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254)
255화. 유럽에서의 Vlog 일상 (2)
그그그극!
차원의 틈이 갈라지며, 보라색으로 물든 공간이 나타났다.
바로, 아뮬람의 개인 창고로 이어지는 게이트였다.
‘이제 선택의 시간인가.’
만약, 이대로 40층대로 가서 인장을 사용할 경우 아뮬람이 사용했던 모든 성유물들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상층부의 아이템을 강제로 그 아래층이나 탑 밖으로 현현시킬 경우 가져올 수 있는 성유물은 단 한 개뿐이다.
‘나머지는 그 대가로 파괴되게 되어 있지.’
다시 말해 지금 당장 좋은 걸 쓸지 아니면 참았다가 나중에 모든 걸 사용할지 정하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최고의 정답은…….
진혁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당연히 어느 것 하나 버리지 않는다.’이다.
뭐 하러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하나?
성유물 중 하나를 이곳으로 불러와서 잘 쓰고 나중에 나머지도 40층대에서 잘 쓰면 그만인데?
멍청한 뱀파이어들이야 시스템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느라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사실, 완벽한 것처럼 보이는 시스템에도 허점은 존재했다.
아주 치명적인 허점이 말이지.
[고유 능력 트리플 매직 – ‘무한의 마법’이 발동됩니다.]진혁의 주위로 고대 룬어가 새겨진 마법진이 나타났다.
하나 둘, 셋.
총 세 개의 마법진은 각각 붉은색 푸른색 초록색을 띠고 있었다.
[고유 능력 ‘혈마기’가 개화합니다.]오묘한 빛을 지닌 소용돌이가 붉은색 마법진 위에 나타났다.
여기에 초록색 마법진 위에 발현시킨 ‘정신 방벽’을 혈마기 전체에 둥글게 덧씌웠다.
포장을 하듯 혈마기의 기운이 가능한 한 오랫동안 유지되도록 말이다.
마지막으로.
[Lv13 ‘빙하조형(氷河造形)’이 발동됩니다.]그렇게 만든 더미를 통째로 얼리기 시작했다.
푸른색 마법진을 따라 한기가 피어오르며, 얼음이 점점 더 검의 형상을 자아냈다.
‘정신 방벽’과 ‘빙하 조형’이 혈마기의 짙은 마기는 그대로 내보내 뱀파이어 특유의 향은 재현하되.
그 외의 마력은 철저하게 걸러내는 뜰채 역할을 한 것이다.
“후우.”
진혁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정교하게 계산된 작업을 하느라 얼마나 집중했는지,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도 몰랐다.
그래도.
드디어 완성했다.
‘이거라면 시스템을 한 번 정도는 속일 수 있겠지.’
시스템이 위화감을 느껴 오류를 보완하려고 할 때쯤이면 이미 원하는 목적은 모두 달성한 뒤일 것이다.
그럼 어디 어떤 걸 바꿔치기 할지 살펴볼까?
진혁이 틈 속에 있는 아이템을 샅샅이 훑어봤다.
반지와 목걸이 레이피어 낡은 책 한 권 그리고 액자에 있는 그림이 보였다.
앞에 있는 세 개는 본 적이 있는 것들이지만, 뒤에 있는 두 개는 진혁조차 처음 보는 아이템들이었다.
‘확인을 하고 고르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되는 건 좀 아쉽네.’
탐식의 눈을 발동하는 것만으로도 선택을 한 것으로 간주되기에, 이 부분은 오롯이 운과 직감에 맡겨야 한다.
역시나 안전한 건 이미 스탯과 성능을 알고 있는 아이템들을 고르는 것이다.
이거라면 최소한 인장을 사용한 최소한의 가치는 확보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바로 그때.
“……!?”
진혁의 눈에 무언가 들어왔다.
액자 속 그림. 정확히는 그림의 한쪽 구석에 있는 문자가 눈에 들어왔다.
기존의 고대 룬어보다 훨씬 더 난해하고 복잡한 다중 구조로 구성된 문자.
바로 ‘잃어버린 언어’다.
게다가 자세히 보니 그림 속 풍경도 어딘가에서 본 듯한 풍경이었다.
상상 속이 아닌 현실을 재현한 풍경화.
‘……단순한 그림이 아니었어.’
그래. 이건 그림이 아니다.
오히려 지도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잃어버린언어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 주는.
그렇게나 찾아내려고 했던 탑의 비밀 중 하나를 찾아낼 수 있게 되다니.
고민 따윈 필요 없었다.
진혁이 얼음으로 만든 더미와 그림을 바꿔치기 했다.
우우우웅!
시스템이 묘한 공명음을 토해냈지만, 아주 잠시뿐이었다.
[명화(名畫) ‘침묵이 스며든 곳’을 획득하셨습니다] [침묵이 스며든 곳]입수 난이도: 측정 불가
내용: 데카서스 가주인 아뮬람 드 데카서스가 소장하고 있는 그림입니다. 탑의 어느 부분을 그린 풍경화이지만, 정확히 그 위치가 어디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특정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자만이 이 그림의 진정한 진가를 꿰뚫어볼 수 있을 겁니다.
