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244)
245화. 상위 신격 (2)
[신격들의 ‘성창 서고’를 개방하시겠습니까?]단 한 줄뿐인 문장.
최초로 탑을 정복한 자를 위한 세 번째 특전을 처음 봤을 때.
진혁은 터질 듯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느라,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까지 나온 특전들도 가히 사기라고 할 수 있었지만, 이건 그 차원을 한 단계 넘어선 종류였기 때문이다.
“그래.”
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 번째 특전이 공개되었습니다.] [고유 성창(固有聖唱) – 열화(劣化).]-상위 존재들이 보유한 고유 성창의 열화 버전을 재현할 수 있습니다. 단, 상위 존재와 마력을 공유하고 있는 도중에만 발동이 가능합니다.(숙련도에 따라 복사된 열화 버전의 지속 시간이 달라지며, 한 번 사용한 고유 성창은 세 번째 특전을 통해서는 다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고구마의 본신이 현현했을 당시 보여 준 ‘단죄의 검’.
‘성창 서고’는 만상 공유의 하위 버전의 느낌이지만, 발동 조건은 오히려 더 간편했다.
깊은 유대감을 유지하고 있지 않아도 그저 마력을 공유하고 있기만 해도 될 뿐이었으니까.
‘1번이라는 게 아쉽긴 하지만, 인스턴트로 써먹기에는 최고의 능력이다.’
진혁이 곧바로 모든 마력을 끌어 모았다.
쿠쿠쿠쿠!
가뜩이나 짙은 발톱이 더욱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썩어 가는 심장, 베리엘의 ‘고유 성창(固有聖唱)’이 재현됩니다.]발톱 사이로 드러난 기괴한 형태의 창.
아무리 단단한 갑옷과 두꺼운 방패로도 막을 수 없는 절대 판정의 악몽.
흑창(黑槍) ‘키샨’.
바로, 베리엘이 가지고 있는 고유 성창이다.
***
공기가 급변했다.
이변을 가장 먼저 깨달은 건 신격들이었다.
[저 능력은……!?]시바의 목소리가 낮게 울려 퍼졌다.
모를 리가 없다.
어찌 모를 수가 있을까?
고작 천 년 전. 신격들의 대대적인 전쟁 당시 마왕 베리엘이 지니고 있던 능력.
마창 중에서도 가장 지독하기로 알려진 흑창 ‘키샨’을.
느껴지는 힘은 그 당시의 십 분의 일도 채 되지 않았지만, 저 능력이 플레이어의 손을 통해 재현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 그 자체였다.
[너…… 대체…….]심지어, 베리엘조차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흥미로운 범주를 넘어 두려움이 느껴지는 시선이 진혁의 뒷덜미에 닿았다.
하지만, 두 녀석의 반응에 어울려 주고 있을 시간은 없다.
우둑! 콰드득!
벌써부터 키샨의 창날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열화판마저 너무나 강대한 마력을 담고 있기에.
‘기회는 단 한 번뿐.’
진혁이 창을 부러져라 쥐었다.
이대로라면 키샨을 30초간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순간.
파츠츠…….
공기가 압축되는 것만 같은 착각이 일어났다.
잔뜩 젖혀진 어깨와 압축되는 마력.
숨이 막힐 것만 같은 적막은 결코 착각이 아니다.
창끝을 따라 극한까지 모인 검은색 기운 위에, 고대 룬어가 새겨진 결계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가속’과 ‘유지’ 그리고 ‘관통’을 뜻하는 룬어들이었다.
“……큭!”
니라샤가 만다라를 통해 조금 전에 만들었던 황금색 막을 재구축했다.
그리고 거의 동시라도 좋을 찰나.
콰앙!
진혁이 반쯤 부서진 ‘키샨’을 투척했다.
질량이 느껴지지 않는 가벼움.
하지만 속도보다 놀라운 건 창이 지닌 능력이었다.
[만다라론 안 된다! 피해야 돼!]시바가 고함을 질렀으나, 이미 창은 만다라의 외벽을 파훼하며 안으로 파고든 뒤였다.
“어, 어떻게!?”
니라샤가 다급히 마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콰콰콰콰콰!
한 겹, 두 겹, 그리고 세 겹.
복잡한 수식과 신성력이 겹쳐진 술식들이 모조리 박살났다.
그렇게 도달한 마지막 방벽은 만다라 중에서도 가장 견고함을 자랑하는 핵심이었다.
위험하다.
그렇게 판단한 순간, 니라샤가 고유 능력을 해방했다.
[천년수절(天年守節) ‘극존만다라(極尊曼茶羅)’가 개화합니다!]연꽃을 연상케 하는 12개의 꽃잎들이 흐드러졌다.
창끝에서 퍼져 나가는 어둠에 저항하듯, 만개한 극존만다라가 금빛 광휘를 뿜어냈다.
쿠쿠쿠쿠쿠!
상상을 초월하는 마력과 마력의 격돌.
무덤 전체가 격렬하게 진동했다.
