아주 잠시뿐이었다.
‘새로운 이벤트를 즐길 시간도 없군.’
콰앙!
철컹!
어느새 회의실 안으로 들어온 근위기사들이 진혁을 둥글게 포위했다.
전원이 오러를 다룰 줄 아는 기사들이다.
그 중에는 태양혈이 불뚝 솟아 있는 수준급의 기사도 섞여 있었다.
갑옷에 골드 드래곤의 몸이 음각으로 박혀 있는 모습.
틀림없다.
제국의 심장이라 불리는 황실 근위대다.
스릉……!
근위대장이 검을 뽑았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온 것이냐! 검은색 머리카락이면 무림에서 보내 온 첩자인 것 같은데. 무슨 수로 궁의 왜곡 마법을 뚫고 공간 이동을 했는지 실토해야 할 거다.”
그러니까.
공간 이동 아티팩트를 저기 앉아 있는 양반이 준 거라니까?
진혁이 펜하이머를 향해 도와 달라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펜하이머는 여전히 기대감과 능글맞음이 혼재된 표정을 지은 채 진혁을 바라볼 뿐이었다.
젠장.
저 영감님을 믿고 있다간 목숨이 12개라도 부족할지도 모른다.
가면무도회에 참석했던 제국의 철의 재상이니 뭐니 하는 놈들이 있다면 오해를 풀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안타깝게도 이번 회의에서 그때 봤던 인물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것도 설마 계산에 넣어 둔 거냐.’
그렇다면…….
진혁이 재빨리 황제를 향해 ‘탐식의 눈’을 발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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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라인하르트 3세
성별: 남
나이: 58세
레벨: 37
힘 23 민첩 25 체력 26 마력 11 카리스마 275
보유한 스탯 포인트: 0
직업: 철혈의 군주
고유 능력: 굳건한 통솔력
스킬: Lv25 ‘제왕학(帝王學)’, Lv23 ‘예리한 감각’, Lv23 ‘철권통치(鐵拳統治)’, Lv22 ‘외교’, Lv22 ‘왕성한 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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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 내용: 17개의 왕국을 일통해 대제국을 설립한 초대 황제 라인하르트. 그는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무력을 바탕으로 절대적인 위치를 확립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황권은 약화되었고 반면 귀족들의 세력은 나날이 갈수록 커져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라인하르트 3세는 그런 황권을 다시 세우기 위해 평생을 노력해 왔으나…… 이대로라면 라인하르트 4세가 왕관을 쓸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복사 조건: 황제의 신임을 얻는다면 그가 가진 스킬 중 하나를 복사할 수 있게 됩니다.]“…….”
황제의 눈이 죽어 있다.
평생을 노력해 왔음에도 파국으로 가는 길을 바꾸지 못한 것에 대한 자괴감 때문이겠지.
스스로의 몸을 땔감 삼아 태워 온 삶.
이제는 잔불조차 남지 않은 노인의 마음에 다시 한 번 불씨를 지펴야 한다.
진혁이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송곳니’를 꺼내들었다.
“저항하겠다는 건가?”
근위대장이 가소롭다는 듯이 실소를 내뱉었다.
“억울하게 무림인으로 몰리게 생겼는데, 그럼 가만히 있을까?”
“호오. 무림인이 아니다? 그렇다면 네놈은 대체 어디에서 왔다는 거냐?”
“탑 밖에서 왔지. 플레이어……라고 하면 알아들으려나?”
플레이어란 말에, 모두의 시선이 다시 한 번 집중됐다.
“……!”
“저자가 플레이어라고?”
“그러고 보니 정보부에서 탑 밖에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고 한 걸 들었어.”
“그들 중 하나라는 건가? 한데, 플레이어들은 아직 10층대를 돌파하지 못한 걸로 알고 있는데 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아직까지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탑의 저층에 머물러 있긴 했으나 플레이어들이 지닌 잠재력과 가치는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그야 그럴 수밖에.
