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236)
237화. 플레이어들의 세계 (2)
밤하늘을 가득 수놓은 별과 달.
그리고 그 위에 꽂혀 있는 검성의 검들.
이곳은 더 이상 짙은 어둠이 깔려 있는 마계가 아니다.
오직 탑을 오르는 플레이어들을 위한, 오롯이 이 세계의 끝을 보기 위해 살아 가는 자들을 위한 성역이다.
[플레이어들의 모든 능력치가 30%만큼 상승합니다!] [적대 몬스터의 모든 능력치가 30%만큼 하락합니다!]푸르게 물든 상태창과 함께.
부드러운 바람이 새로운 시작을 고했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대체…… 대체 어떻게.”
안트라드의 목소리가 격하게 떨렸다.
상위 존재의 세계에 간섭하고 오히려 그걸 뒤바꿔 버리다니.
이런 일은 마왕이나 신격들에게나 허용된 영역 아닌가?
“혼자라면 무리였을 거야. 하나의 세계로는 절대 너를 뛰어넘을 수 없거든.”
허나, 둘이라면…….
만약 두 개의 세계로 하나의 영역에 간섭할 수 있다면.
그때는 제아무리 완벽한 심상이라고 하더라도 허점을 만들 수 있다.
진혁이 검을 앞으로 뻗었다.
[고유 능력…….]검신을 따라 푸른색 강기가 은은하게 퍼져 나갔다.
동시에.
반대편에 서 있던 천유성이 역시 검을 앞으로 뻗었다.
[고유 능력…….]서로 다른 두 명의 플레이어.
당연히, 둘 사이는 접점 따위라고는 없는 완벽한 타인이다.
하지만.
[……‘검의 노래’가 발동됩니다!]두 개의 검에서 발현된 능력에 위화감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검이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선율을 읊으면서.
***
콰아앙!
카카카캉!
폭풍처럼 몰아치는 검격.
안트라드가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며, 천유성의 공격을 상쇄시켰다.
“크으윽!”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달라진 전황.
검에 실린 마력의 농도도.
초식의 정교함과 매서움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덕분에 안트라드는 방어하기에 급급한 꼴이 되어 버렸다.
“빌어먹을! 이건 말도 안 된다. 이럴 리가 없단 말이다!”
괴성을 지른 안트라드가 검을 크게 휘둘렀다.
지나치게 큰 동작이다.
가볍게 검을 빗겨낸 천유성이 카운터를 날렸다.
그런데.
안트라드가 이번엔 천유성의 공격을 그대로 허용했다.
콰득!
깔끔하게 잘려 나가는 왼쪽 팔.
오싹하고.
차가운 한기가 등골을 따라 흘렀다.
이건 미끼다.
팔 하나를 내 주더라도 상대의 목숨을 빼앗아 버리겠다는 집념이 느껴졌으니까.
거의 동시라고 해도 좋을 찰나.
염열의 검이 정확히 천유성의 목을 향해 폭사되었다.
방어를 도외시한 자세에서 시도된 공격이었기에, 천유성에게 반 박자의 공백이 생겼다.
지금이라면 틀림없이 당한다.
카아아앙!
그러나 회심의 일격은 무위로 돌아갔다.
칼날이 천유성의 목에 닿기 바로 직전, 진혁이 송곳니를 휘둘러 그 궤도를 살짝 비틀어 버렸다.
“방금 건 좀 아까웠어.”
한 쪽이 공격을 담당하면 나머지 한 쪽이 방어를 담당한다.
상황에 따라 그 역할이 물 흐르듯이 바뀌는 건 물론, 그 연결 간에 작은 틈조차 보이지 않았다.
“젠장…… 제에에엔장!”
안트라드가 황급히 거리를 벌렸다.
팔 하나를 포기했음에도, 깨지지 않는 합격진.
“대체 어떻게…… 인간 주제에, 인간 따위들이 어떻게!”
서로의 검로를 완벽하게 꿰뚫고 있다.
어디로 공격을 할지. 어디로 움직일지. 모조리 알고 있다는 말이다.
허나, 그게 말이 되는 일일까?
타인을 자신만큼이나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게?
안트라드의 머릿속이 혼란으로 얼룩졌지만, 그 이유를 알아낼 기회는 없었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진혁과 천유성이 추혼검의 마지막 초식을 전개했기 때문이다.
파츠츠츠!
추혼사영으로부터 사사받은 추혼검이 그 첫 초식을 자아냈다.
‘추혼검무(追魂劍舞)’
검끝이 흐드러진다.
