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227)
228화. 고인물, 성주가 되다.
고유 능력 버서커는 양날의 검이다.
대상의 신체 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주지만, 동시에. 사용한 대상은 이성을 잃고 무차별적으로 날뛰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대상이 아군이라고 할지라도 가차 없이 적으로 간주하고 베어 버린다는 뜻이다.
지금에서야 고유 능력을 해방한 것도 가능하면 이 능력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던 거겠지.
“크오오오오!”
오그라쿤의 몸을 따라 붉은색 기운이 피어올랐다.
이제야 이 싸움의 클라이맥스가 도래했다.
쿵!
저벅.
서로가 서로의 간격에 도달했다.
손짓 한 번으로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거리.
바로 그곳으로부터…….
……대검과 도끼의 모습이 사라졌다.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진혁의 머리 바로 위에 대검이 우뚝 멈췄다.
만약,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머리가 수박처럼 박살나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호흡을 가다듬을 새도 없이 곧바로 그 다음 공격이 이어졌다.
콰아앙!
대검이 급소를 노리면.
도끼가 그 궤적을 상쇄한다.
콰앙! 쾅! 쾅!
어떠한 기교나 잡수도 없는, 그야말로 순순한 힘과 힘의 대결.
허공에 무수히 많은 불꽃이 흐드러졌다.
숨 막힐 듯한 공방전이다.
속도는 물론이거니와 한 방 한 방이 대형 몬스터를 일격에 박살낼 만한 위력까지 지니고 있었다.
“세상에나…….”
“저 거인. 아까 보여 준 게 전력이 아니었던 건가?”
“지금 거인이 눈에 들어 오냐? 저 인간. 저 인간이 진짜로 괴물이지.”
“그건…… 그래. 마치, 에브라함 경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야.”
“이게 현실…… 맞긴 한 걸까? 무슨 저런 움직임이…….”
지켜보던 기사들이 넋을 잃고 진혁과 오그라쿤의 대결을 바라봤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방어를 도외시한 채 숨결이 닿을 만한 거리를 유지하며 펼치는 공방전.
쇠가 울부짖으면서 나오는 소리에 고막이 먹먹해질 지경이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건…….
아예 덤빌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거인 쪽보다.
채 반밖에 되지 않는 인간 하나가 훨씬 더 무지막지한 괴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
‘이제 10초.’
진혁이 속으로 카운트를 셌다.
툼그레이브의 오른팔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정확히 그 정도 남았다.
슬쩍 도끼를 쥔 손에서 힘을 뺐다.
오그라쿤이 반사적으로 대검을 움직였다.
콰아아앙!
거칠게 맞부딪쳐 왔던 지난번과는 달리, 힘에서 밀린 도끼가 허공 위에서 빙그르르 회전했다.
“크오오오!”
오그라쿤이 승리를 확신한 듯 또 다시 거친 포효를 내뱉었다.
무기를 잃어버린 이상 이 싸움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라 판단한 거겠지.
허나, 그 틈은 진혁이 일부러 노출시킨 것이었다.
‘……걸렸다.’
도끼를 버린 진혁이 순식간에 오그라쿤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대검이 가로막고 있었지만, 상관없다.
진혁은 마력을 잔뜩 끌어올린 채 손바닥을 대검 위에 갖다 댔다.
‘흑천마황공(黑天魔皇功)’
이 앞에서 방어 따위는 소용이 없는 일이다.
방어를 파훼하는 것이야말로 이 초식이 존재하는 이유였으니까.
‘제3식(第三式)’
고요하다 못해 모든 게 사라져버린 것만 같은 공기.
심해와 같이 깊고 무거운 마력이 일렁였다.
‘혈지침투경(血地浸透勁)’
툼그레이브의 팔을 통해.
암황의 독문 무공이 재현되었다.
투콰앙!
외부가 아닌 내부가 송두리째 뒤틀렸다.
13겹으로 퍼진 충격파가 구름을 뚫고 대기 위로 솟구쳤다.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마력의 잔향만이 방금 전 일격이 어떠했는지를 말해 주는 듯싶었다.
휘청하고.
오그라쿤의 몸이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아무리 버서커 능력이 고통을 모르는 광전사라 할지라도 몸 내부가 걸레짝으로 변한다면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는 게 당연한 이치였다.
“커……으……쿨럭!”
오그라쿤의 입에서 게거품이 흘러나왔다.
곧이어, 붉은 피가 울컥 쏟아졌다.
진혁이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여기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야. 아무리 툼그레이브의 힘을 10%만 사용했다고 해도 거인의 몸으로 거신에게 1분이나 맞선 건 칭찬해 주지.”
이 말은 진심이다.
