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256)
257화. 15층, 통곡의 마녀 (1)
“인도의 니라샤라고 요즘 핫한 랭커가 있어. 남궁천 이후에 가장 이름이 널리 알려지고 있는 괴물이야.”
니라샤라…….
예상했던 이름이 튀어나왔다.
“소문으로는 오빠랑 제국에서 한 판 붙었다고 하던데?”
“약간의 히스토리가 있긴 하지. 그리고 또?”
“그 외에도 단군과 올림포스가 움직였어요. 단군에서는 신예 랭커인 박정진을 보냈고 올림포스는 마리아라는 마도사가 공격대를 이끌고 있어요. 다들 쟁쟁한 랭커들이죠.”
간다라, 단군, 올림포스.
무려 3개 거대 길드의 연합.
유연화와 이태민을 통해 전해들은 정보들은 꽤나 흥미진진했다.
자존심 빼면 시체라는 놈들이 그 콧대가 꺾였다는 뜻이었으니까.
‘과연, 혼자서는 안 되니 셋이서 함께해 보겠다는 건가.’
진혁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비틀렸다.
하여간, 발상 하나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단순하다.
통곡의 마녀가 있는 유적은 단순히 숫자가 많다고 클리어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말이지.
그래도 이곳을 찾아냈다는 건 시련의 탑을 꽤나 오래 플레이한 고인물을 섭외했다는 뜻이리라.
“다른 특이한 점은 없었어?”
“아. 한 가지 더 있었어. 지인을 통해서 알아낸 건데, 얘네가 구독자만 볼 수 있는 공지를 올렸더라고. 이곳을 공략하겠다면서. 근데, 계속해서 물만 먹고 있는 중인 것 같아. 공지 올린 날짜가 글쎄 5일 전이라니까?”
“누나 말이 맞아요. 여전히 주력들이 유적 밖에서 대기하고 있기도 하고. 힐러들은 지금도 부상자들을 치료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거든요.”
유연화와 이태민이 한 마디씩 덧붙였다.
‘안달이 난 공격대와…… 계속된 실패. 거기에 통곡의 마녀가 있는 유적의 특징까지.’
이거 일이 재밌게 돌아간다.
어쩌면 기존에 계획했던 것보다 더 효율적인 공략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위험 부담이 꽤나 올라갈 테지만…….
상관없다.
그걸 해결해 줄 든든한 친구들이 바로 저기 있으니까.
***
툭. 툭. 툭…… 콰앙!
규칙적으로 이어지던 소리가 이내 거대한 폭발음이 되어 울려 퍼졌다.
테이블이 수십 조각으로 쪼개지며 사방으로 튕겨나갔다.
“하아. 하아. 하아.”
분노와 수치심으로 인해 붉게 물든 얼굴.
바로, 간다라를 이끄는 수장이자 인도의 천장이라 불리는 랭커, 니라샤였다.
난데없는 굉음에, 천막 안으로 근육질의 남자가 들어왔다.
“마스터…… 괜찮으십니까?”
“나가세요.”
“하지만……!”
“지금 회의 중인 거 안 보이나요? 나가라고!”
“아, 알겠습니다.”
니라샤의 심기가 불편한 수준이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시련의 탑이 도래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절망이나 좌절도 맛보지 못한 니라샤였다.
아니, 여전히 관습처럼 남아 있는 카스트 제도와 재벌이라는 두 개의 칼자루를 쥔 덕분에, 니라샤는 태어난 순간부터 성공이 보장되어 있는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대체 이게 무슨 개쪽이란 말인가?
이곳에 온 지 벌써 5일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내부로 진입하기는커녕 번번이 입구에서부터 고배만 들이마시고 있었다.
자신만만하게 나선 연합 공격대로선 체면을 구겨도 이만저만 구긴 게 아니다.
“화가 난 건 이해는 합니다만, 이래 봤자 달라질 건 없습니다. 무엇보다 쉽지 않을 거라는 건 처음부터 알고 왔지 않습니까?”