무게를 견디지 못한 니라샤의 다리가 서서히 지면 아래로 파고들었다.
“이까짓 거…… 겨우 이 따위쯤은……!”
니라샤가 어금니를 깨물었다.
인도 최대 재벌 가문의 외손녀.
엄청난 자본력을 바탕으로 시련의 탑에 관한 정보들을 선점한 게 자신이었다.
처음 시련의 탑이 나타나던 날. 탑에서 흘러나온 마력들이 스며든 레플리카를 독식한 것도 자신이었단 말이다!
‘나보다 강한 놈이 있을 리 없어.’
신격들의 마음에 들어 최선의 루트와 최강의 힘을 모두 얻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밀린다.’
파각! 콰드득!
연꽃이 부서진다.
상대의 창 역시 눈에 보일 정도로 그 형태가 붕괴되고 있지만, 그보다 만다라가 무너지는 속도가 한층 더 빨랐다.
[절대 판정 ‘부패의 숨결’이 대상을 침식합니다.]연꽃이 검에 물들었다.
뚫으려는 창과 막으려는 방패.
그 승부가 지금 이 순간 갈렸다.
퍼억!
날이 반쯤 나가 버린 창이 니라샤의 배를 관통했다.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한 움큼의 핏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커억…….”
니라샤의 몸이 기역자로 꺾였다.
아니…….
그렇게 됐다고 착각했다. 창에 관통당한 니라샤의 형체가 흐릿하게 사라지기 전까진.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제법이네. 금강저와 극존만다라를 동기화할 수 있는 영역까지 도달했다는 건가.”
만다라를 통해 정신 세계를 구현할 수 있을 줄이야.
과연, 인도 쪽에서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플레이어답다.
물론.
이 정도로 공간을 왜곡할 정도의 능력을 사용했으니, 그 여파가 거셀 수밖에.
“허억…… 허억. 허억.”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니라샤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식은땀이 흐르는 얼굴이 분노와 수치심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최강의 방패라고 생각한 ‘극존만다라’가 채 몇 초도 버티지 못하다니.
자신이 질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는 듯한 표정이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 넘었구나……. 베리엘, 저런 괴물을 대체 어떻게 손에 넣은 거냐?] [나도 이렇게까지 괴물 같은 놈일 줄…… 아니, 커흠. 봤냐? 마계가 밀어주는 플레이어의 수준이 이 정도다. 저 녀석은 특별히 내가 아끼는 놈이지.]신격들의 입에서도 믿을 수 없다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제 멋대로 김칫국을 마시는 게, 기가 막힐 지경이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전투를 마무리 짓는 일이다.
“많이 힘들어 보이는데, 어떻게. 계속할 거냐?”
전신에 과부화가 걸린 상태에서 마력을 무리하게 운용하다간 스스로 자멸할 확률이 높았다.
흔히 무림에서 주화입마라고 불리는 현상.
이성을 잃은 채 칠공에서 피를 뿌리는 광경은 그다지 유쾌하지 못할 것이다.
니라샤도 그걸 알았기에, 더 이상 덤빌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아무래도 이 싸움은 당신이 이긴 것 같네요.”
니라샤가 체념한 듯 짧게 혀를 찼다.
“현명한 결정이야. 나도 승부가 결정 난 싸움에 괜히 힘을 빼고 싶진 않거든.”
최우선 목표는 니라샤가 아니었을 뿐더러 간다라 길드의 랭커들을 혼자서 전부 상대하는 건 무리수였다.
여유 있는 척하고 있지만, 한계를 넘은 힘을 사용한 건 이쪽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자 다급해진 건 베인슈텔른이었다.
“니, 니라샤! 그만둔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우리…… 거래한 게 있지 않은가? 그걸 포기할 생각인가?”
“그 아이템이 꼭 갖고 싶긴 하지만, 목숨보다 중요한 건 아니라서요. 어차피 기회야 나중에 또 있을 테고요.”
“그럴 수가…… 잠깐. 잠깐만 기다려 보게.”
베인슈텔른이 다급히 손을 뻗었지만, 니라샤는 이미 마음을 굳힌 뒤였다.
“오늘은 저희가 졌습니다. 솔직히 말해 이렇게 깨끗하게 질 줄은 몰랐지만요. 제국에 관해선 당신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 내버려둘 수밖에 없겠네요.”
니라샤가 백기를 올렸다.
그것으로…….
무덤에서의 전투가 끝을 고했다.
…….
적어도 지금 당장은.
***
귀족들이 일으킨 반란은 하루 만에 종식되었다.
초대 라인하르트의 발언은 자기 잇속만 챙기려던 귀족들에게 커다란 물음을 던졌고. 대부분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에 전의를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마무리된 대사건.
라인하르트 3세는 그 반란의 책임에 일부는 자신에게도 있다며, 대부분의 귀족을 사면하였다.
초대가 말했던 것처럼 분노와 상처보다는 앞으로 제국을 번영하고 백성들의 안위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러한 자비에 모두가 해당되는 건 아니었다.
