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234)
235화. 군타페르의 혈족 ‘안트라드’ (2)
다중 강마 의식.
지면으로부터 솟구치는 빛줄기는 바로 새로운 마족이 현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쿠쿠쿠쿠쿠!
지면이 갈라지면서 하늘이 개벽하기 시작했다.
먹구름 사이로 붉은색 기둥들이 하나둘씩 점멸했다.
숲과 산을 넘어…….
……수백 킬로미터는 족히 떨어진 곳에서 각각의 마족들이 깨어나고 있는 것이다.
염열지옥에서 온 ‘안트라드’.
빙혼지옥에서 온 ‘마그드라’.
극독지옥에서 온 ‘밸마리옐’.
무간지옥에서 온 ‘셸케림’.
멀리서 전해지는 익숙한 마력은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종류였다.
‘이곳에 현현해 있는 안트라드까지 전부 해서 4마리……인가.’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마인들이 성물들을 모아 안트라드를 불러오는 것까진 예상 범위 내에 있는 일이었지만, 그 외에 나머지 3마리까지 불러올 줄이야.
이건, 시스템의 구조상 불가능한 일이다.
아니…….
사실 딱 하나 방법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경우의 수는 가장 마지막으로 미뤄 두고 싶은 종류였다.
최악을 가정하던 진혁이 이내 머리를 털었다.
‘지금 신경 써야 할 건 현현한 마수들을 처리하는 거다.’
문제는.
안트라드를 제외한 나머지 마수들을 막는 방법인데…….
저곳에 있는 다른 누군가가 나서 줘야 한다.
그것도 매우 뛰어난 실력자들이.
고민은 길지 않았다.
[백사.]진혁이 전음을 통해 성채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조력자를 불렀다.
암황의 측근이며, 동시에 당분간 손과 발이 되어 주기로 약속되어 있는 상위 랭커.
백사와 음영대라면, 충분히 이번 일을 맡길 수 있을 것이다.
[성 내부가 불바다가 되는데도 왜 우리를 찾지 않나 했더니. 이제야 부르는군.]기다렸다는 듯, 백사의 음성이 되돌아왔다.
하긴, 상층의 마족이 튀어나왔는데, 그걸 눈치 못 챌 리가 없겠지.
[알고 있다면 이야기가 빠르겠네.] [미안한 이야기지만, 저 녀석은 우리가 전부 덤벼도 무리다. 개인적으로 너 역시 맞서 싸우는 것보단 도망치는 걸 추천하지.] [이 녀석은 내가 알아서 해. 너희에겐 다른 부탁을 할 게 있어.] [나머지 빛기둥에서 나온 마수들 이야기냐? 그 녀석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로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천재지변과 같은 거지.] [너희 보고 어떻게 해 달라는 게 아니야. 대신, 그게 가능한 사람들에게 현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해 줘.] [그게 가능한…… 사람이라면?] [스승님.]무림 쪽으로 현현한 무간지옥의 셀계림.
놈을 막기 위해선 암황의 도움이 필요하다.
[무리한 요구를 하는군. 아무리 암황께서 너를 예쁘게 보신다고 하더라도. 이런 일까지 해 주실 거라 생각하는 거냐?] [글쎄. 스승님이라면 귀여운 제자를 위해 그 정도는 해 주실 것 같은데?]과거 시련의 탑을 오를 때도 암황의 제자 사랑은 남달랐다.
적에게는 한없이 잔혹하지만, 한 번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한 자에게는 모든 걸 내어주는 자.
그게 진혁이 기억하고 있는 암황이었다.
[……뭐, 좋다. 나야 네 수족 역할을 해 주기로 한 거니, 대신 나중에 후회는 하지 마라.] [그리고 한 가지만 더.] [음?] [신성 왕국 쪽에 내 동료가 있어. 이름은 테레사야. 신성 왕국 근처에 현현한 마그드라를 부탁한다고 전해 줘.] [테레사라…… 알겠다. 그렇게 전하지.]마지막 밸마리옐 쪽은 뾰족한 수가 없다.
최대한 제국과 무림 측에서 움직여 주길 바라는 수밖에.
진혁이 전음을 거둬들인 바로 그때였다.
“계획들이 모두 물거품이 돼서 정신이 나가기라도 한 것이냐? 어째서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는 거지?”
“아. 미안. 잠시 딴 생각 좀 하느라고. 어떻게 하면 너희들을 전부 요리할 수 있을지 고민 좀 했어.”
“주둥이까지 얼어붙은 건 아니었구나. 그래. 모든 걸 포기한 놈보다는 팔팔하게 반항하는 게 베어 버리는 맛이 있겠지.”
