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257)
258화. 15충, 통곡의 마녀 (2)
카앙!
투척된 송곳니가 허공에서 빙그르르 회전하더니 이내 바닥에 꽂혔다.
“kreee….”
통곡의 마녀를 지키는 게이트 가디언들.
그 중에서도 최단거리 루트를 막고 있는 리퍼는 사신이라는 별명이 가장 잘 어울리는 네임드 몬스터다.
순간, 공기가 급변했다.
팔이 어깨 너머로 올라가는가 싶더니.
[게이트 가디언 ‘리퍼’가 스킬 ‘사신의 낫’을 발동합니다!]부웅!
이내 낫이 횡으로 가로질렀다.
아니, 가로질렀다는 건 그저 표현을 위한 수단일 뿐.
잔상조차 남기지 않는 낫은 궤적 자체를 읽는 게 불가능했다.
수없이 많은 공격대의 몸을 양분해버린 바로 그 공격이었다.
하지만.
이미 진혁의 손엔 거대한 대검이 쥐어져 있는 상태였다.
광전사의 대검.
그 이름만큼이나 육중한 대검이 나타났다.
콰아앙!
낫과 대검이 충돌하면서 묵직한 충격음이 울려 퍼졌다.
“kree…?”
리퍼의 입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음성이 흘러나왔다.
당연한 이야기다.
사신의 낫은 일격에 대상의 숨통을 끊기 위한 스킬.
그런데 종횡무진 누비던 낫이 처음으로 그 역할을 다하지 못 했다.
“느려.”
진혁이 광전사의 대검을 휘둘러 낫을 튕겨냈다.
카앙!
보고 반응하는 것이 아닌, 학습에 의한 결과물.
공기의 작은 떨림과 안대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의 양. 낫을 잡고 있는 손가락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패턴을 정형화할 수 있는 방법 따윈 얼마든지 있었다.
“kraaaaa!”
곧바로 노도와 같은 분노가 터져 나왔다.
이번에는 낫이 폭풍처럼 몰아치기 시작했다.
[리퍼가 고유능력 ‘사신의 춤’을 발동합니다!]머리, 어깨, 팔. 복부. 다리.
그야 말로 무차별적인 난사에 가까운 연격이 진혁의 전신을 난자하려 했다.
낫이 지나가면서 일으킨 풍압만으로도 바닥에 있던 돌들이 종잇장처럼 잘려나갔다.
콰아아앙!
카카카캉!
허나, 진혁은 오히려 리퍼보다 반 박자 더 빠르게 대검을 휘두르며, 모든 공격을 쳐내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공격이 올지 모조리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잖아.”
진혁의 입 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느리다고.”
그러자.
지켜보던 이태민과 유연화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물론,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종류의 감탄사였지만.
“와. 형 저 그 말 하는 사람 처음 봤어요.”
“오빠. 이거 게임할 때 아니야. 게다가 지금 시청자들도 보고 있지 않아?”
불이나 지르는 방화범에 불광동핵주먹이란 닉네임을 썼던 주제에 지금 그게 할 소리인가?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너희 둘이 그러면 안 되지.
-스페셜1: 아아. ‘느리구나’ 낫을 휘두르는 것조차.
-kdb: 편집본과 생방의 괴리감이 이런 건가? ㅗㅜㅑ 내 손발 책임져!
-sod: 항마력 결핍! 항마력 결핍! 이곳은 선발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
-김경수: 치직! 이곳은 후발대. 매우 항마력이 강한 자들만 등반하길 바란다.
-Jelly: 호에에에. 애기븝비짱도 못 버티고 떠날거시에오오.
-이승준: 왜 편집본만 올리는지 알 것 같음. 나중에 이런 거 다 삭제하고 올리는 거지?
-새영언환: 너무 뭐라고 그러지만 마. 저런 행동도 다 뭔가 이유가 있으니 하는 거겠지.
-진욱: ———이건 음. 찢었네.
-박영배: 정보) 사람이 죽었을 때 그 혼을 저승으로 데려가는 저승사자가 이에 해당한다. ‘저승에 있는 사자는 이승에 있는 사람이 죽으면 망자(亡者)의 죽은 집으로 찾아와 그의 혼을 낚아채…(중략).
