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233)
234화. 군타페르의 혈족 ‘안트라드’ (1)
[전장 선택이 해체되었습니다.]심상세계가 깨지자, 그 안에 있던 두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한 사람은 상상을 초월하는 복장이긴 했지만.
“…….”
천유성이 수치심에 일그러진 얼굴로 바닥을 내려다봤다.
이 얼음장 같은 녀석이 레이스가 잔뜩 달린 프랑스제 고급 메이드복을 입다니.
그리고 그걸 눈앞에서 보게 될 날이 올 줄이야.
“풉!”
“닥쳐라!”
“아니, 미안. 근데 진짜…… 푸웁!”
“이…… 씹어 먹을 자식이. 한 번만 더 이빨을 보였다간 죽여 버리겠다!”
“오케이. 오케이. 알겠어. 진짜로 이제 그만 웃을게. 봐. 멀쩡한 표정이지. 진심 100%야 지금…… 푸하하하! 아니 진짜. 미친, 실화냐 이거.”
진혁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스릉.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천유성이 검을 반쯤 뽑았다.
자칫하다간 모처럼 만들어 놓은 화해의 장을 한 방에 깨어버릴 것만 같은 분위기다.
아니, 어디 그뿐이랴?
저 칼에 목이 잘리지 않으면 다행이지.
앞으로 밤길 다니는 게 무섭긴 하겠지만…….
‘그래도 뷰튜브 조회수는 확실하게 뽑겠어.’
이 망할 놈이 성격이 모나서 그렇지.
원판은 반반해서 그런가 은근히 팬층이 단단하다.
어지간한 아이돌은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랄까.
덕분에 이런 고급진 영상의 가치는 돈으로 헤아릴 수 없었다.
‘크으. 우선 업로드부터 해야겠구나.’
이런 건 최초로 올리는 게 중요하다.
진혁이 천유성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방송 시스템을 활성화한 뒤, 영상을 업로드했다.
[검성의 비밀스러운 취미(Feat 여장남자/은밀한 사생활/바보)본능이 최고조의 경고음을 보내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동시에 BJ로서의 본능 또한 꿈틀거렸다.
천유성이 검을 들고 현관문을 두드리는 한이 있어도, 이 영상을 올리지 않으면 그건 BJ가 아니라고.
‘그래, 후회를 해도 그건 미래의 내가 하는 거니까.’
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때마침.
[고유 능력 ‘음영극살(陰影亟殺)’을 복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스킬 ‘전장 선택’을 복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복사된 능력은 ‘세계의 기억’에 저장됩니다.]복사의 성공을 알리는 상태창들이 연거푸 나타났다.
진혁이 터져 나오는 환호성을 가까스로 삼켰다.
전장 선택.
비록 ‘검의 노래’에 밀려 복사하진 못했었지만…….
천유성을 처음 회랑에서 만났을 때부터 줄곧 탐내 왔던 스킬 중 하나였다.
‘이건 고유 결계이기 때문에 내가 가진 결계사의 능력으로도 구현할 수 없는 종류지.’
마지막 하나는 나중에 천유성이 그 스킬을 얻을 때 써야 하니, 이걸로 원하는 걸 모두 달성한 셈이다.
좋아.
이제 남은 건 정원에서 깽판을 치고 있는 거대한 해골바가지를 처리하는 것뿐.
“진정하고 잘 들어. 지금부터 어떻게 이 상황을 정리할지 알려 줄 테니.”
진혁이 씩씩거리고 있는 천유성의 귓가에 대고 무언가를 속삭였다.
대화가 진행될수록 천유성의 표정이 드라마틱하게 변했다.
“……미쳤군. 진심이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진혁이 제안하는 건 완전히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럼에도.
“가능해.”
진혁은 웃고 있었다.
마치, 확률이나 리스크 따윈 상관없다는 듯이.
***
쿠쿠쿠쿠쿠!
손짓 한 번에 무너져 내리는 성벽.
화염 해골의 눈과 입에서 붉은 화염이 솟구쳤다.
“으으으…….”
“이런 괴물이 존재할 줄이야.”
“거, 거인들은 아무것도 아니었어.”
이곳에 있는 제국의 기사들과 무림인들은 전원이 기(氣)를 다룰 수 있는 실력자들이었다.
검강이나 오러블레이드라면 충분히 상위 마수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모든 건 어디까지나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범위에 접근할 수 있었을 때의 이야기.
