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276)
277화. 천마신교(天磨神敎) (3)
콰앙!
흥분한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거리를 좁히는 타이밍과 속도는 냉정했다.
……빠르다!
진혁이 종이 한 장 차이로 공격을 빗겨냈다.
한 번. 그리고 두 번.
단검이 머리카락을 스쳐 지나갔다.
부우웅!
이번엔 단검이 반원을 그리는 듯싶더니, 이내 방향을 바꿔 허벅지를 노렸다.
치명상을 입히기보다는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공격을 성공시키기 위한 움직임이다.
‘독…….’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자세히 보니 한 쌍의 단검에 반투명한 액체가 아주 희미하게 묻어 있었다.
독고룡의 제자답게 독을 주로 다루는 것이리라.
“미꾸라지처럼 잘도 피하는군. 그렇다면 이건 어떠냐?”
[패각이 ‘패독운무(貝毒雲霧)’를 발동합니다!]녹색을 머금은 구름이 나타난 건 바로 그때였다.
패각의 모습이 일순간 흐려졌다.
부우웅!
그때를 노려 단검이 횡으로 가로질렀다.
“……!”
이번에도 궤적에 맞춰 공격을 피했지만, 조금 전보다 0.1초가량 타이밍이 어긋났다.
아슬아슬했다.
진혁이 거리를 크게 벌렸다.
‘감각계에 작용하는 종류인가.’
분자 형태로 이루어져 있기에, 효과는 떨어질 테지만…….
장기간 노출된다면 승패에 치명적으로 작용될 것이다.
“흐흐. 계산독(桂酸毒)이라고 한다. 패독과 섞일 경우 기의 순환을 방해하고 단전에 파고들기 때문에 절정급을 상대할 때 꽤나 효과적이지. 아. 물론 너무 걱정하진 마라. 해독제도 있으니 죽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그것참 안심이 되는 말이네요. 선배님.”
진혁이 자세를 잡았다.
여기서 적당히 하면 또 다시 간을 볼 여지만 남겨 주겠지.
따라서 확실하게 찍어 눌러버려야 한다.
압도적인 격차만이 천마신교에서 인정받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독고룡과 패각 그리고 자소희라…….
배역과 상황. 각자의 무공과 그에 맞는 대응법이 취합된다.
좋아.
진혁이 혀로 입술을 적셨다.
어떻게 해야 가장 완벽한 무대가 될지 계획이 세워졌다.
바로 그때.
패각이 진혁의 뒤를 잡았다.
원하는 곳으로 유인하기 위한 공격이 이어졌다.
그런데.
서걱!
의외로 진혁은 첫 번째 수에 그대로 당했다.
얇은 핏줄기가 바닥에 흩뿌려졌다.
“이건…… 너무 허무하군. 고작 이런 거에 당하는 놈이 우호법의 제자라는 건가?”
칼에 묻은 계산독과 패독이 상처 부위로 스며들었다.
이걸로 승부는 결정되었다.
아니.
결정되었다고 생각했다.
“어, 어떻게…… 내 독에 당하고도 멀쩡한 거지?”
패각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지금쯤이면 게거품을 물고 쓰러져 있어야 할 상대가 멀쩡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태연하게 웃고 있지 않은가?
“별로 대단한 이유는 아닙니다. 이건 독이라고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로 수준이 낮아서요. 이물질이 들어와서 그냥 가볍게 해독했죠. 뭐.”
[고유 능력 ‘천독(千毒)’이 발동됩니다!] [고유 능력 ‘별의 가호’가 발동됩니다!] [고유 능력 ‘만다라(曼茶羅)’가 강화됩니다!]‘천독’을 통해 독의 종류와 배합을 해석하고.
‘별의 가호’를 통해 최적화된 치유를 수행한다.
거기에 ‘만다라’를 통해 단전에 흐르는 불순물을 제거하고 단전 자체를 보호했으니, 어지간한 독쯤은 대처할 수 있었다.
