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264)
265화. 최강의 지원군 (3)
무려 3개 길드가 투입된 초대형 유적 레이드.
15층의 핵심 지역을 공략하는 것이니 만큼, 세상 사람들의 관심이 한꺼번에 쏠렸다.
특히나 이번 레이드에는 화제의 랭커인 강진혁까지 참여하지 않았는가?
모든 커뮤니티와 포털 사이트가 이와 관련된 일로 도배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후우…….”
담배 연기가 위로 뿜어졌다.
인기 방송 프로그램이던 ‘시련의 탑을 오르다’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폐지된 이후 KDS 방송국은 자체 물갈이를 통해 대대적인 혁신을 꾀했다.
과거에 얽매여 도태되기 보다는 이미지 변신으로 새롭게 단장한 프로그램을 런칭한 것이다.
‘고인물 혼자 산다.’
최상위 랭커들이나 길드를 대상으로 그들의 일상은 물론, 탑 내외에서의 활동까지.
그야말로 모든 걸 샅샅이 파헤쳐내는 프로그램이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이 차별화된 건, 바로 대형 길드들이 레이드를 갈 경우 플레이어 출신 PD 한 명이 직접 그 레이드에 참여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래…… 시청자들도 쉽게 접하기 힘든 유명인들의 레이드를 생생하게 전달해 주는 게 매력이었지.”
‘고인물 혼자 산다’를 맡고 있는 KDS의 정범희 팀장은 지난 몇 달을 곱씹었다.
많은 고비와 역경이 있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버티고 견디며 여기까지 왔다.
그 일에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건 역시나 진혁과 언노운이었다.
비록 두 사람이 하는 레이드에 PD를 끼워 넣는 건 불가능했지만, 그 둘에 관한 정보를 요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톡톡히 봤다.
‘한국…… 아니, 세계가 고마워해야 할 일이지. 두 사람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이토록 여유롭게 일상을 살아가지 못했을 테니까,’
그렇게 순항만 하던 쾌속선이었건만…….
바로 얼마 전 문제가 생겼다.
유적 내부에서 하는 모든 방송이 정지되어 버린 것이다.
특파원으로 파견한 PD와도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정보는 완전히 단절된 상황.
-주선우: 나만 지금 단군 길드 방송 안 들어가지는 거 아니지?
-djh: 분명, 방송 시스템 활성화되는 지역인 걸로 알고 있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거임?
-쿠니: 채널만 10개가 넘었는데 모조리 다 닫혔음.
-부엉: KDS는 뭐 하냐? 이런 거 관리 안 하고? 단군이랑 공식 제휴 맺었던 거 아니었어?
-Fig: 광고 10개 넘게 받아 처먹고 하는 게 없네. 공식 채널 버퍼링 걸리고 할 때부터 알아봤다.
-박혜명: 해외 쪽도 가 보니 간다라랑 올림포스도 막혔다고 함.
-아리아: 뭐지. 진짜 무슨 일 생긴 거 아닌가?
-아이스쌍화차: 특수 능력 가지고 있는 보스몬스터가 있다고는 하던데, 15층부터는 워낙 풀린 정보가 없어서 확신할 수가 없네.;;
댓글이 폭주했다.
“빌어먹을! 다들 고블린 레이드나 뛰면서 처자식 먹여 살릴 생각이 아니라면 당장 상황부터 파악해! 시련의 탑을 폭파시키든 그걸 만든 놈들을 찾아내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특파원이랑 연락이 닿게 하란 말이야!”
정범희가 고함을 질렀다.
답답한 걸 삭이지 못해 담뱃갑을 쥐었지만, 이미 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
줄담배를 끊든가 해야지 이거야 원.
노기 어린 질책에 상황실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젠장. 답답하신 건 알지만 무슨 놈의 억지가…….’
‘그 방법을 알면 우리가 탑 하나를 또 만들었지.’
‘오늘도 야근인가.’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텅 빈 채널 목록에 ‘NEW’라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뭐, 뭐야 이거? 대체 어떻게…….”
모니터링을 하던 직원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팀장님! 이것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
[방송이 활성화되었습니다.]“모오오기이이…….”
“기다려 봐. 주인이 한 말 기억 안 나? 실수하면 전부 동물원에 보내 버리겠다고 한 거?”
“야. 이거 방송 켜진 상태야.”
“어? 진짜네. 쉿! 다들 쉿!”
“다들 조용히 해. 머리 아파.”
다수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비공개 계정이었기에, 정확히 누가 방송을 킨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중요한 건 말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아니다.
그들이 보여 주고 있는 게 무엇인지를 봐야지.
-Twilight: 뭐, 뭐야 이거? 님들아 이거 실화임? 낚시인 줄 알았는데, 방송이 들어와지네?
