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274)
275화. 천마신교(天磨神敎) (1)
운무관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산.
진혁은 사랑스러운 고구마를 연신 쓰다듬어 줬다.
“모기!”
“그래그래. 나들이는 잘했어?”
“모오오오기!”
고구마가 눈을 끔뻑이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모처럼 향긋한 풀내음을 잔뜩 맡아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다.
그때였다.
“베에에…….”
고구마가 입에서 반쯤 녹은 단약을 뱉어냈다.
“그건 또 뭐냐?”
천유성이 기가 막히다는 얼굴로 물었다.
“운무관엔 꽤 좋은 단약들이 많거든. 소림의 소림대환단이나 무당의 자소단급은 아니더라도 마교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중상등품은 잔뜩 구비해 뒀지. 덕분에 우리 모기가 아주 쑥쑥 자랄 수 있었고.”
못해도 단약 70개는 먹었을 거다.
진혁이 ‘탐식의 눈’을 발동했다.
[고구마]종족: 고대종(古代種)
나이: 1
레벨: 156
힘 105 민첩 138 체력 120 마력 192 용력 104
스킬: ‘산성침’ Lv6, ‘만찬의 시간’ Lv6, ‘에시드 브레스’ Lv7, ‘비행’ Lv11, ‘피어’ Lv12
특징: 고대종이 전투를 할 경우 주인의 마력 또한 소모됩니다. 일반적인 전투의 경우엔 분당 5의 마력이 필요하며, 격렬한 전투의 경우엔 분당 15의 마력이 요구됩니다.
KDS에서 받은 마정석을 먹인 데다 이번에 각종 단약까지 잔뜩 흡입한 상태.
성장이 빠르다는 고대종의 특징을 감안하더라도 이건 미친 성장세다.
‘이제 본격적으로 용족의 고유 스탯인 용력까지 올리게 되었군.’
진혁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여기에 보물창고에서 꽤나 특이해 보이는 비급과 만년한철 그리고 보검까지 손에 넣게 됐으니, 그야말로 대박이라는 말 외엔 표현할 길이 없었다.
“봤냐? 이게 바로 고인물이 신분패를 얻어 가는 방법이다.”
엣헴.
“방화에 약탈을 그런 식으로 포장할 줄이야. 살다 살다 너 같은 놈은 처음 본다.”
“주군. 천마신교에서도 저런 짓은 하지 않습니다.”
“이야. 다과랑 차를 대접한 사람 집을 홀라당 태워 버리네. 아예 간이랑 쓸개도 빼다가 팔아 버리지 그래?”
여기저기서 비난의 목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방화에 약탈이라니. 너희도 아까 쟤네들 하는 거 못 봤어?”
의와 협을 중시한다고 말만 번드르르하게 하더니 시험에 탈락하고 쓸모없다고 판단되자 가차 없이 태도가 달라지는 모습이 아직까지 눈에 선했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놈들이 무슨 무인이냐?
하는 꼴만 보면 완전히 깡패가 따로 없는데.
“흠. 눈에 보이게 아부 떠는 모습이 역겹긴 했다. 네 말대로 인과응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군.”
천유성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났는지 다급하게 되물었다.
“잠깐, 근데 이렇게 되면 우리가 받은 패는 쓸모없어지는 거 아닌가? 놈들이 조금만 조사해 보면 너와 고구마의 관계에 대해 눈치챌 텐데?”
“뭐, 그렇겠지.”
아무리 정파가 호구라고 해도 그것까지 모를 리 없다.
거대 세력의 정보망이라는 게 그리 허술한 건 아니었으니까.
“그럼 특급패고 나발이고 간에 아까 했던 일들이 다 헛짓거리였다는 뜻이냐?”
아니, 헛짓거리는 아니다.
운무관에서 쏠쏠한 보물들을 얻었으니.
게다가…….
“특급패는 사실 얻어도 그만 못 얻어도 그만이었어. 처음부터 나는 저곳에서 신분패를 받을 생각이 없었거든.”
그런 거야 천마신교에 가서 스승님에게 받으면 되는데, 뭐 하러 헛바람이 잔뜩 든 놈들에게 매달리나?
애초에 무림에서 머물려고 하면 신분패가 필요하다고만 했지. 그것이 꼭 정파에서 받아야 한다는 말은 없었다.
백금 신분패를 챙겨왔던 것도 그냥 백금 값이 비쌌기 때문이다.
태연스러운 대답에, 천유성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그럼 나는 어떡하란 거냐? 설마, 함께 천마신교에 가 달라는 말은 아니겠지?”
“음. 너는 추혼사영 누님한테 가서 달라고 해. 그 누님도 꿍쳐 둔 패 몇 개는 있을걸?”
“…….”
스릉!
천유성이 말없이 검을 반쯤 뽑았다.
“아니, 잠깐. 잠깐만. 내가 나 좋자고만 했대? 당연히 너 줄 것도 따로 빼 왔어. 이거 봐 봐. 끝내주는 검이잖아.”
