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260)
261화. 일곱 개의 대죄 (2)
적그리스도 무덤의 7번째 방.
통곡의 마녀가 거대한 유리구슬을 바라보다, 욕설을 내뱉었다.
“이, 이 미친놈은 대체 뭐야……?”
어이가 없다고 말하기에도 기가 막힌 광경이다.
그렇기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유적 안에 들어온 인간들 중 하나가 하는 행동은 그 하나하나가 상식의 범주를 아득히 넘어섰으니까.
“내 사도들이…… 모조리 박살나고 있다고?”
처음 교만의 사도인 리퍼와 싸움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그저 조금 특별한 침입자 정도라고 생각했다.
전투력이 뛰어나고 자신감이 넘치는 자라면 충분히 교만의 사도를 쓰러뜨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허나, 순식간에 사도를 찍어 눌러버린 침입자는 침묵의 통로마저 돌파해 버렸고.
잠시 뒤엔 통로의 끝을 지키던 나태의 사도까지 농락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태의 사도를 쓰러뜨리기 위해선 아무것도 하지 마라.
더욱 게으르고 나태하게.
모든 걸 달관하고 포기한 자만이 2번째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
그런데…….
침입자는 그 공략법을 너무나 철저하게 실현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무슨 놈의 플레이어가 심장 뛰는 것도 귀찮아서 심장마비가 온다는 거냐!”
흐물흐물 연체동물이 되어 버린 채 누워 있는 거야 말할 건덕지도 없다.
스스로를 죽음에 몰아넣을 정도로 극한까지 나태해져 버린 몸.
심지어 사도마저 질렸다는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다.
그 외에도 꿈에서도 보기 싫은 정신 나간 복장을 입고 음욕의 사도가 꺅꺅거리며 도망치게 만들질 않나.
질투의 사도와 개인 상담을 해서 교화를 시켜 버리질 않나.
황당하고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관문들을 돌파해 버렸다.
욕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동시에 가장 효율적인 공략법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벌써…… 네 개의 사도가 뚫리다니.’
사도들을 지키는 호위 몬스터들도 있었지만, 그들 역시 이상한 기계를 쓰는 남자와 격투기를 쓰는 여자에게 쓸려 나갔다.
마법을 쓰는 여마도사 역시 만만치 않기는 마찬가지였고.
그렇게 이틀도 되지 않아 4마리의 사도가 목숨을 잃었다.
이렇게까지 순식간에 관문들이 돌파당할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 통곡의 마녀가 받는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때였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절대 우습게 볼 수 없는 인간이라고.”
“저희도 벌써 몇 번이나 당했어요.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위대한 마녀께서도 저희가 마신 벌주를 마셔야 할 겁니다.”
통곡의 마녀 옆으로 한 쌍의 남녀가 나타났다.
마인 협회를 이끄는 원탁의 랭커.
가웨인과 트리스탄이었다.
두 사람은 이미 몇 차례에 걸쳐 진혁의 위험성을 강조했었다.
통곡의 마녀는 코웃음을 쳤을 뿐이었지만.
“……그래. 아무래도 너희 말을 너무 허투루 들었던 것 같구나. 내가 상대를 지나치게 깔봤어.”
이쯤 되면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기존에 들이닥치던 모험가나 마녀 사냥꾼과는 다르다는 걸.
“그래서. 너희가 제안하는 게 무엇이냐?”
“잔펀치를 많이 날려 봤자 저 인간에겐 소용이 없습니다. 오히려 저희 전력을 약화시키는 꼴밖엔 되질 않겠죠.”
트리스탄이 구슬 앞으로 다가갔다.
칠흑같이 검은 흑발이 어깨를 넘어 허리까지 타고 흘러내렸다.
“강한 한 방이 필요합니다. 아예 맞고서 일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요.”
방법은 있다.
그걸 위해 마인 협회가 직접 이곳까지 찾아왔으니까.
“필요한 걸 말해라.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들어주지. 이대로 안방에 벌레들이 계속 들어와 있는 걸 보자니, 속에서부터 열불이 치솟는구나.”
통곡의 마녀가 마인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트리스탄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걸렸다.
“시간.”
유적이라는 거대한 공간과 숫자라는 이점.
이 두 개를 살린다면 충분히 매서운 한 방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
“키에에에!”
“크아아아!”
몬스터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검의 무덤’을 발현시킨 송곳니 위로 마혼검의 초식이 펼쳐졌다.
