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253)
254화. 유럽에서의 Vlog 일상 (1)
다사다난했던 밤 마실 이후 삼 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제국과 무림은 여전히 전쟁 중이긴 했지만, 서로의 전력을 수습하기 위해 잠시나마 휴전을 선언했다.
적어도 몇 주 정도는 마족들의 습격으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며, 전열을 가다듬을 것이다.
그리고 진혁은 삼 일 동안 쌓인 일들을 처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거인들의 성채 역시 공국으로서의 지위를 보장받았으나, 영지 관리를 위해선 해야 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발뭉 또한 내구도가 많이 하락해 있던 터라, 수리가 필요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이 일은 드워프 대장장이인 오룬이 맡아 주기로 했다.
흔쾌히, 아주 자발적으로 말이다.
-이, 이런 엄청난 걸 나보고 수리해 달라고?
-예. 오룬 님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내구도가 상당히 많이 닳아 있어서 꼼꼼하게 좀 부탁드립니다. 다 되면 제 아공간 인벤토리 좌표로 넘겨 주시는 것 잊지 마시고요.
-그, 그러다 내가 깨먹기라도 하면 어떡하라고?
-그럼, 몸으로 갚으셔야죠. 아.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다 갚을 때까지 절대 죽이거나 하진 않을 테니까요. 그저 햇빛도 안 들어오는 골방에서 하루 한 끼만 먹이면서 망치만 두드리게 할 거니 전혀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
훈훈한 대화가 오고간 건 덤이다.
그렇게 제국에서의 일을 마무리한 진혁은 유럽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본래라면, 15층을 공략하기 전 한국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즐길 생각이었지만, 테레사의 간곡한 권유로 인해 일행들은 유럽에 있는 테레사의 본가를 방문하기로 한 것이다.
진혁과 엘리스, 안드리아, 오필리아, 월영 그리고 천유성이 공항에서 마중 나온 롤스로이스 고스트를 타고 도심을 지나 한적한 교외로 이동했다.
시간차를 두고 유연화와 이태민도 합류했으니, 주력 멤버라 할 수 있는 이들이 모두 모이게 되는 셈이다.
얼마나 달렸을까?
차가 멈춘 곳은 대자연이 어우러진 명소였다.
***
“와아…….”
“호오.”
“이야. 진짜 부자는 부자네.”
모두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입구 근처에 위치한 3층짜리 저택은 전체가 하얀 대리석으로 지어져 있었다.
고풍스러운 조각상과 원목으로 만든 정자 그리고 그 주위에 만들어 둔 자그마한 호수까지.
과연, 유럽에서 알아주는 명문가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바로 그때.
“다들 오셨어요…… 아. 근데 다들 저희 알랙산드로 집 앞에서 뭐 하세요?”
테레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가왔다.
“알랙산드…… 뭐?”
“알랙산드로요. 진혁 님도 아시잖아요. 제가 직접 드렸던…….”
알랙산드로. 알랙산드로라면…….
설마……?
아! 이제야 알겠다.
“저한테 분양해 주셨던, 햄스터 말이군요. 아니, 잠깐 그럼, 이 집이 햄스터 집이라는 거예요?”
이 거대한 저택이?
실화냐?
대륙이었으면 3대는 물론, 사돈의 팔촌에 그 옆집 사는 사람들까지 족히 들어가서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네. 저희 애가 좀 넓은 곳을 좋아해서요. 자유롭게 키우려고 하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테레사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자세히 보니 저택 중앙에 해바라기씨를 쥐고 있는 근엄한 표정의 햄스터 사진이 걸려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황금색 왕관과 붉은색 모피로 만든 망토.
바로, 알랙산드로 2세다.
“무, 무슨 놈의 햄스터 집이…….”
“세상에나, 내가 햄스터 보다 작은 데 살고 있었다니.”
유연화와 이태민이 입을 쩍 벌렸다.
“…….”
심지어 천유성조차 당황한 듯 눈썹이 역팔자로 휘었다.
모두의 시선이 테레사의 재력에 쏠리자, 옆에 있던 엘리스가 볼을 부풀렸다.
꾹꾹.
날카로운 손가락이 진혁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왜?”
“내가 살던 궁전은 여기보다 훨씬 더 크고 으리으리해. 막 박쥐로 만든 동상도 있고. 정원엔 페가수스도 뛰어 놀고 그런다?”
무슨 질투심 넘치는 꼬맹이도 아니고.
옆에서 칭얼거리는 게 영락없는 애다.
며칠 전 그토록 고고하고 강했던 진조와 동일 인물이 맞는 건지 의구심이 들 정도랄까.
“그래그래. 나중에 네 집도 꼭 구경시켜 줘.”
피식 웃은 진혁이 엘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모기!”
고구마도 알랙산드로의 사진이 부러웠는지 호박색 두 눈을 연신 깜빡였다.
“으음. 그래, 우리 구마도 다음에 근사한 액자 하나 만들어 줄게. 저것보다 훨씬 큰 걸로.”
