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241)
242화. ‘라인하르트’란 이름의 무게 (1)
“이건…….”
진혁의 시선이 입구로 향했다.
다수의 기척이 느껴졌다.
“강진혁!”
“진혁 씨!”
스릉!
철컹!
천유성과 테레사가 각자 무기를 뽑았다.
지금 다가오는 자들이 결코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라인하르트가 굳은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잠시 뒤.
저벅.
발소리와 함께 익숙한 얼굴들이 대거 등장했다.
베인슈텔른 공작과 그를 따르는 귀족들. 그리고 백전노장의 소드마스터들과 궁정 마법사들이었다.
전원이 제국의 실권을 좌지우지하는 거물들이다.
거기에 그들을 호위하는 자들도 하나같이 만만치 않았다.
‘왕좌가 고독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 정도면 완전히 무인도에 있는 기분이겠어.’
라인하르트가 말했던 대로 황권이 땅에 떨어진 게 실감이 됐다.
특히나 마족들을 막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변경을 유린당한 뒤에는, 베인슈텔른 쪽으로 더 많은 귀족들이 가담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이거다.
“귀찮게 이곳으로 가셔서 정말 힘들었습니다. 결계와 마법진을 파훼하는 데 궁정 마법사들까지 동원하게 만들다니요.”
베인슈텔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왜 힘든 척을 하는 겐가. 오히려 내가 범행을 저지르기에 완벽한 밀실 속으로 들어와 줘서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닌가?”
“후후. 너무 그렇게 비꼬면서 말씀하시지 마십시오. 안 그래도 병들고 지친 몸뚱이. 이제 곧 무덤 속에서 영면을 취하실 수 있게 해 드릴 테니까요.”
황제를 죽이겠다는 살벌한 발언.
하지만, 눈앞에서 반역죄를 저지르고도 베인슈텔른을 제지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황제의 자리가 어지간히 탐이 났나 보구나. 그대가 정말로 이 왕관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크나큰 오산이다.”
“아니, 아닙니다. 아무리 저라도 바로 제국을 꿀꺽할 수는 없죠. 주위 왕국들의 보는 눈도 있는데, 그렇게 했다간 제국이 조각조각 날 우려가 있거든요.”
정통성을 획득하려면 시간과 절차가 필요한 법.
“폐하께서 서거하시면, 똑똑하고 영민한 3황자 대신 멍청하고 방탕한 2황자를 밀어줄 겁니다. 물론, 그 뒤에서 실권을 휘두르는 건 제가 될 테지만요. 그리고 더욱 시간이 지나게 된다면, 3황자 역시 조용히 사라질 겁니다. 아무래도 ‘사냥을 갔다 낙마를 했다’라는 시나리오가 좋겠죠.”
으음.
아주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 뒀다.
진짜 ‘악당이 있다면 이런 놈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당신 역량으로는 무립니다.”
진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뭐라고?”
“당신의 그릇으로는 황제를 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말입니다.”
“내가 자격이 없다? 제국 최고의 권력자인 나 베인슈텔른이 말이냐!”
베인슈텔른이 붉어진 얼굴로 목에 핏대를 세웠다.
발끈하면 지는 거라던데.
이 아저씨는 처음부터 지고 시작하네.
“최고 권력자라…… 풉! 명색이 제국 최고 권력자라면서 무림 쪽이랑 빌붙어서, 그것도 나이든 황제를 몰아내고 섭정 자리를 차지하는 게 자랑입니까? 아니, 애초에 그렇게 당당하면 실력으로 황제 자리에 오르든가. 이건 뭐, 여기저기 손만 빌려 놓고 정작 자기는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잖아요?”
“그, 그건…….”
베인슈텔른이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아주 잠시뿐이었다.
“나는 그 모든 걸 총괄하는 자이다. 이 모든 게 나라는 존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
“그냥 운 좋게 가문 빨을 타고난 거겠죠.”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것도 실력이라면 실력이겠지만.
그럼, 노력이라도 열심히 좀 하지 그랬냐.
“네, 네놈! 모두가 영웅으로 추켜세워 주니 정말로 자신이 영웅이라도 된 것으로 착각이라도 하는 것이냐? 다들 뭣들 하느냐? 당장 저 간악한 놈의 혓바닥을 잘라오지 않고!”
“거 봐요. 지금도 그렇게 열 받았으면 자기가 직접 나설 일이지. 검 하나 들 힘도 없으니까 다른 사람한테 시키기나 하잖아. 막말로 옆에 있는 할아버지가 1서클 파이어볼 하나만 날려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질 것 같으면서 센 척은 마왕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하네.”
진혁의 입에서 속사포 같은 폭언이 이어졌다.
하나하나 뼈를 때리는 말들이다.
오죽하면 천유성이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이제 다 틀렸다는 표정을 짓고 있을까?
그 예상대로 베인슈텔른은 입에 게거품을 물고 있었다.