“이, 이것들이…… 내가 감히 누군 줄 알고! 놔라. 놓으란 말이다! 내가 제국의 공작 베인슈텔른이다. 으아아아!”
“제, 제발 살려 주십시오!”
“우리는 저자가 시키는 대로만 했을 뿐입니다. 그러니 제발!”
“맞습니다. 모두 공작이…… 저 씹어먹을 반역자 놈이 꾸민 일입니다.”
“이, 이것들이?”
“뭐가 이것들이냐? 네놈이 뱀 같은 혓바닥으로 황제 폐하를 시해하려고 주동하지 않았더냐?”
반란의 주동자 격인 베인슈텔른과 고위 귀족들이 포박당한 몸을 지렁이마냥 꿈틀거렸다.
서로를 탓하며 어떻게든 자신의 목숨만은 보전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그런 변명 따위를 들어줄 사형 집행관이 아니었다.
거친 손길이 뚱뚱한 귀족 하나를 형틀에 밀어 버렸다.
철컹!
“안 돼…….”
드르륵…… 콰앙!
“안 돼애애애……!”
단두대가 순차적으로 내려감에 따라 목숨을 구걸하는 소리 또한 점점 더 사라졌다.
***
반란의 상처가 어느 정도 수습되자, 라인하르트는 단합과 위로의 명목으로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
파티에 드는 모든 비용은 베인슈텔른 공작가로부터 몰수한 자금으로 충당했다.
수백 명의 귀족들이 한껏 멋을 낸 대연회장.
“하하하.”
“호호호.”
웃고 떠드는 소리가 내부를 가득 채웠다.
바로 그때.
“크흠! 큼! 귀빈 여러분께 제국을 구한 영웅들을 소개할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노집사의 목을 가다듬는 소리와 함께.
2층에 있는 문이 활짝 열렸다.
“엘리스 폰 아타락시아 양입니다!”
“테레사 드 로렌시아 양입니다!”
“안드리아 양입니다!”
노집사의 호명에 따라, 세 명의 여인이 계단을 따라 연회장으로 걸어 내려오기 시작했다.
순간, 연회장에 있던 모든 이들의 숨이 멈췄다.
지금껏 수많은 연회와 사교 모임으로 닳고 닳아 버린 말초신경.
어지간한 걸로는 그들의 기준을 만족할 수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영웅들이라 해서 이곳에 잠깐 초대받은 거지. 탑 밖에서 오거나 저층에서 머물던 자들 아닌가?
귀족이 아닌 그들에게 그런 우아함이나 기품이 있을 리 없다.
때문에, 전투에 관해서는 몰라도 사교에 관해서만큼은 자신들이 우위에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런 콧대 높은 자만심은 지금 이 순간 산산이 박살나 버렸다.
“헉!?”
“탑 밖에서 온 외인들이 무슨 귀족가의 영애들……보다 더 귀족 같아 보이는군.”
“저토록 아름다울 수가…….”
서로 다른 콘셉트의 드레스와 액세서리.
그러나 개인에게 너무나 잘 맞는 치장은 보는 이에게 감탄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마치, 세 명의 여신이 지상에 나들이를 나온 것처럼 세 명은 너무나 품위 있게 사교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다음은 강진혁과 천유성 님께서 입장하시겠습니다!”
뒤이어 진혁과 천유성의 등장은 또 하나의 장관을 연출했다.
“후. 나는 이런 거 답답해서 싫은데. 넌 은근히 편한 것 같다? 의대생들끼리는 이런 파티 같은 거 자주 했나 봐?”
“격식 있는 자리에선 무게를 좀 지켜라. 너도 입만 다물면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니까.”
“칭찬이야 그거?”
“얼굴값은 좀 하란 뜻이다.”
천유성이야 워낙 그 자체로 빈틈이 없는 외모였기에, 옷이 빛을 바래는 게 당연했지만.
모처럼 제대로 꾸민 진혁 역시 모두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세상에나…….”
“어쩜.”
“어머나.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네요. 호호.”
귀족가의 영애들이 힐끔힐끔 두 사람을 바라봤다.
깔끔하게 올백으로 올린 머리와 고급스러운 검은색 예복.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는 복장은 완벽하다는 것 외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한참이나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두 사람이 한 숨 고를 수 있게 된 건 그로부터 몇 십 분이 지난 이후였다.
시끌벅적한 연회장 속.
“받아.”
진혁이 테이블에 있는 와인 잔 하나를 건넸다.
동시에 목소리를 잔뜩 낮췄다.
이런 분위기라면 슬슬 말을 꺼내도 괜찮겠지.
“반응하지 말고. 조용히 듣기만 해. 결계를 펼쳐 뒀다곤 하나 엿듣고 있는 놈이 있을 수 있으니까.”
지금부터 해야 할 말은 저 위에 있는 놈에게 결코 알려져서는 안 되는 이야기다.
특히나, 그 존재가 시바나 베리엘보다 더 까다로운 놈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