‘만약 독의 종류를 몰랐다면 조금 골치 아팠겠지만.’
이래서 자신감이 넘치면 안 된다.
왜 그런 소중한 정보를 말해 주나?
“수…… 수준이 낮다고? 내 독이?”
“아. 죄송합니다. 선배님 수준에선 꽤 높은…… 거일 수도 있겠네요. 하하.”
“이이익! 감히, 독고룡 님께 직접 전수받은 내 독을 우습게보다니. 오냐. 어디, 그 자신감이 얼마나 갈 수 있는지 보겠다.”
패각의 단검에 새로운 기운이 스며들었다.
조금 전 사용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배합의 독이다.
물론, 훨씬 더 지독하다는 건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다.
“간다!”
살기 어린 목소리와 함께, 패각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러나 지나치게 흥분한 탓에, 패각은 미처 보지 못했다.
자신의 발밑에 생겨난 살얼음을.
“헉?”
진혁의 옆구리로 파고든 것까진 좋았지만, 착지 지점은 지나치게 미끄러웠다.
패각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역시나.
‘빙하조형’을 통해 만든 얼음은 톡톡히 제 역할을 했다.
‘이 각도와 속도…… 그리고 방향.’
모든 게 진혁이 설계한 대로 완벽하게 흘러나갔다.
균형을 잃어버린 패각의 팔꿈치를 살짝 틀어 단검을 놓치게 만들고. 그 단검이 날아가는 방향까지 전부.
푸욱!
빗나간 단검이 옆에 있던 다른 인물의 살 속으로 파고들었다.
“아……?”
자소희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어깨에 박힌 단검을 바라봤다.
완벽하게 사각에서 날아든 공격인 데다, 설마 구경하는 이에게 암기가 날아올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만약 10대 고수였다면, 어떻게든 피하거나 받아쳤겠지만. 자소희의 실력이 떨어진 것도 비극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야. 선배님.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애먼 분에게 화풀이를 하면 어떡합니까? 아니면 혹시 독고룡이란 분의 사주를 받고 경쟁 상대를 담가 버리려고 하신 건가요?”
얼핏 보면, 패각이 완전히 작정하고 자소희를 향해 단검을 투척한 꼴이다.
“자, 잠깐!”
패각이 다급히 변명하려고 했다.
어딜, 입을 열려고.
우우우웅!
진혁의 주먹에 검은 기운이 맺혔다.
‘흑천마황공’을 끌어올린 권(拳)이 단검을 박살내고 패각의 복부로 파고들었다.
콰아아앙!
“커어억!”
몸이 기역자로 꺾인 패각이 그대로 반대편 기둥까지 날아가 처박혔다.
***
“자……소희!”
소호향이 재빨리 자소희의 상태를 살폈다.
절명 독에 가까운 독을 쓴 탓에, 서두르지 않으면 목숨까지 위험했다.
반면.
“네놈!”
독고룡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한 채 고함을 내질렀다.
진혁이 일부러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걸 눈치챈 것이다.
쿠쿠쿠쿠쿠쿠쿠!
천마전 전체가 무너질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기의 폭발로 인해 기둥들이 밑둥채 흔들렸다.
“이딴 장난질을 한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손목까지 녹색으로 물든 손이 진혁을 향해 쇄도했다.
그러나 독고룡의 손이 진혁을 꿰뚫기 바로 직전.
“분명, 네가 먼저 끼어든 거다?”
누군가 두 사람 사이에 나타났다.
자신의 계약자에게 살기를 드러낸 것에 분노한, 엘리스였다.
콰득!
엘리스가 독고룡의 손목을 가로막았다.
동시에, 반대 손으로 독고룡의 목을 노렸다.
[블러드 로드 ‘골든 서클(Golden Circle)이 발동됩니다!]가면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엘리스의 붉은색 눈동자가 금색으로 변했다.
혈계(血界) 마법의 한 종류.
원거리가 아닌 근접전을 벌일 때에만 발휘되는 능력이다.