시청자들의 낄낄대는 소리가 귀에까지 파고드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게이트 가디언을 쓰러뜨리려면… 아니, 이 유적을 공략하려면 놈들이 지닌 특징들을 이해하고 있었어야 했기 때문이다.
[지나친 자신감은 독이 되나, 적어도 이 유적의 주인에게만큼은 아니다. 통곡의 마녀가 거주하는 유적 ‘적그리스도의 무덤’은 그 죄악을 본떠 만든 거대한 사원으로. 입구를 지키는 게이트 가디언 중 하나인 ‘리퍼’는 그 중에서 ‘교만’의 대죄를 담당하고 있다.]탑의 질병이라 불리는 일곱 대죄들이 저지르는 악행과 절망이 너무도 감격스러웠기에. 그녀 자신도 그들을 닮은 사도들을 만들고 싶어 했달까?
이곳에 있는 게이트 가디언들은 통곡의 마녀가 과거 ‘일곱 대죄’를 만나, 그들을 경배하기 위해 만들어낸 모조품이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리퍼가 바로 그 첫 번째 사도이다.
교만[Pride].
상대를 기만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고고하게 승리를 확신하는 자.
지금껏 공격대가 리퍼를 뚫지 못 한 것은 모두 녀석과의 첫 전투에 압도당했기 때문이다.
‘음산하게 보이는 외모와 긴 낫도 모두 그러한 효과를 위한 장치들이지.’
단 한 번이라도 기세에 눌린다면 녀석의 광역 너프 스킬에 모든 능력치와 스탯이 30%만큼 하락하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말한다면, 그 모든 걸 알고 대비할 수만 있다면 광역 너프 스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그에 따른 실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게 대전제이긴 했지만 말이다.
[‘리퍼’의 광역 너프스킬 ‘약자멸시’가 해체됩니다.]좋아.
광역 너프 스킬인 ‘약자멸시’의 패시브가 사라졌다.
3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상대의 기세에 굴복하지 않은 덕분이었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고….’
이제 슬슬 본격적으로 찍어 눌러 버릴 시간이다.
모두가 이 레이드에 열광할 수 있도록.
***
잠시 뒤, 유적에 진입한 3대 길드의 랭커들은 자신들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가 박살난 것을 느껴야만 했다.
“이, 이럴 수가….”
“세상에나.”
“어떻게 혼자서….”
모두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그토록 고전했던 사신을….
단신으로 박살내고 있는 괴물이 있었으니까.
-mzs: 이게 인간의 움직임 맞음? 아무리 봐도 핵 쓰는 것 같은데?
-안킴: 누가 진혁이 보고 인간이래?
-원준호: 3대 길드에 지인이 있어서 물어봤는데, 저 리퍼라는 놈한테 전부 당했다고 하더라.
-이름이없음: 와. 그럼, 대형 길드 랭커들을 다 합쳐도 진혁이 하나만 못 하다는 거네?
-hyu: 니라샤나 마리아나 박정진도 네임드들이긴 한데, 진혁한테 비비긴 힘들 듯?
-황재원: 빨리 가지고 있는 코인 털어서 후원하자.
[회귀자는전부호구다 님이 1,000 코인을 후원하셨습니다. – 흥. 가다 빵이나 사먹어.] [indolence 님이 800코인을 후원하셨습니다. – 우유도 하나 마시고.]-최승리: 아. ㅠㅠ. 생방할 줄 알았으면 나도 좀 아껴둘 걸. 다른 곳에 후원했는데.
-hal: 나도야. 제발 미리 공지 좀 남겨줘!
-uau: 진짜 감탄밖에 안 나오는 실력이긴 하다. 아예 가지고 노는 수준인데?
-아이들사랑해요: 이쯤되면 사신이 불쌍해질 지경.
-아악: 내가 이 맛에 진혁이 영상만 본다니까. ㅋㅋㅋ.
폭주하는 시청자들의 댓글들.
이미 각종 커뮤니티와 뷰튜브는 진혁의 생방송이 실시간 순위를 질주하고 있었다.
