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262)
263화. 최강의 지원군 (1)
“거기 빨리빨리 움직여. 이제 우리도 슬슬 움직여야 한다고.”
“잡몹들 맡기로 한 별동대는 지금 어디까지 간 거래? 거기가 끝나야 우리도 다음 구역으로 이동할 수 있을 텐데.”
“1시간 정도 지났으니 이제 곧 말이 나올 겁니다.”
“뒤에서 전투식량이랑 부속물 다 준비됐다고 연락 왔어요. 몬스터들 사체에서 나온 마정석도 거의 다 수거했고. 슬슬 마무리 단계네요.”
진혁이 이끄는 전위도 그 역할이 중요했지만.
후방에서도 후방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었다.
전위가 오롯이 길을 뚫는 데 집중할 수 있게 그 외의 모든 자잘한 일들을 도맡는 게 바로 그 역할이었다.
그때였다.
“응? 뭐야? 누가 오는데?”
가장 앞쪽에서 마정석을 수거하던 플레이어 한 명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바로 저 앞쪽에서 익숙한 플레이어들이 나타났던 것이다.
“간다라…… 쪽이잖아 저 사람들.”
“정말이네. 저 친구들이 왜 여기까지 온 거지?”
“한창 저쪽 루트를 공략하기 바빠야 정상일 텐데…….”
뭔가 이상하다.
제1 공격대와 2 공격대는 현재 은근히 누가 먼저 통곡의 마녀에게 도달할지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
그 주력이라 할 수 있는 간다라의 랭커들이 대거 이쪽으로 올 이유는 없었다.
무엇보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이쪽의 후방으로 다가오는 건…… 상식을 아득히 넘어선 범주였다.
본능이 꿈틀댄다.
무언가 잘못됐다고.
결코 좋은 의도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는 확신이 뇌리를 파고들었다.
스릉!
각종 병장기들이 예기를 발했다.
“빌어먹을. 저 새끼들 무기 뽑았어.”
“제정신인가! 당장…… 당장 랭커들한테 알려!”
하지만…….
고함을 질렀을 땐 이미 간다라 길드의 여성 플레이어 한 명이 코앞까지 다가온 뒤였다.
사지타.
간다라 길드의 랭커이자 대인전에 최적화된 암살 계열 플레이어다.
양 어깨를 훤히 드러낸 차림으로 둥근 곡도가 번개처럼 폭사되었다.
얼마나 빠르게 거리를 좁혔는지 반응할 시간조차 없었다.
부우웅!
칼날이 짐꾼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
살갗 위로 섬뜩한 날붙이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러나 이어진 건 살이 베이고 뼈가 잘리는 섬뜩한 파육음이 아니었다.
카아아앙!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묵직한 충격에, 사지타가 혀를 차며 거리를 벌렸다.
“큭!?”
기습이 너무나 허무하게 막힌 것도 믿기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일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기껏 나서야 할 일이 인간들의 보모 역할이라…… 아무리 엘리스께서 직접 명령하신 일이지만, 기가 막히는군.”
벨루스가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냈다.
그 뒤로 다수의 뱀파이어들이 레이피어를 뽑아든 채 하나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입 조심해라. 그분은 이제 데카서스 가를 이끄시는 분이기도 하다. 가주께 함부로 말하는 것은 내가 용서하지 않겠다.”
오필리아가 대번에 눈살을 찌푸렸다.
“하! 언제부터 인간이 위대한 가문의 가주가 된 거지? 거기다가 너는 언제부터 그 인간에게 충성을 맹세하게 된 거고?”
“……목숨을 구해 준 분에게 그 보답을 하는 것뿐이다. 그러는 너야말로 네 가주가 따르는 진혁 님를 인정하지 않을 생각인가?”
“뭐, 뭐라고? 누가 누굴 따라?”
“그 고고하던 전대 아타락시아 가주가 말랑말랑해졌잖아? 사춘기 소녀도 아니고 헤실헤실 웃는 꼴이 꽤나 볼만하던데 말이지.”
“이 망할 데카서스의 버러지가 감히 그분을 모욕하다니! 십자가를 그 덜떨어진 뚝배기에 박아 버리겠다!”
“어머나. 아타락시아는 말로 안 되면 항상 욕부터 박더라니. 하여간 천박해가지곤…….”
두 뱀파이어가 티격태격하는 사이, 그 모습을 지켜보던 양 진형의 플레이어들은 입을 쩍 벌린 채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 이럴 수가……. 뱀파이어라고?”
“저 녀석들이 어째서 인간을 지킨 거지?”
간다라 길드 쪽에서 당황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올림포스 쪽에서도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우……리를 도와주겠다는 건가?”
