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277)
278화. 고인물이 수련하는 법 (1)
“므와아아아!”
“마아아아!”
외눈을 가진 도깨비들이 자기 몸보다 큰 방망이를 휘둘렀다.
“정령 특전대! 허리랑 엉덩이에 힘 딱 주고 버텨!”
진혁의 명령에 가장 앞쪽에 있던 정령들이 안간힘을 썼다.
레모네이드를 먹으며 가장 행복해하던 운디네의 모습은 간데없다.
그 자리엔 작고 가느다란 팔과 다리를 파들파들 떨고 있는 정령수의 모습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주, 주인!”
“얘네 너무 저돌적이란 말이야. 그보다 우리는 애초에 근접전용이 아니라고!”
“잘못했어. 잘못했어. 잘못했어.”
“다들 조용히 해. 머리아파.”
심판의 날. 신께 회개하는 죄인들이 있다면 이러할까?
살려 달라고 부르짖는 걸 보니, 그동안 쌓였던 체증이 조금 가시는 기분이다.
물론, 100% 중에 3% 정도만 가라앉았다.
아직도 한참이나 멀었다는 뜻이다.
“와그작. 오물. 오도독.”
진혁이 계단에 걸터앉아 과자를 깨물었다.
고소하면서 짭짤한 맛이 나는 게, 다들 왜 이렇게 맛있게 이걸 먹었는지 이해가 된다.
거기에 얼음이 동동 뜬 음료수까지.
크으. 이게 행복이라면 행복이지.
“나, 나는 이제 그만하면 안 돼? 게다가 레이피어라니. 나 이거 한 번도 안 써 봤단 말이야!”
“모기, 모기.”
엘리스와 고구마도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엘리스는 전투시 마력을 봉인한 채 오롯이 레이피어만을 사용하라는 제약을 건 상태.
때문에 본래 실력의 100분의 1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고구마 역시 머리에 외뿔이 달린 투구를 쓴 채 박치기만을 하는 것으로 공격을 제한했다.
표면상으론 고대종의 몸통 박치기에 ‘방어구 관통’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고.
실질적으론 부하들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죄에다, 함께 낄낄대며 어울린 괘씸죄가 추가된 탓이다.
“조용히 해! 너는 아타락시아의 가주라는 녀석이 뱀파이어들의 주 근접 무기인 레이피어를 못 다룬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 하냐?”
“그, 그거야 나는 여왕이니까…….”
“뒤에서 명령만 하면 된다?”
“응!”
“넌 뇌옥에서 나갈 때까지 최전방에서 레이피어만 휘둘러라. 나중에 내가 직접 시험해 볼 거니까 책임지고 검술 실력 늘려.”
스승님께서 내일 아침에 보자는 식으로 말했지만…….
이 뇌옥은 결코 하루 안에 전부 클리어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짧으면 삼 일, 길면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겠지.
“참고로 너희가 가져온 과자랑 음료수는 내가 방금 다 먹었어.”
“……전부?”
“그러니 열심히 하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싸 온 도시락엔 파인애플 피자밖에 없으니까. 아. 아니지. 후식으로 먹을 민트초코도 잔뜩 가져왔네. 이야. 아주 즐거운 레이드가 되겠어.”
“……파……인애플 피자? 민트……초코?”
“최근에 유행하는데, 꽤 취향에 맞더라고. 달콤하고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아주 괜찮아. 거기에 ‘고수’라는 향신료를 듬뿍 올려서 건강까지 신경 썼으니, 식사시간은 기대해도 좋을 거야.”
“……어버버.”
엘리스가 입을 멍하니 벌린 채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뭔가 방금 입에서 영혼 비슷한 기체가 빠져나가는 게 보인 것 같기도 하다.
“모, 모기!”
위기감을 느낀 고구마가 열심히 무죄를 어필했다.
곤륜에서 보물들을 얻어온 전공을 참작해 달라면서.
“그래, 우리 구마는 잘한 점도 있었지?”
“모기모기! 모오오기이!”
고구마가 격하게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하지만, 은혜는 반만 갚든가 가끔은 잊어버리고 대신, 원수는 100배로 갚으라는 게 고인물 제1장 1절 말씀이다.
“넌 몸통 박치기로 하급 도깨비는 열, 중급 도깨비는 한 마리를 제압할 수 있을 때까지야. 꾀부리거나 하면 마정석 위에 민트초코 부어서 먹일 테니, 잘 생각해.”
“모기?”
고구마도 선 채로 얼어 버렸다.
***
몇 시간이 흘렀을까?
모두들 맡은 역할에 익숙해지자, 본격적인 레이드가 시작되었다.