학(鶴)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는 장검.
곤륜파에서 보관해 둔 것답게 한 눈에 봐도 범상치 않아 보였다.
“이거 공격력이 못해도 4천은 넘는 검이야. 무게도 가볍고 만년한철이 섞여 있어서 검강을 마음껏 끌어 올려도 견딜 수 있어. 고맙지? 빨리 고맙다고 말해.”
“잠깐,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넌 항상 그런 식이야. 널 위해 애써 챙겨 온 내 성의 따위는 눈곱만큼도 생각해 주지 않는 거지?”
“아니. 논점을 흐리지 말고 좀 똑바로……!”
“또또. 말꼬리 잡고 이기려고 하네. 지는 게 이기는 거란 말도 모르냐? 여기선 못 이기는 척 고맙다고 하는 게 이기는 거야. 맞아 아니야?”
진혁이 속사포처럼 내뱉었다.
“……그래. 빌어먹게 고맙다.”
무언가 속은 느낌이 들었지만, 결국 천유성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가장 골치 아픈 녀석도 달랬겠다.
‘그럼 나도 전리품 좀 확인해 볼까.’
진혁이 고구마가 가져온 낡은 고서를 살폈다.
굉장히 오래되어 보이는 책인데…… 세월 탓인지 표지에 적힌 글자까지 지워져 있었다.
분명, 곤륜파에선 단약들을 위주로 보관하고 있던 걸로 알았는데.
진혁이 조심스럽게 ‘탐식의 눈’을 사용했다.
[‘탐식의 눈’의 레벨이 낮아 대상의 정보 일부분이 제약됩니다!] [매우 높은 경지에 있는 자에 의해 쓰인 책]입수 난이도: 측정 불가
내용: 2대 천마 백월천이 극마의 경지에 막 들어서며 깨달음을 얻었을 때 작성한 비급입니다. 천마신공의 정수를 익힐 수 있는 1개의 심법과 2개의 초식이 기록되어 있지만, 워낙에 난해하고 어려운 탓에 그 묘리를 파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것 봐라?
2대 천마 백월천이라면 설마…….
틀림없다.
첫 번째 정사대전 당시 청해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 바로 그 녀석이다.
그러고 보니 1차 정사대전이 끝날 무렵 곤륜에서도 십만대산으로 가 천마신교의 본교에 한 방 먹였다는 글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걸 입수해 지금껏 보관해 뒀다는 건가?’
탈마(脫魔)의 경지가 아닌 극마(極魔)에 들어섰을 당시에 쓴 비급이라고 하더라도, 백월천이 직접 쓴 비급이라면 엄청난 가치를 지닌 기물이다.
무림맹에 알리자니 아깝고.
그렇다고 제대로 연구를 해 보자니 아예 첫 장부터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고.
결국 창고 안에 꽁꽁 감춰 둘 수밖에 없었겠지.
‘아니, 애초에 이게 2대 천마가 쓴 비급이라는 것도 모를 수도 있겠군. 상당한 고수가 쓴 것이라고 추측만 하는 걸지도 모르겠어.’
만약 천마가 쓴 걸 알았다면 이것보다는 훨씬 더 삼엄하게 관리했을 테니까.
이거 일이 재밌게 돌아간다.
잘만 활용한다면, 이 비급은 천마신교에 갔을 때 아주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히든카드가 될 것이다.
진혁이 비급을 아공간 인벤토리 한구석에 잘 보관했다.
바로 그때.
띠링!
모두의 눈앞에 붉은색 상태창이 나타났다.
[현상금 이벤트가 발동됩니다!] [신분패가 모두 무효 처리되었습니다!] [당신들은 지금부터 오대세가와 구파일방의 공적이 됩니다.]생사불문(生死不問).
두 당 500,000코인, 주동자의 경우는 1,500,000코인.
기한: 무림에서 나갈 때까지(단, 특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현상금 수배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빠르게 눈치챘네.’
이제부턴 정파의 전 지역이 위험 지역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현상범으로 수배되는 게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이편이 훨씬 더 재밌지.’
무난하고 쉽게쉽게 가는 건 적성에 맞지 않는다.
자극적이고 신선하게.
그게 고인물 코퍼레이션이 지향하는 방식이다.
***
정파의 정상급 고수들 중에서 초절정의 벽을 깬 이는 현 무림맹주와 은거기인들을 포함해 고작 다섯뿐이다.
화산파의 장문인조차도 현경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으니까.
그렇기에, 정파에 소속된 무림인들은 천마신교를 의도적으로 깎아내렸다.
탑의 다른 세력들에게 자신들이 무림의 주인이지, 천마신교는 아니라는 걸 알리기 위해서.
천마의 무위는 과장됐으며 오래 전 쇠락해 십만대산에 처박혀 있노라고 소문을 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지.’
현대 천마는 만마의 재앙.
설령, 신격이라고 할지라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절대자다.