-이쁘지효: 근데 간다라 길드가 왜 올림포스 길드를 공격하는 거지?
-Jay: 설마, 방송 오류 나는 거 알고 뒤통수치려는 거였나? 자기들끼리 보상 다 차지하려고?
-황현석: 와 ㅁㅊ. 인성 문제가 아니라 그냥 미쳤는데?
-리챠: 국가적 차원에서 항의 들어가야 될 듯.
-바론캣: 새벽에 남동생이 끓인 라면 뺏어먹는 내가 나쁜 건 줄 알았는데, 나는 천사였네.
-Alkl: 그건 나쁜 거 맞음. 이 악마야.
가장 먼저 화면에 잡힌 건 올림포스 길드를 습격하는 간다라 길드의 모습이었다.
동맹에게 칼을 겨누는 장면이 여과 없이 방송되었다.
“어떡해…….”
“하필 짐꾼들이 있는 곳을 노렸어요.”
지켜보던 KDS 내부에서도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무리 올림포스 길드라고 하더라도 간다라의 주력 공격대를 상대로 저 멤버로는 무리다.
피바람이 일어날 거라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은발에 붉은 눈을 가진 이들이 가로막았다.
-Ydy: 누구야 얘네는?
-낚고싶어: 붉은 눈에 은발……인데, 올림포스 길드 플레이어들인가?
-jun: 나도 처음 봄.
-SSS: 잠깐, 근데 ㅈㄴ 강해. 간다라 길드 상대로 오히려 밀어 붙이고 있잖아!
-안엔브리: 사지타면 간다라에서도 손에 꼽는 랭커인데, 미쳤다. 특히 앞쪽에 두 남녀가 완전 괴물이야.
-kim: 이게 바로 정의 구현이라는 것인가.
-훈: 님들아 지금 생방송 몇 개 더 오픈됐음. 저기 보셈. 완전 난리 났어!
그 말대로 2개의 생방송이 또 켜졌다.
달그락거리는 해골 소리가 들리는가싶더니, 이내 붉은 피부를 지닌 거대한 사도와 그걸 가로막는 익숙한 노인의 모습이 나타났다.
어찌 모를 수 있을까?
한국 최강을 거론한다면 반드시 언급되는 인물을.
분노의 사도가 미친 듯이 대검을 휘둘렀지만, 유천영은 한 치도 밀리지 않은 채 자리를 지켰다.
아니, 단순히 지키는 수준이 아니다.
극한까지 응축된 화랑심법의 정수가 손을 통해 발현되자 오히려 저 거대한 사도가 밀리기 시작했다.
“유, 유천영 어르신이야. 저분은 탑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데 어째서 저기에 계신 거지?”
“내 살아생전에 이런 걸 보게 되다니…….”
놀라움과 경탄 속, 모두의 시선이 생방송 속으로 향했을 때였다.
[귓속말 요청이 도착했습니다.]정범희의 개인 상태창에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지금 이 중요한 순간에 메시지라니. 당연히 거들떠 볼 생각도 없었다.
만약, 발신자의 이름이 강진혁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덜덜덜!
정범희가 떨리는 손으로 상태창을 클릭했다.
-가, 강진혁 플레이어님……. 정말 강진혁 플레이어님이 맞으십니까?
-통성명도 좋긴 한데, 제가 요리가 식기 전에 먹어야 해서 시간이 없거든요. 그러니 짧고 간단하게 딱 한 번만 제안할게요.
-그게 무슨 말씀인지?
정범희가 더듬거리며 되물었지만, 진혁은 자신이 할 말을 이어나갔다.
-보다시피 저는 유적에 펼쳐진 결계를 파훼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모든 플레이어들 중에서 유일하게 생방송이 가능한 플레이어라는 뜻이죠.
확실히 유일하다는 건 압도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이점이다.
그리고 이런 말을 꺼내는 이유는…….
정범희의 목을 따라 마른침이 꿀꺽 넘어갔다.
-중계권을 판매하고 싶습니다. 오롯이 KDS 채널을 통해서만 이번 레이드를 볼 수 있게끔요.
-……엄청난 제안이시군요.
-KDS랑은 그래도 인연이 있으니까요. 다른 곳보다는 여러 의미에서 정감이 간다고 해야 할까요?
-허면, 저희는 그 중계를 위해 어느 정도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겁니까?
-마정석 100,000개와 5,000,000코인입니다. 아! 잘 생각하세요. 저는 한 번뿐인 제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왔구나.
예상했던 대로 상상을 초월하는 대가를 요구하는 거래 요청이.
정범희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했다.
현금이었으면 아무리 많은 액수를 제안했어도 승낙했겠지만, 마정석 10만 개와 500만 코인은 본사 전체가 흔들릴지도 모른다.
