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228)
229화. 성채에서의 휴일 (1)
성채에 있는 개인 연무장.
진혁은 그 한가운데서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우…….”
마력이 전신 구석구석에 퍼져나가는 게 느껴진다.
새로 얻은 ‘광전사의 대검’을 가볍게 휘두르자, 허공을 따라 푸른 궤적이 그어졌다.
부우웅!
속도와 무게가 적절하게 배합된 일검.
한 마리의 야수가 날뛰는 듯한 검무는 그로부터 몇 십 분이고 이어졌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선 몇 명인가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재미없어. 모처럼 쉬는 시간이 나는 것 같아서 놀자고 하려 했는데, 또 수련이나 하고 있네.”
심통이 났는지 볼을 잔뜩 부풀리고 있는 엘리스.
“근데. 진짜 진혁 님은 대단하네요, 언니 저것 봐요. 저 큰 대검을 저렇게 가볍게…… 와아. 저 방금 검을 세 번이나 놓쳤어요.”
안드리아가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지켜야 할 정신병동은 부하들에게 맡겨 뒀는지 해맑은 얼굴로 꺅꺅거리는 게…….
관리자가 봤다면 깊게 한숨을 내쉬었을지도 모르겠다.
“…….”
마지막으로 월영은 그림자 속에 서서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복잡한 심경이 담긴 얼굴에선 진혁에 대한 온갖 감정이 묻어나왔다.
그만큼 진혁이 지금 보여 주는 검무는 흠 잡을 데가 없었다.
바람을 가르는 검의 소리는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게 해 줄 정도였으니까.
“뭐…… 인간 치곤 나쁘지 않지. 아직 고귀한 이 몸에 비하면 멀었긴 했지만. 그래도 나를 빼면 저 녀석을 이길 수 있는 놈은 없을 거야.”
연신 터지는 감탄사에, 엘리스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때.
우뚝하고.
대검이 멈췄다.
진혁이 흐르는 땀을 훔치며,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대충 알 것 같네.’
상황에 따라 다양한 무기를 활용해야 했기에, 이번에 손에 넣은 대검 역시 자유자재로 다뤄야만 했다.
진드기 같은 구경꾼들이 잔뜩 있는 터라, ‘버서커’까지 사용하진 못했지만…….
새로운 무기를 손에 익혔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였다.
‘그럼 이제 쌓아 뒀던 스탯을 올려야겠군.’
레이드에 있어 가장 기대되는 파트 중 하나가 바로 스탯 분배다.
레벨업을 통한 성장은 난적과 싸워 이겼다는 증표이자, 동시에 강해졌다는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원동력이었기 때문이다.
진혁이 오래간만에 개인 상태창을 활성화시켰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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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강진혁
성별: 남
나이: 27세
레벨: 86
힘 71 민첩 30 체력 40 마력 188 간극 100 행운 10 적응형 78 정기 32.53
보유한 스탯 포인트: 18
보유한 코인: 56,150
직업: 룬의 해석사
고유 능력: ‘융합(融合)’, ‘검의 무덤’, ‘별의 가호’, ‘아누비스의 심판’, ‘혈마기(血魔氣)’, ‘만다라(曼茶羅)’, ‘1초 무적’, ‘천독(千毒)’, ‘하얀 맹수’, ‘만상공유(萬祥共有)’, ‘태양의 성역’, ‘흑천마황공(黑天魔皇功)’, ‘거신의 일격’, ‘화룡의 숨결’, ‘고속검(高速劍)’, ‘툼그레이브의 오른팔’, ‘버서커’
스킬: 배운 스킬의 숫자가 너무 많아 ‘접어 두기’ 상태로 전환되었습니다.
결계: 배운 결계의 숫자가 너무 많아 ‘접어 두기’ 상태로 전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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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레벨이 올라 총합 18스탯을 확보했다.
게다가 제국에 와서 얻은 4개의 고유 능력도 유독 눈에 띄었다.
‘광전사의 검과 버서커 능력을 수월하게 다루려면…… 이젠 힘에도 좀 투자해 둬야겠지.’
융합을 통해 상위 능력까지 만들 걸 고려했을 때 더더욱 힘 스탯이 가지는 중요성이 올라갔다.
진혁이 망설임 없이 얻은 스탯을 전부 힘에 투자했다.
[힘이 71 → 89로 상승합니다.]확실히.
대검의 무게가 눈에 띄게 가벼워진 게 느껴진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기분 좋게 고동쳤다.
너무나 이상적으로 성장하고 또 원하는 목표들을 달성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들뜰 수박에 없었다.
‘……성채를 얻게 됨으로써 중층부의 패권 싸움에 내가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지.’
어떻게 움직일지는 이미 모두 계획해 뒀다.
남은 건 차분하게 완벽한 타이밍이 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좋아. 그럼 어디 한번…….