특정 능력을 보유한 자만이 진가를 알아볼 수 있다는 건…….
곧, 룬어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여야 한다는 뜻이다.
정확히는 이 언어가 잃어버린 언어라는 걸 알고 있어야겠지.
여러 개의 다중 룬어로 되어 있어서 정확히 이 문자가 어떤 걸 뜻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불’.
룬어의 일부분은 분명 그렇게 적혀 있었다.
상식적으로 그림에 불을 붙이는 미친 짓은 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것이리라.
‘하긴, 이런 고가품을 태워 버리는 머저리는 없을 테니.’
진혁이 손끝에 마력을 집중했다.
화르륵!
‘태초의 불꽃이 그림의 모서리를 갉아먹었다.
그러자 바로 그 순간.
거짓말처럼 그림 속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태양이 비추던 숲과 평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12개의 검은색 기둥이 우뚝 세워진 장소가 나타났다.
‘……여기는.’
그리고 바뀐 곳은.
진혁 역시 알고 있는 장소였다.
***
30분 뒤.
진혁은 흩어져 있던 일행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지금부터 연화랑 태민이는 간단하게 테스트를 좀 볼 거야. 거창한 건 아니고 내가 지명하는 상대와 대련하기만 하면 돼.”
“각자 한 명씩?”
“아니, 너희 둘은 팀을 이뤄야지. 그동안 계속해서 합을 맞췄잖아?”
앞으로 두 사람 역시 탑을 오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줘야 했기에, 지금까지 어느 정도 성장을 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겸사겸사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홍보 영상도 만들 생각이었고.
‘세력이 중형급으로 성장했으니 그에 걸맞은 메인 영상과 홈페이지가 필요하긴 해.’
그렇다.
회사의 홍보.
사실 이게 제일 핵심이긴 하다.
근사한 장소도 협찬 받았겠다, 출연진들도 화려하겠다. 제작비야 열정 페이로 충당할 수 있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회사의 홍보 영상에 출연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다들 자신들이 착취당한다는 걸 깨닫게 되겠지만, 그땐 이미 지옥의 구렁텅이에 빠져 버린 뒤겠지.
“정말 괜찮겠어? 우리 둘을 상대로 한 명이면 힘들 텐데?”
“형. 예전의 저희라고 생각하면 안 될걸요? 연화 누나랑 둘이서 공략한 미궁 숫자가 2자리 수예요.”
유연화와 이태민이 자신만만하게 앞으로 나섰다.
확실히…… 두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시련의 탑 커뮤니티에서 뽑은 ‘최강의 듀오’에서도 상위권에 랭크됐던 영상이 기억난다.
역시 한국의 고인물들이 다르긴 다르다며 댓글이 줄을 이었었지.
그렇다면…….
“안드리아.”
진혁이 옆에 있던 안드리아를 호명했다.
“제가요?”
“그래. ‘여우구슬’을 사용해도 좋아.”
“……네. 한번 해 볼게요.”
안드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드리아가 수인화(獸人化) 영물 ‘구미호’를 사용했습니다!]사르륵…….
안드리아의 뒤에서 불꽃을 머금은 9개의 풍성한 꼬리가 자라났다.
뾰족한 귀가 머리 위로 돋아났고 동공의 색깔도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이건 대박이다.
벌써부터 조회수가 치솟는 게 온몸으로 느껴졌다.
반면.
“……태민아.”
“응. 형이 둘이서 상대하라고 한 이유를 알겠네.”
유연화와 이태민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사라졌다.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2명이라는 수적 우위가 결코 승리를 장담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쿠쿠쿠쿠쿠!
유연화의 양 팔과 다리에 맑고 깨끗한 마력이 응집되기 시작했다.
정제된 태청화랑심법의 기는 곧 완전한 형을 갖췄다.
근접전에서 탁월한 능력을 자랑하는 격투가.
콰앙!
유연화가 자리를 박차고 앞으로 달려갔다.
[이태민이 고유 능력 ‘기계 군주’ – ‘아포칼립스 가디언’을 발동합니다!]이태민 역시 능력을 사용했다.
철컹!
이태민의 전신이 은색 갑주로 둘러싸였다.
호오.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보통 드론과 소형 포탑을 주로 사용하던 이전과 달리, 시전자가 직접 전투에 임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라니.
마치, 제국에서 봤던 타이탄과 비슷한 구조다.
‘태민이도 그동안 기계 군주 능력을 상당히 많이 익혔나 보네.’
이거 점점 더 흥미진진해진다.
끝내주는 BGM에 그럴 듯한 내레이션만 삽입해 준다면 프롤로그 영상으로선 완벽할 거다.
진혁이 모든 장면들을 빠짐없이 녹화했다.
***
그로부터 몇 시간이 지났을까?
로젠베르크 대저택의 정원엔 꽤나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내, 내가……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최후의 검. 바로 검성 천. 유. 성이다……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이런 빌어먹을! 내가 대체 왜 이런 짓거리를 해야 하는 것이냐!”
