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263)
264화. 최강의 지원군 (2)
“되도 않는 무게 잡지 말고 고분고분 항복해라. 어디서 연약해빠진 성녀 따위가…….”
손을 뻗던 마인은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 보이던 테레사는 사라졌고 대신 뒤에 있어야 할 가웨인과 나머지 동료들의 모습이 보였다.
본래라면 있을 수 없는 일.
“……어?”
머리가 180도 가량 돌아간 것이다.
비틀거리던 몸이 이내 모로 쓰러졌다.
쿠웅!
“더러운 손을 어디에 갖다 대려는 거냐.”
특별한 무기를 사용한 것이 아니다.
맨손……으로.
그것도 너무나 가볍게 성인 남성의 목을 꺾어버렸다.
파츠츠!
테레사의 몸 주위로 검은색 스파크가 피어올랐다.
흉흉하기 짝이 없는 마력이다.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까지 내놓았던 성녀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마기……와 비슷한 힘을 다루다니. 아무리 인격이 바뀌더라도 상극의 능력을 발현시키는 건 불가능할 텐데요…….”
신성력과 마기.
결코 한 명에게 양립할 수 없는 힘이다.
그런데 그걸 동시에 다룰 줄 아는 자가 존재할 줄이야.
“너희가 아는 것과는 조금 다른 구조야. 뭐, 이제 죽을 놈들한테 일일이 설명해 줄 이유는 없지만.”
테레사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릉!
묵빛을 머금은 검이 앞으로 향했다.
“정말로 싸울 생각인 겁니까? 마기를 다룰 줄 안다면 저희와 함께하는 편이 훨씬 나을 텐데요. 저희라면 당신이 바라는 것을 이뤄 드릴 수 있습니다.”
“흐응. 바라는 걸 이뤄 준다라……. 너희가?”
“물론입니다.”
넘어왔다고 생각한 걸까?
가웨인의 얼굴에 일말의 빛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아주 잠시뿐이었다.
“미안하지만, 우리 쪽 고인물들이 더 먹음직스럽거든. 진혁이나 유성이나 딱 내 스타일인 데 비해…… 마인들은 영 키워서 잡아먹어야 할 맛이 없달까? 한 마디로 따분해.”
“협상은…… 결렬이군요.”
“그럼 셈이야.”
테레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가웨인이 양옆에 있는 마인들을 향해 손짓했다.
“예.”
“알겠습니다.”
스슥.
슥.
마인들이 재빠르게 간격을 넓혔다.
검붉은 기운이 무기를 통해 그 형을 갖췄다.
“아쉽네요. 당신 정도의 인재라면 협회를 위해 요긴하게 쓸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거절한다면 방법은 한 가지뿐.
“죽이세요.”
가웨인이 명령을 내렸다.
동시에 마인들이 모았던 마력을 해방했다.
[다중 영창 술식 Lv20 ‘아크니아의 뱀’을 발동합니다!]테레사의 발밑에 피로 그려진 육망성이 그려지는가 싶더니.
콰콰콰콱!
이내 검은색 뱀이 튀어나와 테레사의 전신을 구속했다.
열 명 이상이 마력을 주입해 발동하는 고위 속박 스킬.
거기에 ‘에너지 드레인’으로 테레사의 마력을 갉아먹는 안배까지 해 두었다.
“숙녀를 뱀으로 묶어 버리다니. 손버릇이 너무 나쁜 거 아니야?”
테레사가 팔과 다리를 거칠게 움직였다.
하지만, 단단하게 똬리를 틀어버린 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맨손으로 사람 목을 돌려 버리는 분에게 레이디 대접을 해 드리긴 조금 곤란하군요.”
“어머나. 그 말. 상처받았어.”
“흐음. 마음의 상처보다는…… 몸에 날 상처를 걱정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피식 웃은 가웨인이 창 한 자루를 꺼내들었다.
속박이 유지되고 있는 동안, 창으로 성녀의 몸을 꿰뚫어 버릴 생각이었다.
뾰족한 창끝이 정확하게 테레사의 심장이 위치한 곳 바로 몇 센티미터 앞에 멈췄다.
“풀어 줄 생각은 없는 것 같으니, 정 그렇다면 내 힘으로 빠져나가지 뭐.”
“빠져나간다고요? 당신 실력으론 무리입니다.”
“글쎄. 그거야 두고 볼 일이지.”
테레사의 눈동자가 더욱 짙은 색으로 물들었다.
그러자 바로 그 순간.
화르륵!
“케에에에!”
몸을 구속하던 뱀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타들어갔다.