진혁이 ‘세계의 기억’에 저장된 고유 능력과 스킬들을 불러왔다.
황금색 양피지가 펼쳐지며, 그동안 모은 노력의 산물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중에서 진혁은 3개의 스킬들을 골랐다.
[고유 능력 ‘고속검(高速劍)’, 스킬 ‘발검(拔劍)’, 고유 능력 ‘태양의 성역’이 융합합니다!]눈부신 빛이 일렁였다.
바로 그때.
‘……지금!
진혁이 한 줄기 황금빛 운무 위에 결계를 펼쳤다.
하얀색 고대 룬어들이 운무와 반응하며, 화려한 마법진을 구축했다.
1초…… 2초.
시간은 짧지만, 그 찰나는 영원 같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파츠츠!
푸른색 스파크가 화려하게 일어났다.
……성공이다!
워낙에 까다로운 조합식이라 살짝 긴장을 하긴 했는데 다행이 몸이 기억하고 있는 듯싶었다.
[고유 능력 ‘바람의 영역’을 융합했습니다!] [융합된 능력은 ‘세계의 기억’에 저장됩니다.] [바람의 영역]입수 난이도: 측정 불가
내용: 시전자의 숙련도와 보유하고 있는 마력에 따라 영역의 크기를 지정할 수 있으며, 신속의 영역 안에 있는 공간 속에선 모든 속도가 100%만큼 상승합니다.] [제한시간은 최대 5분입니다.]
무려 2배!
지금도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의 속도인데, 이것보다 훨씬 더 빠른 공격과 이동이 가능해 진다.
‘이건, 당장 사용해 보고 싶은데……,’
몸이 근질거려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아! 그러고 보니 그 방법을 쓰면 스킬도 시험해 보고 구경꾼들에게도 한 몫 단단히 뜯어먹을 수 있겠다.
진혁이 힐끗 옆쪽을 바라봤다.
“멀찍이서 구경만 하면 심심하지 않아?”
“알면 같이 좀 놀아 주지 그래? 제국이나 무림 쪽도 서로 눈치만 보고 있어서 진짜 따분하다고.”
“그냥 놀면 재미없으니 간단하게 내기나 하나 하자. 술래잡기 알지? 상대 몸에 손을 대면 이기는 게임. 제한 시간은 3분. 그 안에 나를 잡으면 너희가 이기는 거야.”
대검의 끝이 엘리스와 안드리아 그리고 월영을 따라 이어졌다.
“설마…… 그 시간 동안 도망 다닐 수 있다는 건 아니겠지?”
엘리스 눈썹이 역팔자로 휘었다.
하긴, 고고하기 짝이 없는 아타락시아의 가주의 자존심에 상처가 갈 만한 발언이긴 했지.
게다가 안드리아 역시 저층이긴 하지만, 한 층계를 담당하고 있는 보스 몬스터였다.
“네? 엘리스 언니뿐 아니라. 저희 전부랑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자신이 들은 게 맞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주군. 아무리 주군께서 대단하셔도 셋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월영까지 한 마디 거들었다.
하여간. 다들 쫑알쫑알 말만 많다.
“너희가 이기면 소원 한 개씩을 들어줄게. 반대로 내가 이기면 찍 소리도 말고 내가 하라는 걸 하는 걸로…… 어때?”
“진심이야? 얘네 둘은 몰라도 나도 있는데?”
“니가 제일 만만해.”
“…….”
엘리스의 얼굴에서 순간 야차가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니, 단순히 착각이 아니려나.
“분명, 소원을 들어준다고 했다? 내가 이기면 내일 새벽까지 몸 안에 있는 피를 모조리 마셔 버려 주지. 목이나 잘 닦고 있어.”
“잡힌다면야 목에 빨대를 꽂든 대나무를 꽂든 마음대로 해. 물론, 그런 일은 영원히 없을 것 같지만…….”
진혁이 생긋 웃었다.
이렇게 적절하게 도발을 해 줘야 미끼를 덥석 물 게 틀림없다.
마침, 세 사람에게 각각 중요한 부탁을 해야 했는데.
이거라면 양심에 거릴 것 없이 합법적으로 부려먹을 수 있을 것이다.
“죽었어……!”
엘리스의 신형이 사라졌다.
동시에.
“소원이라……. 마침 잘됐네요. 저도 진혁 님에게 원하는 게 있거든요.”
“후회하실 겁니다.”
안드리아와 월영도 내기를 받아들였다.
***
진혁이 대단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몇 번이고 불가능한 일들을 헤쳐 오는 것을 직접 봤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엔 아니다.
아무리 날고 기는 괴물이라도 셋을 상대로 내기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은 없었다.
적어도 단 한 번도 잡히지 않아야 한다는 제약이 걸린 이상은 말이다.