천막의 가장자리에 서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단군 길드의 공격대를 이끄는 랭커 박정진이였다.
그 옆에는 올림포스에서 온 마리아도 있었다.
“일단 좀 치워야겠네요.”
마리아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스태프를 휘둘렀다.
우우웅!
산산조각 났던 테이블이 다시 원상으로 복귀되었다.
“박정진 플레이어님 말이 맞아요. 지금 중요한 건 실패에 분노할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레이드를 성공시킬지. 그 답을 찾아내는 거니까요. 차라리 처음 계획했던 대로 시간을 들여서 정문 쪽 루트를 공략하는 게…….”
“정문? 정문이라고요? 마리아 님도 알고 계실 텐데요? 정문 쪽으로 가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게 될지 정도는요.”
정석대로라면 유적을 공략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정문을 통하는 길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격대는 정면이 아닌 우회 루트를 통해 공략을 시도했었다.
장거리 탐지 마법으로 내부를 스캔한 결과 정문에서 보스 방까지 이어지는 길이 너무나 먼 탓이었다.
적어도 한 달.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이 걸릴지도 몰랐다.
“어떻게든 게이트 가디언을 쓰러뜨리고 최단 거리 루트를 확보해야 합니다. 이번에도 질질 끌었다간 전 세계 사람들이 저희 대형 길드를 완전히 머저리로 볼 거예요.”
물론, 이 말은 다소 어폐가 있다.
거대 길드들이 지금까지 놀고먹기만 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어떻게든 탑을 오르고 미궁과 유적들을 탐험하며, 인지도를 쌓아올리기 위해 악착같이 매달렸다.
그 결과.
12층과 13층, 그리고 14층에 있는 제법 굵직한 곳들을 공략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부족했다.
죽을 각오로 달성한 업적들조차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엔 역부족이었다.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얻는 성과가 너무나 미미했기 때문이다.
“보이세요? 저희가 이룬 것들이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니라샤가 텐트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스크린을 가리켰다.
시련의 탑 커뮤니티와 뷰튜브에서 그동안 대형 길드들이 올린 공략 영상과…….
그 반응들이었다.
-yeo: 13층 미궁 ‘태양 밀림’이네. 단군 길드에서 공략했다고 떠벌리던 게 여기였어?
-cho: B랭크 미궁이잖아, 여기. 와. 이제 보니 메인 공격대 랭커들 전부 투입해서 겨우 여기 깬 거였나?
-이시영: SOSO하긴 한데, 뭐랄까 아쉽네. 내가 기대했던 거랑 너무 다르다. 요즘 들어 이런 영상 봐도 영 흥미가 안 생겨. 나만 그럼?
-Sh: 이유 알려 줌? 그거 강진혁 때문임. 단군이 이름값 못 하는 것도 맞지만, 그냥 너님들 보는 눈이 올라간 거임.
-젼: 아. 맞네. 어쩐지 ㄷㄷ.
-이휘민: 엌ㅋㅋㅋㅋ 나만 그런 게 아니었누. 고인물 영상만 보다가 늅늅이들 보려니 고구마 100만 개 먹은 기분.
-Gdd: 이건 공감 안 줄 수가 없다.
-마리화나: 90일 카운트가 갱신된 지 얼마 안 됐다곤 하지만, 어째 벌써부터 불안해진다.
그 외에도 수천 개의 댓글들이 더 달렸지만, 전부 비슷한 내용의 댓글들이었다.
“확실히, 뼈를 때리는 말들이 많긴 했습니다. 조회수가 곧 코인으로 이어지는 만큼 이런 식의 안 좋은 댓글들이 베댓을 먹어 버리면, 타격이 크긴 크죠.”
“저희가 올린 영상도 반응이 영 좋지 못했어요. 안정적인 코인 수급이 가능해야 그걸 바탕으로 빠른 성장이 가능한 건…… 분명,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박정진과 마리아가 쓰디쓴 입맛을 다셨다.
이 모든 건…….
그래.