천마신교의 뇌옥에 있는 도깨비들은 원래 교인들을 수련시키기 위한 연습 상대.
공격력보다는 방어력에 특화되어 있는 데다, 다양한 주술까지 사용해 여러 가지로 실력 증진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콰아앙!
콰앙!
수에는 밀리지만, 탄탄하게 진형을 갖춘 정령수들이 든든하게 전위를 책임졌다.
“모기이이이이!”
“죽어! 죽어! 죽어!”
거기에, 온몸을 내던지는 고구마와 미친 듯이 레이피어를 휘두르는 엘리스까지 추가되자, 제법 막강한 돌파력까지 갖추게 됐다.
이제는 스무 마리로 구성된 도깨비 무리 정도는 10분 안에 정리가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생각보다 더 빨리 공략이 가능하겠어.’
진혁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서로의 호흡과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팀플레이는 그야말로 완벽을 자랑했다.
역시, 이래서 서로를 믿고 함께한다는 게 중요하긴 하다.
마치 옛날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용사들처럼 말이다.
“나도 언젠가 위기에 처했을 때 동료들이 대신 몸을 날려 구해 주고 그런 가슴 찡한 경험을 하게 되려나.”
엘리스나 고구마나 천유성의 무덤 앞에서 구해 줘서 고맙다는 추모사도 하고 하겠지.
평소에 베풀어준 은혜를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상상이었다.
‘나도 참 주책이군. 눈물이 날 뻔했네.’
언제일지 모를 미래를 생각하자 괜시리 코끝이 시큰거렸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주인! 멍 때리지 마! 그쪽에서 큰 놈 온다!”
쿠쿠쿠쿠쿠!
진혁이 있는 쪽에서.
돌로 만든 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1m…… 2m…… 4m.
거의 5m가 넘는 거대한 구덩이다.
“무와아아악!”
거기서 나타난 건 평범한 도깨비들보다 족히 3배는 더 큰 도깨비 두 마리였다.
중급 도깨비인가.
하나는 전투계열에 해당하는 놈이고.
다른 녀석은 부적을 지니고 있는 걸 보니 주술을 쓸 수 있는 종류다.
무너진 2층으로 가는 계단이 보이는 걸 보면, 이 녀석들이 1층의 마지막 문지기쯤 되는 듯싶다.
‘흐음.’
진혁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좋아. 마침 딱 좋은 타이밍이다.
안 그래도 이번에 천마신교에 온 김에 그동안 보유한 스킬들을 정비하고 융합을 통해 스킬들을 얻어낼 생각이었는데,
그걸 위한 연습용 덩치들이 줄줄이 나와 주네.
“이 녀석은 내가 맡을 테니. 너희는 하던 거 계속 해.”
진혁이 대답도 듣지 않고 중급 도깨비 앞으로 다가갔다.
어느새 손엔 대검 ‘아머 브레이커’가 쥐어져 있었고.
팔은 거신족의 대영웅인 ‘툼그레이브의 오른팔’로 바뀌어 있었다.
“무왁?”
중급 도깨비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자신보다 훨씬 작은 체구의 적이 갑자기 거대해 보였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간극’ 스탯이 활성화됩니다.] [레벨 차이로 인해 대상이 위축됩니다.]보통 강한 녀석하고만 싸워 와서 별로 체감하지 못했는데.
간극 스탯은 강자와의 차이를 좁혀 주기만 하는 게 아니다.
약자 멸시의 효과로 인해 레벨이 낮은 대상에겐 그만큼 위압감을 주는 효과 또한 보유하고 있다.
“므, 므와아?”
진혁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흉흉한 위압감에, 중급 도깨비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아주 잠시뿐이었다.
[중급 도깨비가 고유 능력 ‘뇌옥의 수호자’를 발동합니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10%만큼 상승합니다!] [상태 이상에 대한 면역력이 30%만큼 증가합니다!]“무와아아아!”
침입자를 죽여야 한다는 집념이 공포를 억눌렀다.
곧바로 거대한 뿔방망이가 진혁의 머리통을 향해 쇄도했다.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지면에 쩍하고 금이 갈라졌다.
막강한 충격으로 인한 무게를 견디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그그그극!
철과 철이 울부짖는 이명.
진혁은 너무나 태연하게 그 일격을 받아냈다.
“도깨비답게 힘 하나는 나쁘지 않네.”
물론, 거인들의 왕이나 안트라드 같은 중, 대형급 몬스터들과 비교하면 귀여운 수준이다.
“근데, 힘으로 찍어 누르는 건 그런 식으로 하는 게 아니야.”
진혁이 생긋 웃으며 검의 각도를 3도가량 기울였다.