지난 3차 정사대전에서 역시 그 사건이 아니었다면…… 정파는 지금 그 명맥마저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진혁이 산 위로 이어지는 외길을 바라봤다.
이곳이 바로 십만대산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며, 동시에 외지인이 들어가면 함흥차사가 되어 버린다는 사지다.
물론, 어디까지나 허락받지 않은 자가 들어갔을 때 그렇다는 말이다.
“주군. 이 앞부턴 꽤 골치 아픈 함정들이 있으니 제가 앞장서도록 하겠습니다.”
월영이 능숙하게 보폭을 조절했다.
“아니, 괜찮아. 대충 이때쯤 올 거라고 스승님께 이야기를 해 뒀…….”
말을 하던 진혁이 이내 말꼬리를 흐렸다.
분명, 천마신교에 방문한다고 말을 한 건 사실이었지만…….
‘내가 아는 스승님이 그걸 들었다고 해서 순순히 길을 터 줄까?’
진혁의 머릿속에서 예전 시련의 탑에서 있던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하나다.
당연히.
그럴 일은 없다.
스슥.
주위에서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흐음.”
엘리스의 무게중심이 살짝 뒤로 쏠렸다.
월영은 한 박자 늦게 그 이변을 깨달았다.
“잠깐! 나는 흑풍회 소속의……!”
“소용없어. 월영. 이 녀석들. 인간이 아니야.”
진혁이 월영을 제지했다.
“주군, 인간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강시다. 숫자는 일곱쯤 돼 보이네.”
기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특유의 향으로 볼 때 천마신교에서 주로 다루는 ‘묵령강시(墨靈僵尸)’로 짐작됐다.
젠장. 제자가 왔다는데, 스승이란 작자가 환영 인사로 강시를 보내다니.
동서고금을 통틀어 이렇게 무식한 환영 인사는 존재하지 않을 거다.
그것도 묵령강시면 중급에 해당하는 꽤나 까다로운 놈들 아니던가?
“어떻게. 다 부숴 버릴까? 시체 따위야 내 선에서 전부 쓸어버릴 수 있어.”
엘리스가 말만 하라는 듯이 손톱을 세웠다.
“그래주면 편할 것 같긴 한데…… 아무래도 목적은 나인 것 같거든.”
아마 다른 사람이 나선다면 인정받지 못하겠지.
스승님이 원하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나였으니까.
좋아.
스승이 인성질을 한다면, 그에 어울려줘야 하는 게 제자의 도리 아니겠나?
“너흰 뒤에서 쉬고 있어. 금방 끝낼게.”
[고유 능력 ‘흑천마황공(黑天魔皇功)’이 개화합니다.]화르르륵!
진혁의 두 손을 따라 검은색 기운이 솟구쳤다.
***
“크르르…….”
“키에에에!”
곧바로 입질이 왔다.
쿵!
콰앙!
숲속에서 두 마리의 묵령강시가 튀어나왔다.
전신이 검게 물든 끔찍한 외형.
도검류를 막기 위해 온갖 약초와 독으로 만든 놈들답다.
어깨와 허벅지를 노린 공격이 동시에 펼쳐졌다.
그러나 검은 손톱이 진혁에게 닿기 바로 직전.
스륵…….
진혁의 신형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검마제왕보.
이미 수없이 갈고 닦은 보법은 이형환위의 경지를 넘보고 있었다.
“이것들 하나하나가 꽤나 비싼 걸로 아는데, 못 쓰게 되어도 제 책임 아닙니다.”
진혁이 마력을 잔뜩 끌어 모은 주먹을 움직였다.
콰아앙!
일격,
묵령강시의 몸에 거대한 바람구멍이 생겼다.
도검류마저 튕겨내는 몸조차 흑천마황공은 견디지 못했다.
‘한 마리…….’
다음은.
진혁의 몸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더니 회전력을 실어 그대로 팔꿈치를 휘둘렀다.
콰득!
“쿠에엑!”
이번엔 안면이 그대로 함몰됐다.
순식간에 두 마리를 무력화시켰다.
허나, 이걸로 멈출 생각은 없다.
나머지 다섯 마리가 튀어나오기도 전에 진혁이 먼저 숲 속으로 몸을 날렸다.
한 줄기 미풍이 스쳐 지나갔다.
도착한 곳은 바위 뒤.
‘역시, 바람을 등지고 있었군.’
진혁이 다섯 마리의 묵령강시를 보며 생긋 웃었다.
이어진 것은 거대한 폭풍이었다.
극한까지 응집된 내공이 폭발하자, 숲의 나무들이 뿌리 채 뽑혀나갔다.
콰콰콰콰콰콰!
당연히 폭심지의 한복판에 있던 묵령강시들은 그대로 전신이 증발해 버렸다.
“인사는 이걸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만…… 아니면 좀 더 날뛰어야 합니까?”
진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자 바로 그 순간.
“푸하하하! 아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고말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나.”
바로 옆에서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