아무렴, 고대종 체면이 있지. 일개 햄스터한테 뒤질 순 없다.
그렇게 주변의 경치를 보며 얼마나 걸었을까?
정문에서 한참이나 지나서야 테레사의 본가가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조금 전과는 아예 차원이 다른 대저택.
숲 가장자리를 넘어서까지 뻗어 있는 저택의 끝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중동 부호들도 한 수 접는다고 하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어.’
예전부터 명망 있는 귀족 출신 가문인 데다, 시련의 탑이 등장한 이후 마정석 정제 기술까지 확보한 로젠베르크는 그야말로 꽃길을 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거기에 테레사가 아웃브레이크로부터 암스테르담을 구하고 탑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으니 호랑이 등에 날개가 날린 꼴이다.
“오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어서 오십시오.”
사람 좋게 생긴 중년 남성이 마중 나왔다.
“저는 테레사의 부친 되는 사람입니다. 편하게 더스틴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하하.”
더스틴 드 로젠베르크.
그래. 바로 이 남자가 뉴스에서 자주 보던 테레사의 아버지다.
“처음 뵙겠습니다. 강진혁이라고 합니다.”
진혁이 환하게 웃으며 화답했고 뒤를 이어 엘리스와 천유성 그리고 나머지 일행들이 짤막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명예의 전당이나 뷰튜브에서만 보던 유명 인사분들을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되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저희를 알고 계시나요?”
“물론입니다.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 고인물 코퍼레이션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특히 강진혁 플레이어님이라고 한다면 그 어떤 랭커보다 널리 알려진 유명인사십니다. 누가 뭐래도 리치로부터 유럽 전체를 구하셨으니까요. 그것도 단신으로 말이죠.”
무언가 생각났는지, 더스틴이 품 안에서 편지를 꺼냈다.
“내 정신 좀 봐. 워낙 들뜬 나머지 이걸 깜빡할 뻔했군요. 영국의 수상께서 직접 쓰신 감사 편지입니다. 이건, 프랑스의 대통령께서 꼭 전해 달라고 하신 편지고요. 이뿐만이 아니라 유럽 전체가 강진혁 플레이어님께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후두둑 쏟아지는 한 뭉텅이의 편지들.
음.
그동안 하도 탑에서만 보내느라 잘 몰랐는데.
이름이 많이 알려지긴 알려졌나 보다.
이렇게 각 국의 대표들이 너도 나도 나서는 걸 보면 말이다.
진혁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비틀렸다.
뭐.
‘감사 인사는 허울이고 더스틴을 통해 나와 인맥을 구축해 두고 싶다…… 이런 게 본심이겠지.’
이해는 한다.
탑에서 활약할 수 있는 랭커의 영향력은 군대보다 더 파급력이 컸으니까.
“당연한 일을 한 것뿐입니다. 오히려 이렇게 생각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하하. 겸손하시기까지. 역시, 정상급 랭커는 다르군요. 정말로 탐이 납니다.”
탐이 난다라…….
역시, 유럽 쪽 길드와 끈을 이을 생각인 건가.
이런 식의 스카우트 제의는 이미 여러 차례 받아 본 터라 대수롭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어떠십니까? 이참에, 저희 막내딸과 진지하게 한번 만나 보시는 것은? 제 입으로 말하긴 뭐 하지만, 테레사가 어딜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마침, 둘 다 결혼 적령기이기도 하니 성대하게 약혼식을 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산전수전을 다 겪은 진혁마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예?”
“아버지!”
“안 돼!”
세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멍한 표정의 진혁과 볼이 붉게 달아오른 테레사, 마지막으로 송곳니를 드러낸 엘리스였다.
“마음 편이 쉬자고 해서 왔건만, 아무래도 다 틀린 것 같군.”
천유성이 질렸다는 듯 혀를 찼다.
“와아아. 헤에.”
안드리아만이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아침 드라마 같은 장면을 흥미롭게 구경했다.
***
더스틴의 폭탄 발언에 한 차례 폭풍우가 지나갔다.
테레사가 이렇게나 당황하는 모습도 처음 봤고 엘리스가 이렇게나 분노하는 모습도 처음 봤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계약자가 결혼이니 뭐니 하는 것에 정신이 팔려 계약을 어기는 게 걱정되는 거겠지.
“아버지는 저랑…… 단둘이 이야기 좀 해요. 진혁 씨. 정말 죄송해요. 아버지가 괜히 이상한 소리를 해서…….”
“어허. 너도 여태껏 강진혁 플레이어님에 대해 좋은 말만 해 왔지 않느냐? 그렇게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고 하더니, 이렇게나 좋은 분이 있다면 당장 잡아야지. 강진혁 플레이어님도 진지하게 한번 고려해 주십시오. 저희 가문이라면 강진혁 플레이어님에게 결코 해가 되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이번에 마정석을 통해 무기를 강화시키는 신기술을 찾아냈는데…….”
“아버지!”