균형이 깨지면서 도깨비 방망이가 재차 진혁의 머리를 향해 미끄러졌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나는 순간,
[고유 능력 ‘바람의 영역’이 발동됩니다!]진혁의 몸이 사라졌다.
한 줄기 바람이 일어났다.
나타난 곳은 도깨비의 후방.
겹겹이 쌓인 바람이 검압을 증폭시키며, 더욱더 거세게 요동쳤다.
거기에.
[고유 능력 ‘고속검(高速劍)’이 발동됩니다!]대검의 무게를 잊게 만드는 신속의 검이 가세했다.
칼날의 사라졌다.
뒤를 이어, 손잡이와 그걸 잡고 있는 팔까지 점점 흐릿하게 지워졌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무수히 나뉜 검이 고속으로 진동하고 있는 것이다.
“뫄아아악!”
압도적인 절망.
중급 도깨비는 다가오는 폭풍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콰콰콰콰콰콰!
일도천단(一刀千斷).
무수히 많은 검격이 무수히 많은 조각으로 화했다.
‘근접 연계는 이런 식으로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
강력한 고유 능력을 3개나 사용했건만, 별달리 몸에 무리는 가지 않았다.
무려 273이라는 마력 스탯 덕분이었다.
다음은…….
진혁의 시선이 주술을 외우고 있는 또 다른 중급 도깨비에게 향했다.
“무모우우.”
동료를 허무하게 잃어버린 충격 때문일까.
중급 도깨비는 처음부터 간을 보지 않고 전력을 발휘했다.
손에 들고 있던 3개의 부적이 동시에 타들어 가는가 싶더니, 염(炎)을 나타내는 문자로 변했다.
화르르륵!
전신을 삼켜버릴 듯한 크고 뜨거운 불꽃이 일어났다.
“화염계 주술이라…….”
밀폐된 공간에서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는 주술이긴 하다.
허나, 불꽃은 더욱 거대한 불꽃에 먹히는 법.
[Lv1 ‘헬파이어’가 발동됩니다!]진혁의 몸 주위에 있던 불꽃의 색깔이 더욱 짙은 색으로 변했다.
동시에, 뇌옥의 온도가 급변했다.
스킬 레벨은 고작1.
그럼에도 피부가 저릴 정도로 뜨거운 겁화는 그 격 자체가 달랐다.
[고유 능력 ‘검은 눈물’이 발동됩니다!]마리아로부터 복사한 스킬에 통곡의 마녀에게서 얻은 스킬이 합쳐졌다.
불꽃의 색이 또 한 차례 변했다.
짙은 보라색을 띤 겁화(劫火).
그 형상은 희미하게나마 드래곤의 모습을 자아내고 있었다.
아직 진명을 알리지 않은, 한 고대종의 모습을.
“뫄아…….”
도깨비가 홀려버린 듯 그 불꽃을 바라봤다.
맞서 싸울 엄두도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도주뿐.
도깨비의 몸이 허공으로 둥실 떠오르더니, 지하 2층을 향해 총알처럼 쏘아졌다.
“미안하지만, 도망은 안 돼.”
보라색을 띤 불덩이가 순식간에 도깨비의 등까지 따라붙었다.
파츠츠……!
찰나의 순간, 겁화가 도깨비의 상반신을 휩쓸고 지나가버렸다.
***
“와아아…… 주, 주인? 내가 알던 주인의 모습이 맞나?”
“강하다. 우린 작은 도깨비들 상대로도 고전했는데.”
“모오오기.”
정령수와 고구마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감탄사를 내뱉었다.
“뭐, 뭐…… 좀 제법이네. 근데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어. 봐 봐.”
엘리스가 어설프게 레이피어를 휘둘렀다.
그러다가 하급 도깨비의 엉덩이를 쿡 찔렀다.
“므와아아!”
“히이익!”
도깨비가 단숨에 엘리스의 머리통에 달라붙었다.
하지만, 그렇게 모두가 느긋하게 레이드를 마무리하고 있는 와중에도.
진혁의 눈은 죽은 중급 도깨비의 시신에 머물고 있었다.
푸른색 결정 안에 타오르는 작은 불꽃.
일명, ‘도깨비 불’이라 불리는 부산물이다.
‘하나하나는 별게 없지만, 다수를 모아 정제 과정을 거치면 사람을 홀릴 수 있는 독특한 효과를 보이게 되어 있지…….’
그래. 거기까지는 알고 있는 정보였다.
문제는…….
이건 20층대의 도깨비들한테서 나오는 부산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탑의 상층부, 적어도 30층대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인데…….
‘자연적인 현상일 리는 없다.’
만약.
누군가 의도적으로 심어 놓은 게 아니라면.