콰콰콰콰콰콰!
……빠르다.
크고 무거운 대검에선 질량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속도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속도를 통해 새로운 검로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리퍼 역시 사력을 다해 맞서고 있었지만, 이미 균형추는 기울어진 지 오래였다.
한 합. 한 합.
검과 낫이 교차할 때마다 리퍼의 몸이 크게 무너졌다.
이제 머지않았다.
곧 승부가 갈린다.
그리고 그 예상을 증명하듯.
콰득!
이어지는 세 번째 검격에 리퍼의 몸에 바람구멍이 생겼다.
“Kreaaaa!!!”
찢어질 듯한 포효는 리퍼가 남긴 마지막 단말마였다.
퍼엉 하는 소리와 함께.
리퍼의 몸이 한 줌의 연기가 되어 흩어져버렸다.
플레이어들을 그렇게나 괴롭히던 사신치곤 너무나 허무한 최후였다.
‘저런 게 가능하다니.’
니라샤가 아랫입술을 깨문 채 진혁을 바라봤다.
제국의 지하무덤에서도 상대가 얼마나 강한지 뼈저리게 느꼈지만, 2차 각성을 끝낸 지금 다시 붙는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가능할까?’
자신이 없다. 지금 저 인간과 싸운다면 확실하게 승리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2차 각성으로 인한 새로운 만다라. 그걸 사용한다면… 니라샤 또한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었지만….
‘목숨을 담보로 싸워야 겨우 해볼…만 하다는 건가.’
그렇게까지 해야만 동수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현실이었다.
바로 그때.
진혁이 대검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흐음.”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몸을 돌려 주위에 모인 플레이어들에게 향했다.
여운에 잠겨 있던 플레이어들은 진혁이 코앞까지 다가오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강…진혁 플레이어님. 오랜만에 뵙네요.”
마리아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가면 무도회에서 안면을 터둔 터라. 그나마 이중에선 가장 친숙한 얼굴이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쯤이면 2차 각성을 했을 때이긴 한데….
화염계 마법 중 최상급이라 불리는 헬파이어까지 복사했을지 궁금하다.
“처음 뵙겠습니다. 단군의 박정진이라고 합니다.”
박정진도 자신을 소개했다.
이 둘은 그래도 비교적 호의적이다.
“원래 남의 밥그릇에 숟가락 얹고 그런 성격은 아닌데, 희생자가 갈수록 늘어난다는 말에 부득이하게 참견하게 됐네요.”
“이미 숟가락을 음식 가장 깊숙한 곳에 쑤셔 박았으면서 말은 잘도 하시는군요. 여긴 저희가 선점한 유적입니다. 레이드를 원하시거든 다른 곳을 알아보시지요.”
니라샤의 눈에서 살기가 피어올랐다.
하긴, 우리가 담소나 주고받을 사이는 아니지.
바로 얼마 전까지 서로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 무기를 뽑았으니까.
하지만, 니라샤는 알고 있을까?
어떤 말을 하든 이미 늦었다는 사실을.
-Noname: 지금 진혁이한테 뭐라 한 거임?
-안뇽안뇽: 와아. 간다라 길드. 요즘 엄청 급성장해서 좋게 봤는데, 실망이네.
-AEng: 이거 캡쳐해서 커뮤니티에 올려야겠다. 자존심 때문에 인류의 미래고 뭐고 다 버리려고 한다고.
-강한성: 이제 2달 정도 밖에 안 남았는데, 실패하면 3대 길드가 전부 책임질 건가?
-qpq: 구독취소 가즈아.
-peter: 앞으론 카레도 안 먹는다. 카악 퉤퉤.
-안엔브리: 독과점은 레알 선 넘는 거지.
-108: 가능성이 있으면 또 몰라. 어차피 계속 실패하고 있는 중이었다면서?
-그렇구나: 시험 끝나고 오랜만에 왔는데 못 볼 꼴만 봤네.
정치질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아나?
‘바로 내 편을 만드는 거지.’
아무리 억지를 부리든, 개소리를 하든, 박수를 쳐주는 같은 편이 있다면 그 사람이 하는 말엔 무게가 실린다.