‘강진혁…….’
바로 저 한 명의 인간 때문이다.
니라샤의 눈에 분노가 스며들었다.
아무런 배경도 자본도 없는 플레이어 한 명 따위가 자신에게 이토록 큰 수치심을 안겨 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실제로 현재 세간의 모든 관심은 진혁에게 쏠려 있는 상황 아닌가?
당장 얼마 전 생방송에서 히히덕대던 그 가증스러운 얼굴이 눈에 밟혀 떠나가질 않았다.
-그 녀석은 다르다. 가능하면 건드리지 마라.
자신을 후원해 주는 인도의 주신인 ‘시바’와 그 외의 나머지 신격들도 진혁하고만은 엮이지 말라 당부했다.
물론.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실수로 한 번 밀렸다고 해서 내가 아래에 있다는 듯이 말하다니.’
그때에는 2차 각성을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다르다.
이미 경지에 올라 새로운 만다라를 손에 넣었으니까.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우위에 올라서 주지.’
그 핵심은 바로 15층, 통곡의 마녀를 죽이고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손에 거머쥐는 데 있다.
니라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음에도 없는 연합까지 갖춘 이상,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공해내고야 말겠다.
그리고 15층이 무너지고 16층이 개방되는 날.
사람들은 니라샤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마스터!”
조금 전 들어왔던 남자가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한 채 다시 들어왔다.
“제가 분명히 말하지 않았던가요? 들어오지 말라고. 미천한 계급에 속한 것들이 감히 제 말을 우습게 여기는 건 아니겠죠?”
“죄송합니다. 하지만, 꼭 말씀드려야 할 긴급 사항이 있어서. 실례를 범하게 됐습니다.”
“……말해 보세요. 그 빌어먹을 긴급 사항이라는 게 뭔지 좀 들어보게요.”
“그게…… 저희 허락도 없이 게이트 가디언에게 간 플레이어들이 있습니다.”
“뭐, 뭐라고요?”
니라샤가 깜작 놀라 소리쳤다.
총공대장의 명령을 무시한 채 단독 행동을 한 머저리.
수백 명이 덤벼도 상처 하나 입히지 못한 게이트 가디언에게 향한 바보가 누구란 말인가?
그러나 이어지는 말에.
“……강……진혁입니다.”
텐트 안에 있던 모두의 표정이 무너졌다.
***
저벅.
진혁과 유연화 그리고 이태민이 유적의 우회로에 진입했다.
“Kreee…….”
당연히, 그 길목은 비어 있는 게 아니다.
4m에 이르는 호리호리한 장신.
긴 낫과 얇은 판금 갑옷을 입은 가디언이 입구를 가로막고 있었다.
눈은 안대가 채워져 있었지만,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검은색 연기가 흘러나왔다.
진혁의 시선이 조금 아래로 향했다.
또옥. 또옥.
낫을 따라 흐르는 핏방울에선 아직까지 열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대체 얼마나 많은 플레이어들이 저 낫에 당한 걸까?
아마 공략법을 알지 못한다면 희생자는 계속해서 나오게 될 것이다.
잠시 동안 가디언을 바라보던 진혁이 이내 머리를 가로저었다.
동시에.
개인 방송을 열었다.
“오빠. 정말로 생방송 레이드하는 게 좋은 생각일까?”
“어그로가 심하게 많이 끌릴 텐데요?”
유연화와 이태민은 이 상황이 꽤나 불안한 듯 보였다.
하긴, 남의 사냥터에 와서 방송까지 당당하게 한다면 좋은 대접을 받긴 힘들 테니.
두 사람으로서는 당연히 걱정이 되는 거겠지.
하지만.
“걱정하지 마. 그쪽에선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거야. 오히려 이렇게 되면 우리가 판을 쥐고 흔들 수 있을걸?”
“그게 무슨 뜻이야?”
“대형 길드들이 계속 실패하는 곳에 내가 생방송을 켜고 나타났어. 그럼 과연 어떻게 될까?”