그런데 진혁이 있는 곳의 근처로 도달한 순간.
무언가 이상한 위화감을 짙게 느껴졌다.
‘뭐…… 뭐야 이거?’
‘무슨 속도가…….’
‘이럴 수가. 무음보(無音步)로도 그림자조차 잡지 못한단 말인가?’
빠르다는 수준이 아니다.
마치, 유령이라도 상대하는 것처럼.
벌써 몇 번이고 시야에서 진혁의 모습을 놓치고 말았다.
처음엔 그저 거저먹는 내기라고만 생각했던 일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셋의 얼굴엔 짙은 그늘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악독한 사장 놈에게 졌다간 어떤 참사를 겪을 거라는 건…….
그 누구보다 본인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툭!
“이익!”
안드리아의 손끝이 안타깝게 진혁의 옷깃에 닿을 듯 닿지 않았다.
“아깝네. 그래도 예전보다는 몸놀림이 좋아졌어. 이제는 어지간한 공격대는 혼자서도 제압이 가능하겠는데?”
“야, 약 올리지 마세요!”
180도 몸을 회전한 안드리아가 무게 중심을 낮췄다.
부웅!
바람이 일어나더니 작은 몸이 날다람쥐처럼 움직였다.
이제 남은 시간은 단 1분.
수단과 방법 따위를 가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한꺼번에 덮쳐야 돼요.”
안드리아가 다급히 고함을 질렀다.
“덮치긴 개뿔. 그냥 죽여! 죽이라고! 아예 없애 버려서 내기를 무효화시켜야 돼!”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낀 엘리스가 붉은 핏방울을 뿜어냈다.
이건 반 이상 진심이다.
콰콰콰콰콰!
핏방울이 일거에 진혁을 향해 쏟아졌다.
“야. 그 스킬 그거. 감정 제대로 들어갔는데? 응? 진짜로 죽일 셈이냐? 이거 놀이라고!”
“너한테 약점 잡힐 바엔, 깔끔하게 죽이는 게 나아! 이 밥팅아!”
엘리스가 재빨리 두 번째 공격을 시전했다.
[엘리스가 Lv?? ‘블러드 포그(Blood Fog)’를 사용합니다!]이번엔 피 안개가 순식간에 시야를 가렸다.
직접 노리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을 서포팅하기 위한 안배.
‘월영이나 안드리아 쪽에서 찔러 올 생각인가.’
[월영이 고유 능력 ‘음영극살(陰影亟殺)’을 발동합니다!]역시나.
꿀렁하고 그림자에서 월영의 기척이 느껴졌다.
미리 대비하고 있었어도 당할 수밖에 없는 공간 이동술이다.
그러나, 그 신속의 한 수마저도 ‘바람의 영역’을 넘어설 순 없었다.
월영의 시야에서 진혁이 사라졌다.
“헉?”
갑자기 목표물이 증발해 버리면, 몸이 앞으로 기우는 건 당연한 일.
월영은 정면에서 마주보는 안드리아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쾅!
“크윽.”
“아야야야…….”
월영과 안드리아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더 이상 해 봤자 소용없다는 걸 깨달아버린 탓이다.
마지막으로 혼자 남은 엘리스는 땀을 뻘뻘 흘리며, 진혁을 쫓아다녔다.
3분이 한참이나 넘었지만, 그런 것 따위는 별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넌 포기 안 하냐? 이미 시간도 다 지났는데?”
“아니…… 야. 솔직히 반칙이지. 나는 아직 내 힘 제대로 쓰지 못했거든? 진짜 봉인 좀 완전히 풀어 줘 봐. 정정당당하게 승부해야지, 치사하게 뭐야?”
“싫어.”
“응?”
“내가 왜 일부러 불리한 짓을 하냐? 지금도 충분히 재밌게 잘 놀고 있는데.”
진혁이 엘리스의 뒤로 이동해 꿀밤을 한 대 때렸다.
따악!
“야! 너 잡히면 진짜…… 아악!”
따악!
경쾌한 소리가 연신 머리를 두드렸다.
“악! 야. 뼈…… 뼈 맞았어.”
“알고 있어.”
따악! 딱! 따닥!
경쾌한 타격 음이 한층 더 강렬해졌다. 이제는 오페라에 버금갈 만큼 웅장한 소리까지 들린다.
결국.
“그만! 내가 졌어. 내가 졌다고!”
양팔로 머리를 완전히 감싸고 앉은 엘리스가 패배를 인정했다.
‘엘리스마저 잡지 못할 정도면 성능 검증은 충분히 한 셈이군.’
진혁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이 미소를 짓는 데는 ‘바람의 영역’이 마음에 든 것도 있지만.
벌칙을 이야기했을 때, 모두의 반응이 너무도 궁금한 것도 한몫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