안트라드가 천천히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콰드드득!
공간에 균열이 일어나며, 차원의 벽 너머에 있던 거대한 검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안트라드가 Lv30 ‘염열(炎熱)의 검’을 소환합니다.]공기 중의 수분기가 모조리 사라졌다.
화끈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열기가 피부에 다가왔다.
마치, 지옥 그 자체를 현계에 불러온 것만 같다.
이것이 상층부 마족의 혈족이 지닌 힘이다.
두근! 두근! 두근!
진혁의 심장이 빠르게 고동쳤다.
두려움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레벨이 100이 채 되지 않는 현 시점에서. 그 2배에 달하는 적을 상대로 얼마나 싸울 수 있을지 그것이 미치도록 기대됐기 때문이다.
‘그래, 이래야 시련의 탑이지.’
난이도가 쉬우면 재미없다. 변수가 없는 완벽함 따위에 성취감 역시 없다.
어렵고 힘든 길을 뚫고.
그 끝에 있는 보상을 획득하는 것.
그게 바로 이 세계의 정상을 볼 수 있던 이유다.
진혁이 ‘탐식의 눈’을 통해 얻은 정보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안트라드]종족: 마족
나이: 5583
레벨: 165
힘 126 민첩 115 체력 382 마력 177 불의 지배 224
고유 능력: 불의 의지
스킬: ‘마계의 경계선’ Lv35, ‘지옥 겁화’ Lv2, ‘부서지지 않는 뼈’ Lv22, ‘죽은 자들의 안식처’ Lv22, ‘염열(炎熱)의 검’ Lv30, ‘최후의 시간’ Lv19
상세 설명: 안트라드는 마계의 전쟁에서 선봉장 역할을 맡는 강력한 마수입니다. 워낙에 기본 체력과 방어력이 높은 데다 공격력 까지 뛰어나기에, 평범한 플레이어는 그의 몸에 흠집조차 낼 수 없습니다.
복사 조건: 이제 막 탑의 중층부에 관여한 플레이어가 안트라드를 상대로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안트라드의 정면 공격으로부터 그저 살아남으세요. 그렇게 할 경우 안트라드가 가진 고유 능력과 스킬 중 하나를 복사할 수 있게 됩니다.
(요구 시간: 30m / 대상과의 거리가 100m 이상 떨어질 경우 실패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워낙에 벌어져 있는 격차.
때문에 시스템 역시, 소멸이 아닌 생존 조건을 내걸었다.
물론, 이것마저 쉬운 일은 아니다.
100m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특히나 염열의 검을 꺼내는 안트라드를 상대해야 했으니까.
‘매 공격을 완벽하게 피하거나 스킬을 통해 위력을 반감시키지 않으면 그대로 죽는다.’
얼핏 보면 쉬워 보이지만, 사실상 지금까지 나온 복사 조건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축에 속했다.
하지만, 하이 리스크엔 하이 리턴이 있는 법.
‘상층부의 능력을 복사할 수 있는 기회는 무조건 잡아야 한다.’
당연한 일이다.
안트라드의 능력은 플레이어나 거주자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가치를 지녔으니까.
진혁이 자세를 잡았다.
우우우웅!
빙하조형으로 만든 벽과 고대 룬어들이 새겨진 4성급 결계들이 겹겹이 펼쳐졌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건방진! 그깟 얼음 가루로 내 공격을 막겠다고!?”
콰콰콰콰콰콰콰!
불줄기가 얼음방패에 정면으로 충돌했다.
고열로 인해 주위에 있던 풀들이 모조리 잿더미로 변해 버렸고. 근처에 있던 마수들까지 그 열기에 휘말렸다.
***
치이이익!
지면에서 뜨거운 열기가 솟구쳤다.
그저 가볍게 검을 휘둘렀을 뿐인데도, 지면에 난 상처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 열풍 속에도 얼음으로 만든 방벽은 가까스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거의 반파되다시피 한 수준이긴 했지만.
“괜찮……은 거냐?”
진혁의 옆에 서 있던 천유성이 입을 열었다.
“그럭저럭. 너는 영 꼴이 말이 아니네.”
전신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
검막으로도 충격을 전부 상쇄할 순 없었던 모양이다.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해야지. 그보다 마옥을 모으는 작전이 간파당했는데, 이제 어떻게 할 셈이냐?”
유일하게 준비해 둔 비장의 수가 시작하기도 전에 들통 났다.
아직 부족한 마옥을 사용해 봤자, 안트라드를 상대할 만한 상위 마수를 불러오긴 힘들리라.