실제로 플레이어 소속의 사원들이 미친 듯이 대형 길드의 레이드를 중계하며 모으고 모아도 저 양을 충족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 레이드를 중계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면, 그 파급력 또한 상상을 초월하겠지.’
광고 몇 개만 달아도 충분하다.
아니, KDS라는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다.
실제로 지금 회사의 모든 사람들과 시청자들이 미친 듯이 열광하고 있지 않은가?
‘내 권한으로는 이 거래를 승낙할 수 없어. 최소한 국장님…… 아니군. 사장님이 직접 하셔야 할 일이다.’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와서 일일이 결재를 받으며 상향식 보고나 하고 있을 여유 따윈 없었다.
진혁은 지금 당장 결과를 원하고 있었고. 회사는 지금 당장 결과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했다.
‘오롯이 나한테 달려 있다는 건가.’
무리하게. 파격적으로. 기존의 틀을 부수며.
위에서 그 점을 높이 샀기에 자신을 이 프로그램의 팀장으로 삼았다.
그때였다.
“테레사…… 플레이어님도 있어요! 3번째 생방송이에요!”
또다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유럽 쪽 테레사 말하는 거 맞아? 그 로젠베르크 가문의?”
“맞아요. 어으…… 근데, 이건 19세 걸고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좀 보기 곤란한 장면들이 많아서.”
하나만으로도 정신이 없는데, 그런 대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으니 혼이 다 빠질 수밖에.
간다라 길드의 배신과 마인들의 개입. 유천영의 공식 첫 데뷔전과 심지어 유럽의 영웅인 테레사까지.
정범희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거 중계권 우리가 맡는다. 쉬는 애들 전부 소집하고. 윗선에 알려서 전부 다 회사 들어오라고도 전해.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군소리 달지 말아.”
“이, 이 시간에 국장님을요?”
“국장이든 사장이든 회장이든. 전부다 나오라고 하라고! 주무시는 데 방해될까 연락 못 드렸다고 하면 칭찬이라도 들을 것 같아?”
그럴 리가.
오히려 회사의 명운이 걸린 일이 일어나는데, 보고할 정신머리도 없느냐며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다.
“아, 알겠습니다.”
직원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스마트폰의 주소록을 뒤졌다.
KDS 회사의 운명이 걸린 중계가 시작되었다.
***
쿠쿠쿠쿠쿠!
마력과 마력의 충돌로 인해 대기가 격렬하게 떨렸다.
“크으윽!”
분노의 사도, 아니, 레펠스의 입에서 깊은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상대는 고작 늙은 노친네 한 명이다.
그런데.
대체 어째서!
일곱 사도 중 최강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는 자신이 밀리고 있다는 말인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레펠스가 다시 한 번 대검을 높게 치켜들었다.
[레펠스가 Lv32 ‘고통스러운 상처’를 발동합니다!]상대에게 피해를 입힐 경우 2배의 데미지를 가하는 능력.
그렇지 않아도 막강한 위력을 지닌 대검이었는데, 이제는 스치기라도 하면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흉기가 되었다.
하지만.
부웅!
부우웅!
아무리 강력한 무기라고 하더라도 맞아야 비로소 그 의미가 있는 법이다.
“크윽! 이게…… 이럴 리가…… 이럴 리가 없는데!”
레펠스가 종횡무진 대검을 휘둘렀다.
무시무시한 파공성과 함께 검이 허공 위로 어지러운 궤적을 그렸다.
“감정이 실린 공격은 읽기가 쉬운 법일세. 그래서 말하지 않았나. 쌓아온 세월이 다르다고.”
“개소리하지 마라. 너희 인간은 고작 100년을 살지만, 나는 그 곱절을 넘게 존재해 왔다! 네놈이 쌓아온 경험 따위 내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다!”
“아니.”
유천영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검로를 보면 자네는 자네보다 약한 적을 상대로 농락하는 걸 즐겨 왔더군. 그건 세월도 경험도 아닐세. 그저 자기 힘에 취해 그 능력을 썩히는 것뿐이지.”
하지만.
“나는 스스로의 한계와 싸워 왔네.”
그 벽을 넘기 위해서.
새로운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묵묵히 하루하루를 쌓아올렸다.
그 결과가…….
[유천영이 Lv40 ‘섬령회축(殲靈回蹴)’을 발동합니다!]바로 이것이다.
콰콰콰콰콰콰!
허리를 통해 발현된 기가 허벅지와 종아리를 타고 내려왔다.
폭발할 것처럼 요동친 기가 발꿈치를 통해 완전히 개화했을 땐.
그 형상은 마치 거신이 휘두르는 거대한 낫과 같았다.
“으아아아아!”
레펠스가 너무나 작아져 버린 대검을 높게 치켜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