별다른 위로는 안 되겠지만.
[고유 능력 ‘버서커’가 해체됩니다.] [이성이 조금씩 돌아옵니다.]오그라쿤의 동공에서 붉은빛이 서서히 희미해져 갔다.
맑은 눈이 진혁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성의 동……족들은…….”
“한 마리도 손대지 않으마.”
“……고맙군.”
그 말을 끝으로.
오그라쿤의 눈에서 빛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거인들의 왕 ‘오그라쿤’을 쓰러뜨렸습니다!] [제국과 무림이 오랫동안 얻지 못한 거점을 확보하셨습니다.] [지금 달성하신 놀라운 업적은 내일 하루 ‘명예의 전당’에 등재될 예정입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복사 조건을 달성하셨습니다.] [고유 능력 ‘버서커’를 복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복사된 능력은 ‘세계의 기억’에 저장됩니다.]무수히 많은 상태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항복을 하라고 해서 받아들일 리도 없겠지.’
오그라쿤이 지닌 성향이라면 죽으면 죽었지 절대 인간의 밑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마인 협회와 엮여 있다는 걸 안 이상 살려 둘 수도 없었다.
그저, 동족들을 학살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는 것만이 지금 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자비이리라.
진혁의 시선이 상태창으로 향했다.
무려 6레벨.
한 번의 레이드로 이 정도 레벨이 오른 것은 엄청난 성과다.
80레벨인 현재 1개 레벨을 올려야 할 때마다 요구되는 경험치 량이 극악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벌써 86인가…….’
예전 시련의 탑을 올라갔을 당시에도 최적화된 루트를 밟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성장하는 속도와 비교해 보면 그저 귀여울 따름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이건!?”
진혁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몇 십 줄이나 되는 상태창 중에서 뜻밖의 문구를 발견한 것이다.
[‘광전사의 대검’을 획득하셨습니다.] [광전사의 대검]입수 난이도: S
공격력: 10,250
무게: 150kg
내용: 오그라쿤의 애병기이며, 고유 능력 ‘버서커’와 같이 사용할 경우 공격력과 공격 속도가 각각 10%씩 상승합니다. 다만, 매우 무거운 검의 무게로 인해 몇몇 대형 종들을 제외하면 사용하기 까다로운 축에 속합니다.
오그라쿤이 감사를 표하는 자만이 이 검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광전사의 대검.
오그라쿤을 사냥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보상들 중 가장 좋은 게 튀어나왔다.
그러고 보니, 오그라쿤의 죽음과 함께 소멸되었을 거라 생각했던 대검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게 보였다.
‘이 검은 거의 100% 확률로 주인을 따라가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진혁은 곧바로 이 기연의 이유를 깨달았다.
‘그래, 독식. 시련의 탑의 정상에 오른 뒤에 받은 특전이 있었지.’
몬스터로부터 나올 수 있는 가장 좋은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사기적인 내용.
역시, 특전은 특전이다.
벌써부터 몸이 근질거린다.
새로 얻은 고유 능력과 광전사의 대검을 함께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지금 당장은 그보다 먼저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바로, 제국과 무림의 떨거지들에게 이 성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 주는 것 말이다.
“이제부터 이 성은 내가 관리합니다. 그러니 당장 병력을 물러 주셨으면 합니다만.”
진혁이 대검을 가볍게 휘둘러 바닥에 선을 그었다.
이건 경고다.
멋모르고 넘어왔다간 그 녀석부터 죽여 버리겠다는.
“그, 그건…….”
“크으음!”
기사들이 우물쭈물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
받은 명령이 있기에, 이대로 꼬리를 말기도 애매했고.
그렇다고 저 괴물에게 덤빈다는 선택지는 더더욱 하고 싶지 않았다.
반면.
으득!
조금 전에 이곳에 도착해 상황을 살피던 백설린은 어금니를 부러져라 깨물었다.
백설린 역시 진혁이 보여 준 무력을 똑똑히 두 눈에 담아 둔 상태였다.
지금 데리고 온 화산파의 고수들과 자신이 모두 함께 덤벼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쯤은…….
그 누구보다도 그녀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다.
‘이 정도까지 강할 줄이야.’
어지간한 후기지수 정도로는 힘들다.
적어도…….
각 문파가 보유한 초절정급 고수들이 모두 와야 겨우 세를 점쳐 볼 수 있을 것이다.
분하지만, 여기선 물러서는 수밖에.
양측에서 아무런 말이 없자, 진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수락한 걸로 알겠습니다. 두 진형 측에서도 오늘 피해가 제법 클 테니 이쯤에서 전투를 끝내는 걸로 하죠. 저 역시 이곳을 수습하겠습니다.”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진 마십시오.”