겁화로 겹겹이 둘러싸인 화염 해골의 근처에라도 다가간 사람은 없었다.
‘너무도 약하구나.’
화염 해골이 아래를 관조했다.
벌벌 떨며, 겁에 질린 미물들.
그리고 그 벌레들을 모조리 짓밟는 것만이 자신이 이곳에 온 사명이었다.
화르르륵!
“끄아아악!”
“으아악!”
몸에서 흘러나온 열기에, 근처에 있는 타이탄과 기사가 불길에 휩싸였다.
열기로 인해 철제 갑옷이 피부에 눌어붙었다.
치이이익!
살이 타는 끔찍한 냄새에 모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제, 젠장. 피해라!”
“근거리로는 답이 없어. 아무리 해 봤자 개죽음이라고!”
“마법사…… 마법사들에게 증원을 요청해야 해!”
주춤거리며 물러서는 병력들.
화염 해골은 그걸 당연하게 바라봤다.
피식자가 포식자에게 겁을 먹고 떠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
모두가 등을 보이는 와중에도, 두 명의 인간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아예 상식적인 행동을 할 수 없을 만큼 겁에 질렸다면 이해가 된다.
차라리 이 악몽이 빨리 끝나길 바랄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천천히 거리를 좁히는 인간의 얼굴에서 긴장 따위라곤 손톱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롭게 웃는 게 화염 해골의 신경을 긁었다.
특히 단검을 든 채 가장 앞에 서 있는 사내놈이 말이다.
“……웃는다고? 공포에 미쳐 버리기라도 한 것이냐?”
“미안하지만, 그런 감정은 느껴 본 적이 워낙 오래돼서 말이지.”
진혁이 어깨를 으쓱였다.
“건방진 인간 따위가…….”
화염 해골의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울컥울컥 솟구치는 용암과 함께.
지면에 더욱더 큰 균열이 일어나며, 전신의 절반 가까이가 지상 위로 나타났다.
엄청난 열기가 느껴졌다.
조금 전, 제국의 기사들을 산 채로 녹여 버린 바로 그 겁화였다.
[Lv11 ‘빙하조형(氷河造形)’이 발동됩니다.]부서진 얼음 가루들이 투명한 막을 형성했다.
“호오. 제법이구나. 보통의 인간이라면 호흡하는 순간 폐부터 타들어 갔을 것을.”
화염 해골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그러다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몸이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이 마력. 그래. 바로 네놈이로구나. 창가에서 나에게 활을 날렸던 애송이가.”
3가지 속성이 응축된 원거리 마법.
비록 상처를 입히는 데 실패했지만, 그 위력 하나는 여느 마족들에 못지않았다.
“맞아. 한 번에 두개골을 뚫어 버리고 싶었는데, 의외로 단단하더라고. 칼슘 섭취를 꾸준하게 잘했나 봐?”
“…….”
너무나 도발적인 이죽임에,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아주 잠시뿐이었다.
“그래. 내가 누구인지 모르니 이런 헛소리를 하는 거겠지. 만약 네놈이 나에 대해 알았다면, 만약 네놈이 내가 속한 층계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었다면 지금 했던 말을 후회하고 또 절망했을 것이다.”
“자의식이 너무 과잉이네. 아마, 내가 너보다 이 탑과 세계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고 있을걸?”
“미물이 지닌 알량한 지식 따위로 까불지 말거라. 네 삶 정도는 우리가 살아온 세월의 티끌에조차 미치지 못하니까.”
“글쎄. 적어도 그 말에는 동의하지 못하겠군. 화염 해골 씨. ……아니, 검은 계곡의 불꽃 ‘안드라트’라고 불러 주는 편이 나으려나?”
안드라트.
마계의 군단장 중 하나인 군타페르의 혈족이며, 동시에 마인 협회를 통해 탑의 아래층에까지 그 세력을 넓히려고 하는 선발대.
그게 바로 이 녀석의 정체다.
“어, 어떻게…… 내 진명을? 네놈! 대체 정체가 뭐냐!”
“말했잖아. 너보다 탑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는 인간이라고.”
“끝까지! 그딴 헛소리를 내가 믿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쿠쿠쿠쿠!
분노가 서려 있는 마력이 범람하기 시작했다.
화기가 지면을 갉아먹으며, 그 기세를 더해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안드라트가 지면에서 완전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거인들도 거대했지만, 이 녀석은 그 두 배의 크기에 육박하는 덩치를 지녔다.