하지만.
안트라드 역시 간과하고 있는 점이 하나 있었다.
부족한 마옥은 충분한 마기로 커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유 능력 ‘검의 무덤’이 발동됩니다!]혈마기와는 다른.
훨씬 더 순수하고 짙은 마기가 진혁의 손끝을 통해 뿜어져 나왔다.
‘혹시라도 눈치챌 경우를 대비해, 검의 무덤 대신 혈마기만 사용한 게 다행이었군.’
실력의 3할을 숨겨라.
이 말이 이토록 요긴하게 쓰일 줄이야.
그렇게, 상대의 방심을 유도해 허를 찌르기 위한 차선책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콰득!
콰드득!
마옥들의 표면에 일제히 금이 가며, 그 안에 있던 검은색 연기들이 밖으로 흘러나왔다.
‘마기가 충분하진 않지만, 그래도 쓸 만한 놈이 와야 할 텐데…….’
진혁이 마른침을 꿀꺽 삼킨 채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잠시 뒤,
“키에에에엑!”
지면 아래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대박이다.
모습을 드러낸 건 크기가 10m에 이르는 거대한 곤충이었다.
땅굴거미.
악식가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오직 포식만을 목적으로 하는 마계의 청소부다.
아직까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연기를 뚫고, 땅굴 거미가 앞을 가로막고 있는 안트라드를 향해 몸을 던졌다.
콰아아앙!
안트라드가 검을 휘둘렀지만, 땅굴거미 역시 날카로운 발톱을 앞세워 그 공격을 받아냈다.
“대체 어떻게……!?”
안트라드의 안광에서 피어오르는 화염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마옥의 양을 볼 때 결코 불러 올 수 없는 상위 마수.
그런 성가신 존재가 갑자기 튀어나왔으니, 당연히 당황스러울 수밖에.
하지만, 이유를 파악할 새도 없이 땅굴거미의 공격이 이어졌다.
쭈우욱!
녹색 체액이 안트라드의 갈비뼈 사이를 통과해 지면을 태웠다.
강산성의 독이다.
콰앙! 쾅! 쾅!
화르르륵!
거기에 외피까지 워낙 두꺼운 탓에, 화염으로도 쉽사리 저지할 수 없었다.
“키에에엑!”
“빌어먹을 벌레 주제에 감히 누구에게 이빨을 들이미는 것이냐! 먹잇감에 환장한 나머지 그만 겁을 상실한 모양이구나.”
안트라드가 거칠게 포효했다.
크기만으로도 엄청난 위압감을 주는 두 마리의 마수가 서로의 목숨을 끊기 위해 흉기를 꺼내 들었다.
***
땅굴거미로 인해 생긴 잠깐의 공백.
진혁은 그 틈을 이용해 빠른 속도로 마력과 체력을 회복했다.
[Lv5 ‘진태청화랑심법(眞太淸花郞心法)’을 사용했습니다.] [Lv6 ‘얕은 호흡’을 발동합니다.]두 개의 보조 스킬로 인해 혈관을 따라 마력이 구석구석 퍼져나갔다.
“후우……. 좋아.”
호흡을 가다듬고 상처를 치유하며,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컨디션을 만들었다.
“덕분에 위기를 넘겼군. 이제 저 거미가 날뛰는 동안 여기서 빠져나가도록 하지.”
“아니. 우린 도망치지 않을 거야.”
“뭐?”
진혁의 말에, 천유성의 눈썹이 역팔자로 휘었다.
“설마, 싸울 생각이냐? 저 괴물과?”
“상위 마수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자주 오는 게 아니거든.”
물론, 시간을 끌며 이리저리 도망치기만 해도 능력을 복사하는 데는 충분하다.
하지만.
고작 그걸 위해서 이 고생을 하는 게 아니다.
안트라드를 사냥해야만 얻을 수 있는 보상.
시스템마저 불가능하다고 여긴 일을 가능하게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압도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다.
“어이가 없군. 보상을 위해 목숨까지 걸겠다니. 아무리 네가 고인물이라고 하더라도 무리다.”
맞는 말이다.
혼자서는 무리겠지.
“유성아. 그거 아냐?”
진혁이 처음으로 천유성의 이름을 불렀다.
플레이어 중 유일하게 등을 맞길 수 있는 동료.
동시에, 자신과 함께 안트라드의 화염을 가르고 그 뼈를 잘라낼 수 있는 일검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강자.
그 사람은…….
“우리 둘이라면 저 녀석을 벨 수 있어.”
……단 하나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