백설린이 차갑게 내뱉었다.
그리고 화산파의 동료들과 함께 왔던 길을 향해 몸을 돌렸다.
“알……겠습니다. 강진혁 플레이어님. 그리고 혹시 가까운 시일에 호베이르 백작께 이번 일에 대해 해명을 좀 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호베이르 백작이라면…… 제국에서 총사령관으로 보낸 그분 말인가요?”
“예. 맞습니다.”
“알겠습니다. 이번 일에 대해선 제국 측에도 설명을 해 줄 필요가 있으니, 그렇게 하도록 하죠.”
난데없이 성채를 홀라당 빼앗기게 생겼으니, 호베이르는 물론, 베인슈텔른 공작도 크게 당황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곳은 이미 내가 홀랑 집어삼켜 버린 것을.
‘적절한 대가를 지불한다면 이용하게 해 줄 수는 있지.’
아주…… 적절한 대가를 지불한다면 말이다.
진혁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벌써부터 눈앞에 황금으로 된 꽃길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
치열했던 공성전이 끝난 지 정확히 하루가 지났다.
그동안 진혁은 포로가 된 거인들을 통해 성채를 대대적으로 보수했다.
무너진 성벽을 다시 쌓아 올렸고.
코인 거래소를 통해 식량과 보급품등을 재차 확보해 놨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성의 깃발을 바꾸는 일이었다.
펄럭……!
성의 가장 윗부분에 꽂힌 깃발에는 거인들의 상징 대신,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상징인 공룡 화석이 그려져 있었다.
[소형 세력 ‘고인물 코퍼레이션’이 첫 대형 거점을 확보했습니다.]“으음…….”
진혁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티본과 고대 병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여 준 덕분에 성주가 머물 안채도 정비가 대충 끝났고…….
이제 남은 거라곤 느긋하게 모처럼만의 휴식을 즐기는 일 뿐이었다.
그때였다.
“여기도 보수를 좀 하니 그럭저럭 봐 줄 만하네. 그나저나 내 방은 어디야? 당연히 제일 좋은 곳으로 준비해 뒀지?”
옆에 있던 엘리스가 흐응 하는 감탄사와 함께 말문을 열었다.
한창 기분이 좋아져 있었는데.
이 녀석 때문에 한순간에 행복했던 마음이 거품이 되어 사라져 버렸다.
하여간 눈치라곤 1mg도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네 방이라고?”
“응. 내 개인 방. 요즘 마력 공급 없이 무리하게 돌아서 그런지 힘이 하나도 없거든. 좀 쉬면서 회복을 해야겠어.”
힘이 하나도 없다라…….
과연, 그렇단 말이지?
“당연히 준비해 뒀지. 사실, 여기 와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게 네 방이었어.”
“……!”
진혁의 말에, 엘리스가 애써 흥분한 얼굴을 가다듬은 채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제 딴에는 저게 나름 고귀한 표정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호오. 역시, 인간 치곤 눈치가 제법 빠르구나. 짐은 별거 없고. 100평짜리 방에 모피로 만든 침대와 최고급 와인. 아카드림 나무로 만든 모닥불 정도만 있으면 된다. 그게 아니면…… 오랜만에 네 피 맛을 좀 보여 주는 것도 좋고. 마력을 회복하는 데 그것만한 게 없거든.”
엘리스가 요염하게 웃었다.
크기는 1m도 안 되는 꼬맹이 주제에 잘도 저런 표정을 짓는다.
잠시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찬 진혁이 손을 저었다.
“그래. 그래 원하는 걸 다 갖춰 뒀으니 몸만 가.”
최고의 방을 섭외해 뒀다.
지하 감옥이라고.
축축하고 쾨쾨한 게 고급스러운 취향에 딱 맞을 거다.
특별히 탄그라실의 나무뿌리가 있는 바로 옆방이었으니, 목마르면 수액이라도 좀 마시든가.
“티본아. 뭐 해? 어서 엘리스…… 아니, 고오오귀하신 밤의 귀족을 특실로 안내하지 않고.”
“예. 마스터.”
티본이 엘리스의 손을 잡은 채 종종걸음으로 성의 아래를 향해 내려갔다.
“야. 근데 보통 방은 위에 있지 않아?”
“요즘 좋은 방은 반지하가 대세입니다. 레이디 마스터.”
“진짜로? 근데 왜 이렇게 느낌이 쎄하지?”
“기분 탓입니다. 기분 탓. 아무렴. 마스터께서 레이디 마스터께 거짓말을 하시겠습니까?”
오그라쿤과의 대전 이후, 완벽하게 진혁에게 빠져든 티본은 제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