거짓조차 그럴듯한 진실로 포장할 수 있는 힘이 바로 여론이라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진혁이 생긋 웃었다.
“제가 정말로 손을 떼길 원하시는 겁니까?”
결정권은 양보해줄 생각이다.
물론,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단 한 개뿐이었지만.
***
결국, 니라샤는 울며겨자먹기로 진혁의 합류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수십 만의 시청자가 지켜보고 있는 와중에 딴지를 걸었다간, 그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상황이 일단락되자, 진혁은 조용한 곳을 찾아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럼, 방송은 여기서 종료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생방송이 언제가 될 진 모르지만, 꼭 다시 찾아뵐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현: 아 왜, 보스 잡는 것까지 계속 생방송 해주지. 후원해줄 사람 오지게 많을 텐데.
-다람쥐: 전투에 집중해야하니, 이해해주자. 너무 부담 주지 말고.
-나가자멘: 진바진바. 진혁이 바이라는 뜻.
-천리: 방종각 잡는 타이밍이 너무 적절해서 발을 붙잡을 수가 없다. 진짜.
-gur: 형. 1일 1영상 업로드 좀 해줘. 업로드 주기가 너무 길어서 목 빠지는 것 같음.
-꽥: 할 수 없지. 그래도 뷰튜브에 동영상은 꼭 올려주셈.
-이은섭: ㅇㅇ. 구독하고 24시간 기다리는 중.
-plo: ㅂㅂ. 다음에 봐 진혁 오빠.
-app: 네. 다음 덜렁이.
-ild: 항상 응원하고 있으니까 힘내!
-고영준: 다시 올 때까지 숨 참고 있을 거임. 후웁!
시청자들이 안타까움을 표한 채 하나둘 자리에서 떠났다.
[방송시스템이 종료되었습니다.]모두가 떠나 까맣게 물든 상태창.
그러나, 진혁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허공을 향해 중얼거렸다.
“궁금한 게 있어. 꼭 물어보고 싶은 거니까 모른 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이제 와서 연기하는 건 서로 피곤할 테니 말이야.”
되돌아올 리 없는 질문이다.
그런데.
-새영언환: ㅇㅇ? 혹시 날 부르는 거였나? 아. 채팅창에 나 하나밖에 안 남아있긴 하지.
시청자 한 명이 반응했다.
기이한 일이다.
방송 시스템은 이미 꺼진 지 오래였으니까.
의심이 확신으로 변한다.
아니, 어쩌면 오래전부터 짐작하고 있던 일인지도 모르겠다. 단지, 그 현실을 마주하는 데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지.
새영언환.
녀석이 처음 방송에 들어왔을 때 누군가 질문했었다.
아이디를 그렇게 지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그 질문에, 녀석은 ‘새로운 영웅은 언제나 환영이라’ 답했다.
“그런데, 그거 알고 있어? 나는 그때 가면을 쓴 채 언노운 행세를 했었어.”
천수천안관음을 레이드할 때 활성화한 첫 방송.
분명, 가면을 쓴 채 방송을 시작했고 방송을 끝맺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새영언환은 언제나 자신과 언노운을 동일시 하는듯한 댓글을 달아 왔다.
그 외에도 매 영상 때마다 다른 시청자들과는 다른 묵직하고 핵심을 찌르는 댓글들을 달곤 했다.
단순히 웃고 떠들며, 플레이어의 행동 하나하나에 즐거워하는 것이 아닌….
그래.
말하자면 내 본질을 꿰뚫어보는 듯한 말들을 남기곤 했지.
신격?
그럴 리가.
고작 신격 따위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들조차도 탑의 정상을 보지 못 하고 탑의 규율에 얽매여 있는, 그저 격이 높은 존재들일 뿐이었으니까.
무엇보다 신격들이 이제 막 탑에 들어온 그 당시 햇병아리들에게 관심을 보일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면….
답은 단 하나다.
“네가 이 게임을….”
말을 하던 진혁이 이내 말끝을 흐렸다.
“정정하지. 네가 이 세계를 만든 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