“이건…… 설마!”
심상치 않은 마기를 느낀 가웨인이 다급히 창을 찔러 넣었다.
허나, 창이 살을 꿰뚫는 것보다 테레사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온 마력이 더 빨랐다.
[테레사가 고유 능력 ‘망국(亡國)의 성녀’를 발동합니다!]오직 타락을 발현시킨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두 번째 고유 능력.
‘망국의 성녀’.
나라를 구하기 위해 검을 들었고. 나라를 구했으나 결국엔 그 나라에게 배신당한 성녀.
죽는 순간까지 그 삶에 대한 후회는 없었다고 알려졌지만…….
사실 그건 진실이 아니다.
원망스러웠다.
고통스러웠다.
살고…… 싶었다. 살아남고 싶었다. 그 끔찍했던 불길로부터.
그렇기에. 성녀는 최후의 순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저주하고 싶었다.
“아아…….”
테레사의 입에서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신격 ‘잔다르크’의 원념이 깃듭니다!] [가장 순수한 마기가 개화합니다!]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짙은 기운.
시야에 보이는 것들이 전부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도망치려면 도망쳐도 좋아. 하지만, 한 놈도 살려 보내지 않을 거야.”
그 말을 끝으로.
콰앙!
테레사의 신형이 사라졌다.
나타난 곳은 가장 측면에 있던 마인의 코앞이었다.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콰드드득!
테레사의 검이 위에서 아래로 향했다.
정수리에서부터.
가랑이까지.
몸이 정확하게 좌우로 양분되었다.
“꺼……어으……어?”
폭포수처럼 뿜어지는 피 운무 사이로 테레사가 걸어 나왔다.
서걱!
퍼퍼퍽!
검이 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마인들의 팔다리가 허공 위로 잘려나갔다.
반응하는 것마저 쉽지 않을 정도로 빠르고 정확한 검격.
1분도 되지 않아 다섯이 넘는 마인들이 토막이 난 시체로 변했다.
테레사가 검을 어깨에 걸친 채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았다.
“흐응. 흥. 흥.”
피를 잔뜩 뒤집어쓴 채 콧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잔혹동화에서나 볼 법한 마경이었다.
물론,
“……이런 괴물 같은.”
그 동화 속에 등장하게 된 이들에겐 지옥이 따로 없었지만.
***
준비해 둔 계획들이 모조리 어긋났을 때 느끼는 허탈감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당연한 말이다.
필승을 자신했던 일이 사상누각이 되어 무너지는데 그 누가 허망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트리스탄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세 군데 중 하나. 어느 한 곳이라도 성공하기만 한다면 상대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전력이 분산되어 각개격파 당한 꼴밖엔 되지 않았다.
그나마 간다라 길드의 플레이어들이 수준이 높아서 동수를 이루는 거지, 마인 쪽은 처참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방적으로 박살나고 있었다.
가웨인이 가까스로 버티고 있었으나, 위험한 건 마찬가지다.
기껏해야 몇 분.
그 뒤엔 나머지와 똑같이 목이 잘려 나갈 것이다.
“나도 이래저래 인맥이 좀 많거든. 평소에 워낙 착하게 지내다 보니 어려울 때 너도나도 도와주려고 하더라고.”
진혁이 생긋 웃었다.
이래서 사람이 평소에 덕을 쌓으며 살아야 하는 모양이다.
괜히 코끝이 시큰해지려고 하네.
유연화와 이태민이 옆에서 그게 무슨 개소리냐는 표정을 지었지만, 진혁은 눈시울을 붉히느라 미처 보지 못했다.
바로 그때.
통곡의 마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결국 후위전은 네놈의 압승이라는 말이구나.”
그렇다. 후위전은 이쪽의 압승이다.
문제는 이 싸움의 메인 이벤트는 후위전이 아닌 지금 이곳이라는 점이다.
오싹하고.
공기가 얼어붙었다.
리치인 베이로둠이 마법 쪽에 관해선 훨씬 더 윗줄이었지만, 통곡의 마녀는 저주와 결계에 관해서라면 마족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어지간한 마족들을 뛰어넘었으면 넘었지.
하지만, 진혁은 일부러 여유로운 표정을 자아냈다.
“이것 외에도 준비한 수가 꽤 많아. 그러니까 괜히 헛고생하지 말고 순순히 포기해 줬으면 좋겠는데, 어차피 이 싸움의 승자는 정해져 있으니까.
“착각하지 마라. 네놈이 한 건 어디까지나 마인이 준비한 계획을 막은 것일 뿐. 내가 준비한 카드는 아직 꺼내지도 않았느니라.”