탑에 구속된 거주자들이 탑의 아래층으로 가거나 외부로 나갈 경우 막대한 양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반면, 플레이어들은 그런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층계를 오르내릴 수 있을뿐더러 거주자들에 비해 성장 속도도 훨씬 뛰어났다.
이번 전쟁에서는 물론, 탑의 상층부로 가려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주요 자원이라는 뜻이다.
“펜하이머 경. 이자가 하는 말이 사실입니까? 플레이어 측은 경께서 담당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근위대장이 펜하이머에게 즉각 사실 관계를 확인하려 했다.
“글쎄요. 저는 처음 보는 인물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펜하이머는 진혁과의 관계를 부정했다.
이걸로 확신이 섰다.
펜하이머는 지금 스스로 이 상황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정확히는 무력 행사를 통해…… 황제에게 내가 어떤 자인지를 직접 보여 주라는 거겠지.’
무기력감에 빠져 있는 황제를 깨워 줄 충격제.
동시에 제국의 앞날에도 희망이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있다는 걸.
지금 이 자리에서 증명해야 한다.
“느긋한 관광을 기대했는데…… 이번 일은 나중에 비싸게 받아낼 겁니다.”
중얼거린 진혁이 곧바로 검에 마력을 주입했다.
파츠츠츠…….
칼날을 따라 푸른빛 기운이 번져 나갔다.
“호오. 오러를 다룰 줄 안다는 건가? 그래도 제법 기초 정도는 익힌 놈이구나. 하지만, 고작 그 정도 수준으로 이곳에 온 건 실수였다.”
근위대장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즉시 옆에 있는 근위기사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마칸!”
“예!”
호명을 받은 근위기사가 양손으로 검을 잡은 채 앞으로 나섰다.
“오오!”
“모처럼 근위기사의 실전을 볼 수 있겠군.”
“기대가 되는구만. 건방진 침입자 녀석을 당장 제압해 버려!”
지켜보던 귀족들도 기대에 찬 눈으로 앞으로 일어날 일을 기다렸다.
어차피 결과야 정해져 있는 거고.
기대가 되는 건 결과로 이어지는 과정이었다.
제국의 위대함과 침입자의 처참한 말로를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모두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죽이지 않는 선에서 제압해라. 팔과 다리 하나 정도는 잘라 버려도 상관없다.”
“맡겨만 주십시오.”
마칸이 자세를 잡았다.
건장한 체구와 혹독한 수련을 통해 다져진 기본기.
과연, 제국이 자랑하는 근위기사답다.
툭!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마칸이 단숨에 진혁과의 거리를 좁혔다.
동시에로 해도 좋을 찰나.
검이 진혁의 허벅지를 향해 횡으로 가로질렀다.
그런데.
부우웅!
완벽하다고 생각한 공격은 애꿎은 허공을 가로질렀다.
부웅!
부우웅!
이 격, 삼 격…….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진혁은 마칸의 뒤로 간 다음, 그의 뒷덜미를 움켜잡았다.
“고양이들은 보통 뒷목을 잡으면 얌전해지던데. 사람은 아닌가보네.”
“어, 어디서 감히!”
잔뜩 약이 오른 마칸이 단숨에 진혁의 손아귀를 뿌리치려 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
유술(柔術).
진혁이 마칸의 뒷덜미를 움켜잡은 채 교묘하게 무게중심을 흐트러뜨려 버렸다.
쿠웅!
볼썽사납게 엉덩방아를 찧어 버린 마칸이 바닥에서 양팔과 다리를 허우적거렸다.
물론, 아주 잠시뿐이었다.
콰득!
가차 없이 내리꽂은 발길질이 턱을 뭉개 버렸기 때문이다.
순간, 주위가 얼음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이죽이던 비웃음도.
여유롭게 재잘거리던 잡소리도.
……전부 사라졌다.