바닥에 떨어져 있던 기대감은 오를 것이고 전 세계의 관심은 모두 이곳에 집중될 것이다.
그런데 대형 길드에서 그걸 막아 버린다?
아니면, 실력도 안 되면서 도움의 손길을 외면한다?
뭇매를 맞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매장당해 버릴지도 모른다.
결국, 니라샤든 단군이든 올림포스든 제발 함께해 달라며 바짓가랑이를 붙잡아야 할 거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게 내색해야만 한다.
본인들 스스로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말이지.
바로 그때.
-Cow: 5555? 뭐냐? 이거 찐임?
-Jinn: 헐랭. 진짜다. 와 그것도 통곡의 마녀 유적임.
-오서준: 그 3대 길드에서 공략하겠다고 공지 올린 데?
-최건: ㅇㅇ. 공지만 올리고 영원히 공략하지 못할 거라는 바로 그곳.
-bluesky: 그래도 한 중간쯤은 들어간 줄 알았더니, 아직 입구도 돌파 못 한 거였냐? 이후에 소식이 없어서 설마 했는데, 생각보다 더 심각하네.
-쿠키굽기장인: 진혁이가 답답해서 직접 갔나 봄.
-초콜릿시럽: 잠깐! 지금 방송 켰다는 건 설마, 레이드 생방송으로 보여 주겠다는 건가?
시청자들이 우루루 들어왔다.
이번에는 공지를 올리지 않았음에도, 방송을 켠 지 30초 만에 채팅창은 수백 명이 올리는 채팅으로 분주해졌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예고 없이 불쑥 찾아와서 정말 죄송합니다. 이렇게 방송을 켜게 된 이유는…… 사실, 통곡의 마녀 레이드에 저도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인데요.”
입술을 살짝 깨무는 걸로 죄책감 있는 표정을 지어 주고.
“다른 길드의 사냥터에 개입하고 싶진 않았지만 안타깝게 계속 실패하는 걸 두고만 볼 수는 없어서요. 첫 번째 게이트 가디언을 돌파하는 것까진 제가 도와드리고 그 이후엔 공격대의 허락을 받고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디까지나 낮은 자세에서 겸허한 모습까지 덧붙여 준다.
목소리의 높낮이와 시선 처리, 안면 근육의 움직임까지.
그야말로 모든 게 완벽했다.
“혹시나 오해하실까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 생방송은 가디언을 잡는 데까지 진행할 예정이며 이후에는 언제나처럼 편집된 영상으로 대체할 생각입니다.”
진혁이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이미, BJ 시절 단련된 언변으로 인해 스무스하게 상황을 주도하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었다.
-Gtg4: 크으. 역시 진혁이 인성은.
-Lpr: 솔직히 시련의 탑에 네 구역 내 구역이 어딨음? 먼저 깨면 장땡이지.
-유연준: 아니, 어차피 클리어도 못할 거 진혁이가 도와주겠다는데 천사 아니냐?
-lsi0: 대인배 맞음. 그릇이 다르다 진짜. 실력과 인성 다 갖춘 플레이어는 진짜 보기 힘든데.
-OUY: 다들 도망쳐! 너흰 악마한테 속고 있어!
-김기태: 대형 길드에서 알바도 심어 뒀나 보네. 검거 완료!
-채형석: 잡았다 요놈!
-999e: 경찰 아조씨 요기예요!
-doh: 의심할 사람이 없어서 저렇게 착하고 훌륭한 사람을 의심하냐?
몇몇 눈치 빠른 시청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 연기에 속아 넘어갔다.
평소에 쌓아 둔 행실이 이럴 때 빛을 발하는 법이다.
좋아.
그럼, 무대도 갖춰졌으니 슬슬 움직여 볼까.
진혁이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송곳니를 꺼냈다.
파츠츠!
푸른색 검신을 따라 검은 마기가 응집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Kreee!”
그 살기에 반응한 게이트 가디언 또한 길고 긴 하울링을 토해냈다.
방송……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