올림포스 길드는 현재 절반 이상이 짐꾼과 채굴꾼으로 구성되어 있던 탓에 제대로 붙었다면 30분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을 거다.
그러나 뱀파이어들의 개입으로 인해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어 버렸다.
“모조리 쓸어버려라.”
“마, 막아!”
벨루스의 차가운 목소리와 다급한 사지타의 목소리가 교차했다.
콰콰콰콰콰!
콰아아앙!
“끄아아악!”
“아아악!”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끔찍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순식간에 탱커 진형을 돌파해 안으로 파고든 아타락시아의 혈족들이 딜러진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압도적이다.
숫자라는 이점마저 퇴색될 만큼.
카카카캉!
곡도와 레이피어가 어지럽게 맞부딪쳤다.
벨루스나 오필리아와 싸워 볼 수 있는 랭커는 극소수에 불과한 데다, 일반 플레이어들의 수준으로는 혈족 하나를 상대하기 위해서 적어도 다섯 이상이 달라붙어야 했다.
때문에 우위를 가져가기는커녕 오히려 조금씩 밀리는 형태가 되고 있었다.
“크윽!”
사지타의 입에서 무거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설마, 상대가 이걸 예측할 줄은 몰랐다.
아니, 예측한다고 한들 이렇게나 강력한 지원을 부를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역시…….”
그래 역시…… 만에 하나를 대비하라는 니라샤 님의 말씀이 맞았다.
새로운 변수가 생기면 그 변수를 뒤덮어 버릴 수 있게 안전장치를 늘리면 그뿐이라는 말이.
“호오. 별로 당황한 표정은 아니군. 준비된 수가 이게 끝이 아닌 모양이지?”
“우리가 노린 곳이 여기뿐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올림포스의 후방이 담당하고 있는 곳은 이곳만이 아니다.
저 앞쪽으로는 자잘한 잡몬스터들을 전담하는 팀이 있고, 뒤로는 이곳에서 나른 부산물과 보급품을 총괄하는 팀이 있었다.
도합 3개.
다시 말해. 방어해야 할 곳이 3군데나 된다는 이야기다.
“앞쪽에서 잡몹들을 상대하는 쪽은 그래도 공격대라 할 만한 전력을 갖춰 뒀겠지만, 상관없어. 우리도 그에 걸맞은 괴물을 보냈거든. 가장 허술한 최후방이야 말할 것도 없지.”
사지타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겸손하게 말해서 ‘걸맞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거지 차고 넘치는 괴물을 보냈다.
7사도 중에서도 가장 맹렬하고 저돌적이라 평가받는 ‘분노의 사도’를.
거기에 가웨인을 포함한 마인들까지 나섰으니, 제아무리 고인물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걸 막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을 듣고도 벨루스의 표정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진심으로 너희가 그 망할 놈에게 한 방 먹이는 걸 보고 싶긴 하지만, 무리일 거다. 인간 녀석이 재수 없긴 해도 허술하진 않거든.”
“뭐?”
“그 녀석은 네놈들 머리위에서 모든 걸 읽고 있다는 말이다.”
준비된 카드가 하나가 아닌 건 이쪽도 마찬가지다.
***
3m에 이르는 체구와 붉은빛이 도는 피부.
피처럼 붉은 눈과 몸에서 피어오르는 기운은 한 눈에 봐도 심상치 않아 보였다.
[분노의 사도 ‘레펠스’]통곡의 마녀가 만든 일곱 사도.
그 중에서도 분노의 사도는 나머지들과 격이 달랐다.
침입자들이 남은 여섯 사도를 쓰러뜨리더라도 마지막 일곱 번째 사도만큼은 유적을 수호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공을 들인 것이다.
퍼걱!
콰드득!
“크하하하! 더! 더 덤벼 보거라. 이 버러지 같은 인간들아! 더 발버둥 치면서 발악이라도 해 보란 말이다!”
레펠스의 손에 쥔 대검이 움직일 때마다 피보라가 몰아쳤다.
갑주가 통째로 잘려 가면서 그 안에 있던 사람의 상반신이 날아가 버렸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무력.
레펠스의 걸음은 단 한 걸음도 멈추지 않았다.
그저 앞으로 가며 걸리적거리는 모든 것들을 베어 넘길 뿐이었다.
“으으으…….”
“무, 무슨 이런 괴물 같은 놈이…….”
나름대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올림포스 길드의 메인 공격대가 제대로 반항 한 번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이쪽의 공격은 아예 먹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상대는 가벼운 칼질 한 번에 탱커들이 쓸려나갔으니 절망적일 수밖에.
수십 명에 이르던 숫자는 어느새 절반 이상 사라졌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도 곧 그 뒤를 따르게 될 거다.