“흡!”
위기감을 느낀 독고룡이 손을 어지럽게 놀렸다.
콰콰콰쾅!
콰아앙!
1초도 안 되는 찰나, 눈에 보이지도 않는 공방전이 오갔다.
서로 나눈 합은 고작 다섯 수 가량.
그러나, 독고룡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결코 상대가 자신보다 아래가 아니라는 것을.
“너…… 대체…….”
“의외로 제법이네. 일격으로 목에 바람구멍을 내 버릴 생각이었는데.”
상반된 온도차의 대화가 교차했다.
바로 그때.
“엘리스.”
진혁이 엘리스의 어깨를 붙잡았다.
“응?”
“그만해도 괜찮아.”
“하, 하지만 저 사람이 먼저 공격했는걸? 진짜 작정하고 노렸잖아.”
“에이 설마, 저분이 승부에 불복해서 추악한 짓을 하려던 거였겠어? 여기가 심심하면 뒤통수나 때리는 정파도 아니고. 위대한 천마신교에 그런 소인배 중에 상소인배가 있을 리가 없지.
“그런 거야?”
“응. 그렇고말고. 안 그렇습니까, 스승님?”
“푸하하하! 아무래도 네 완승인 것 같구나. 암. 이 대결은 어디까지나 너와 패각과의 승부. 다른 이가 끼어 들 순 없지.”
암황의 시선이 독고룡에게 향했다.
“이 이상 한다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
“……큭.”
독고룡이 마지못해 물러섰다.
분하긴 했으나, 더 이상 나설 명분이 없었다.
“그럼, 자잘한 뒤처리를 부탁하지. 보아하니 천마께선 오늘도 나오시지 않을 것 같으니 먼저 가 보겠네. 아! 그리고 동쪽 수련관은 내가 쓸 테니 그리 알아두고. 당분간 제자 놈이랑 노닥거려야 될 것 같거든.”
암황이 볼일을 다 봤다는 듯. 몸을 돌렸다.
“고생하셨습니다. 선배님들. 모처럼 재밌었네요.”
그리고 그 뒤를 진혁과 엘리스가 따랐다.
***
세 사람이 나간 자리.
천마전 내부는 깊은 침묵에 잠겼다.
아무리 패각이 방심했다곤 하나, 이렇게 쉽게 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저 상대가 독공에도 조예가 깊을 거라고 예상을 하지 못했을 뿐.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도…….
……독고룡만은 굳은 얼굴로 바닥에 떨어져 있는 칼날 조각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패각이 사용하던 단검은 운철을 제련해 만든 것이다.’
그런데…….
그게 부러졌다?
‘저 늙은이가 강아지 새끼를 한 마리 주워온 줄 알았더니, 호랑이 새끼를 데려왔구나.’
욱씬!
거기에 같이 왔던 가면을 쓴 여자도 위협적인 고수였다.
손목에 전해지는 시큰한 통증은 독고룡이 오랫동안 잊고 있던 종류의 감각이었다.
오랫동안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살아남게 한 본능이 전력을 다해 경고성을 보내 왔다.
이건, 위험하다고.
‘좌호법 님께…… 어서 알려야겠어.’
아무리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고 한들.
암황이나 그 어떠한 인물이 개입했다고 한들.
결코 자신들이 준비한 대업을 방해하게 놔둬선 안 된다.
이 일을 위해서 10년이란 시간을 투자해 왔으니까.
***
흔히, 수련이라 하면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고 전신이 땀으로 범벅이 되는 걸 생각한다.
저무는 노을을 보며, ‘오늘도 이만큼이나 강해졌구나’라고 감탄사를 내뱉는 그런 장면들 있지 않은가?
고통과 인내 끝에 오는 성취와 성장.
전형적이지만, 없어서는 안 될 국밥 같은 장면들이.
하지만.
지금 진혁이 하고 있는 수련은 그런 짠내 나면서 훈훈한 수련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었다.