“이이……!”
“이이는 우리나라 위인 이름이고요.”
너는 잘 쳐 줘야 원균이다.
지 잘난 맛에 설치다가 비참하게 죽게 되는.
“죽여라!”
명령이 떨어졌다.
동시에.
콰콰콰콰콰!
대기하고 있던 마법사들이 일제히 주문을 영창했다.
시야가 하얗게 물들었다.
***
우우우웅!
허공을 따라 퍼져 가는 수많은 마법진들.
곧이어 화려한 마법들이 폭풍이 되어 몰아쳤다.
전부 5서클 이상으로만 구성된 고위급 마법들이었다.
하지만.
[Lv10 ‘태초의 불꽃’이 발동됩니다!]붉은 불꽃이 솟구쳤다.
퍼퍼펑!
퍼엉!
마법들이 화염으로 만든 벽에 막혀 산산이 부서졌다.
‘끝내주네.’
진혁이 새로 얻은 스킬을 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화력이 ‘불의 원소’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실제로 눈앞에 있는 궁정 마법사들의 눈이 튀어나올 듯 팽창해 있었으니까.
“이럴…… 수가.”
“이런 고위 마법을 무영창으로 펼치다니.”
“괴, 괴물인가. 저 남자는?”
근접전으로는 승산이 없으니, 원거리에서 승부를 보려 했는데.
가벼운 손짓 한 번으로 애써 준비한 마법들이 너무도 쉽게 상쇄되었다.
낮은 서클의 마법으로는 의미가 없다.
효과를 보려면 저 화염 방패를 뚫을 수 있는 더욱 높은 고서클의 창이 필요하다.
[8서클 다중 영창 ‘라이트닝 스피어’가 발현됩니다!]무려 8서클 다중 영창.
스무 명의 마법사들이 만든 전격 마법이 그 위용을 드러냈다.
파츠츠츠!
눈이 어지러울 정도의 스파크가 일어났다.
약 4m에 이르는 거대한 창이 번개처럼 사라졌다.
속도와 무게.
모두가 살아있는 필살의 일격이다.
그러나.
창이 진혁을 꿰뚫기 바로 직전, 진혁의 앞에 불과 얼음으로 만든 방패가 만들어졌다.
몸을 중심으로 넓게 퍼져나가는 화려한 문양.
거기에 결계까지 더해지자 그 견고함은 서클을 뛰어넘을 수준까지 올라갔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충격음이 울려 퍼졌지만, 방패에는 작은 금조차 가지 않았다.
이번에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회심의 일격이 너무나 간단하게 막혀 버렸다.
“이, 이것도 막았다고?”
“허억. 허억. 마, 마력을 다…… 쏟아 부은 건데.”
“믿을 수가 없어. 폴리모프한 드래곤이라도 되는 것인가…….”
……아예 격이 다르다.
이런 식이라면 몇 번을 반복해도 마력만 낭비하는 꼴이다.
그때였다.
“겁먹을 필요는 없다. 애초에 상대가 강하다는 건 알고 있던 사실. 그걸 위해 이 많은 수의 기사들과 마법사들을 데리고 온 것 아니더냐?”
베인슈텔른이 천천히 오른 손을 들었다.
그러자, 이번엔 좌우로 도열해 있던 기사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에브라함 경. 그대가 저자를 직접 맡으시오. 마법사들의 지원이 있을 터이니 그대라면 어렵지 않게 제압이 가능할 게요.”
베인슈텔른의 명령에, 에브라함의 몸이 움찔거렸다.
틀림없이…….
그랜드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기사가 고서클 마법사들의 지원과 함께한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이 조합만으로도 능히 드래곤을 사냥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으니까.
제아무리 날고 기는 고인물이라고 하더라도 고전을 면하기 힘들겠지.
“역시, 우리는 적이 될 수밖에 없는 건가 보네.”
진혁이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송곳니’를 꺼냈다.
에브라함과 싸우려면 이쪽도 전력을 다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브라함은 송곳니를 보고도 검을 뽑으려 하지 않았다.
대신, 공작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공작 각하. 혹시 기억하고 계십니까? 제가 처음 각하와 함께하기로 했던 날 물었던 질문을요.”
“그건 왜 묻는 건가?”
“부탁드립니다. 싸우기 전에 꼭 듣고 싶습니다.”
진심이 묻어나는 말에, 베인슈텔른이 과거를 회고했다.
“……제국의 앞날을 위해서 나를 선택했다고 했네.”
“제국의 앞날을 위해…… 저는 분명 그렇게 말했죠.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스릉!
에브라함의 검이 뽑혔다.
눈이 시린 검광이 무덤을 따라 흩뿌려졌다.
허나, 그 검이 향한 건 진혁이 아니었다.
라인하르트를 보호하듯, 에브라함이 그 앞을 태산같이 가로막았다.