잔영이 잔영을 만들며, 부드러운 곡선이 잔물결을 이루었다.
제11식(第十一式)’
그리고 그 검 위로 진혁의 검이 겹쳐졌다.
추혼검을 전승받은 두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초식.
‘이검일합(二劍一合)’
검의 잔물결이 완전히 사라졌다.
한 줌의 마력조차 느껴지지 않는 무(無)의 영역.
동시에.
서걱!
안트라드의 심장이 반으로 쪼개졌다.
베인 당사자가 몇 초 뒤에나 반응할 정도로 마지막 초식은 격이 달랐다.
“크아아아아아!”
꿀렁꿀렁 흘러나오는 붉은색 연기.
안트라드가 손으로 생명의 기운을 집어 담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아무리 강한 마족이라도 힘의 근원이 파괴당한다면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었으니까.
“사, 살려 주십쇼. 군타페르 님. 당신의 권속이…… 죽고 있나이다.”
안트라드가 허공을 향해 손을 허우적댔다.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하는 건 모든 생명체의 공통점인가 보다.
“소용없어. 그 녀석이 그리 자비로운 놈이 아니거든. 아마, 네 애걸 따위 귓등으로도 안 들을 걸?”
“네……놈이 그분에 대해 뭘 안다고 지껄이느냐? 그분은 나를 버리지 않는다. 절대로!”
“글쎄. 그렇게 말하는 것치곤 영 확신이 없어 보이는데?”
“……그, 그건.”
안트라드의 안광이 서서히 빛을 잃었다.
이제는 버림받았다는 걸 깨달은 거겠지.
사실, 백색 나무인 탄그라실의 결계가 다시 발동되었기 때문에 상위 신격은 이곳을 엿볼 수가 없다.
‘그걸 이 녀석에게 말해 줘야 할 이유는 없겠지.’
자연스럽게 오해해 주는 게 오히려 좋다.
마지막 미끼를 던지기 위해서 말이다.
“……다 끝났군. 허무하구나.”
수천 년 동안 충성을 바친 일들이 모두 헛된 일이었다. 그 사실에, 안트라드는 마지막 붙잡고 있던 희망의 끈을 놓아 버렸다.
좋아.
이걸로 됐다.
진혁이 가볍게 손을 뻗었다.
“괜히 쓸모없는 놈한테 충성을 바치지 말고. 그 심장. 나한테 넘겨.”
“내 심장을……? 내가 어째서 네놈이 웃을 짓을 해야 하는 거지?”
왜냐하면.
“널 버린 군타페르 역시 네 곁으로 보내 줄 테니까.”
나쁘지 않은 이야기잖아?
널 장기 말처럼 버린 주인 역시 똑같은 최후를 맞이한다는 게?
“어차피 죽을 거면 주인 놈에게 근사한 엿이나 한 번 선물해 주라고. 다른 건 몰라도 그놈의 최후에 네 이름은 꼭 언급해 주지.”
“…….”
진혁의 태연스러운 말에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크하하하! 과연, 오만방자한 인간답구나. 확실히 그렇게 되면 내 원한도 조금이나마 가실 것 같군.”
이어진 것은 흡족한 광소였다.
“좋다. 인간이여. 받아가라. 내 반쪽짜리 심장을.”
뚜둑!
안트라드가 반으로 갈라진 심장을 스스로 꺼냈다.
동시에 안트라드의 안광이 완전히 꺼졌다.
[성유물 ‘안트라드의 심장(반쪽)’을 획득하셨습니다!] [중급 마족 ‘안트라드’가 소멸했습니다!] [놀랄 만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오늘 일은 내일 하루 ‘명예의 전당’에 올라갑니다.] [다수의 세력들이 당신과 플레이어 천유성이 한 일에 주목합니다.] [상층부의 거대 세력 ‘마계’가 당신에게 강한 적대심을 품습니다!]다수의 상태창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단 하나.
레벨업을 알리는 상태창을 제외하고는.
‘이건, 예상했던 대로군.’
군타페르의 특수성 때문에, 그 휘하에 있는 중간 관리자의 경험치는 카운팅되지 않는다.
살짝 아쉽긴 하지만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애초에 이번 일은 경험치보다도 막대한 보상과 이 녀석의 고유 능력을 손에 넣는 것이었으니까.
‘지금까지 받은 보상 중에 가장 화려한 것들이 주어지겠지.’
진혁의 시선이 재차 앞으로 향했다.