천유성이 들고 있던 검을 내팽개쳤다.
분노로 인해 가슴이 연신 들썩였다.
하여간 프로답지 못하기는.
“네가 검을 뽑는 장면이 진짜 잘 먹힌다니까? 분위기 좀 제대로 잡고 목소리 깔면 조회수가 하늘나라로 갈 수 있어.”
“웃기지 마라. 어차피 전부 너 좋은 일만 하는 게 뻔한데, 내가 이런 쪽팔린 짓을 해야 할 이유는 없다.”
천유성이 가차 없이 선을 그었다.
흠…….
“하는 수 없지. 월영아. 네가 대신 검성 역할을 하자.”
“제가 말입니까 주군?”
“그래. 사실, 실력이나 외모나 너도 밀릴 게 하나 없으니 충분해. 아니, 오히려 실력은 네가 한 수 위일걸?”
진혁이 슬쩍 천유성을 바라봤다.
얼굴이 흙빛으로 변한 게 아주 제대로 열이 받은 것 같다.
“내가…… 실력에서 밀린다고?”
“공식적으로는 그렇겠지. 이 영상은 우리 회사의 서열을 정리하는 영상이기도 하니까. 월영이가 앞으로 검성 역할을 맡고 너는…… 지나가던 포졸 3 정도로 하지 뭐.”
주인공이 칼 휘두르면 저 멀리서 맞고 죽는 역할.
화면에서는 1초 정도 나올까 말까 하는 엑스트라 중의 엑스트라가 딱이다.
“크윽! 비켜라. 내가 하겠다.”
천유성이 다시 검을 잡았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다.
조만간 한국대도 개강을 한다고 하는데, 본과생들 앞에서 포졸 3으로 소개되는 건 아무리 천유성이라도 피하고 싶을 것이다.
바로 그때.
진혁의 시선이 반대쪽으로 향했다.
그곳엔 오와 열을 맞춰 포즈를 취하고 있는 고구마와 정령수들이 있었다.
“땅.”
“불…….”
“바아람…….”
“모오오이기이이.”
기진맥진한 목소리에선 힘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벌써 78번째 정령특전대 & 고대종의 비행 영상 콜라보를 하고 있으니 당연히 지칠 수밖에.
거듭된 NG로 인해 살라맨더의 입에선 불꽃 대신 검은색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노움의 몸은 마르고 눅눅한 흙이 아니라 축축한 진흙으로 변해 있었고.
하지만.
“아니야. 그게 아니야. 더 열정을 담아서 파이팅 있게 다시 해 보자. 그 왜 있잖아. 좀 더 강렬하고 임팩트 있게. 막 폭죽이 터지는 듯하면서도 웅장하고 장엄하게. 또 아름다고 화려하게. 응? 대충 그런 느낌 알잖아?”
진혁은 박수를 치며, 79번째 촬영을 요구했다.
결국, 참다 못한 실피드가 대표로 나섰다.
“주, 주인. 우리 죽을 것 같다. 정령에게도 주 50시간 근무와 1시간 근무 시 10분의 휴식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쉬고 싶다고?”
“그렇다.”
“딱 1시간 전에 그런 말을 했던 애가 하나 더 있었지. 너희들은 왜 운디네가 안 보이는지 궁금하지 않아?”
진혁이 생긋 웃었다.
물의 정령 운디네.
그러고 보니 정령수 중 하나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우, 운디네는 어디 있는 건가 주인. 편하게 쉬고 있는 중인 거겠지?”
“흠.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
“대답해라 주인. 운디네는 지금 어디 있는 건데!”
“자기는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더 이상은 못 하겠다고 하더라고.”
물의 정령답게 흐르는 물속에서 느긋하게 쉬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쉬게 해 줬다.
바로 앞에 보이는 호수에서 말이지.
그런데. 잔잔해야 할 호수의 표면에는 거친 물결이 거세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주인. 호수에 왜 파도가 일어나는 건가?”
살라맨더가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그거야. 식사시간에 먹으려고 ‘블러드 피라냐’를 풀어 뒀거든.”
격하게 움직일수록 살이 탱탱해지는 특성이 있는, 오직 탑에서만 볼 수 있는 명물이 바로, 블러드 피라냐다.
그리고 아마 운디네는 저 안에서 열심히 술래잡기를 하고 있을 거다.
“히이이익……!”
“주, 주인! 저기. 운디네의 비명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착각이야. 운디네는 지금 편하게 쉬고 있거든. 물론, 얼마나 편안한지 궁금하면 너희들도 같이 쉬게 해 줄게.”
“…….”
“나는 영화 촬영이 좋다. 예전부터 정령계의 슈퍼스타가 되는 게 꿈이었다.”
“나도 나도!”
“헤헤. 어서 빨리 다시 찍고 싶어.”
더 이상 정령수들의 불만은 없었다.
모두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어떻게 하면 더 완벽한 포즈와 장면을 연출할 수 있을지 열심히 토론을 벌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