“헉. 허억. 아니, 잠깐. 진짜로 이건 너무한 거 아닙니까? 스승님?”
진혁이 어금니를 부러져라 깨물었다.
천마신교의 지하에 위치한 제2 뇌옥(牢獄).
벌써 7시간째 쉬지도 못하고 도깨비들과 싸우느라 입에서 단내가 날 지경이다.
“마아아!”
“므와아아!”
동글동글하게 생긴 도깨비들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생긴 건 꽤나 귀엽게 생겼지만, 레벨이 80이 넘는 데다 집단으로 활동하기에 상대하기 굉장히 까다로운 축에 속하는 몬스터들이었다.
특히, 중급 이상의 도깨비의 경우엔 도술까지 사용할 줄 알았으니까.
“어허. 겨우 도깨비 100마리 정도로 앓는 소리를 하면 어떡하느냐? 아직 찻잔 하나로 호수에 물 퍼내기와 물구나무서고 십만대산 10번 왕복하기. 무림맹 분파 두어 개쯤 박살내고 오기 등등 할 게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건 그냥 죽으라는 것 아닌가요?”
“껄껄껄! 설마 본좌가 하나뿐인 제자를 죽이려고 하겠느냐? 흑천마황공을 대성하려면 우선 기초 체력부터 올려야 할 터. 이게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수련이니라.”
암황이 사람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무슨 놈의 기초 체력이 7시간 내내 싸워도 부족하다는 건지…….
과거 시련의 탑에서 스승님을 만났을 때도 정확히 이랬었다.
터무니없는 난이도의 과업을 헤쳐 나가며, 한계를 극복했었지.
그때도 치를 떨면서 이걸 다시 하면 사람 새끼가 아니라고 맹세했었는데. 그 맹세를 또다시 깨뜨리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계약자! 열심히 좀 해. 거기 다섯 마리 또 간다.”
엘리스가 조금 떨어진 옆에 자리를 잡고 생글생글 웃었다.
“모기모기!”
“주인이 힘드나 보네. 우린 안 힘든데.”
“적당히 서늘해서 쉬기도 딱 좋은 것 같아. 먹을 것도 잔뜩 싸오니 피크닉이라도 온 것 같네.”
“나도 얼음 좀 줘. 레모네이드에 넣어서 먹을래.”
심지어 고구마와 정령수들까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과자와 우유까지 준비해서 아그작아그작 먹어대는 꼴을 보니 억장이 다 무너질 지경이다.
“흠. 아무래도 오늘밤은 뇌옥에서 보내야겠구나. 나는 밀린 업무를 처리해야 하니 해가 뜰 때까진 뇌옥 1층에 있는 도깨비들을 모두 처리해 두거라.”
“저 스승님?”
“왜 그러느냐? 설마, 꾀병을 부리는 건 아니겠지?”
“그게 아니라 탑 위로 올라가려면 함께하는 동료들 역시 강해져야 할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진혁이 힐끗 시시덕대는 썩을 놈들을 가리켰다.
……응?
모두의 안색이 180도 변했다.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 줄은 몰랐는지, 운디네의 입에선 레모네이드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흠.”
암황이 턱을 긁적였다.
“안 돼. 안 돼. 안 돼.”
“제발. 제발 제발.”
“안 된다고 해 주세요. 빨리!”
모두의 염원이 암황에게 닿았다.
물론…….
그냥 닿기만 했다.
“하긴, 동료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겠지. 알겠다. 대신 숫자가 늘어난 만큼 뇌옥 안에 있는 도깨비들을 모두 처리해야 한다.”
“아무렴 여부가 있겠습니까. 어서 가서 일 보시죠.”
“자, 잠깐……!”
엘리스가 다급히 암황을 붙잡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이제 이곳에 스승님은 없다.
악밖에 남아 있지 않은 그의 제자만이 있을 뿐.
“자…….”
진혁이 굳었던 관절을 풀었다.
“우선 씹고 있던 과자부터 뱉고 시작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