서걱!
딱정벌레류의 몬스터가 통째로 잘려 나갔다.
나방과 지네를 닮은 듯한 몬스터 역시 채 일 합을 버티지 못하고 조각이 나 버렸다.
그러나 쉴 틈 따위는 없다.
군집체를 자랑하는 곤충형 몬스터들에겐 수십 마리 정도는 언제든지 보충할 수 있는 수였기 때문이다.
“측면에서 또 몰려와요!”
마법을 캐스팅하던 마리아가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그 말에 유연화와 이태민이 반응했다.
“후웁!”
쿠쿠쿠쿠쿠쿠!
유연화의 주먹과 발에 푸른색 기가 맺혔다.
어느덧 5성을 넘어선 태청화랑심법은 유형화된 기를 30cm 이상 뿜어낼 수 있는 경지에 올라 있었다.
“크오오오!”
집채만 한 장수풍뎅이의 집게발이 유연화의 몸을 찢어발기기 위해 다물어진 순간.
[유연화가 Lv13 ‘홍화발경(紅化發勁)’을 발동합니다!]응축된 기가 앞을 향해 폭사되었다.
콰아아앙!
장수풍뎅이의 몸이 내부에서부터 터져나간 건 물론, 일대에 있는 벌레들이 한순간에 가루가 되어 흩어져 버렸다.
반대편에서는 이태민이 움직였다.
이태민이 제국의 타이탄과 비슷한 형태의 기계 갑주로 무장한 채 지면을 박찼다.
쿵!
육중한 무게가 느껴지는 도약.
등에 있는 갑판이 벌어지며 마력 폭탄이 사방으로 발사되었다.
퍼퍼퍼펑!
콰아앙!
이어진 것은 불바다를 연상케 하는 융단 폭격이었다.
벌레들을 죽이는 데 태워 버리는 것만 한 게 없다는 걸 증명하듯.
수십 발의 마력 폭탄이 거대한 방 안에 화염으로 만든 붉은 길을 그렸다.
게다가 티타늄 방패와 숏소드를 이용한 근접 전투까지 가능했으니, 가히 만능 무장이라 할 만하다.
그리고…….
대망의 화룡점정은 캐스팅을 끝낸 마리아의 헬파이어였다.
“캐스팅할 시간을 벌어 주셔서 감사해요.”
[마리아가 Lv7 ‘헬파이어’를 소환합니다!]파츠츠!
수분이 타들어간다.
공기가 메마르며, 갈라진 입술에서 비릿한 철분 맛이 느껴졌다.
이것이 화염계 최강의 마법 중 하나.
플레이어가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라 알려진 헬파이어다.
콰콰콰콰콰콰!
불덩이가 지나간 자리에 남아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 흔한 비명 소리마저 타들어가 버렸으니.
그렇게 다수의 벌레들을 잃은 탐욕의 사도는 점점 궁지에 몰렸고.
“더…… 더 많은 벌레를. 더 많은 저주를 뿌려야 돼. 아직, 아직이야.”
콰득!
결국, 진혁의 손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탐욕의 열쇠’를 획득하셨습니다.] [‘나태의 열쇠’를 획득하셨습니다.] [‘음욕의 열쇠’를 획득하셨습니다.] [‘질투의 열쇠’를 획득하셨습니다.]교만의 열쇠를 포함하면, 이걸로 5개째.
진혁이 사도들을 처리하고 모은 열쇠들을 아공간 인벤토리 한켠에 보관했다.
몇 시간이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달려왔다.
아무리 최적화된 방식을 취했다곤 하나, 마력을 한계까지 쥐어짜낸 일정이었다.
“하아. 하아. 하아…….”
“진짜. 오빠는 괴물 아니야? 이렇게 했는데도 안 지친다고? 우리가 싸우고 있을 동안 놀고 있던 거 아니지?”
“누나. 후방에 있던 곤충들 전부 형이 다 처리했어. 게다가 사도까지 혼자서 죽였잖아. 그냥 체력 안배가…… 탈인간급인 거야.”
사도들 곁에 있던 잡몹들을 상대하느라, 함께 온 세 사람은 이미 탈진에 가까운 상황.
이제 조금이나마 휴식을 취해야만 한다.
진혁이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푸른색 액체가 담겨 있는 유리병 3개를 꺼냈다.
“마력 회복에 도움 되는 포션이야. 특별히 효능이 좋은 걸로 구한 거니 하나씩 먹어 둬.”