진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설마, 이게 제국의 수준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너무 실망인데. 이거.”
명백한 도발이 이어졌다.
황제 폐하를 비롯해 수많은 귀족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이게 무슨 개쪽이란 말인가?
지금 당장 이걸 수습하지 못한다면 전원이 참수형을 당해도 할 말이 없었다.
“셰인! 베이른!”
근위대장이 재차 고함을 질렀다.
쿵!
타악!
이번엔 두 명의 기사가 동시에 몸을 날렸다.
자로 잰 듯한 합격진이 펼쳐졌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진혁의 눈엔 너무나 느리게 보였다.
고작 두 명을 보낸다라…….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종이 한 장 차이로 칼끝을 피한 진혁이 눈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손을 움직였다.
퍼억!
퍽!
단검의 손잡이 부분이 후두부를 가격했다.
힘과 속도를 정확하게 실었기에, 두 기사는 피하거나 방어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 자리에서 의식이 끊긴 셰인과 베이른이 좌우로 쓰러졌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
“이럴…… 수가.”
근위대장의 입이 쩍하고 벌어졌다.
이제야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몸놀림이 보통이 아니다.’
기사들을 어린애 가지고 놀 듯 다루는 걸 보면, 상당히 고도로 훈련을 받은 침입자임에 틀림없었다.
허나, 아무리 몸놀림이 좋다고 해도 단지 그뿐이다.
곡예는 결코 기예를 뛰어넘을 수는 없는 법.
“지금부터는 내가 직접 상대해 주도록 하마.”
기사단장이 검을 앞으로 뻗었다.
쿠쿠쿠쿠!
검신을 완전히 뒤덮은 푸른빛이 약 30cm가량 솟구쳤다.
단순히 칼날에 오러를 맺는 수준이 아닌, 그 형(形)을 실체화하는 경지.
그것이 의미하는 건 단 하나였다.
완성된 오러블레이드를 다룰 수 있는 자.
다시 말해.
‘소드 마스터’다.
“이것이 바로 오러블레이드라는 거다. 네가 사용하는 거하고는 차원이 다른 경지지. 제국의 근위대를 우습게본 걸 후회…… 허어억!?”
그런데 말하던 근위대장의 두 눈이 터질 듯이 팽창했다.
너무 놀란 나머지 손에서 검을 떨어뜨릴 뻔까지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위풍당당하게 최강의 스킬이라 할 수 있는 오러를 선보였건만.
상대 역시 똑같은 걸 꺼냈던 것이다.
쿠쿠쿠쿠쿠!
공기를 태워 버리는 순순한 빛이 회의실 전체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고작 30cm 수준이 아니다.
2m에 가깝게 솟구친 오러는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흑요색을 띠고 있었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오러블레이드다.
그것도 자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한.
덜덜덜!
체면이고 나발이고 간에 팔다리가 떨리는 걸 막을 순 없었다.
그리고 그걸 뭐라 하는 귀족은 아무도 없었다.
호랑이 앞에 선 토끼가 겁에 질리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였으니까.
“저렇게…… 선명한 오러블레이드라니.”
“소, 소드 마스터라는 건가? 저 남자가?”
“아닙니다.”
단칼에 부정한 건 제국의 외교대신인 ‘메르턴’이었다.
그는 제국과 무림은 물론, 탑의 다양한 세력들과도 무수히 교류해 온 인물이었다.
수십 년간 수많은 강자들을 만나 봤기에, 메르턴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 이상입니다.”
소드 마스터의 위.
제국에서도 단 둘밖에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꿈의 경지.
그랜드 소드 마스터.
걸음마보다 검을 쥐는 법을 먼저 배워야 했을 만큼 뼈를 깎는 수련과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재능이 합쳐졌을 때에만…….
아니, 거기에 타고난 운까지 받쳐 줬을 때에만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것을…….
처음 보는 이방인이 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