아무리 애써 봤자 천재지변에 버금가는 괴물을 상대할 방법이 없었기에.
그런데.
저벅.
그런 레펠스의 앞을 가로막은 사람이 있었다.
“으음. 나름대로 빨리 온다고 했는데, 조금 늦어 버렸군. 자네들은 조금 쉬고 있게. 이제부턴 내가 맡도록 하겠네.”
“크크크…… 크하하하! 다 늙어빠진 노친네가 감히 날 상대한다고?”
레펠스가 광소를 터뜨렸다.
조금 전처럼 떼를 이뤄 몰려온 것이면 몰라도. 고작 한 명뿐이라니.
이쯤 되면 기가 차서 욕도 나오지 않는다.
“흐음. 자네는 꽤나 강한 모양이로군. 내가 탑에는 몇 번 들어와 보질 않았지만, 말을 하는 몬스터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네.”
“탑에 들어와 본 적이 몇 번 없다?”
“두어 번 정도 와 본 게 전부일세.”
“그렇다는 건 너희 인간들이 종종 말하는 7대 길드인지 뭐인지에도 들어가지 못한 떨거지란 말이냐?”
“허허. 이야기가 그렇게 되나? 뭐, 틀린 말은 아니지. 나는 특별히 어디에 소속되어 있지도 않으니까.”
“어이가 없구나. 그런 놈이 주제도 모르고 나서다니. 보아하니 어중간하게 기를 다룰 줄 아는 모양인데, 그런 수준으로는 나에게 어림도 없다. 어설픈 재주를 믿고 이 몸의 앞을 가로막은 죄. 죽음으로 갚도록 하여라.”
[분노의 사도가 고유 능력 ‘원념의 갑주’를 발동합니다.]파츠츠!
몸 전체에 둘러지는 검은색 갑주.
분노의 사도가 규격 외인 이유는 무지막지한 공격력도 공격력이었으나, 이 갑주를 뚫는 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렵기 때문이다.
-한 능력을 극한까지 갈고닦은 자만이 이 사도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원념의 갑주를 꿰뚫기 위해선 고유 능력이나 스킬의 숙련도가 35레벨을 넘겨야만 한다.
Lv1짜리 SSS랭크 능력보다 Lv35짜리 F랭크 공격 스킬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전자의 경우엔 그래도 보유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있었지만, 후자의 경우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당연한 말이다.
말이 35레벨 이상이지. 거주자들이 아닌 한 그 정도 숙련도를 올릴 시간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딱 한 명.
그게 가능한 인물이 있다.
“귀여운 손녀딸의 부탁과 생명의 은인을 돕는다는 이유로 이 먼 길을 왔네만, 처음 보는 상대에게 내가 쌓아 온 업에 대한 설교를 들을 줄은 몰랐군.”
탑이 나타나기 이전에도 평생을 무(武)를 위해 살아온 자.
사람들은 그런 그를 가리켜…….
‘무인(武人)’이라 불렀다.
[유천영이 Lv41(10성) ‘진태청화랑심법’을 발동합니다!]쿠쿠쿠쿠쿠쿠!
통로 전체가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지면을 따라 퍼져나간 먼지들이 유천영의 몸 주위로 하나의 문양을 그렸다.
“어디 한 번…… 탑의 마수들이 얼마나 상대할 만한 가치가 있을지. 직접 부딪쳐 보도록 하겠네.”
본래 진태청화랑심법을 극한까지 익힌 유천영에게 있어 단기간 내에 스킬 레벨을 올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기의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
같은 시간.
가웨인과 마인들 앞에도 방해꾼이 나타났다.
“……당신은.”
가웨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보급품들 앞에 앉아 있는 건, 암스테르담을 구원한 성녀. 테레사였다.
하필이면 성기사가 나타나다니.
신성력은 마인들이 지닌 능력과는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 까다로운 힘이었다.
하지만.
단지 그뿐이다.
가웨인의 만면에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신성력이 제법 까다로운 건 인정하지만, 그거 하나 믿고 우리 전부를 막으려 하는 건 지나친 자만입니다. 설마, 우리가 그 힘의 파훼법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약점은 보완할 수 있는 법.
이미 마인들은 그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해 두었다.
그런데, 말을 하던 가웨인이 갑자기 말꼬리를 흐렸다.
이 느낌은…… 설마?
신성력이 아니다.
그것과는 아예 다른 짙고 불길한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흐응…….”
테레사의 입에서 묘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걱정하지 마. 너희가 기대하는 신성력 따윈 쓰지 않을 테니까. 나는 순딩이랑 다르게 직접 다 찢어버리는 걸 선호하는 스타일이거든.”
테레사이지만, 눈앞에 있는 건 결코 테레사가 아니다.
“이중……인격?”
가웨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