“공짜로 준다고? 진짜로?”
유연화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동료들의 안위가 걸린 건데 설마, 대가를 받겠어? 내가 사는 거니까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몸을 회복하는 데만 집중해.”
“형…….”
“오. 오빠도 예전이랑 많이 달라졌네. 철이라는 게 좀 들었나 봐?”
“감사히 먹을게요, 진혁 씨.”
모두가 감격에 겨워 하는 와중에도 진혁의 머리는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포션 하나의 가격은 약 2,000코인.
반면 3명을 굴려서 얻을 수 있는 경험치와 동영상을 통한 코인의 2차 수급은 최소 70,000코인 이상의 가치가 있다.
적어도 30배 이상을 남겨먹을 수 있는 장사란 거다.
진혁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어서 빠르게 회복해라.
그래야 또다시 굴려먹을 수 있을 테니까.
꼴깍꼴깍.
모두가 편하게 앉아 포션을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잠시 동안 흐뭇하게 세 사람을 바라보던 진혁이 슬쩍 자리를 뒤쪽으로 옮겼다.
‘과연…… 어떤 걸 준 거려나.’
무려, 운영자에 해당하는 놈이 준 보상이다.
‘최초로 탑을 정복한 자를 위한 특전’처럼 평범한 루트로는 구할 수 없는 걸 준 게 틀림없으리라.
두근! 두근! 두근!
모처럼 심장이 기분 좋게 두방망이질 쳤다.
떨리는 손가락이 상태창으로 향했다.
그러자 바로 그 순간.
띠링!
대망의 보상이 나타났다.
[그림자 게이트]입수 난이도: 입수 불가
내용: 상급 관리자들이 거주하는 곳 ‘그림자 층계’. 이곳은 오직 상급 관리자들만이 드나들 수 있는 탑의 숨겨진 이면 세계입니다. 하지만, 법칙 외의 물질로 만들어진 그림자 게이트를 이용할 경우 이 층계에 들어갈 수 있게 됩니다.(왕복 1회 사용 시 이 게이트는 파괴됩니다.)
이건 또…… 완전히 예상 밖의 물건이 튀어나왔다.
상급 관리자의 영역에 갈 수 있는 아티팩트가 존재하다니.
이래서 시련의 탑이 미치도록 재밌다.
고인물들조차 모르는 새로운 변수가 계속해서 나와 줬으니.
[탑에 숨겨진 층, 그림자 층계]심지어 탑의 정상을 봤던 과거에서도 가보지 못한 구역이다.
애초에 저곳은 플레이어들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 장소였으니까.
‘하스팅은 물론, 나머지 다른 상급 관리자들도 만날 수 있다는 건가.’
진혁이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활용 가능성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이 변수는 아예 기존의 근간을 뿌리 채 흔들 수 있을지도 몰랐다.
***
유적에 진입한 지 5일이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니라샤가 소속되어 있는 제1 공격대는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은 5일 동안 가시적으로 낸 성과가 없는데, 제2 공격대는 아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멀리 가 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감시 역으로 보낸 아룬이 오히려 상대에게 당했다는 걸 알았을 땐, 그야말로 모든 게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잠에서 빨리 깨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 방법을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모시겠습니다. 30만 코인이 채 되지 않는 단돈 299,999코인! 단돈 299,999코인을 보내 주시면 바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연락이 두절된 게 이상하다 싶어 사람을 보냈더니, 그곳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아룬과 나머지 간다라 길드 플레이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머리맡에 쪽지 한 장이 다소곳이 놓여 있는 건 덤이었다.
‘뭔가 다른 수를 내야 해.’
더 이상 자존심이나 객기를 부릴 때가 아니다.
이대로 상대의 들러리 역할이나 하게 되는 게 진짜로 큰 문제지.
하지만, 아무리 고민을 해도 뾰족한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니라샤의 개인 텐트 안에서 아주 미세한 마력 반응이 느껴졌다.
“……!”
꿀렁 하고.
검은색 물결이 지면에서 솟구쳤다.
“마인……?”
니라샤의 몸에서 짙은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상대는 전 세계에서 공적으로 알려진 마인이었던 것이다.
우우우웅!
만다라의 섬광이 텐트 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대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순순히 제압당할 생각 또한 없어 보였다.
“후후. 너무 그렇게 색안경 끼고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당신에게…… 아니죠. 저희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제안을 가지고 왔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