“배신을 할 생각인가? 이제 와서?”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현 황제의 무능함과 무기력함으로는 제국이 패망의 길을 걷게 될 거라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궁지에 몰린 지금. 황제가 보여 준 행동은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습니다. 물론, 그 변화에는 강진혁이라는 인물이 한몫했겠지만요.”
황제가 정신을 차린 이유. 최대 전력 중 하나인 에브라함이 배신을 한 이유.
그것은 모두 한 명 때문이다.
“정말이지 네놈은 내 인생에 도움이 되질 않는구나. 뇌를 좀먹는 벌레같이 아주 치가 떨려.”
“내가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매력덩어리인 게 죄는 아니잖아? 그보다 이렇게 되면 전세가 완전히 역전된 것 같은데?”
기사단과 마법사들만으로는 이 멤버를 상대로 이길 수 없다.
숫자가 많다고 하더라도 개개인의 질적 차이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벌어져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천유성과 테레사가 외곽에서 단단하게 버텨 주고 있는 게 가장 컸다.
기사들이 두당 일곱 명씩 들러붙었지만, 감히 그 둘을 뚫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확실히, 이렇게 되면 우리가 불리한 것 같군. 지금 이 상태로는 말이지.”
베인슈텔른이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포기하려는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처럼.
“아무래도 그대들까지 나서 줘야겠네. 이것까지 예상한 무림 측에겐 심심한 고마움을 표해야겠군.”
그 말을 끝으로.
“그러게요. 역시 저희가 오길 잘했군요.”
또 다른 변수가 개입했다.
***
지금까지 무덤에 발을 들이지 않았던 사람들이 베인슈텔른의 부름에 응답했다.
저벅. 저벅.
발소리와 함께 나타난 건 각 길드의 랭커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강자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선두에 있는 여자였다.
“처음 뵙겠어요.”
건강한 구릿빛 피부에, 긴 검은색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늘어진 게 인상적인 모습.
굳이 누군지 말하지 않아도 상대의 정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간다라…….’
정확히는 간다라를 이끄는 수장, ‘니라샤’다.
저릿! 저릿!
피부를 타고 전해지는 압박감.
단지, 걷고 있을 뿐인데도, 무덤 내부의 공기가 팽팽하게 조여지는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났다.
과연, 이게 인도 최강이라는 건가.
밸마리옐을 해치웠다는 게 결코 과장된 게 아니다.
단순히, 힘이나 마력의 양과 질을 떠나서…….
‘달라.’
무언가 다르다.
그리고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진혁이 ‘탐식의 눈’을 발동했다.
그런데.
욱씬!
“큭!”
엄청난 통증이 눈을 따라 퍼져나갔다.
[‘탐식의 눈’이 대상을 간파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현재 대상은 ‘만다라(SSS)’의 가호를 받고 있습니다.]최상위 등급의 만다라다.
이 시점에서 니라샤가 저걸 갖고 있다는 건…….
‘인도의 신격이 직접 보호해 주고 있다는 뜻이겠군.’
시스템의 제약 상 한계는 분명히 있을 테지만, 어떤 신격인지 파악이 안 되면 이쪽의 승산은 없다.
아무리 에브라함이 이쪽에 붙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방법은 하나뿐인가.’
저걸 뚫으려면 이쪽도 그에 걸맞은 걸 준비해야 한다.
진혁의 시선이 힐끗 뒤쪽에 있는 하늘의 지명석으로 향했다.
신격의 힘.
저걸 손에 넣어야만 니라샤를, 정확히는 그녀를 후원하고 있는 신격을 쓰러뜨릴 수 있다.
진혁이 빠르게 머리를 굴리고 있는 사이, 니라샤가 생긋 웃었다.
“특별한 눈을 가지셨군요. 솔직히 말해 놀랐습니다. 제 것보다 상위의 눈을 가진 플레이어는 처음 만나 봤거든요.”
“나도 벌써부터 신격들의 지원을 받는 플레이어는 처음 만나 봐. 인도 쪽은 그 기준이 꽤나 후한 가 봐? 아니면 네가 어지간히 비위를 잘 맞춰 줬거나.”
“그걸 아신다면 인간의 몸으로 신과 대적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계시겠네요.”
“미안하지만, 포기라는 걸 별로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말이지.”
진혁이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시간을 벌어 줄 수단을 찾기 위해서.
직접 이곳에 와 본 적은 없지만.
문헌을 통해 이곳의 비밀에 대해 몇 가지 봐 둔 기억이 있다.
“주연 배우들은 다 모인 것 같으니, 이제 파티를 시작해 보자고.”
진혁이 슬쩍 옆에 놓인 황금 반지를 집어 들었다.
베인슈텔른에 의해 결계와 방어 마법이 모두 멈췄음에도 남아 있는 죽음의 함정들이 있다.
바로…….
쿠쿠쿠쿵!
[도굴꾼을 위한 함정이 발동됩니다!]이런 것들이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