[복사 조건의 요구 조건을 추가해 달성했습니다.] [대상의 고유 능력이 복사됩니다.] [고유 능력 ‘융합’의 효과로 인해 ‘상위 버전’의 능력을 획득하셨습니다.] [태초의 불꽃]입수 난이도: 측정 불가
내용: 탑에 알려지지 않은 층에 존재하는, 모든 불들의 시초가 된 불꽃입니다. 불로 인한 모든 고유 능력과 스킬은 이 불꽃으로부터 기인했으며, 사용자의 숙련도에 따라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는 고유 능력입니다.
[불의 원소가 태초의 불꽃으로 대체됩니다.] [레벨이 그대로 승계됩니다.] [복사된 능력은 ‘세계의 기억’에 저장됩니다.]‘미친…….’
진혁이 터져 나오려는 환호성을 가까스로 집어삼켰다.
역시나.
기대했던 걸 한참이나 뛰어넘는 보상이 튀어나왔다.
최상급 고유 능력을 복사한 건 물론, 기존의 ‘불의 원소’의 레벨을 승계할 수 있다니.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걷잡을 수 없게 빠르게 뛰었다.
이 정도로 터무니없는 기연을 획득한 건, ‘탑을 최초로 정복한 자’라는 개인 보상 이후 처음이었다.
힐끗 옆을 보니, 천유성 역시 정신없이 상태창을 훑고 있는 게 보였다.
저 녀석 역시 평소와는 다른 보상들로 인해 혼이 쏙 빠져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만큼은 아니지.’
최후의 심장을 얻은 덕분에, 제1 공적치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 다음은…….
안트라드의 시체에서 반짝이는 아티팩트들이 보였다.
‘여우 구슬’.
‘염열의 검’.
‘악식가를 위한 1009가지 요리책’.
‘망각의 샘물’.
전부 입수 난이도 S급 이상의 히든 피스들이었다.
게다가 마지막 ‘망각의 샘물’이라는 건 처음 보는 아이템인데…….
힐끔.
진혁이 다시 한번 천유성의 눈치를 살폈다.
여전히 상태창에 정신이 팔려 있는 게 보였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와 함께.
손이 눈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4개의 아이템을 전부 아공간 인벤토리에 보관합니다.]목숨을 건 장난질이었지만, 다행이 천유성은 눈치를 채지 못했다.
대신, 아이템들이 있던 자리엔 매끈매끈한 뼈 한 조각을 놓아 두었다.
예전에 고구마의 간식용으로 쟁여 둔 ‘마정석이 박힌 고급 뼈 간식’이었다.
그리고 바꿔치기가 끝난 바로 그때였다.
“나는 대충 확인을 다 했다. 이제 보상을 나누도록…… 으음?”
상태창을 닫고 이쪽으로 걸어오던 천유성이 두 눈을 치켜떴다.
의심과 불신으로 가득 찬 얼굴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보스급 마족을 처리했는데, 떨어진 게 뼈다귀 하나였으니 그럴 수밖에.
“아…… 이거? 그 친구가 헐벗어서 그런가. 빈털터리더라고. 완전히 겉만 번지르르한 놈이었어 에휴.”
진혁이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면서 땅에 떨어진 뼈다귀를 주워 건넸다.
제발…….
“그래도 나름 고급 뼈다귀 같은데, 어떻게. 이거라도 가질래? 고생한 걸 생각해서 특별히 양보할게.”
속아 넘어가 주길 바라면서.
물론, 간절한 기도는 바람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죽고 싶지 않다면 숨긴 걸 다 꺼내는 게 좋을 거다. 아무리 아이템이 좋아도 목숨보다 소중하진 않을 테지?”
천유성이 검을 뽑은 채 다가왔다.
살벌한 살기가 거의 민트초코를 강제로 먹였을 때의 엘리스를 보는 기분이었다.
“아, 알겠어. 줄게. 나눠준다고. 그런데. 너 다리는 좀 괜찮아?”
아까 전에 싸우다가 다쳤는지 오른쪽 발목이 불편해 보였다.
미묘하게 절뚝거리는 게 균형 감각이 영 좋지 않아 보인다고 해야 하나?
“흠. 조금 아프긴 하지만, 하루 이틀 정도 쉬면 괜찮아질 거다. 그런 것까지 걱정해 줄 필요는 없어.”
전치 이틀이라….
“그래? 그럼 지금 당장은 빨리 뛰는 게 쉽지 않겠네.”
“뭐……라고?”
“오늘 여러 가지로 고마웠어.”
진혁이 세상에서 가장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슬슬 도망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