머리가 성채 외벽을 넘어설 정도였으니까.
상층부 녀석과의 싸움이라…….
‘솔직히 살짝 긴장되긴 하네.’
분위기가 제대로 무르익었다.
도발은 이 정도면 충분할 터.
이제 시작이다.
“천유성!”
진혁이 옆에 있는 천유성에게 신호를 보냈다.
“빌어먹을. 나는 네놈의 미끼가 아니란 말이다!”
천유성이 불만을 토했지만, 그럼에도 제 역할을 잊진 않았다.
탓!
가볍게 지면을 박찬 천유성이 크게 시계방향으로 질주했다.
목표는 안드라트가 아닌, 그 녀석이 일어남으로써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소형 마수들이었다.
[천유성이 고유 능력 ‘검의 노래’를 발동합니다!] [추혼검의 묘리가 검성의 손을 통해 재현됩니다.]눈부신 검광이 흩뿌려지더니, 이내 한 마리 맹수가 마수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서걱!
“케에에엑!”
머리가 셋 달린 여성체 괴물이 일검에 머리를 모조리 잃어버렸고.
“크아아악!”
뒤이어 서 있던 사이클롭스도 하나뿐인 눈을 잃은 채 고통에 겨운 비명을 질렀다.
“이 한 입 거리밖에 안 되는 고깃덩어리 녀석이……!”
“킥킥. 여자라서 살이 야들야들하겠어. 통째로 씹어 먹어 주지.”
“여자가 아니야. 남자다. 잘 봐. 복장이 이상해서 그렇지 남자라고.”
“상한 고기는 아니겠지?”
마수들이 천유성의 옷과 얼굴을 번갈아 보며, 저마다 한 마디씩 내뱉었다.
“한 번만 더. 내 옷에 대해서 말하는 놈이 있으면, 그놈은 앞으로 강진혁과 동일한 놈으로 간주하고 가장 먼저 쳐 죽여 버리겠다.”
뭔가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 섞여 있는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저 녀석이 항상 호구 같은 모습을 보여서 그렇지.
어지간한 놈들은 옷깃조차 스치지 못하는 괴물이다.
그리고 그걸 증명하듯.
“티모대령이냐? 너도 티모대령이구나. 너도! 너도!”
천유성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마수들을 쓸어 버리기 시작했다.
자존심을 모두 잃어버린 검성의 처절한 절규가 울려 퍼졌다.
***
“대체, 무슨…… 꿍꿍이냐?”
안드라트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는 것도 잠시.
안드라트의 시선이 천유성의 손으로 향했다.
자잘한 마수들을 죽인 뒤, 시체에서 검은색 보석을 챙기는 게 시야에 들어왔다.
저건…….
틀림없다.
마수들의 마기를 결정화시킨 아티팩트.
마옥(魔玉)이다.
설마 하는 생각이 스친 순간.
콰아아앙!
날카롭게 다듬어진 얼음덩어리가 후두부를 강타했다.
데미지를 입은 건 아니지만, 짜증을 돋우기엔 충분한 위력의 공격이었다.
“어허. 어딜 다른 데 시선을 두나? 이렇게 잘 생긴 데이트 상대를 눈앞에 두고.”
진혁이 빙하조형으로 만든 창들을 허공에 가득 띄웠다.
이거라면, 잠시나마 천유성이 활동할 수 있는 시간벌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분노로 길길이 날뛰고 있어야 할 안드라트는 의외로 차분했다.
아니, 차분한 정도가 아니다.
“마옥과 마기를 통해 날 제거할 강력한 마수를 불러온다는 거겠군. 과연, 머리를 꽤나 잘 쓰는 인간이로구나.”
“……!”
작전이 간파당했다.
오만과 자만감에 똘똘 뭉쳐 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안드라트는 의외로 작은 단서들을 통해 냉철한 결론을 도출해 낸 상태였다.
하지만, 최악의 순간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네놈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든. 모두 그분들의 손바닥 안에 있을 뿐이다. 인간이여.”
안트라트의 입에서 얼음장처럼 차가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와 동시에.
우우우웅!
저 먼 곳으로부터 빛줄기들이 솟구치는 게 보였다.
이 현상이 일어나는 건 단 하나다.
“너…….”
진혁이 입술을 깨물었다.
이건, 심상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