탐식의 사도는 건재하다.
그리고 사도가 건재한 한, 이 유적의 주인은 여전히 플레이어들보다 우위에 있었다.
“저 녀석은 꼭 뼈째 씹어 먹거라. 고통스럽게 죽여야 한다.”
“그롸아아아!”
쿠웅!
탐식의 사도가 다시 한 번 철퇴를 휘두르며 돌진했다.
이전과 동일한 상황이다.
모든 공격에 면역인 저 덩어리가 미친 듯이 날뛰고.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네 사람은 요리조리 도망 다니겠지.
만약, 파훼법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런 과정이 무한히 반복될 것이다.
‘내가 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면 말이야.’
진혁이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3분……. 다들 3분만 버텨 줘.”
“3분?”
유연화가 철퇴를 피하며 즉각 되물었다.
“대신, 내 쪽에서 완전히 시선을 떼게끔 해야 해.”
도망 다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셋이서 정면에서 맞서며 시간을 끌어 줘야 한다.
요리가 완벽하게 조리될 수 있도록.
“알겠어. 어떻게든 견뎌 볼게. 마리아 씨. 서포팅 부탁드려요. 태민이는 연막탄 배치에 신경 써 주고.”
“네. 한번 해 보죠. 진혁 씨만 믿을게요.”
“오케이.”
세 사람이 움직였다.
그사이, 진혁은 가지고 있던 책에 마력을 주입했다.
[‘악식가를 위한 1009가지 요리책’을 사용하였습니다!]탑에서 플레이어가 결코 먹을 수 없는 1009개의 식재료.
그걸 식용 가능하게 하기 위한 비법이 바로 이 책에 적혀 있다.
촤르르륵!
책장이 넘겨지며, 정확히 수레에 담긴 식재료들이 기록된 페이지가 나타났다.
[‘오토도불’의 고기는 영양가가 매우 높지만 악취가 극심하며 12종류의 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식재료의 종류부터 그 재료를 손질해 먹을 수 있게 다루는 법까지.
악식가를 위한 요리책엔 그야말로 없는 게 없었다.
진혁이 미리 가지고 온 재료들로 재빨리 고기를 요리하기 시작했다.
‘이세계 식당’까지 사용했기 때문에 손놀림은 여느 숙련된 요리사에 뒤지지 않았다.
그런데.
‘흠…….’
완성된 음식을 보던 진혁이 고개를 살짝 갸우뚱거렸다.
워낙에 오랜만에 만들어 봐서 그런가 영 확신이 없다.
레시피대로 따라한다고 해서 미묘한 부분까지 완벽하게 재현해낼 수는 없는 법이었으니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럴 땐…….
우우우웅!
‘브라함의 반지’에 마력을 주입하자 30cm 크기의 엘리스가 나타났다.
“뭐야? 한창 저 녀석들이 탐식의 사도랑 싸우는 거 재밌게 구경하고 있었는데. 혹시 대신 싸워 달라고 부른 거라면 무리야. 알고 있지? 데카서스 녀석이랑 싸우느라 지금 내 몸이 정상이 아닌 거.”
다행히 이쪽을 보고 있진 않았던 모양이다.
귀찮은 듯한 표정만 봐도 자신에게 닥칠 운명에 대해선 짐작하지 못하고 있는 거겠지.
“그건 나도 알고 있어. 싸워 달라고 부른 게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그럼 왜 부른 건데?”
“별건 아니고. 이 음식을 실험…… 아니, 시식해 볼 대상이 필요해서 말이야.”
“응? 시……식?”
무언가 불길함을 느낀 엘리스가 작은 날개를 파닥이며 재빨리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진혁이 작은 고기 조각을 엘리스의 입속에 쏙 넣었다.
엘리스가 반사적으로 볼을 오물오물 움직였다.
“……!?”
엘리스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그것이 마지막이다.
호오…….
입에 거품을 문 채 고개가 뒤로 넘어간 걸 보니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어쩐지 냄새가 살짝 시큼한가 싶더니. 실패작이었나.
‘아! 맞다. 여기서 원래 불의 온도를 2도 정도 더 올려서 구웠어야 했지. 고기의 바깥에서 시작해서 안쪽으로…… 그래. 바로 이거였어.’
진혁이 손뼉을 마주쳤다.
덕분에 헷갈렸던 요리법이 완벽하게 생각났다.
진혁이 실수했던 부분을 보완했다.
그렇게.
[안전한 ‘오토도불’ 고기가 완성되었습니다!]드디어 탐식의 사도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