더스틴이 테레사에게 반강제적으로 끌려가는 것으로 사건이 일단은 마무리되었다.
이후, 일행들은 저녁 식사 전까지 저택을 구경하며, 자유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뭔가 심통이 난 엘리스는 자취를 감췄고.
천유성은 호수가 보이는 정자에 앉아 I-pad에 담아 둔 해부학과 골학 PPT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진혁은…….
홀로 숲속 한가운데로 향했다.
‘이쯤이면 되려나?’
레이드 이후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들이 남아 있었다.
성장과 보상을 확인하는 것이다.
‘태민이랑 연화는 30분 뒤에 오라고 했으니, 그전에 빨리 확인해 봐야겠어.’
먼저.
진혁이 개인 상태창을 활성화시켰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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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강진혁
성별: 남
나이: 27세
레벨: 94
힘 89 민첩 30 체력 40 마력 221 간극 100 행운 10 적응형 78 정기 4,367
보유한 스탯 포인트: 24
보유한 코인: 0
직업: 룬의 해석사
고유 능력: ‘융합(融合)’, ‘검의 무덤’, ‘별의 가호’, ‘아누비스의 심판’, ‘혈마기(血魔氣)’, ‘만다라(曼茶羅)’, ‘1초 무적’, ‘천독(千毒)’, ‘하얀 맹수’, ‘만상공유(萬祥共有)’, ‘태양의 성역’, ‘흑천마황공(黑天魔皇功)’, ‘트리플 매직’, ‘거신의 일격’, ‘화룡의 숨결’, ‘고속검(高速劍)’, ‘툼그레이브의 오른팔’, ‘버서커’, ‘바람의 영역’, ‘음영극살(陰影亟殺)’, ‘혈폭(血爆)’
스킬: ‘태초의 불꽃’ Lv13, ’탐식의 눈’ Lv12, ‘교감’ Lv9, ‘염혼의 낙인’ Lv10, ‘독식’ Lv8, ‘얕은 호흡’ Lv8, ‘빙하조형(氷河造形)’ Lv13, ‘데이라이트’ Lv11, ‘거인의 손아귀’ Lv8, ‘추혼검(追魂劍)’ Lv9, ‘이중 첩자’ Lv2, ‘진태청화랑심법(眞太淸花郞心法)’ Lv7, ‘검마제왕보(劍魔帝王步)’ Lv12, ‘흐릿한 체취’ Lv3, ‘정신 방벽’ Lv5, ‘천상의 선율’ Lv4,‘이세계 식당’ Lv4, ‘적색마탄(赤色魔彈)’ Lv10, ‘천라지망(天羅地網)’ Lv3, ‘영혼 흡혈’ Lv4, ‘마혼검(魔魂劍)’ Lv3, ‘달을 가리는 손톱’ Lv9, ‘발검(拔劍)’ Lv2, ‘언데드 제조’ Lv5, ‘전장 선택’ Lv4, ‘외교’ Lv2
결계: 배운 결계의 숫자가 너무 많아 ‘접어 두기’ 상태로 전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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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고생이 느껴지는 고유 능력과 스킬들을 보자 진혁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역시, 가주급이 되면 주는 경험치도 차원이 다르네.’
무려 8레벨.
데카서스를 처리하고 24포인트의 스탯을 확보했다.
이제 레벨이 세 자릿수에 가까워진 걸 생각하면, 8개의 레벨이 한꺼번에 오른 건 터무니없다고 밖에 표현할 말이 없었다.
‘발뭉을 다루려면, 힘에도 포인트를 적절하게 분배해 줘야겠어.’
[힘이 89 → 101으로 상승합니다.] [마력이 221 → 233으로 상승합니다.]좋아.
이걸로 스탯 포인트 분배는 끝났고.
다음은 대망의 보상을 확인할 차례다.
진혁의 시선이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갓 꺼낸 붉은색 액세서리로 향했다.
데카서스의 인장.
솔직히 이게 나올 줄은 몰랐다.
과거에도 가주급을 사냥한 적은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40층 이후에서의 정식 레이드에서의 일이었을 뿐.
이런 식으로 불리한 조건 속에서 맞붙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그러니 보상도 그에 걸맞은 게 나온 거겠지.’
데카서스의 인장은 데카서스 가문에 소속된 모든 뱀파이어들에게 지배력을 갖게 되는 건 물론, 가주급에 해당하는 권위를 지니게 만들어준다.
한 마디로 새로운 가주가 탄생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인장이 지닌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뮬람이 생전에 사용했던 성유물.
고유 성창에 버금가는 최강의 아티팩트를 놈이 속한 층계에서 벗어나 이곳으로 불러올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인장이 다른 어떠한 보상보다 압도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후우.”
진혁이 떨리는 심장을 가라앉혔다.
손끝을 타고 마력이 인장으로 흘러들어갔다.
동시에.
우우우웅!
[‘데카서스의 인장’이 발동됩니다!]눈부신 빛이 점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